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의 증언
사이먼 베케트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우선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제목에 대해 좀 언급하고 싶다. 원 제목은 <The Chemistry of Death>다. 그런데 사체의 증언이라는 제목은 좀 삭막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추리소설이고 법인류학자가 등장한다고 해도 좀 더 나은 제목을 붙였을 수도 있는데 제목만 보면 소설이 아닌 논픽션 법의학 책으로 오해하기 쉽게 보인다. 뭐, 출판사가 그걸 같이 노려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자 했다면 또 모르지만. 암튼 마음에 안 드는 제목이다.

 

어디를 가든 자기의 직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탐정이 가는 곳에 언제나 사건이 생기듯, 아니 사건이 해결되기 위해 탐정이 간 거라고 드라마 <탐정 몽크>에서는 위로해주기는 하지만 아무튼 아내와 아이를 사고로 잃고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무작정 신문에 난 구인광고에 따라 한적한 작은 시골로 내려간 데이빗은 3년이 지나 이제 슬슬 시골 의사가 되었다고 생각하던 시점에 사건을 접하게 되고 그의 직업은 들통이 나고 만다.

 

어느 곳이든 사건은 있게 마련이다. 수치상의 문제는 피해자에게 단순히 숫자일 뿐이다. 대도시에서 범죄가 많건 시골에서 범죄가 적건 간에 단 한명이 시골에서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피해자에게는 최악의 곳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곳도 범죄자가 있는 곳이라면 피해자는 숨을 곳이 없다는 얘기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시골이라는 폐쇄성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연대감과 이방인에 대한 다른 시각이다. 그것은 평화로울 때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건이 터지고 자신들의 고장이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과 자신들 속에 범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각은 그들로 하여금 더욱 이방인에게 냉담하게 만든다. 그것은 물론 대도시도 마찬가지지만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고 살기 때문에 상처입지 않지만 시골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그곳을 낙원으로 생각하며 도피처로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의 폐쇄성은 그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에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만이 자신들의 터전이고 영역이라는 것을 빼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동물이 자신의 영역에 다른 동물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것과 같은 본능으로 이방인을 대하는 것일 테고 그것은 거대한 감옥에서, 창살 없는 곳에서 빠져 나갈 의지만 있다면 나갈 수 있지만 그런 의지마저 없다는 것, 아니면 그런 곳이 아니라면 자신의 위신을 더 높일 수 없다는 작은 만족, 허영 등등의 것들을 이방인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점은 아닐까. 모든 주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경단을 조직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의 다른 모습이 아닐지...

 

연쇄 살인이라는 것과 시골의 한적함, 끈적거리는 날씨, 그곳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어우러져서 꽤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현대를 배경으로 전혀 현대적이지 않은, 방식은 현대적이지만 고전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품게 하고 데이빗에 대한 연민으로 끝까지 궁금증을 몰아가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

 

이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한번 읽어봐도 좋을 작품이다. <사이코>의 긴장감을 감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면 감이 잡히시려나? 읽어보시길. 좋은 작품을 놓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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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2-24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Apple 2007-02-24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별로 관심없던 책인데, 사이코라니!!!!!! 저도 봐야겠어요..^^추천감사...

물만두 2007-02-2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 너무 관심이 없어서 말이죠. 법의학서적으로 오해하신 분도 있구요. 의외로 괜찮은 작품입니다^^

Apple 2007-02-2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법의학추리소설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 류는 또 그닥 취향에 맞지 않아서...다음에 책 주문할 때 이것을 겟!

물만두 2007-02-2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 법의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사이코라고 보시면 맞을겁니다. 이 작품도 간만에 보는 정통 서구식 추리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