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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ㅣ 재원 아트북 10
재원 편집부 엮음 / 재원 / 2003년 12월
구판절판
1926년, 열 아홉살에 그린 그녀의 첫 자화상. 교통사고로 버스의 쇠기둥이 왼쪽 옆구리를 관통, 질로 빠져나오는 어마어마한 부상을 입고 침대에만 누워있어야 하던 프리다에게 엄마는 천장에 거울을 달아 주고, 아빠는 유화물감을 선물했습니다.
이 작품은 유학을 떠난 첫 사랑, 알레한드로의 마음이 멀어질까 불안한 마음에 선물한 것. 아무도 저 연약한 손을 거절하진 못할 것 같지요?
코끼리와 비둘기의 만남. 프리다 칼로는 스물 두 살에, 마흔 셋이던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을 합니다. 이 거대한 남자는 당시 멕시코와 세계를 주름잡던 위대한 벽화가였지요. 명성만큼이나 대단한 바람기의 소유자이기도 했구요...
우여곡절, 프리다와 디에고의 사랑과 결혼은 평범한 시선으로는 독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것은, 트로츠키와 사랑에 빠졌던 프리다가 그에게 선물한 자화상.
첫 사랑 알레한드로에게 내밀었던 연약한 손과는 달리, 그림 속 그녀는 당당하고 거만하여 더욱 아름답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최고의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물이 나에게 준 것'. 그녀를 두고 초현실주의자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그리는 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답니다.
이혼서류가 접수될 즈음인 1939년에 그려진 가장 유명한 작품, 두 명의 프리다. 오른쪽의 프리다는 디에고에게 사랑받았던 프리다, 왼쪽의 프리다는 그에게 사랑받지 못한 프리다입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프리다의 심장은 온통 찢기운채...혈관이 드러나 피가 흐르고 있지요. 사랑의 아픔을 이런 직설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화가가 또 있을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나의 디에고'입니다. 멕시코 전통 축제 의상의 화려함과 잘 어울리는 그녀, 그러나 슬퍼보입니다. 너무도 사랑했지만 손 안에 온전히 넣을 수 없었던 디에고를 이마 한 가운데 그려넣은 그녀. 그렇게라도 그를 소유하고 싶다는 아픈 열망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45년작 생명 만세. 그녀에게는 정물화마저도 또 하나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어째서 저 수박들이 고통스럽고 비통한 열정으로 다가오는 걸까요? 평생에 걸쳐 32번의 수술을 받고 그것보다 더 많은 회수의 마음의 상처를 떠안은 프리다는, 그러나 강인하게 살아가다가 47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습니다.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그러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