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왜 이렇게 열심히 책을 쓰는가? 직접 만나서 꼭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너무나 간단하고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그거보다 더 즐거운 게 없으니까."  ( "국문학 저술가 정민"에서 ) (11)
 
 음..이 책, 달콤한 사탕같은? 입에 넣으면 안좋은 줄 알면서도 끝내 그 달콤함에 끌려 입에 넣고는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그런 느낌?  이빨이 썩어 가도 자꾸만 입에 넣듯 나의 욕망도 커져간다..얼마전 이와 비슷한 느낌의 책 이야기를 읽었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깊은 뿌리, 글을 쓴다는 것, 특히, 잘 쓴다는 것에 대한 성공사례들과 고민거리들을 듬뿍 던져줌으로서 또 한 번 나를 좌절하게 만든다. 다시 한 번 쳇!이다.
 
 18명의 성공한, 우리 시대의 저술가들을 개별 인터뷰를 통하여 만나보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짚어봄으로써 우리시대 글쟁이들의 고갱이를 만나볼 수 있게 해주는 이 책, 한 사람, 한 사람 만날때마다 메모하고 배우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이었다.
 
 왜냐면 나 역시 언젠가는 어떠한 모습으로든 글과 책과 관련한 일에 발을 담그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나같은 이들에게는 이들의 성공사례 이면에 베인 그들의 고독한 시간들, 밤을 세우고 혼자 가는 그 길들이 부럽고도 두려운 길이된다.
 
 앞서간 사람들,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는 그들뒤로 따라가며 바라보는 세상은 흔들리면서도 눈부시다. 정민, 이주헌, 이덕일, 한비야, 김용옥, 구본형, 이원복까지, 모두 좋아하며 만나온 글쟁이들이 아니던가..그리고 공병호, 언제부터인가 생각의 차이를 이유로 끊어버린 글쟁이도 등장하고 자주 만나지는 못하여도 두어번 이상 들어본 글쟁이들, 이인식, 주강현, 정재승, 주경철까지..대분분이 익히 알려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글쟁이도 있었으니 이는 내 독서의 편협함을 나타냄이리라. 임석재, 노성두, 조용현, 허균, 이들은 이 책을 통하여 새롭게 만나보게 된 글쟁이들이다. 다시 읽어야할 리스트가 늘어간다. 또 한 번 쳇!
 
 그리고 만화작가 김세영은 익히 알고 좋아하던 글쟁이이고 출판칼럼니스트 표정훈은 한 때 따라갈 본보기로 삼던 사람이 아니던가…
 
 차고 넘치는 글쟁이들의 이야기속에서 배울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많지만 두가지 공통적인 사실이 있으니 하나는 '독자의 눈높이'라는 글쓰기의 최소 기준 준수(= '대중과의 교감')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글쟁이들이 보여주는 만만찮은 '자기관리'이다. 직장인들보다 더 철저한 시간관리와 자기통제속에서 피어나는 글이라니…술과 낭만과 자유가 어우러진 글쟁이들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천재'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마지막 쳇!이다.
 
 하여 이 책은 글을 써보려는 사람들에겐 가급적 멀리해야 할 책이 된다. [한국의 글쟁이들]이 보여주는 치열한 자기관리를 능가할 수 없다면 그만한 글을 써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일은 허허롭고 쓸쓸하기에…. 
 
 하지만 글과 책 이야기를 즐기기만 하시는 분들은 재미있게 글쟁이들의 속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므로 꼭 한 번 만나보시기를…….
 
 "사실은 거짓말처럼, 거짓말은 사실처럼" / "없는 일은 있는 일처럼, 있는 일은 없는 일처럼"  ( "만화작가 김세영"에서 ) (160)
 
 
2008. 9.12. 새벽, 달은 점점 익어가는데….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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