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에게 고한다 1
사즈쿠이 슈스케 지음, 윤혜원 옮김 / 마루&마야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중국의 덩샤오핑이 ‘흑묘백묘’라는 말을 했다. 정확하게는 ‘黑猫白猫 住老鼠 就是好猫’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중국의 경체정책에 쓰인 말이지만 사실 이 말이 해당되지 않는 곳은 없다.

 

경찰도 ‘흑묘백묘’인 것이다. 좋은 경찰이든 나쁜 경찰이든, 책상에만 앉아 있는 간부든 개 발에 땀나듯 뛰어야 하는 말단 경찰이든 상관없이 범인만 잡으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매스컴도 ‘흑묘백묘’다. 그들에게 어떤 것보다 시청률이 최우선이다. 말로는 어떤 것을 떠들어대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그것이고 그것을 잡기 위해서는 어떤 것도 상관없다. 이것이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매스컴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범인만 잡으면 되고 매스컴은 범인이야 잡히든 말든 - 물론 잡히는 게 더 좋지만 - 시청률만 올리면 그만이다. 시청률이 떨어지면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았지만 할 만큼 했다고 하고 내리면 그만이다.

 

한 형사가 있다. 젊었을 때 영맨이라 불리던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서만 몰두하는 형사다. 하지만 그는 유괴된 아이도 범인도 모두 놓치고 매스컴에 호된 질타를 온 몸에 받고 한직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다시 또 다른 유괴 사건에 불려간다. 그곳에서 간부는 예전의 그를 매스컴에 세웠던 간부다. 한번 맞은 매, 두 번은 못 맞으랴는 심정으로 그는 이제 나이가 그때보다 더 들은 형사를 다시 매스컴에 세운다. 그걸 알면서도 형사는 사건을 맡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단지 범인을 잡고 싶을 뿐이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변한 것이 있다면 그때처럼 쉽게 매스컴과 상사에게 당하지 않을 연륜이 쌓였다는 것뿐. 영맨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 사건에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면서 작품에 깊게 몰입하게 된다.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마력을 가진 작품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 매스컴에 출연하는 것, 타 방송국과 간부의 방해, 그리고 순식간에 동지에서 적으로, 팬에서 안티 팬으로 돌변하는 시민과 주변인들, 그 속에서 묵묵히 범인을 유인하려 고군분투하는 이들,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 작품을 만들어냈다. 작위적이지도 않고 영웅적이지도 않다. 단지 범인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한 형사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아마도 어느 나라에나 이런 형사들이 더 많을 것이다. 비춰진 모습, 매스컴에 나온 모습은 그들의 일부일 지도 모르고 그 모습조차 우리가 다 알고 있지 못한 작은 한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런 형사들을 접하면 욕하면서도 역시 이렇게 묵묵히 범죄 현장을 누비고 잡지 못한 범인과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에 악몽의 나날을 보낼 형사들이 더 많으리라 믿는다. 비판을 하고 질타를 해도 그렇게 믿는 것이 그들의 좌절과 그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함에 대한 작은 보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들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그들을 잃으면 가슴 아플 보통 시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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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3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2-2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흙... 감사합니다.

Apple 2007-02-2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지 않았나요? 나는 재밌었는데 이상하게 인기가 없단 말이야...-_ㅠ
요즘은 보기드문 정통파 소설인데 말이죠...^^

물만두 2007-02-2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 제가 이런 작품 너무 좋아하잖아요. 좋은 작품인데 정말 인기가 없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