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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닝소녀
구로다 겐지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언니와 동생... 늘 비교당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형제, 자매란... 그러면서 그들은 애증의 관계를 형성한다. 때론 사랑하지만 때론 미워하며 가장 가까운 친구이면서 가장 지독한 적일 수도 있는 존재로 운명 지어진 존재들이다. 늘 그렇듯 잃은 뒤에 소중함을 깨닫는 법인데 그 잃은 뒤에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 어떤 존재로 자신의 기억 속에 사랑하는 형제를, 자매를 각인시키느냐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갑자기 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언니의 서랍에서 이상한 수첩을 발견한 동생은 언니의 사고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자신의 실력으로는 어림없는 언니가 다니던 대학에 들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는 스스로가 혼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내 존재 따위는 늘 무시당하기 마련이라고 위축되곤 한다. 하지만 그건 책에도 나오지만 스스로가 벽을 쌓고 곁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가갈 여지를 준다면 누군가 반드시 자신을 바라보고 다가와 주는 친구가 있게 마련이다.
그 세 명의 친구들... 전교 1등의 똑똑한 수재와 못 만드는 것 없는 척척 공학박사와 달리기만큼은 뛰어난 친구들이 뭉쳐서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특명! 컨닝을 해서라도 대학에 들어가자! 그렇다면 이 책이 컨닝을 권하는 책일까? 아니다. 컨닝이라는 수단을 통해 교육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자신의 체면 때문에 학생의 기를 꺾는 교사, 성적이 학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교사와 귀찮은 것이 싫어서 학생들에게 학점을 그냥 주는 교수, 인정사정 보지 않고 무조건 원리원칙만을 고수하는 조교... 이들과 세 명의 학생을 비교하면서 우리가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부모들은 성적만 잘 나오고 명문대에 진학하고 취직 잘하고 무난하게 결혼해서 살면 그것이 자식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한번쯤 ‘지금 행복하니?’라고 물어본 적이 있을까? 물론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해보니 역시 대학을 나오는 게 안 나오는 것보다 낫고 기왕이면 명문대를 나와야 출세 길이 열려 평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자식은 내가 이미 갔던 길을 좀 더 쉽게 가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진짜 그렇게 안 되어서 불행한지, 되어서 행복하신지 물어보고 싶다. 왜냐하면 행복은 개인에게 달린 문제지 천편일률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볍게 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볍게 볼 수 있지만 이 책 안에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고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던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구성원이 많다면 그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우리가 지금 아이들에게 미래의 행복이라는 것을 담보로 컨닝보다 더한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