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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6월
평점 :
서평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친구들은 말했다.
아직도 다카노 가즈아키를 읽지 않았느냐고.
나는 세상에 얼마나 재미있는 책이 많은데 한 작가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놀림받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를 읽고 나서 생각했다.
나는 바보였고 친구들은 천재였으며
다카노 가즈아키는 신이다..
추리소설과 괴담, 미스테리를 좋아하지만 주력으로 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소재의 특성상 불쾌한 이야기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살해당한 사람을 둘러싼 이야기는 추잡하거나 찝찝해지기 쉽고
복수와 증오는 억울함과 한의 정서를 담고 있으며
세상에 제때 알려지지 못해 미해결로 남은 사건들은
사회의 행정력이 닿지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원망이 해결되지 못한채 괴담으로 전락해 사람들의 입방아에나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카노 가즈아키의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는 그렇지 않다.
죽은 자에게 입이 없다는 관용어구를 비틀어 만든 표제작의 제목만 보아도
작가가 가진 자신만만함을 느낄 수 있다.
추리와 미스테리가 가진 장르적 특성에 충실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잃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균형의 추를 잃고 악인을 옹호한다거나 지나치게 긍정하는 방향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다. 개인들의 싸움이나 원한, 사회가 만들어낸 균열을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 있는 것이 인간이며 인간이 가진 면모들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성실한 방향으로 미스테리를 풀어낸다.
장르 문법에 능숙하고 이야기의 맥락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독자들은 이 괴상한 이야기가 어디까지 달려갈지 모르는채로 화자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같이 뛰게 된다. 그 끝에 나오는 엔딩에 가서야 이런 이야기였어! 하고 깨닫게 되는데 그 결말이 기분나쁘지가 않다. 이야기의 끝까지 열심히 함께 달려간 독자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재미있는 결말까지 준비되어 있다.
개인과 사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커뮤니티와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를 바라보는 넓은 시선까지 느껴지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은 이번엔 무려 일본보다 먼저 발매되기까지 한다. 일본 작가인데 한국에서 먼저 책이 나오다니. 이런 특별한 이벤트를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기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친구들이 왜 다카노 가즈아키를 아직도 읽지 않았느냐고 말한 이유를 알았다. 그의 다른 책들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