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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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로 살다가 갱생의 길로 가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골수이식등록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골수가 필요한 환자를 위해 기증도 하고 다시 태어날 생각으로 밝은 미래로 한걸음 내딛던 야가미는 혹시 몰라 자신과 방을 바꿔 살던 사람에게 돈을 좀 빌릴 요량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마련한 집에 들렀다가 그 남자의 기괴한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단서를 찾을까 싶어 남자의 노트북과 핸드폰을 챙기던 중 세 명의 남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도대체 이 남자들은 왜 야가미를 쫓는 것일까?

한편 경찰에서는 사라진 시체에 대한 내부 감사를 펼쳤지만 아무 소득 없이 끝나고 이후 이상한 모양의 변사체가 발견되는 연쇄살인사건을 접하면서 중세 영국에서 있었다는 그레이브 디거라는 유래를 알게 되고 시신마다 공통점이 골수이식등록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것과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야가미를 추적하게 되고 야가미는 이제 정체불명의 세 남자와 그레이브 디거, 그리고 자신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하려는 경찰을 따돌리고 자신의 소원인 골수이식을 위해 무사히 병원에 도착하기 위해 한 밤에 도주를 펼친다.

그레이브 디거는 마녀 사냥과 종교재판이 판을 치던 중세에 종교재판관을 벌하기 위해 무덤에서 되살아나와 그들을 살해하여 증표를 남기거나 불 없이 불태워 죽였다고 한다. 지금 이 시대에 왜 그레이브 디거가 등장해야 하는가? 그레이브 디거가 사냥할 종교재판관이 사라진 오늘날 그 역할을 하는 이는 누구인가 이 작품은 묻고 있다.

<13계단>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답게 빠른 전개와 짧은 시간에 숨 막히게 벌어지는 일들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미 왜? 라는 의문을 알아버린 상태에서는 조금 스릴은 떨어졌다. 물론 이것이 다는 아니지만 ‘환불 보장’까지 내세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래도 매력적이긴 하다. <13계단>에서도 약간의 모자람을 사회성 있는 문제를 끌어들여 미스터리의 미숙함을 덮었듯이 똑같이 이 작품에서도 작가는 진정한 정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감찰계의 겐자키가 나이 많은 부하직원인 니시카와의 뜨악해 하는 이유를 알게 되는 것과 후루데라가 범죄자인 야가미를 감싸는 이유를 알게 되어 진정한 정의가 존재하느냐는 점을 알아가는 것에 있다.

진정한 정의는 없다. 민주주의란 51명을 위해 49명의 의견이 무시되는 제도다. 거기에 돈과 권력지상주의인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는 한 정의는 돈과 권력을 가진 자의 몫이며 돈 없고 힘없는 자에게는 그 어느 것 하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정의에 대해 재정립 하려고 하고 조금이나마 희망을 나누고자하는 야가미와 같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작품의 화두는 정의의 문제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3계단>에서도 그렇고 이 작품에서도 그렇고 결국 사회가 그래도 지켜야 하는 것은 이것인데 어떻게 이것을 회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함께 고민해본들 머리만 아플 일이겠지만 고민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존재의 이유를 생각해야 하고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므로 역시 작가와 함께 나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야가미 혼자 종횡무진 힘들여 뛰어 다녔다. 그 결과 이 작품은 빛날 수 있었다. 작가에게 야가미가 뛰어다닐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 쏟은 점에서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너무 포장하려 애쓰다보면 나중에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뭐, 이것이 바로 일본추리소설의 힘이니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고.

아무튼 어디서 소재를 가져와서 이렇게 잘 섞어내는 지 그 자료를 모으는 기술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매번 속으면서도 중독되는 것은 아마도 이 그럴듯한 포장 기술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역시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냥 빵을 아무렇게나 둘둘 말아 파는 것과 예쁘게 포장해서 파는 것 중 어떤 것이 잘 팔릴지는 자명한 이치니까. 그 안의 것이 그냥 빵이라고 해도 같은 값이면 이런 작품을 읽을 테니 어쩌면 ‘환불 보장’이라는 것을 내세울 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야가미 때문에 환불하지 않는 줄이나 아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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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가미가 돈빌리러 간거군요..중간에 바뻐서 읽다가 쉬었더니 기억이 안나는 군요. 된장,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라 맨처음에 후딱읽었는데...

물만두 2007-07-12 18:43   좋아요 0 | URL
맨처음에 나오죠. 어떻게 이 작품을 쉬었다 읽으셨어요^^;;;

비로그인 2007-07-12 22:58   좋아요 0 | URL
긍까요. 참나..다른 작품도 아니고....

물만두 2007-07-13 10:18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