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감수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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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윤기 작가의 딸 이다희씨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번역하고 있다.


이번 번역은 페린 영역본을 원본으로 했기 때문에 중역이다. 하지만 페린판이 그리스어 원전을 병기하고 있고, 역자가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 협동과정을 수료해 그리스어를 독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번역 자체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또한 빳빳한 종이와 풍부한 도판도 고전은 딱딱하고 지루한 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석의 부실함과 색인이 없는 것은 문제다.


주석을 많이 달지 않은 이유를 이 책이 1차 문헌이라 2차 문헌을 빌려 주석을 다는 것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플루타르코스가 서기 1세기 사람이고, 당대의 인물이 아닌 몇 백년 이전의 인물들을 다루었고, 그가 이전의 각종 문헌들을 참고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은 엄밀히 말해 1차 문헌이 아니다.


하지만 1차 문헌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불만은 주석의 부실함에 있다. 역자는 주석이 너무 많아 가독성에 해를 끼칠 것 같아 많은 주석을 생략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주석이 너무 없어 가독성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작품 중 등장하는 인물, 지명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이 누군지, 지명이 어딘지를 알 수도 없는데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시구나 인용문들의 출전에 대한 설명을 바란다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플루타르코스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투키디데스 등의 수많은 고전들을 섭렵한 후 책을 썼는데 그들의 출전을 알 수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색인 작업이 힘들다는 것을 이해한다 한더라도, 색인 없는 책, 그것도 고전을 만나게 될 때는 당황스럽다. 한 번 읽고 버릴 책이 아닌 두고두고 반복해서 볼 책이라면 색인은 필수적이다. 얼마 전에 완간된 민음사의 로마제국쇠망사는 완역본임에도 불구하고 색인이 없다. 반면에 이전에 나온 대광서림의 로마제국쇠망사는 일본어 중역본임에도 불구하고 각권마다 색인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런 경우를 만날 때마다 학문연구에 있어 일본의 엄밀함을 보는 것 같아 두렵다. 현재까지 영웅전이 3권까지 나왔는데 모두 색인이 없다. 남아있는 6권의 책에서도 색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마도 색인을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만들 예정이라면 내가 오해한 것을 미리 사과한다.


이 작품보다 먼저 출간되었던 천병희 선생님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모든 인물을 번역한 것은 아니고 10명의 인물만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풍부한 주석과 충실한 색인에서 선생님의 노고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한 사람이 모든 인물을 번역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작업이라고 말한 천병희 선생님의 이야기가 이다희씨의 작품을 읽은 후에야 이해가 된다.


능력이 안따라 주석을 생략했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1차 문헌과 가독성이라는 핑계는 아쉽다. 번역가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이다희씨가 선배 번역가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새로운 시도보다 충실한 자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두 번역본의 주석 숫자>

  천병희 이다희
뤼쿠르고스 163 21
솔론 171 15
테미스토클레스 179 27
페리클레스 143 8
알렉산드로스 258  
마르쿠스 카토 112 6
티베리우스 그락쿠스 46  
가이유스 그락쿠스 33  
카이사르 259  
안토니우스 221  
* 실제로 비교해 보니 예상보다 더 많은 차이가 난다.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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