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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사와무라 이치 작가님의 데뷔작인 < 보기왕이 온다 >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데뷔작에서 대상 수상이라니 엄청난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 작품은 영화로 제작되어 12월에 < 온다 >라는 제목으로 개봉 예정입니다.
정말 등골이 오싹한 작품이었습니다.
'보기왕'이라는 요괴(?)도 섬뜩하였지만, 사람과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어긋날 수 있는지.... 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비춰지는 나는 얼마나 큰 차이를 나타내는지.... 그 온도차와 사람들의 삐뚤어진 모습들이 요괴보다 더 소름돋는 작품이었습니다. 충분히 사람과 사람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었기에 우리의 마음의 틈 사이로 충분히 그것을 불러 오기에 충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더욱 더 무서웠습니다.
외갓댁에 혼자 내려갔던 히데키는 할머니가 외출하고 아픈 할아버지와 집에 남아 만화책을 보며 놀고 있던 그때 의문의 방문자가 나타나게 됩니다. 할아버지를 찾고, 할머니를 찾고, 그리고 죽은 외삼촌을 찾습니다. 히데키는 공포를 느끼며,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와중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던 할아버지는 그 의문에 존재에게 가라고 소리치며 히데키에게 절대 문을 열어주지도, 대답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히데키는 그렇게 어린 시절 외갓댁에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고, 묘하게 신경 쓰이긴 하지만, 딱히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그는 수더분한 성격의 가나를 만나 결혼하고, 사랑스런 딸 치사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공포적인 존재 역시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며 히데키의 가족을 향해 다가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시작으로.... 왜? 히데키의 가족들을 이렇게 집요하게 노리고 있는 걸까?
끔찍하게 묘사된 '보기왕'의 모습이라던가?
그에 홀린 사람들의 모습....
이유를 알 수 없이 집요하고, 영악하게 히데키주위를 공격해오는 모습들이 무척 공포스럽긴 했지만, 정말 무서웠던 건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마음이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실상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우리가 부러워하는 SNS속의 가정들은 알고보면 쇼윈도 가족일지도?
평범하고, 어쩌면 동경이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실상은 얼마나 뒤틀려진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마음의 틈바구니속으로 그것을 불러들이는지.... 사실 사람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저주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속 이야기니까 극단적으로 극화한 모습이긴 하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고, 상대에 가하고 있는 상처는 생각지도 못한채 자신의 생각이나 상처에만 빠져 극단적으로 삐둘어진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세상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최악의 인간인.... 실제 이런 인물들은 우리 주위에도 많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감정들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모습이기도 한 것 같아 그런 모습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 이 작품이 더 공포스러웠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문학이 표현해낼 수 있는 공포의 극치라는 평을 받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독성도 좋고, 정말 무서웠습니다.
더욱히 히데키의 아내 가나에 좀 많이 이입되었습니다.
2장 소유자에서 보면 읽는 사람들이 가나와 같이 엄청난 분노를 느끼게 되겠지만, 유독 더 많이 감정 이입되어 그녀와 분노하면서, 읽는 내내 무섭다고 생각된 건 그녀의 성격과 내가 참 많이 닮았다라는 생각을 해서였습니다. 실제로 히데키가 가나를 생각한것처럼 조용하고,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생각하며 이리저리 재단해서 나를 대신해 표현해내주며 뿌듯(?)해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왔고, 그에 가나가 히데키에게 화를 내고, 그를 끔찍스러워 하는 것처럼, 종종 나 역시 그런 상태가 되기 때문에 더욱더 감정 이입이 많이 되어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무서웠고, 왠지 언젠가의 나의 결혼생활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보기왕이란 끔찍한 요괴보다 더 끔찍하고, 공포스럽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사람은 참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고, 모두 숨겨진 한면에는 삐뚤어지고, 흉칙한 모습의 얼굴이 모두 내재되어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사람의 흉칙한 모습들을 잘 끄집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의 공포심을 절묘하게 이끌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뷔작이 이렇게까지 대단한 작품이었으니,
< 보기왕이 온다 > 이후의 작품들도 무척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작품들도 얼른 번역되어 국내에 들어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