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3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3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원 제목이 The Sinner다. Sinner는 종교적 의미로 죄인, 죄 있는 사람, 죄 많은 사람, 믿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는 어려서는 천주교를 믿었지만 지금은 믿지 않게 된 두 여성 주인공인 마우라와 리졸리를 뜻하는 불신자(不信者)가 아닐까 싶다. 특히 책의 관점이 법의관인 마우라 아일스를 통해 서술되고 있으니 마우라를 지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해지고 있다지만 절대 범죄가 저질러지지 않을 곳, 범죄의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되는 곳으로 우리는 흔히 종교시설을 생각한다. 그곳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범죄자로부터. 그런데 그런 일이 발생한다. 그것도 나이가 많은 수녀들만이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수녀원에서 오랜만에 들어온 젊은 수녀와 나이 든 수녀가 침입자의 공격을 받고 젊은 수녀는 죽고 나이 많은 수녀는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신원 미상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그 여자는 한센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 밝혀진다. 이 각기 달라 보이는 사건은 FBI 수사관인 딘이 등장하면서 연결된다. 

 

작품은 끊임없이 사랑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성자로 나선 마우라의 전남편의 모습에서 그에게 돌을 던지기는 힘들다. 1달러벌이도 힘든 나라에서 병이 든다는 건 그 병이 연고만 바르거나 치료만 금방 받으면 나을 수 있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를 낳은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죽은 젊은 수녀에게 사랑과 믿음은 구원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려준다. 또한 임신한 리졸리가 큰 오빠만을 응석받이로 키운 어머니의 사연을 듣고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한 것도 사랑 때문이다.

 

이 작품의 결말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가 모르던 인도의 보팔 사건을 알게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선진국이 후진국에게 저지르는 대표적인 산업적 기만행위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런 시설이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재정이 열악하고 또한 가난한 동네라면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그 나라 정치인과의 이해관계만 맞아 떨어지면 어느 나라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이 벌인 페놀 방류 사건이 있고 미군이 포르말린을 방류한 사건도 있다. 이것으로 보팔에서와 같은 인명을 앗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잠재적 위험은 어디에나 있고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그런 일이 있어 영화나 책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무엇이 중요한가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에는. 인간이 가진 사랑과 믿음이라는 것 그 자체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해서 존중하고 중요시할 것이냐 아니면 그것을 값을 매겨 그 가치를 구분 지을 것이냐의 문제다. 개인도 사랑과 믿음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개인의 일도 마우라를 보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마치 큰 선을 베풀기 위해 작은 악은 눈감아줘야 한다거나 공룡 하나 만들어 먹여 살리자고 수많은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면 아마도 언젠가 신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공룡의 씨를 말릴 빙하기는 올 것이다.

 

참, 제인 리졸리 시리즈인데 리졸리에 대해서는 마우라가 보는 시각에서만 나온다. 마치 마우라가 주인공인 것처럼. 리졸리는 갑작스런 임신으로 걱정이 가득하니 마우라와 바톤터치를 한 것 아닐까 싶다. 아니면 이후 작가는 이 두 사람을 커플로 전개하려는 포석일 수도 있고. 암튼 결혼한 리졸리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나저나 범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나왔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 물론 전작과는 다르게 범인을, 살인을 부각시키는 작품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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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7-06-3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인도의 보팔 사건 저도 알고 싶네요.예전에 아프리카 네슬레 사건 알고도 어찌나 놀랐었는지요.

물만두 2007-06-30 11:40   좋아요 0 | URL
작가가 그 작품에서 소재를 얻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