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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교육특강 - 대한민국 학부모와 선생님이라면 꼭 읽어야 할 교육필독서 ㅣ 미래를 바꾸는 행복한 교육 시리즈 1
이범 지음 / 다산에듀 / 2009년 8월
평점 :
꼬인 실을 풀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교회에서 한참 활동할 땐 이맘 때가 되면 제일 싫었다. 왜 그랬을까? 바로 성탄절을 맞이해서 전구를 장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구 장식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단 말일까? 전혀~ 전구를 장식하는 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교회 정원의 나무들에 휘휘 감아 놓으면 되고, 벽면을 따라 둘러 놓으면 끝나니깐. 하지만 처음에 전구를 박스에서 꺼낼 때 문제가 발생한다. 나름대로 안 엉키게 하려고 잘 정리해서 놓았지만, 막상 꺼내고 보면 여기 저기 엉켜 있으니까. 그걸 일일이 풀려고 하다보면 하루 해가 저무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의욕이 있어서 달려들지만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든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봤다. '차라리 도중에 자르고 절연 테이프로 다시 이어 붙일까?'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그렇게해서는 전구를 오래도록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런 갈등을 하며 손을 대고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다보면 시간이 좀 많이 걸릴 진 모르지만 어느새 풀리게 된다는 것. 꼬인 전구줄의 진리는 멀리 있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은 없애고 그저 하나씩 묵묵히 풀어가다보면 어느새 풀리게 된다는 것이니까.
교육 문제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의 한국 교육을 보면서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제대로 짚을 순 없다. 그저 교사의 복지부동이 문제라느니, 매번 바뀌는 교육과정 개편이 문제라느니, 평준화 교육체제가 문제라느니, 소문만 무성할 따름이다. 여기 저기 엉키고 설켜서 전혀 해결이 되지 않을 것만 같은 착각까지 든다. 이럴 때 드는 생각은 '모든 교육판을 확 갈아 엎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생각뿐이다. 어떤 혁명적인 변화가 찾아오길 누구나 바라는 거다. 그런데 과연 그런 변화가 찾아온다 해도 이 문제들이 해결되긴 하는 것일까? 역시 이 문제도 그런 극단적인 생각으론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엉킨 실타래를 풀듯이 조급한 마음은 없애고 그저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하는 것.
이 책의 부제는 '대한민국 학부모와 선생님이라면 꼭 읽어야 할 교육필독서'라고 되어 있다. 필독서라니? 이런 명명은 독자들의 소문을 타고 퍼져야 정상일 텐데, 이미 책에 버젓이 쓰여 있다. '필독서'라는 부제가 달린 것이 오히려 이 책의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나진 않을까 걱정된다. 그건 나 자신을 소개하면서 '누구나 한 번 나를 만나면 다시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이라 떠벌리는 꼴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설령 진짜 다시 만나고 싶단 생각이 들었을지라도 밥맛이라고 생각하며 다신 연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
이런 부제의 오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개념을 잘못 쓴다는 것부터 알 수 있다. '수월성'과 '평준화', 이 두 단어를 우린 상반되는 교육철학으로 받아들이지만, 실상 둘이 공존할 수 있고 서로 같이 교육 현장에서 쓰여야 하는 개념이라는 것. 수월성 교육의 출발점은 학생의 특기를 더욱 계발 시킨다는 것이고, 평준화는 모두에게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정답 빨리 맞추기 식 교육에선 이 두 가지가 개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개념을 바로 잡는데 힘을 쓴다. 그리고 교육의 자율화를 의미 있게 강조한다. 현재의 교육 자율화는 '학교 관료'의 자율화일 뿐, 학생의 자율화 교사의 자율화일 순 없다는 것이다. 그건 곧 자율화란 미명의 '획일화'일 뿐이다. 진정 현행 중등 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의 자율화가 뒷받침 되어야 하며, 수능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창의성을 신장할 수 있는 교육이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적으로 제시한 것이 핀란드 교육이다. '책임교육(학력 미달자를 책임지는 교육), 맞춤교육(학생 개인의 특기를 신장시키는 교육), 창의성 교육'으로 핀란드 교육을 정의하고 그런 모델로 중등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대학교의 개혁도 같이 이루어져야 하고, 학교라는 행정기관(저자는 교육기관으로 보지 않는다)의 개혁 또한 같이 이루어져야 한단다.
이렇게 나름대로 정리하고 나니 '필독서'라는 자기 명명이 그렇게 낯간지럽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현직 교사나 예비 교사들, 그리고 자식의 교육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입시설명회장에 찾아다니는 학부모님들은 꼭 봤으면 좋겠다. 교육이 그런 노력으로 단번에 정상화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생각의 변화들이 쌓이면 교육 또한 변화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도 우리의 초딩, 중딩, 고딩들은 그 누구보다도 불행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잖은가~ 그걸 아는 사람이 두 손 두 발 놓고 그런 불행을 당연한 것 인양 가만히 있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