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론
리사 가드너 지음, 박태선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경찰 특수 작전팀 저격수 요원인 바비는 출동 명령을 받고 남편이 아내와 아이를 권총으로 위협하려는 것을 목격한 뒤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남편보다 먼저 방아쇠를 당겨 남편을 사살한다. 그리고 그는 늘 있던 심각한 가정불화를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그가 지옥문을 두드린 시발점이라는 걸 몰랐다.

캐서린은 어려서 한 남자에게 납치되었다가 간신히 살아 돌아온다. 그리고 그 남자를 감옥에 집어넣는다. 시간은 25년이 흘렀고 그녀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에 폭군이었고 아이는 이유도 없이 아팠다. 남편과 시부모는 그것을 캐서린 탓으로 몰아세웠다. 캐서린은 다시 궁지에 몰렸는데 남편이 죽자 이번에는 시부모가 양육권 소송을 낸다.

바비에게는 살인죄로 형사고발을 하고 캐서린에게는 양육권 소송을 하자 캐서린은 바비에게 공동 전선을 펴자고 하는데 이때부터 캐서린이 친하게 지낸 아이의 주치의와 유모가 살해된다. 여기에 바비는 경찰들에게 캐서린과 공모해서 그들을 살해했다는 의혹이 드리우고 바비는 자신에게 타협을 제시한 판사에게 의심의 눈길을 돌린다. 여기에 다시 등장한 25년 전에 캐서린을 납치한 남자가 가석방되어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다. 그는 점차 캐서린에게 다가오고 있다.

한 사람이 어린 시절 심각한 일을 겪으면 그것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상처를 극복하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그 상처를 이용하려고 들기도 한다. 그 상처가 다른 사람에게는 이용할만한 약점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판 잔학기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좀 더 미국식으로 와일드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하지만 그 반전과 스릴과 섬뜩함을 뒤로하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한 여자의 어둠이다. 그 깊은 절망과 살기위한 몸부림을...

그리고 다른 것도 생각하게 된다. 사형폐지론자들이 말하는 감형 없는 종신형이란 실현될 수 있는 일인가? 20세에 소아성폭행 전과가 있는 사람이 25년을 감옥에 있다가 나와도 그는 45세밖에 안 된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가 70세가 되어 풀어준다 해도 불안한 상황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음을 안다. 그런데 권력과 힘을 가지고 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멀어 이런 자를 풀어 줄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그래서 다시 누군가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된다면, 그래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과연 그것은 그래도 괜찮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생각한다고 바뀌는 것은 별로 없겠지만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나마 낫지 않을까 싶다.

책의 제목 그대로 ALONE이다.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함께 있을 수는 없다. 누구나 혼자가 될 때가 있고 고립되고 외롭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혼자 누군가의 구원을 애타게 기다릴 때, 나의 가족 누군가가, 내가 아는 누군가가 그럴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면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밖에 없다. 그 어둠 속에서 각기 자신의 살 길을 찾는 사람들의 방법이 우리를 찾아온다.

이 여름 보면 좋을 만한 작품이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도 긴 여운의 그림자는 계속 남을 것이다. 빠른 결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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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7-1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영화로 만들면 좋을 책이군요..^^

물만두 2007-07-10 12:55   좋아요 0 | URL
네, 영화같은 작품입니다^^

Apple 2007-07-1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판 잔학기라니..재밌나봐요!!!+_+저도 다음에 이거 사야겠어요!!

물만두 2007-07-10 16:18   좋아요 0 | URL
비교해서 보시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물론 재미로 접근할 소재는 아니지만 나라에 따라 시각차와 담아내는 표현의 차이, 그리고 반응하는 사람의 차이를 잘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