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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의 유서
김은주.세바스티앙 팔레티 지음, 문은실 옮김 / 씨앤아이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8년 전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다. 당시를 회상해 보면 출입국 사무소에서 본
북한 군인들은 두려웠고, 관광하면서 봤던 군인들은 외소 하고 안쓰러워 보였다. 이유는 키가 작고 나이가 앳돼 보였기 때문이다.
버스 안에서 본 북한의 모습은 우리나라 1970년대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산에 붉은 색이었고 전주는 시멘트가 아닌 나무였다. 공장에서 제조된
나무가 아닌 산에서 베어 온 나무를 그대로 전주로 쓰는 것 같았다. 산이 붉은 이유는 아마 땔감으로
사용해서 그런 것 같다. 관광객이 다니는 도로에는 북한 주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멀리 보이는 비포장
도로에는 자전거를 탄 주민들과 이동하는 주민들이 보였지만 정면으로 버스를 보지 않았으며 정면으로 마주칠 상황이 될 때는 아예 뒤로 돌아버렸다. 철저한 교육탓일 것이다.
식당에는 젊고 예쁘고 늘씬한 미녀들이 serving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 또한 사상교육이 철저했다. 온정리에 있는 옥류관에서 식사 중 serving하던 직원에게 농담하다
난처한 일을 당했던 기억이 난다.
관광객 입장에서 이렇게 느낄 정도면 저자가 서술하고 있는 북한의 실상은 거의 사실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사형당한 사람의 살점을 먹었다는 것이나 끼니를 며칠씩 굶는다는 것은 약간 과장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현재 먹을 것이 넘쳐나고, 민주주의의 표본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굶어 죽는 이가
더러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저자와 같이 가장이 잘못 되었을 경우 극빈층으로 전락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가정을 책임지던 가장이 실직하거나 잘못 되었을 경우 경제활동에 준비되지 않은 엄마는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생활고를 비관하며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문제인지 자본주의 체제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던 풍요로운 층은 소수이고 어려움을 당하는 쪽은 다수이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이나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잘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남들과 같이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성인이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물론 북한이나
중국이 살기 좋다는 뜻은 아니고 사람 사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만만치 않다는 것을 얘기 하는 것이다.
내용은 저자가 11살 때 아버지의 죽음으로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엄마와 언니가 먹을 것을 구하러
갔을 때 며칠 동안 굶다 죽음이 임박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유서를 썼는데 기적적으로 엄마가 돌아왔으나 빈손이었다.
이들은 어렵게 두만강을 건너 탈북에 성공했으나 천사로 가장한 인신매매범에 속아 농부에게 팔려 가 아들을 낳는다. 아들을 낳은 행복도 잠깐이었고 중국 공안에 발각되어 다시 지옥으로 들어 간다.
하지만 운이 좋아 재 탈북에 성공하여 대련을 거쳐 상해로 다시 몽골을 거쳐 우리나라의 품에 안긴다.
차량으로 한 시간도 안될 거리를 9년이 걸린 것이다.
저자가 11살이면 초등학교 4학년인데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은 것 같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삶에 대한 애착이 남들보다 강하고
한발자국씩 올라 갈수록 더 큰 성취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도 몇 번 언급했지만 다른 탈북자들에 비해 운이 좋은 케이스라 생각한다. 두만강을 건너다 2번이나 잡혔지만 자비로운 장교 때문에 살아날 수 있었고, 청진에서
은덕으로 호송되는 도중에 충성심 약한 간부 덕에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었고, 여자 셋이면 인신매매범의 target이 되었을 텐데 중국인 아내로 팔려간 것도 최선은 아니었지만 차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정이란 무엇이길래 그 어렵고 힘든 일이 반복되면서 까지 이부동생을 잊지 못하는 것인지? 10달
동안 배속에 담았던 죄로 어머니는 매월 10만원씩 아들 몫으로 보낸다고 하니 인간은 정이 깊은 동물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은 프랑스를 거치지 않고 우리나라에 들어 왔는데 왜 프랑스에서 먼저 출판되었는지가 궁금했었다. 알고 보니 한불상공회의소 비즈니스 잡지 꼬레 아페르의 기자로 활동중인 세바스티앙 팔레티라는 사람이 탈북자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주인공을 찾고 있던 중 젊고 한국 생활에 긍정적으로 적응을 잘한 사람을 추천 받게 되어 공동 저자가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출판하였을 때는 가명을 써서 출판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열한 살의 유서라는 제목으로 김은주 본명으로 출판하였다. 앞으로 그녀의 계획은 자신이 받은 만큼 나누면서 살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바램처럼 한국 생활이 안정되고 하고 싶은 일이 모두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작은 불만에도 투정부리는 어린 학생들이 한번 읽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