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에 키스하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소설이 안 써지게 되어 버린 샘은 서점 사인회에서 베로니카라는 여자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 살던 동네 크레인스뷰에 들르게 되고 거기서 기가 막힌 소재를 찾아낸다. 그것은 자신이 어린 시절 동경하던 대상이었던 폴린의 사체를 발견하게 된 사연이다. 그녀는 살해당하고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녀를 살해한 죄를 인정하고 감옥에서 자살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경찰 서장이 된 친구가 어쩌면 범인은 따로 있을지 모른다고 얘기한다. 샘은 그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그때부터 진짜 범인이 나타난 것인지 살인이 다시 시작되고 미지의 범인은 그에게 책 쓰기를 강요한다. 또한 폴린이 환생한 것은 아닌지 생각되어지는 베로니카의 정체가 하나씩 밝혀져서 샘은 폴린과 베로니카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게 된다.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벌집에 키스하기라... 벌집에 키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벌집인 줄 몰랐거나 알지만 그 안에 너무도 달콤한 꿀이 가득하다는 유혹에 져서 키스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 벌집은 폴린을 의미한다. 도대체 어떤 여자가 벌집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벌집에 기꺼이 키스하려는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하나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추리소설인 동시에 한 여자, 아니 두 여자의 사랑에 대한 로맨스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한마디로 추억에 키스하기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인생에 키스하기이기도 하다.

 

지나고 나면 그 시절은 미화된다. 누구나 한가지쯤 어린 시절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그렇게 가슴속에만 간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꺼내서 들춰내는 순간, 미화된 것의 진실 혹은 사실을 파헤치려 하는 순간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벌집을 건드린 것과 같이 끔찍한 벌에 쏘이게 된다. 물론 지난날이 그러하듯 인생 자체도 마찬가지다. 늘 살면서 지뢰를 피해 다니고 싶어 하지만 지뢰를 피했나 싶으면 벌집을 건드렸다는 걸 깨닫게 되고 따라오는 벌들을 피해 도망 다니기 급급한 것이 어쩌면 우리네 인생인지도 모른다. 러시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진실은 벌과도 같다. - 곧바로 눈을 향해 덤벼든다.’ 그러니 진실과 거짓, 추억과 현실, 사실과 환상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떤 것이 내 눈을 찌를 벌인지 어떻게 알 것이며 찔린 뒤에 후회 혹은 깨달았다한 들 무슨 소용일까 싶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작가의 작품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마치 ‘지금까지의 내용은 모두 소설 속의 이야기였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허구 안에서 진실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튼 크레인스뷰 3부작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고 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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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7-05-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크레인스뷰 삼부작이 궁금하던 거였는데
기대를 걸어도 좋겠군요!

물만두 2007-05-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저도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