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구판절판


여기서 살고 있는 나는 틀림없이 내가 만든 ‘이 집 전용의 나’이다. ‘이 집 전용의 나’는 심각한 것은 접수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의 나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는다. …… 당당하고 거리낌없이 살 수 있는 이유는 여기가 무인의 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이 무인의 집이 되기 위해서는 여기에 ‘이 집 전용의 우리’가 존재해야 한다. …… 답답할 정도로 꽉 찬 만실(滿室) 상태가 된다. 실제로는 꽉 찬 만실이면서도 텅 빈 공실(空室). 그러나 비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꽉 찬 상태.-133쪽

"그러니까 넌 네가 아는 사토루밖에 모른다는 말이야.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아는 사토루밖에 몰라. 그러니까 요스케나 고토도 그들이 아는 사토루밖에 모르는 건 당연한 거야. …… 그러니까 모두가 알고 있는 사토루는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야. 그런 사토루는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어. 알겠어?"-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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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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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였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당신이 내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손의 원소가 내 손의 원소와 같다는 것을 간절하게 실감했기 때문이라고. 아니, 모르겠다. 많은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다. 당신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도 단언할 수 없다. 모른다고밖에는. 모든 것이 덩어리로 다가왔다고밖에는. 스며들고 번져갔다고밖에는. 당신의 그림 속에 떨고 있던 모세혈관들처럼.-62쪽

어떤 관계는 고인 물처럼 시간과 함께 썩어간다는 것을, 거기 몸을 담근 사람까지 서서히 썩어가게 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소유와 의존, 집착과 연민, 쾌락과 무감감과 환멸, 한줌의 간절한 진실이 한 무더기의 뱀들처럼 서로의 꼬리를 물고 얽히는 동안, 땅 밑에서 하나씩 뿌리가 문드러져가는 나무처럼 어깨가 굽고 목소리가 잦아들어 가리라는 것을 몰랐다.-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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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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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인간 앞에 놓인 절망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오로지 한 가지뿐이란 사실이다. …… 그 방법이란, 눈 딱 감고 죽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18쪽

밤새 쓴 편지를 아침에 확인하는 건 자기를 부정하는 행위다. 다시 읽어보면 과거의 잘못처럼 삭제하고 싶은 문장 한두 개쯤은 반드시 발견된다. 너무 감정에 충실해서 혹은 용기가 충만해서 생긴 증상이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밤에라도 용기를 가질 수 없다면 우리는 평생 비겁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36쪽

진짜 비극은 내가 겪는 나의 비극이 아니라, 나로 인해 겪게 되는 타인의 비극이다.-140쪽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고 또 답장을 보내줄 사람이 있다면, 생은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단 한 사람뿐이라 하더라도.-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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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절판


이담에 역사에 물어보라 하는 건 다 헛소리예요. 사람들이 기억하려고 노력을 해야지요.-175쪽

여름방학 같은 때, 장마중에 비 그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잘 분간이 안 되는 그런 날 있잖아, 누군가 놀려줄라구 얘, 너 학교 안 가니? 그러면 정신없이 책가방 들고 뛰쳐나갔다가 맥풀려서 되돌아오지. 내게는 사춘기가 그런 것 같았어. 감기약 먹고 자다깨다 하는 그런 나날.-227쪽

헤어지며 다음을 약속해도 다시 만났을 때는 각자가 이미 그때의 자기가 아니다.-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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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은 슬픈데, 그것은 그들이 자신의 어린 모습을 간직한 채로 늙어가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은 늙어 늙은 소년이 되고 소녀도 늙어 늙은 소녀가 된다.-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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