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자기만의 삶 속으로 흩어지는 사람들


그림자 노동은 늘어날 것이다. 또한 그림자 노동은 아주 매력적인 방식으로 기업과 조직에 보상을 안겨 주고 있다. 돈도 받지 않고 일해 주는 고객에게 일을 넘겨줌으로써 그 많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하는 자본가는 없을 것이다. 그림자 노동이 사람들의 일과에 통합되면서 사회적 관습과 경제적 패턴, 생활 방식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집단생활을 하며 진화해 왔다. 수렵 채집 활동을 하는 부족에서 농업 공동 사회, 봉건 집단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부족, 친족, 확대 가족의 형태로 살아왔다. 18세기까지 혼자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역사적인 기준으로 보면, 엄마, 아빠, 자녀가 같은 주택이나 아파트에 함께 거주하는 현대의 핵가족조차도 분열을 의미한다. 핵가족은 앞서 수백 년 동안 같은 집이나 가까이서 살던 조부모, 삼촌, 고모, 사촌 등의 친척들로 이루어진 확대 가족에서 떨어져 나온 단위이다.


그러나 이 오래된 집단 형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성인들은 특히 대도시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수가 혼자 살기 시작했다. 애틀랜타, 덴버,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는 가구 중에서 적어도 40퍼센트가 1인 거주자이며, 맨해튼, 워싱턴 DC에서는 절반이 넘는다. 해외로 가면 그 수치가 더 높아지기도 한다. 파리는 50퍼센트가 넘고, 스톡홀름은 60퍼센트가 넘는다. 주택 시장에는 좋은 일이지만, 이는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데 시간을 덜 들인다는 뜻이다. 셰리 터클은 2012년에 발표한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끊는 방식으로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오락에 어떻게 빠져들고 있는지 설명한다.


고립과 고독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 명상을 하든, 창문을 설치하든, 수채화를 그리든, 색소폰을 불든,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든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종종 사람들은 고독이 영혼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고독을 선택한다. 하지만 고립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거절당하는 바람에,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못해서, 아니면 혼자 낙담해서, 가끔은 제도에 의해 고립을 강요받는다. 사람들을 떨어뜨려 놓는 이유는 많지만, 그 이유들 전부가 사람들의 성격이나 사회 집단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반사회적인 경제적 패턴과 기술 또한 고립을 일으키며, 바로 여기에 그림자 노동이 포함될 수 있다.


슈퍼마켓 계산원이나 주유소 점원 같은 서비스 업무가 그림자 노동을 하는 고객과 자동 기계 장치에 흡수되는 현실은 공동체를 약화시킨다. 그림자 노동은 사람들을 고립된 자급자족 상태로 만든다. 그러나 자율성을 얻는 대신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서비스 직원들과 대화나 농담을 주고받고 잡담을 늘어놓는 행동은 같은 동네나 도시를 서로 가깝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조직이 해체되고 있다. 사실 ‘쌍방향’이라는 키오스크와는 대화를 할 수 없다. 그 기계들은 결코 응답하지 않는다. 그림자 노동을 하는 고객들은 키오스크에서 자신의 거래 속도를 조절한다. 그들은 살아 있는 사람이 보내는 피드백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자기 뜻대로 처리하는 자율적인 사고방식을 훈련받는다. 각자의 안전한 장소에 격리된 그림자 노동자들은 실제 사람들과 잡담을 주고받는 일도 피한다.






#8

시간을 다시 생각하다


여가가 사라지는 현상은 21세기의 미스터리이다. 이 현상은 부유해지면 자유로운 시간이 늘어날 거라는 일반적인 상식에 위배된다. 지난 80년 동안 세계 경제의 총 GDP는 여섯 배 정도가 늘어났다. 한편 1930년 이후로 세계 인구는 20억 명에서 70억 명으로 3.5배 정도가 증가했다. 선진국의 1인당 생산성과 시간당 생산성은 최고치를 갱신했는데, 이는 주로 기술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이렇게 늘어난 부는 분명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상위층이 노른자위를 포함한 상당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확고하게 성장하고 있는 경제 환경에서 특히 선진국 국민들이 시간이 없어서 더욱 쩔쩔맨다는 사실은 당혹스럽다. 모든 역사적 선례를 비웃듯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여가 때문에 괴로워하는 듯 보인다.


미래에 대한 새로운 설명에 따르면, 대규모 기관들은 각 개인의 시간을 생산이나 소비라는 경제 활동에 몰아넣으면서 인간의 활동을 점점 더 많이 통제한다. 기업, 정부, 노조, 비영리 조직, 학계는 사람들을 경제 활동, 즉 돈을 버는 일에 더 많이 참여하게 만들려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다. 일하고, 돈을 벌고, 물건을 사라는 것이다. 끝없는 경제 성장을 이루어라. 성장하는 경제와 더 많은 돈에서만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여가, 적어도 자유로운 형태의 여가에는 압력 단체가 없다. 정의에 의하면 여가 활동은 무질서하다.(바로 그러한 점이 여가 활동을 여유롭게 만든다.) 워싱턴 DC에는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늘리는 지지 단체가 없다. 여가는 순진한 탓에 조직적인 단체의 약탈 행위에 취약하고, 사람들의 자유 시간을 자신들의 계획에 이용할 천연자원으로 생각하며 속셈을 숨기고 있는 조직은 수두룩하다.


결국 그림자 노동에 관한 연구는 사람들의 시간 사용 방식에 관한 연구이다. 인간에게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선택은 없다. 시간은 경험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이의 시간은 독특하고 그 사람만의 것이다. 시간은 정말로 돈일까? 돈의 가치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의심할 바 없이 유한하다. 일을 하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많은 보상을 받는다. 반대로 시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며, 그 가치는 무한하다. 시간은 인생이다.








쇼핑도 셀프, 여행도 셀프, 서비스도 셀프인 시대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것은 당신의 탓이 아니다


회사가 직원에게, 기업이 소비자에게, 기술이 사람에게 떠넘기는

그림자 노동의 정체를 밝히다!



그림자 노동의 역습

대가 없이 당신에게 떠넘겨진 보이지 않는 일들


▶ 고용과 노동에 대한 신선한 시각. 《커커스 리뷰》

▶ 시간에 대한, 아니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을 책. 

《뉴요커》

▶ 온갖 종류의 ‘퍼스널’서비스가 ‘셀프’서비스로 대체되는 순간을, 

그래서 우리가 갈수록 무기력해지는 순간을 세밀하게 조명한다. 

한두 가지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은 자유와 해방감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일에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면 

기계의 노예가 된 느낌이 들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10월 24일 출간됩니다!






<민음사 출간 전 연재 안내>


① 출간 전 연재는 매주 화/ 목/ 토 <민음사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 됩니다.

②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③ 『그림자 노동의 역습』은 2016년 10월 24일 출간 예정입니다.

 

★ 출간 전 연재 EVENT ★


연재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주시면 연재 종료 후 추첨을 통해 

5분께 민음사 신간도서 1권을 선물로드립니다. (랜덤 발송)


댓글과 공유는 사랑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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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6-10-23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인생이라는 마지막 문장이 생각하게 만드네요. 그렇다면 공간은 무엇일까요

Chloe 2016-10-24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경험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이의 시간은 독특하고 그 사람만의 것이다. 시간은 정말로 돈일까?에 끄덕끄덕 했네요. 드디어 오늘 출간일이네요.
무척 기대되네요. 늘 응원합니다!

역부여시 2016-10-24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산층 농노제라는 사회학적 개념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합니다~

레피 2016-10-29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런 댓가도 없이 떠넘겨진 일들... 일단 알아야 뭐라도 하겠죠?

계란 2016-10-3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하진 않지만 은연히 느끼던 그림자 노동에 대해서 더 깊게 알게 되었어요.^^

우동 2018-06-18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전연재만으로도 뭔가 세계관에 금이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근데 그 느낌은 좀 별로다, 속은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그림자 노동에 저항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데, 문제는 그 저항이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