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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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수업을 받고 왔다. 그 벅찬 감격에 아직도 마음이 두근두근 거린다.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우리들 생애의 저녁에 이르면,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 받을 것이다.' 타인을 기쁘게 해줄 때, 내 자신이 기쁘고, 타인을 괴롭게 하면 내 자신도 괴롭다. 타인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 타인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내 자신의 내적인 평화도 함께 따라온다. 감정은 소유되지만 사랑은 우러난다. 감정은 인간 안에 깃들지만 인간은 사랑 안에서 자란다(법정)'

  이 책은 삶의 마지막에 놓인 사람드을 인터뷰하며 느꼈던 사실들을 적어놓은 책이다. 그렇기에 현실에 대한 달관이 있으며 인생에 대한 깊은 고찰이 베어 있는 책이었다. 삶의 마지막에 다다른 사람들이 한결 같이 던지는 말은 '그 사람으로서의 이해'이다. 그저 이 순간 이후로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미워하긴 커녕  그 아쉬움에 살을 부비며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린 어떤가?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소홀할 뿐만 아니라 함부로 대하기까지 한다. 기약할 수 없는 마지막 삶인 줄도 모르고 평소처럼 대했다가 그렇게 훌쩍 떠나고나면, 그 당시에 무얼 못했네 하면서 후회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을 하여 미워하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단지 나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게 되면 그 속에서 장점을 찾고 좋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하나 하나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리라.

  늘 후회는 무슨 일이 끝나고 나서야 하게 된다. 예전에는 그러한 후회들이 참 부질없는 짓이라고만 느꼈었는데 요즘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물론 후회란 어떤 일 뒤에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질 없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우리의 인생이 계속 흘러간다는 측면에서 봤을 땐 후회란 깨달음은 다음에 그와 같은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하게 할 것이기에 어떠한 경험보다 값진 것이다. 후회에 따른 삶의 행보는 더욱 아름답다. 내가 한 사람을 놓치고 난 후로 더 아름다운 사랑, 배려심 가득한 사랑을 꿈꾸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취업에 실패하고 난 후, 더욱 강인한 삶에 대한 열정으로, 더욱 뜨거운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올해를 꾸며가려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실은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임과 동시에 또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성장이란 측면은 앞에서 살펴보았으니, 이젠 받아들임의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법정 스님은 자신을 비울 것을 주문하셨다. 비어있는 상태이어야만 다른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빠져나간 그 자리엔 새로운 무언가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어찌보면 상실은 일시적인 잃음일 뿐 또 다른 인연과의 만남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이 우주가 벌이고 있는 생명의 잔치에 함께하는 일이다. 사람이 착하고 어진 마음을 쓰면 이 우주에 있는 착하고 어진 기운들이 따라온다. 반대로 어둡거나 어리석은 생각을 지닐 때는 이 우주 안에 있는 어둡고 파괴적인 요소들이 몰려온다. '

  난 얼마나 사랑하며 살았는가? 작별을 고할 때의 그 끌어안아주고픈 마음을 일상에서 보이며 살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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