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두 번째 방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0
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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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문학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공포문학은 인간이 살아가는 오늘의 사회를 가장 잘 나타내는 문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공포란 인간의 심리의 한 표현이다. 인간은 왜 공포를 느끼는가? 어떤 공포를 느끼는가? 우리에게는 어떤 공포가 존재하는가를 알려주는 공포문학은 그래서 중요한 장르로 평가받아야 한다. 사회학자를 통하지 않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혹은 알았더라도 그것을 공포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사회의 병리현상 정도로, 나와는 무관하게 여겼던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김종일의 <벽>은 인간의 얼마나 사소한 것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는 존재인지를 알려준다. 살면서 가장 우리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집을 장만하고 아이를 가지고 승진을 하고 하는 일들을 한꺼번에 맞이하게 된 부부가 그때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시작은 위층의 소음 때문이었지만 그들은 가장 중요한 서로가 공명하는 존재임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 그때 정작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고 만다. 부부가 소통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공포는 없는데 잃어버리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은호의 <캠코더>는 병원이라는 공포의 기본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병원이라는 곳이 절망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점이다. 아픈 사람들이 살아서 희망을 가지고 돌아가기도 하고 절망 속에 최후를 맞이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곳은 어떤 곳보다 어쩌면 더 편견이 심한 곳일지도 모른다. 아니 자신들의 고통을 누군가에게 쏟아내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들의 공포 속에서 이해와 연민은 사실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이 찍히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믿었던 조상들의 모습은 캠코더에 찍히면 죽는다는 공포와 어쩌면 같은 것은 아닐까?

최민호의 <길 위의 여자>는 편견이라는 공포 속에 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슬픈 작품이다. 누군들 그러고 싶으랴마는 극단적인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가 폐쇄적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왜 변하지 않는 지, 우리 사회의 경직성이 언젠가 우리에게 더 큰 공포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공포를 포함해서.

김미리의 <드림 머신>은 SF적이면서 미스터리 스릴러의 느낌을 준다. 악몽이라는 공포는 누구에게든 있는 것인데 그것을 평범함 속에서 마지막의 기화시킨 점이 좋았다.

김준영의 <통증>은 잠재의식 속의 공포가 드러나는 점이 기묘하면서 좋았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봐도 좋은 작품이었다. 1편에서도 이런 작품을 본 기억이 있지만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괜찮았다.

안영준의 <레드 크리스마스>는 이 단편선 가운데 가장 사회성 짙으면서 현실적 공포를 잘 나타낸 작품으로 꼽고 싶다. 매일 밖에 나가시는 칠순의 아버지께 아이들은 피해 다니시라고 말씀을 드린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정말 읽는 내내 피가 끓어올랐다. 왜냐하면 이런 일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벌써부터 십년 뒤가 걱정이 된다. 그 부모에 그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사회 현상을 만들어낼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 그 자체다. 아이들을 위해 부모자격증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신진오의 <압박>은 처음부터 어떤 공포이고 어떤 전개가 될지 너무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재미있었는데 마지막의 이유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아니면 어설픈 이유도 뻔한 것이라 생략한 것인가? 잘 모르겠다.

황희의 <벽 곰팡이>는 미국에서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겪는 언어의 공포, 불안정함의 공포, 그리고 인종차별의 공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돌아오지 못하는 공포가 아닐까 싶다.

이종호의 <폭설>은 자연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알려주는 광기어린 공포를 그리고 있다.

1편보다 더 좋은 작품도 있었고 비슷한 작품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작품들이었다. 공포 스릴러나 미스터리 호러적인 작품으로 손색없는 단편들이다. 마지막 무더위를 쫓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단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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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3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편, 한 편이 모두 현대인의 내재된 공포심리를 반영하는 것 같네요.
알차고 명료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늘 꾸준하신 물만두님! 추천^^

물만두 2007-08-13 16:17   좋아요 0 | URL
이 공포 단편집이 그래서 강추할 수 있답니다^^ 감솨~

한잔의여유 2007-08-1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품 하나하나마다 짧은 리뷰를 다시다니 ^^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스포일러도 살짝 벗어나는 센스하시며 좋은 리뷰였습니다.

물만두 2007-08-13 17:05   좋아요 0 | URL
원래 단편집은 이렇게 리뷰를 씁니다. 안 그러면 제가 혼동을 하거든요. 저를 위한 거죠^^ 그리고 스포일러는 예전에 너무 많이 써서 이젠 피해가는 법을 알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