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모양 상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0
조 힐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헤비메탈보다 데스메탈에 가까운 음악을 하고 기괴하고 이상한 것을 팬에게 선물 받거나 수집하는 나이 오십이 넘은 로커 주드의 매니저에게 이메일이 온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죽은 아버지의 양복과 그 영혼을 판다는 내용인데 주드는 보자마자 그냥 낙찰가에 사고 만다. 그리고 그 양복은 검은 하트 모양 상자에 담겨 오는데 그 하트 모양 상자는 그 옛날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사주던 초콜릿 상자와 같은 모양이었다. 그 양복이 도착하고 나서 주드는 진짜 유령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돌려주려고 원주인에게 전화를 건 순간 그것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꾸며진 유령의 저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매니저가 자살하자 그는 유령이 자신과 여자 친구 메리베스를 죽이기 전에 퇴치하기 위해 그 상자의 주인을 찾아 플로리다로 간다.

사실 처음에는 이 유령이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음모라고 생각했다. 주드에게 복수하기 위한 살아 있는 누군가의 기가 막힌 연극이거나 재산을 노린 누군가 그를 자살하게 만들려는 속임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유령이 등장하더니 점점 유령은 자유자재로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가 최면술에 능했던 사람이라는 것과 메리베스 이전에 같이 살았던 여자의 언니에게서 들은 내용과 그의 꿈속인지 생각인지 머릿속을 파고드는 장면들이 예사롭지 않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유령이 등장해서 위협을 끊임없이 가하지만 그의 존재는 살인마와 다르지 않아 한 편의 호러 작품이 아닌 미스터리 스릴러로 볼 수 있었다. 내용도 미스터리 작품에 어울리는 소재로 어린 시절 상처 입은 사람들과 여전히 상처 입히고 있는 사람들, 죄의식과 자기반성, 그런 것들이 등장해서 작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드와 메리베스는 살기 위해 유령을 불러내기도 하고 유령을 퇴치하기 위해 개들이 달려들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주드가 다시는 찾고 싶지 않았지만 찾을 수밖에 없었던 떠나온 고향집, 죽어가는 아버지가 누워 있는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유령은 먼저 와 있다.

내가 스티븐 킹과는 좀 맞지 않는 점이 있다. 조 힐이 스티븐 킹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와 같은 분위기라면 읽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그나마 읽을 수 있었던 <미저리>와 분위기가 비슷해서 볼만 했다. 읽는 동안 이 작품이 왜 미저리와 비슷하게 느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닮았다. 죽어서까지 갖고 싶은, 파괴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묘사한 점과 소설이 음악으로 바뀐 점과 팬이 유령으로 바뀐 점이 다르고 한정된 공간에서의 갇혀 있는 점과 도망 다닌다는 점이 다르지만 내가 볼 때는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점은 소설은 작가의 창작의 산물로 승화되지만 팬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도 생기지만 음악은 고통 그 자체로 통하는 사람에게만 전달된다는 점이다. 그런 음악은 자신의 저승길에서도 듣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자신과 함께 하는 그런 영혼의 한 부분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왼손이 다치면 오른손으로 기타를 잡고, 다시 오른손이 다치면 왼손으로 잡는 한이 있더라도 버리지 못하는 것, 그런 마력에 대한 생각이 다른 주인공이 작품을 다르게 보게 만들고 있다. 또한 그런 점이 스티븐 킹보다는 조 힐이 내게 좀 낫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니 어떤 영화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 작품에서의 감동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스릴과 서스펜스만 등장시키면 안 되는데 걱정된다. 착하던 아이가 갑자기 나쁘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에서 간과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자폐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처럼 그들도 자신의 몸에 상처를 주고 인생에 상처를 남겨 자신의 아픔을 보여주면서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몸짓은 더 나은 자들에게 보내는 S. O. S 신호인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외면하거나 왜곡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런 많은 주드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주드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스피디한 전개와 유령이 등장하는데도 전혀 무리 없이 진행되는 흐름이 한 여름 더위를 날려주기에는 그만인 작품이다. 호러라고 생각하면 호러로 볼 수 있고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생각하면 또 그렇게 볼 수 있는 조 힐의 독특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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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것도 장바구니에 넣어야 겠군요...^^

물만두 2007-07-18 11:55   좋아요 0 | URL
흐흐흐^^ 이 작품 괜찮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