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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만 접하고는 공작가님이 오지마을의 학교의 모습을 담은.. 아이들이 막 뛰어놓고 자연속에서 더함도 덜함도 없이 행복한 아이들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행복학교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그런 소재가 머릿속에 떠 올랐나보다. 지리산 행복학교는 시문학반, 기타연주반, 목공예반,사진반 등 9개 과목을 배울수 있는.. 뭐 도시로 말하자면 한마디로 '문화센터'같은 곳이다. 도시의 분주한 삶을 떠나 지리산에서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예술가들을 주축으로 탄생한 '지리산 행복학교'. 책은 과감히 도시의 삶을 떠나 지리산을 선택한 수 많은 공작가의 친구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누구나 도시에 지치지만 아무나 도시를 떠날 수는 없다.

지금 그들이 지리산을 등에 지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그곳이 바로 지리산 행복학교다.

 

 

 개인적으로 산과 바다를 선택하라고 하면 난 늘 바다였다. 숲의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은 좋지만 벌레들과 이끼들은 딱 질색 팔색인 나이기에 늘 바다를 선택한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수영을 하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바다에 서면 땡볕아래 쉴 곳이 없어 지치는 일이 많고 물놀이를 즐기지 않는 성격에 사진 몇장을 담고나면 여행이 끝나버리기가 일쑤다. 그런내가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전원생활'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크고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전원주택에 살고 싶단 생각까지 해보게 되는 걸 보면 나도 늙고 있는가보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그녀가 주인공이 아니다.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 도시를 떠난 그녀의 친구들은 1년에 50만원이면 살 수 있는 그야말도 돈이 없어 돈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평화로움을 누린다. 1년에 200만원 벌이면 1년 내내 자장면을 먹을 수 있다며 그 어떤 부자보다 행복해 하는 이들. 꽁지작가의 친구들은 저마다 애칭도 특이해서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 고알피엠 여사, 최도사, 강남좌파 등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매력 또한 가지고 있다. 조용할 것만 같은 시골생활은 시도때도 없이 찾아드는 반가운 친구들덕분에 매일이 즐겁다. 자연과 함께해서 즐겁고 친구가 있어 그렇게 행복한 생활이 더해지는 것이다.

 

 물론 행복이라는 것이 꼭 전원생활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더욱 꼭 지리산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 행복하고 그들이 지리산에 있기에 행복학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리산 행복학교를 연재하면서 지리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었다고 하니 이젠 낯선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친구와 후원자가 되어 지리산은 더욱 북적거리고 배로 행복할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그들은 이젠 지리산에서 처음부터 나고 자란듯 녹아들었다. 공작가는 도시의 삶에 익숙하기에 서울을 떠날 수는 없지만 지리산을 지키는 많은 친구들의 활기 넘치는 모습에 반해 지리산을 자주 찾는 것 같다. 도시의 삶에 지쳤을때, 무언가 생각이 많아질 때, "더도 덜도 할 수 없는 봄날이야."하는 전화 한통에 흔쾌히 "그럼 내려와!"하고 이야기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지리산에 중독이 된 것 마냥 찾게 되는 것이다. 나도 조금더 나이가 들면 저렇게 진국인 친구들을 남길 수 있을까? 시도때도 없는 방문에 환영하고 안방과 냉장고까지 내어주는 스스럼없는 친구들. 자연을 벗삼아 사는 그들의 명랑생활보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천진하고 개구지기까지 해보이는 그들의 우정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억만금을 주더라고 살 수 없는 것이 우정일텐데 그런면에서 공작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책을 읽다보니 나 또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는다. 하지만 완전한 귀농을 꿈꾸기에는 너무나도 소심한 간을 지닌 나이기에 이 책을 읽고 방문했을 수 많은 독자들처럼 '지리산 행복학교 순례코스'를 만들어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뭐 실제로 책에 나온 곳들을 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코스'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팍팍한 삶에 지쳐 귀농을 꿈꾸고 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다시 도시의 품속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건 바로 도시에서 베인 부지런한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부지런히 일해서 악착같이 모으려면 서울서 살지 뭐 하러 여기오냐고. 놀멘 놀멘... 그런 사람들이 여기 귀농에 성공하는 거여." ..귀농조차 <성공>이라는 틀에 가두려고 하니 실패할 수 밖에...

 

 

 



 

 

 

 

 내 삶을 살면서 시간은 내것일 수 없는 도시의 생활. 나 또한 짧은 생을 살았지만 정작 나 스스로를 위해서 시간을 내본게 언제인지 손안에 꼽는다. 욕심을 버리고 물욕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도시 생활이라는 것이 돈이 있으면 한없이 편리한 것 아닌가. 아이들 학원은 어떤걸 보내야 할지, 무엇을 해야 남들보다 여유있게 생활 할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인 도시생활. 환경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그렇지 않은 곳에선 쓸데없는 고민이 될 텐데.. 나의 삶도 돌아보니 매일매일 작은 고민의 연속이고 이 또한 대부분 도시생활자만의 고민이다. 그러하기에 '바람도 아닌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다'면 잠시라도 떠나보자.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는 소설 한편을 신나게 읽어내려간 기분이 든다. 꼭 귀농이 아니라도, 지리산이 아니라도 자연과 친구가 주는 여유로움과 행복이 그립다면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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