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겨우 4월이지만 내가 읽은 2006년 최고의 책에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 포함될 것임은 불보듯 환한 이치다.
저자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 분의 강연을 단 한 번도 못 들어본 게 통탄스러울 뿐이고,
책이나마 남겨진 게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의 최고 옛 그림에 대한 '비평'으로 이 책이 이루어져 있다면 지금의 감명은 없으리라.
저자는 초혼술사로서 시대를 뛰어넘어 그린 이의 넋을 끌어냈다.
윤두서의 초상만 보고 자기를 무인으로 오해하는 이들에게
도를 얻고 함박 웃음짓는 희이선생이야말로 내 속의 군자임을 넌지시 드러내주기도 하고,
때로는 제주도에 유배당한 추사 김정희가 되어 이상적에게 한없는 사랑과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뿐이랴.
도는커녕 옛그림을 왼쪽부터 봐야 하는지 오른쪽부터 봐야 하는지도 모르는 어린 중생을 위해
동양에선 왜 다섯 가지 색이 기본이고, 서양은 일곱 가지 색인지부터 가갸거겨 가르쳐 주시고,
옛 그림의 원근법, 여백에 이어 읽기, 보는 법까지 단계별로 일러주시더니,
너희들도 옛 그림에 깃든 마음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슬그머니 북돋아주기까지 하신다.
나로서는 그저 뒤늦게 만난 그림 스승의 자애로움과 해박함이 그저 황공할 따름이다.

그런데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를 줄도 모르면서 주제넘게 내 맘대로 그림 읽기를 해본다.
내가 그나마 아는 강희안은 고사관수도의 강희안이 아니고 양화소록의 강희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서로 꼽히는 양화소록은 단지 꽃나무를 키우는 법만을 다룬 것이 아니다.
꽃나무와 함께 괴석을 어떻게 배치해야 그 미가 잘 드러날 수 있는지도 소개한다.
즉 양화소록은 단순한 원예서가 아니라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며,
강희안은 원예학뿐 아니라 조경학에도 일가견이 있지 않을까 추측된다.
그런 생각으로 고사관수도를 보니 그림 속 노인이 물을 바라보는 군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연못을 꾸미고 그 안에 삼신산을 놓은 뒤 그 형태와 크기와 위치를 가늠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아마도 그 연못은 집 안에 꾸민 것이 아니요,
산수 좋은 정자 옆에 약간의 인공만을 가한 형태가 아닐까 싶다.
자연은 자연이되, 사람의 손이 닿은 인문 자연의 요산요수, 그것이 내가 본 고사관수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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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4-1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려고 하고 있었는데, 땡스투 할께요.

가을산 2006-04-18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판을 샀는데 자꾸 이러시면 신판을 다시 사고 싶어지잖아요..... ㅜㅡ

조선인 2006-04-1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호호호
가을산님, 구판이랑 신판이 다른 줄은 모르겠어요. 2권은 어쨌든 꼭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