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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ON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송현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7월
평점 :

'일만 번의 다이빙'으로 유명한 이송현 작가가
쓴 신작 빙상 스포츠 이야기, 스위치 ON.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고, 특히 빙상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안 읽어볼 수 없었던 소설.
스위치 ON의 주인공 '다온'은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건너왔는데
아시아인이란 이유로 차별을 당해야 했다.
그런 다온에게 같이 하키를 하자며 말을
건넨 것이 다온의 친구 '루크'고,
그들은 17살이 될 때까지 같이 하키를 하고
최고의 공격수와 수비수가 되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다온을 향한 차별은 없어지지 않았다.
다온이 어떻게 상황을 극복하고
스스로 어떤 미래를 그려나갈지
성장을 지켜보며 읽어나가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하체 힘을 키워 놔야 어떤 상황에서도 스케이팅이 흔들리지 않는다. 발아래를 내 뜻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빙판 위에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다온은 빙판 위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하체 힘을 키우려고 훈련하고 노력한다.
그럼 빙판 위가 아닌 곳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다온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촉망받는 인재고 감독이 주장을 맡길 정도였지만,
빙판 밖에서 다온은 다른 친구들에게 차별받고
그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받았다.
빙판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한 노력은 많이 했지만,
이런 걸 견뎌야 하는 것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다온에게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힘을 키우는 훈련도
필요했다는 것이 안타깝고 속상하게 다가온다.

바다로 돌아갈 녀석에게 기형인 앞발은 생존 가능성을 얼마나 떨어뜨리는 일일까? 해초 사이를 누비고 수면에 어른거리는 햇살을 가로지르며 자유롭게 유영할 때 녀석의 앞발은 걸림돌이 될까?
다온은 바다에서 앞발이 기형인 거북이를 줍는다.
그리고 그 거북이에게 '마치 수많은
캐나다인 사이에서 아시아인인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까.
느리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거북이를 보며
다온은 어쩌면 자신도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위로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가 다온이 거북이를 보며
말을 건네는 장면은 왜인지 계속 눈물이 났다.

"밤을 달릴거야."
문법에 어긋나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내 심정을 표현하기에 충분하고 적합한 말이 지구상에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 소설에서 '밤'이 가지는 의미가 많다.
밤은 위험하지만, 다온은 밤을 달리고 싶다.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헤쳐나가야 하는 일이
있는 것처럼, 다온도 그런 미래에 직면해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시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도 다온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거북이, 밤 등의 요소가 가지는 의미를 찾는 것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재미 중 하나였다.
청소년 소설이 이래서 정말 재밌는 것 같다.
출판사에서 이 책을 '밀도, 채도, 속도가 높다'라고
표현하는 문구가 있는데 이 말이 참 공감이 됐다.
책에서 등장하는 스포츠인 하키, 피겨스케이팅,
크래시드 아이스 모두 속도가 중요한 스포츠라서
책을 읽는 내내 나도 함께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