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심판자 밀리언셀러 클럽 59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우리네 옛말이 있지만 나라님 믿고 자식이 크는 거 아니고 꼭 돈이 많아야 아이들이 잘 자라는 거 아니라는 거 알지 않나 싶은데 도대체 부모 자격시험이라도 보게 하고 아이를 낳게 해야 하는 건지 자신들의 손에 한 아이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잘못 살 생각일랑 못할 것도 같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한숨만 나온다.

 

가난한 워싱턴 디시의 동네에서 나고 자란 흑인 아이들의 미래는 누가 봐도 뻔하다. 마약을 하거나 갱이 되거나 죽거나. 그들 중 부모가 있어 잘 자란 아이도 드물게는 있다. 또 백인 아이들도 가출을 해서 그 거리에서 포주에게 잡혀 매춘을 하기도 하니 전적으로 피부색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느껴진다. 가난은 피부색과 상관없이 온전히 그 사람의 몫이니까. 통계가 무슨 상관있겠는가.

 

그래도 아직 십대의 어린 아이들이 마약을 팔고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고 여덟 살의 어린 아이가 총에 맞아 죽고 열 네 살의 어린 아이가 몸을 팔아야 하는 세상을 과연 이렇게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인지 읽는 내내 답답했다.

 

한 명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아이들이 생긴다.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신경도 안 쓴다. 작가는 작품마다 외치고 있다. 총기규제 하라고. 하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그저 부자만, 부자인 백인만 또는 가난한 흑인이 싫어하는 부자가 된 흑인만 잘 살면 그만이다. 흑인 중에 그래도 부자가 된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가난한 자신의 형제들을 위해 미식축구 유니폼 하나 마련해주지 못하는 걸까?

 

부모가 방치한 아이들을 정말 그들 말처럼 그때 굶주리고 책 한 권 살 돈이 없을 때는 거들떠도 안보고 범죄를 저지르고 난리를 쳐야만 주목하는 걸까? 데릭은 생각한다. 한 사람의 선한 사람의 목숨과 한 사람의 악한 사람의 목숨을 바꿔도 되는 걸까... 나도 고민을 했다.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있는 법이다.” 착한 일을 하면 복 받게 되어 있다고. 그런데 요즘은 이런 말씀 안하신다. “악한 놈들이 더 오래 산다더라.” 왜 세상은 조금도 더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정말 한때는 자기만 잘하면 그래도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부모도 돌보지 않은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가, 어떤 희망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단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난은 어디에나 있고 우리 주변에도 미래가 보이지 않아 절망하고 있는 아이들과 어린 나이에 이미 조직폭력배에 몸을 담고 있거나 매춘을 하는 아이들이 있고 그런 아이들 뒤에는 무언가 어긋난 부모들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있게 마련이니까. 부모가 가출을 하고 방치된 아이들, 조손가정의 아이들,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여도 학대받는 아이들이 있는 한 어른인 우리들은 아이들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너무 리얼하고 속어와 은어, 거친 말들이 난무하는 작품이지만 이것이 진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목이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것 또한 당연하다. 우린 그동안 그것의 불균형적인 작품들을 너무 많이 접한 까닭에 이런 작품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보시기를 권한다. 현실이 소설처럼 그렇게 하루 종일 맑다가 약간 흐림만 있는 일기예보 같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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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7-06-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이거 넌픽션이지요? 휴...읽고나면 무거운 마음이 되겠지만 그래도 읽고 나름 노력해보렵니다.

물만두 2007-06-0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넛공주님 이거 픽션입니다.

도넛공주 2007-06-08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다행(?)이라고 해야할지..하긴 현실은 더 척박하겠네요.

물만두 2007-06-0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넛공주님 전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는 사실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