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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2 ㅣ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1년 전 여름 일명 외과의사라 불렀던 살인마를 잡기 위해 입은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그를 모방한 것 같은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제인 리졸리는 사건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외과의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동료 형사들과 심리학자마저 그녀의 그런 느낌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여기며 정신과 상담을 받으라고 한다.
천하의 제인 리졸리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을 자존심에 죽고 사는 경찰이 아니던가 말이다. 여기에 갑자기 등장한 FBI 요원이 그녀의 신경을 긁는다. 왜 이 사건에 FBI가 등장한 것일까? 결코 말하려 하지 않는 그에게서 제인 리졸리는 자존심에 금이 가고 만다.
하지만 제인 리졸리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그것도 심각한 쪽으로 외과의사는 탈옥을 해서 경찰들이 지배자로 부르던 살인마와 함께 살인 행각을 벌이고 그들은 외과의사와 견습의사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그들의 목표는 외과의사가 잡았다가 도리어 붙잡히게 된 제인 리졸리라고 외과의사는 여기저기 흔적들을 남겨 리졸리가 공포에 떨게 만든다. 리졸리의 자존심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전작에서 보면 제인 리졸리가 왜 자존심 하나로 매사에 남자보다 더 경찰답게 처신하려 애를 쓰는지를 알 수 있다.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받은 가정에서의 상처와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상처, 그리고 경찰에서 아직도 여자 경찰을 대할 때 남자들이 드러내는 마초적인 발상 때문이다. 제인 리졸리는 이런 것을 자존심 하나로 헤쳐 나가려고 한다. 그것으로 다른 모든 것이 희생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러나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나이 든 경찰의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이제 제인 리졸리도 변신을 꾀할 모양이다. 그 변신 후의 모습이 기대된다. 아마도 제인 리졸리의 모습은 이 작품의 성격을 떠나서 대부분의 커리어 우먼들이 직장에서 겪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쉽게 말하면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관>에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에 등장한 조디 포스터가 스카페타 대신 등장한다고 보면 된다. 스카페타 시리즈에 등장하는 연쇄 살인의 묘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제인 리졸리의 사건 해결과 어떻게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본다면 두 작품의 재미와 독특한 캐릭터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된다. 그것만으로도 제인 리졸리를 만나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볼 만 하다. 이 시리즈 무척 기대된다.
우리가 외면하던 여성에 대한 사건을 여성인 제인 리졸리를 통해 해결하고 있는 이 작품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 시리즈의 지향점도 여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와 외면하기가 아닌 대결해서 풀어내기가 아닐까 싶다.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을 범죄들이니까. 이런 범죄가 범인의 생각대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에 의한 것이라면 마땅히 거세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