홍루몽 살인사건
아시베 다쿠 지음, 김시덕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중국 고전 <홍루몽>을 토대로 해서 작가가 미스터리로 만든 작품이다. 홍루몽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두 홍루몽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인 것 같다.

청나라가 세워질 때 개국공신으로 공을 세운 가씨 집안의 두 형제의 후손들이 녕국공과 영국공이라는 세습작위를 물려받아 그 위세를 떨치던 중 집안에서 황제의 비가 나와 더 위풍당당해졌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들 중 제대로 된 인물은 적고 그런 세습 부자들의 후손들이 그렇듯이 주색과 도박에 빠져 이루 말할 수 없는 방탕과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법이 무용지물이어서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더 당당하게 살았다.

이런 시점에 그 집 안에 독특한 인물이 나오니 그가 가보옥이다. 그리고 가비가 친정 나들이를 한다고 두 가씨 집안을 터서 지은 곳이 인공 낙원 대관원이다. 가비가 그곳에 그녀의 자매와 사촌들을 비롯한 집안의 젊은 여인들과 보옥이 함께 모여 살도록 명하여 그곳은 마치 아름다운 여인들의 행복만이 가득할 것 같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그때부터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 전에 그곳에서 아버지가 집사로 있지만 자신만이 노비에서 풀려 관직에 올라 명판관 소리를 듣는 뇌상영은 살인을 예고하는 것 같은 시를 보고 가보옥과 함께 사건 해결을 하려하지만 사건은 기이하다 못해 해괴한 형태로 일어나 뇌상영을 혼란에 빠트리고 사람들은 계속 살인사건을 접하게 된다.

살인 사건은 모두 기괴하게 일어난다. 하나의 살인이 일어나 상을 치르던 중에 또 살인이 일어나고 집안의 우환을 위로하고자 베푼 연극공연 중에도 살인이 일어나고 사람이 방안에서 있다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사체로 발견되기도 하고 사람들이 보는 와중에 원혼이 등장하기도 하는 참으로 표현하기 힘든 미스터리 사건의 연속이다.

현대 추리소설처럼 긴장감이나 독자를 확 사로잡는 것은 아니고 느리고 더디게 진행되면서 탐정이 변변하게 사건에 관여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읽어야 할까 보다는 살인의 미스터리이자 한 집안의 미스터리, 나아가서는 한 시대의 미스터리로 보면서 그 자체를 그대로 읽어 나가야 할 작품이다. 결국 범인은 끝에 가서 알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나 탐정이 아닌 한 시대, 한 가문의 일대기이기 때문이다. 그 일대기를 보여주기에는 작품의 분량이 적을 수도 있지만 홍루몽을 읽은 독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홍루몽을 읽지 않은 독자는 이 작품을 읽고 홍루몽이 읽어질 거라는 점은 틀림없다.

모든 것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인데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소설 속에서나 현실 속에서나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 홍루몽, 홍루의 꿈 또한 그저 꿈이었을 뿐이다. 아마도 자신들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 깨어나면 부질없는 꿈일 뿐이라는 환상을 여전히 망각하고 꿈이면 꿈인 대로, 현실이면 현실인대로 그렇게 제 맘껏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보옥의 사라져가는 미소만큼 덧없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마지막 사건에서의 어이없음은 뒤로 하고라도 작가가 보여주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시대극을 넘어서는 추리소설로의 충분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역시 원작의 힘이 컸던 탓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뭐, 그건 또 나만의 꿈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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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두고라도 책표지가 참 아름답네요. 님의 리뷰는 언제나 추천^^

물만두 2007-08-16 19:56   좋아요 0 | URL
읽으심 더 좋을 겁니다. 그다지 추리소설같지 않은 추리소설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