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
김영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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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리 멀지 않은 예전에, 그리고 오늘 날에도 뻔히 벌어지고 있을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아마 이것은 어쩌면 인간이 존재함과 동시에 짊어지게 된 수 많은 죄 중 하나일 것이다. 한 집안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 돈에 쪼들려 유산을 미리 달라고 조르던 큰 아들이 범인으로 잡힌다. 그는 너무 쉽게 자백을 한다. 그 사실을 전해들은 예비 신부가 될 공부 중이던 작은 아들이 달려와 형의 무죄를 입증하려 애를 쓴다. 하지만 형은 그것은 더 큰 지옥을 여는 길이니 돌아가라 한다. 

 

그때 그가 돌아갔더라면, 형을 사랑하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없었더라면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어떤 이에는 손쉽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고통을 넘어 자신의 모든 것과 바꿔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 사랑이 전해졌다는 것 그것만으로 엔딩을 맞이한다. 

 

사람이 신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우연의 길과 필연의 길을 어찌 알 수 있을 것이며 자신의 운명과 선택이 온전히 자신만의 것임을 어찌 확신할 수 있겠는가. 그 모든 것을 어쩌면 신이 정해 놓으신 것인지도 모를 일인데. 그러므로 티끌보다 보잘것없는 인간은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전히 세상은 정글과도 같아 제 새끼 돌보지 않는 존재는 이미 그 생명을 포기한 것과 같다. 부모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한 존재가 누구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지, 원숭이도 죽은 새끼를 안고 애달아한다는데 금수만도 못한 인간이 어찌 감히 영혼을 논할 것이며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신은 믿는 자들에게는 그들만의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모양이다. 

 

살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생명을 앗아가는 살인이고 다른 하나는 영혼을 앗아가는 살인이다. 살아도 죽은 것 같은 삶과 죽어도 산 것 같은 삶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것이 더 낫다고 여기고 택하겠는가? 그럼 목숨을 빼앗는 살인과 영혼을 빼앗는 살인 중에 어떤 살인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가? 둘 다 나쁘다. 그런데 벌은 한쪽만 받는다. 이것은 공평한 정의가 아니고 인간이 바라는 진실도 아니다. 그것이 인간의 손이 아닌 신에 의해 주어질 죄라고 말한다 해도 최소한의 정의, 사랑은 남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야 신이 만든 세상이 점점 더 황폐하게 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아볼 것 아닌가. 

 

뭐, 마지막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읽은 뒤 남겨진 것들이 나를 주체하지 못할 사념에 빠지게 하고 있다. 간단한 이야기 속에 실한 내용이 들어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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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6-1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 바탕에 적응이 안 될려고 해요. 그래도 물만두님 서재니 앞으로도 열심히 드나들께요. 건강 잘 챙기시구요, 늘 행복하세요. ^ ^.

물만두 2007-06-1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랑 바탕이 밝고 좋잖아요^^ 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