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웃고 있었다. 그렇다. 그런 것이다. 끝장을 볼 때까지 고통을 겪지 않아 해결이 안 된 일체의 것은 다시 되돌아오는 법이며, 똑같은 고통들을 언제나 되풀이하여 겪게 되어 있는 법이다. 싯다르타는 다시 나룻배에 올라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아들을 생각하면서, 강물의 비웃음을 받으면서, 자신과 싸우면서, 절망적인 마음 상태가 되어 자신과 온 세상에 대해 함께 큰 소리로 비웃어 주고 싶은 생각을 적잖이 하면서 오두막으로 되돌아왔다. 아, 아직도 그 상처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었으며, 아직도 그의 마음은 자신의 운명에 거역하고 있었으며, 아직도 그의 고통으로부터 유쾌함과 승리의 빛이 뿜어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희망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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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의 육신의 경험과 나 자신의 영혼의 경험을 통하여 이 세상을 혐오하는 일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이제 더 이상 내가 소망하는 그 어떤 세상,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어떤 세상, 머릿속으로 생각해 낸 일종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그 세상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내가 죄악을 매우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내가 관능적 쾌락, 재물에 대한 욕심, 허영심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 상태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헤세 <싯다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