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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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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다른 이들의 기회를 확장하기 위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할 의사가 있느냐, 먼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다리를 걷어차고 싶어 하느냐일 것이다. "

『20VS80의 사회』, p.32

 

 

 

리처드 리브스는 세계적인 싱크 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으로 직장이 위치한 미국 워싱턴 D.C 근처 부자 동네에 산다. 그의 지인들은 대개 기자, 학자, 박사, 관료 등 많이 배우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20VS80의 사회』에서 미국의 불평등과 계층 이동성을 논하며 그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자신을 비롯한 상위 20퍼센트의 중상류층이 지금까지 누려온 특권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미국 사회가 불평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약간 이기심을 희생해야” 하며, “우리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p.228-229)면서 '우리'를 강조하고 자기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불평등에 관한 예전 주장들이 주로 상위 1퍼센트와 나머지 99퍼센트의 격차에 주목했다면, 이 책은 상위 20퍼센트와 나머지 80퍼센트 사이의 ‘유리바닥’에 주목한다. 상위 20퍼센트를 위한 유리바닥은 그들이 아래 계급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나머지 80퍼센트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물론, 두 집단의 격차를 더 넓히고 있다.

 

 

유리바닥 위의 20퍼센트

 

 

월스트리트의 슈퍼리치 같은 1퍼센트뿐만 아니라 20퍼센트도 불평등의 원인이라니,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특히 자신이 20퍼센트의 중상류층이라면 말이다. ‘나는 열심히 공부해 능력을 인정받았고 사회에서 성공했다. 지금 내가 얻은 부와 지위는 내 능력 덕분’이라 생각하는 중상류층에게, 저자는 ‘결코 당신 능력 덕분이 아니다. 20퍼센트의 가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미국은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성공이 가능한 능력 본위 사회지만, 그 능력이 계급에 따라 불평등하게 육성되어 결국 학력과 직업이 세습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면밀한 연구를 통해 보여준다.

 

 

인적자원을 개발할 기회, 즉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는 경제적 여유와 시간이 충분한 중상류층에게 더 많이 주어진다. 중상류층 부모는 열과 성을 다해 자녀를 뒷바라지한다. 자녀가 아래 계급으로 추락할까 봐, 즉 ‘하향 이동’할까 두려워 미리부터 유리 바닥을 까는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질 높은 보육을 받고. 여행, 책, 가정교사 등 풍성한 경험을 하고, 부유한 동네에서 비슷한 환경의 친구를 사귀고, 학부는 물론 석박사 코스에 진학해 좋은 직장을 얻는다.

 

 

게다가 중상류층은 ‘기회 사재기’에도 몰두하여 자녀에게 도움을 주는 한편 다른 아이들의 기회를 박탈한다. 저자는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 불공정한 대학 입학 절차, 그리고 인턴 기회의 불공정한 분배(p.146)’을 기회 사재기의 예로 든다. 집값이 비싼 ‘좋은’ 동네에 저가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게 규제하면 그 동네에는 부유층들만 모여 살게 된다. (한국인으로서 무척 낯선) 동문 자녀 우대 입학이나 기부금 입학 제도 덕분에 부유한 학생들은 더 쉽게 대학에 간다. 대학이 학생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가려 뽑는 현실에서 장학금도 부유한 학생들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 직업을 갖기 전 거치는 인턴 자리를 구할 때도 중상류층 자녀들은 인맥과 연줄이라는 혜택을 누린다. 부모라는 이유로 다른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아 자녀에게 제공하는 것, 과연 정당한가?

 

 

잘 태어난 덕분에 온갖 특권을 얻은 중상류층은 학계, 정재계, 언론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여 기득권을 공고히 한다. 정치인들은 거대 권력 집단으로 등장한 그들의 환심을 사려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소외된 이들보다 중상류층을 더 배려하는 교육, 주거, 세제 정책을 낸다. 중상류층은 기꺼이 그쪽에 투표하여 불평등을 영속화시킨다. 그들은 다수 대중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만의 배를 띄워 나머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20퍼센트의 성찰이 필요하

 

 

영국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2012년 미국에 왔고 ‘기회', 즉 아메리칸 드림에 끌려서 2016년 미국 시민이 되었다. 그는 영국 상류 계급의 우월 의식과 계급 구분이 싫어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놀랍게도 '계급 없는 사회'를 표방하는 미국에 오히려 영국보다도 더 경직된 상부 계급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 노동시장의 일반 원칙인 능력 본위와 경쟁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경쟁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문에서 다룬 문제점을 해결할 일곱 가지 조치는 다음과 같다.

 

1. 의도치 않은 임신을 줄이기

2. 가정 방문 복지 프로그램으로 양육 격차 줄이기, 실제 미국에서 시행 중으로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한다.

3. 훌륭한 교사들이 가난한 학교에서 일할 의욕이 생기도록 교사 인센티브 제도 등 교사 임금 체계 개선하기, 그리고 대학 학비 조달 기회를 평등하게 만들기

4. 인적 자본 개발 기회를 평등하게 만들기, 쉽게 말해 누구에게나 교육 기회를 평등하게 주는 것이다.

5. 택지 규제를 완화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사는 주거지 만들기

6. 고등 교육 기회를 넓히고 이질적인 다양한 학생들이 섞인 학교 만들기

7. 대학 입학 시 동문 자녀 우대 폐지와 인턴제 폐지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인지하는 중상류층의 자각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불평등을 완화시킬 정책 실행 비용 역시 중상류층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정책 아이디어는 다양하게 나와 있어 예산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 20퍼센트에게 미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면, 독자는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인가.

 

 

계층의 이동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평등을 약속하는, 그리고 개인이 능력을 펼칠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가 지속 가능한 사회다. ‘장벽의 제약을 벗어나, 남녀 모두가 인간 개인으로서 온전하게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꿈(p.33)’은 미국의 이상인 동시에 한국의 이상이기도 하다. 나는 이상을 공유할 의지가 있는지,  다른 이들과 기회를 나눌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불평등에서 비롯된 좌절이 분노가 되는 사회를 바라지 않는다면 양심을 깨우고 성찰해야 할 때다.

 

 

* * * * * * * * * * *

 

"중상류층은 위를 쳐다보며 분노하고 부러워 하기보다 계속해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P.21)."

 

 

"사회의 중상류층, 즉 사회를 관리하고 분석하고 논평하고 방송하고 지배하는 사람들이 전 계층 출신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하는 건 도덕적인 이상이 아니라 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 번드르르한 부잣집 자제 중에 쓸모없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p.108)"

 

 

"다음과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고 있다.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은 중상류층에서 떨어질 경우 더 깊게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중상류층 부모는 자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유리 바닥을 깔아 주고자 할 동기가 커지며,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원도 있다. 그래서 기회 사재기를 포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서 자녀의 하향 이동 위험을 줄여 주려고 한다. 그들의 노력이 성공적일 경우, 위쪽이 더 경쟁적인 계층 구조가 생겨나게 된다. 그러면 중상류층은 자녀가 계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어 재분배 정책에 돈을 지불할 의향이 줄어든다. 그러면 불평등이 더 심화된다.

(p.112-113)"

 

 

"모든 이가 더 간소한 조세 제도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기존에 자신이 누렸던 세제 혜택은 유지하고 싶어 한다. 또 부유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자는 의견에는 다들 찬성하지만, 아무도 자신이 부유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간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 중 절반은 연 소득이 50만 달러는 되어야 부유층이라고 생각한다.(p.222)"

 

 

"(...) 보수주의자들은, 문제는 가난한 사람이나 이민자라며 우리를 안심시킨다. 진보주의자들은, 슈퍼 리치가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 구도에서는 우리의 정치 성향이 어느 쪽이든 우리(중상류층)는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안심시키는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다. (...) 다수 대중이 분투하는 동안 중상류층은 번영했다. 이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진정한 변화를 가능케 할 정치 환경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단계다. (pp.229-230)"

 

 

마침 이낙연 국무총리님 추천사가 떠서 링크:

https://twitter.com/nylee21/status/1172329027396194305?s=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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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 선명하고 바르고 오해받지 않는 글쓰기
김은경 지음 / 호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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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에디터, 현직 작가 김은경 님의 두 번째 책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제목 그대로 좋은 글 쓰는 법을 알려준다. 어색하거나 틀린 문장을 좋은 문장으로 바꾸는 수정 포인트를 설명한다. 문법 설명은 거의 없다. 혹시나 본문이 눈에 안 들어오는 독자라면 예문만 읽어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첫 책『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처럼 얇고 쉽고 유용하다.

 

목표는 이거다. '남녀노소, 사전만 있으면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는 문장 쓰기'

맞춤법이나 표현보다 중요한 건 '논리와 구조'라고 한다. 틀린 표기나 쉼표, 문장은 나중에 고치면 된다.  "문법을 몰라도 논리와 구조만 잘 맞춘다면 누구나 더 나은 문장을 만들 수 있다."(p.10) "이 표현이 논리적으로 맞는가?'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깨끗한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p.94)

 

또한 글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글을 쓰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봅시다. 어떻게 시작할지, 어떤 측면을 강조하고 싶은지를 머릿속에서 충분히 고민해주세요."(pp.68-69)

 

독자에 따라 글의 분위기도 정해 두는 게 좋다. "어떤 사람이 읽을 글인지를 정한 뒤 전체 분위기를 상상하고, 그에 맞추어 단어를 선택해야겠지요. 한 줄 한 줄에 걸맞은 단어를 사용하기 이전에 글의 분위기를 미리 설정해놓고, 그 분위기를 자아내는 단어들을 이용해 글을 짓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며 전체 톤이 균일해져서 읽는 이도, 쓰는 이도 편안한 글이 완성됩니다."(p.41) 글을 쓸 때 뭔가에 빙의해 있다고 생각하라는 조언, '필요한 인격을 데려와 손가락을 움직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문장의 만병통치약은 '의심'이라고 한다. "습관적 표현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첫 단계는 의심이지만 (...) 바로 자신이 쓴 문장을 장면으로 떠올리는 겁니다. 누가 불러주는 정보만을 토대로 몽타주를 그리듯,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신이 쓴 문장 그대로 그림을 그려보세요."(pp.127-128) "(...) '됬어'와 '됐어'만이 글을 망치는 원인이 아닙니다.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모든 것이 그 원인이고 수정 대상입니다."(p.142)

 

문장을 고칠 때 대원칙을 기억하자. "쓸데없는 것을 모두 삭제하라.(p214)" 구체적인 팁은 다음과 같다. 쉽고 편안한 보편적인 단어를 사용하자. 중복 표현은 다른 단어로 바꾸거나 걷어내자. 우선은 단문으로 쓰자. 최대한 짧게, 전달하려는 내용은 분명하게. 문장의 리듬은 퇴고할 때 단문과 복문을 적절히 배열해 만들면 된다. '데 있어', '에 있어', '에 대해'를 삭제하자. 이중 형용 주의, 병렬 형용은 가능.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대사전 사이트를 이용하자.

 

쉼표 사용이 궁금했는데 마침 설명이 있었다. "(...) 쉼표는 읽는 이의 호흡을 정갈히 해주는 동시에 쓰는 이의 고민을 보여줍니다. 패턴이 있는 쉼표를 발견하면 본인에게 그런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글을 쓰는 동안에는 그 습관을 유지하라고 권합니다. 원고를 쓸 때는 의식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뿌려놓은 쉼표를 걷어내는 것은 참 쉬운 일이라고, 퇴고할 때 의식하면서 읽어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p.87)

 

두 번째 책을 읽으니 김은경 님 글쓰기 수업이 궁금하다. 기회가 있다면 참여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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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의 자서전을 씁시다 - 글쓰기로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는 법
안정효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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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 작가님 책은 『멋진 신세계』번역만 읽어 봤을 뿐이었다. 아,  『안정효의 오역 사전』을 구입한 적이 있다. 사전을 엮으셨다니 놀라워서 읽어보려 했지만 사전은 예상외로(?) 재미가 없었고 중고 서점에 되팔았다. 어쨌든 책날개와 인터넷 서점 리뷰에서 그분의 명성을 익히 읽었다. '영원한 현역'이라 불리시는, 영문이든 한글이든 글쓰기라면 이미 대가의 자리에 오르신 분이라고. 2006년 창작 지침서 『글쓰기 만보』를 내셨고,  올해 두 번째 글쓰기 책인 『자서전을 씁시다』가 나왔다. 

 

"바쁘게 살아가느라고 전혀 의식조차 못 하는 사이에 자기 인생에서 알맹이가 사라졌음을 느닷없이 깨닫고 고민하는 시기에 사람들은 실종된 삶의 의미를 되찾고 싶어 한다. (...) 그런 순간에 도박이나 불륜이나 답답한 관광보다 사람들에게 훨씬 보람을 가져다주는 안식처가 글쓰기, 특히 자신에 관한 글쓰기다. (p.12)"

 

자서전을 쓰고 싶어 저자를 찾아왔던 약사 동창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앞 백여 페이지는 평범한 당신이라도 '자서전을 쓰면 좋다!'는 권유와 설득이 이어진다. 거의 '뽐뿌질' 수준이라 역시 필력이 대단하시다고 느꼈다.

 

다음은 글감 모으기와 글쓰기의 실제 스킬,  다양한 예시 작품이다. 특별하지 않은 글감이라도 남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섬세한 여러 가지 기교를 소개하고, 책은 물론 여러 영화를 예로 든다. 많은 책을 읽어낼 여건이 안 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다. 그래도 이왕 참고하려면 대가의 작품을 고르라고 한다. (파스테르나크가 쓴 싯구를 인용하는 건 독자를 좌절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다!) 소설과 영화 해석을 읽는 재미는 덤.

 

뒷부분엔 줄거리에 의미를 얻는 기법을 공부한다. 갖가지 사건이 내 인생에 갖는 의미는? '기승전결을 갖추며 줄거리에 공감과 감동의 뒷맛을 담는 기술(p.218)'은 어떻게 얻는가? 관찰하고 꿰뚫어보려면 여행. 산책. 사색. 휴식이 필요하다. 퇴고법을 배우고 앞서 다룬 내용을 복습한다.

 

글쓰기 강좌 22강을 묶은 느낌, 시간을 들여 곱씹을 내용이 많은, 자서전 혹은 소설 집필 시 펼쳐놓고 내내 참고할 책이다. 일부 내용만 남긴다.

 

#무엇을쓸까  #글감모으기

 

* 자료를 같은 내용끼리 모아두고, 필요에 따라 사용하라. 자료 가공과 이합집산을 두려워하지 말라. 많은 자료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려면 나만의 자료 포도송이 관리법이 필요하다.

 

* 글에 자료를 중복 사용하는 황당한 잘못을 하지 않으려면 더욱 주의.

 

* 작중 인물을 변신시켜 극적인 줄거리를 만들자. 자서전은 독사진이 아니라 단체 사진이다. "주변 인물을 이야기를 등장시키고 의미를 부여해라. 내가 주도해 온 사건과 상황의 나열로만 엮겠다 고집하지 않고 집단적인 자서전을 써서 영광을 여럿이서 기꺼이 나눌 여유를 보일 때 나 자신을 벗어나 주변 사람들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그러면 할 이야기가 그만큼 많아져서 글쓰기 또한 다채롭고 수월해진다. (p.95)"

 

* 구체적인 경험을 써라. "낡은 골판지 상자에 다민 헌 구두 한 켤레"처럼 낯익은 표현, 하찮은 물건에 얽힌 개인적인 일화, 감각적으로 익숙한 일상 체험의 소품과 상황은 듣는 즉시 가시적인 연상(visualization)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개념으로만 간접적으로 파악했던 다른 정보를 압도한다. 구체성의 극적인 효과 덕택이다. (p.148)"

 

 

#어떻게쓸까 #구성하기

 

* 이산의 서술법을 사용하라. 순서를 뒤집거나 육하원칙을 탈피할 용기를 갖추자. 일대기식으로 쓰기보다는 이야기를 토막 내고, 과감히 취사선택하고, 상념을 곁들이자.  " ... 글쓰기에서는 똑같은 정보와 똑같은 단어들일지언정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1-8-1이나 전결기승 구조로 배열 순서만 바꾸더라도 다양한 극적인 효과를 마련하기가 어렵지 않다. (p.139)"

 

* 단순한 연대기 형식보다는 주제나 인물 위주로 엮는 요령도 필요하다. 1에서 9까지를 순서대로 쓰는 것 말고, <67, 12345, 89>의 구성이나 <234, 19, 5678> 도 괜찮다.

 

* 기승전결을 다 쓸 시간이 없다면? 저자는 독일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구스타프 프라이타크의 '포물선'을 소개한다. 프라이타크는 희곡을 구성하는 5단 피라미드 양식을 만들었다. 제시-상승-절정-하강 흐름 -대단원 이다. 서양 소설 작법에서는 우리나라 기승전결과 비슷한 '프라이타크 곡선'을 고전적인 지침으로 삼았다. "기교와 문장을 연마하기 어렵다면 표준에 따르는 것도 방법이다. (p.191)"

 

* 여행기 스타일로 전개하는 방법도 있다. 살아온 운명이나 인생과 타협하고 화해하는 귀소 유형의 줄거리, 길을 가는 줄거리 등  여행의 형식을 빌려 방랑 스타일로 써도 좋다. 여행은 왕복이나 편도 모두 가능.

 

* 바보들의 배 스타일도 있다. 서양 회화와 문학 중에는 '바보들의 배'라는 장치를 사용한 작품이 많다. 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배 안에서 우스꽝스러운 짓을 벌이는 인간 군상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자서전 집필을 공부하기 위해 스승으로 삼을 작가로 저자는 윌리엄 샤로안을 소개했다. 샤로얀은 '제한된 공간에 다양한 인물을 모아 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성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그의  『인간 희극』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나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같은 얼개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p.184) 주인공들이 여기저기 저리 떠돌아다니며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 주는 거다. 자서전도 비슷한 스타일로 써 볼 수 있다.

 

* 모은 글감에 깃발을 달아 줘야 작품으로 발전한다. 첫머리를 시작하는 '열어 주기' 깃발은 익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간결한 한두 가지 단면이면 된다. 평범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시작하면 무난하다. 도입부를 심각하게 준비할 필요 없다. 초벌 원고는 밑그림일 뿐이니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가다 보면 사건의 경중이 가려진다. 일단 깃발을 꽂고, 여기가 아니라면 뽑아서 다시 꽂으면 된다.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예고편 노릇을 하는 열어 주기와 오랜 여운을 남겨야 하는 끝내기(p.207)" 가 중요하다.

 

#줄거리 에 #의미부여하기 #퇴고하기

 

*  "자서전은 아름다운 추억들과 한 많은 기억들을 수집하여 전시하는 마음의 회고전이다. (p.225)" 회고전 개최는 쉽지 않다. 준비가 필요하다.

 

 

* 글은 산행과 같아서 양적인 균형이 중요하다. "상승 구조가 계단처럼 지속적을 올라가도록 이끌어 주기 위해서 징검다리 쉼터를 제공하는 구조적인 방편을 수사법에서는 절정 꺾기(anticlimax)라고 한다. (p.233)" "징검다리 분산 배치는 규모가 큰 글쓰기에서 흔히 무거운 머리의 쏠림과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는 편리한 기능을 맡는다. (p.235)"

 

*"감정의 과잉 발산은 자칫 잘못했다가는 비웃음이나 역겨움을 사기가 십상이다. 초벌 원고를 만들 때의 흥분 상태를 무자비하게 견제하는 냉정함을 갖추고 우리는 퇴고에 임해야 한다. (p.268)"

 

* "... '있다'와 '것'과 '수'처럼 흔한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불성실함은 글쓰기에서 가장 먼저 털어 버려야 할 심각한 악습이다. (p.263)" 적당한 어휘가 생각나지 않으면 반의어를 생각하자. "... 소설이나 비소설을 불문하고 서술문에서는 부사나 형용사보다 보통 명사와 동사가 많아야 탄력이 붙는다. 대화체가 거의 없는 산문이나 수필, 심지어는 명상록에서조차 기회가 보이는 대목마다 직접 화법을 동원하면 기나긴 무료함이 순간적이나마 잠깐 사라진다. (p.365)"

 

 

"거의 모든 글쓰기는 느리고 꾸준한 작업의 연속이다.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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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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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IT업계 거물들은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를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했다고 한다. "테크놀로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마약상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을 따르는 듯하다. '자신이 공급하는 중독 물질에 절대 취하지 마라.'(p.15)" 그 기기들이 사용자들을 중독시킬 수 있음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엔 마약 같은 물질 중독이나 도박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인터넷 중독이나 드라마 몰아보기 같은 '행위 중독'이 문제다. 사람들은 휴대폰이 없으면 '노모포비아(모바일 결핍 공포증)'로 불안에 휩싸인다. 어린아이들은 아이패드를 보여줘야만 앉아서 밥을 먹고, 학생들은 SNS로 소통하며 자신의 존재와 친밀감을 확인한다. 기술 자체는 선하거나 악한 게 아니지만 인터넷, 스마트 기기와 콘텐츠는 중독을 유발하는 쪽으로 유도되어 왔다.

 

 

마케팅/심리학과 교수인 애덤 알터의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스마트기기, 게임 등이 어떻게 우리를 '낚는지' 설명하고, 낚이지 않는 방법과 낚였을 때 대처법을 알려준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행위 중독의 메커니즘, 중독에 관련된 심리 기제를 알려준다. 실제 우리가 빠져 있는 게임과 기기가 등장하니 더욱 적나라하다. 중독이 궁금한 독자는 물론 심리학,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 될 책이다.

 

 

#누구나중독될수있다

 

 

오랫동안 전문가들은 특정한 사람들이 중독에 더 취약할 거라 추측해왔지만, 중독 실험의 고전이라는 1950년대 '올즈와 밀너의 실험'을 통해 환경과 상황에 따라 누구나 중독자가 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모든 이들은 적당한 여건이 갖춰지면 중독자가 될 수 있다. 중독은 학습의 한 유형이고, 특정한 행위를 매력적인 결과와 연관 짓는 것이다.

 

 

 

"중독은 단순한 신체적 반응이 아니라 신체적 체험에 심리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이다. (...) 누구에게 마약을 집요하게 주입하거나 어떤 행위를 하게끔 부추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사람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데 그 체험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학습해야 중독이 된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p.98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은 뇌의 동일한 보상 중추를 활성화한다. 헤로인과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둘 다 뇌의 여러 곳에서 도파민을 분비시켜 강렬한 쾌감을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묶어놓고 계속 헤로인을 주입하거나 게임을 시킨다고 해서 그 사람이 중독되는 건 아니다. 약물이나 게임이 우울, 불안, 외로움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해소할 때 중독이 된다. 한 학자는 "어떤 체험이든 그것이 심리적 고통을 덜어 준다고 여겨지면 중독된다(p.104)"고도 했다. 마약이나 행위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어려운 이유는, 과거에 심리적 욕구를 해소했던 경험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독 방지·치료에는 심리적인 요인을 탐구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날 행위 중독은 왜 생기고 누가 조장하는가? 제품 개발자와 설계자들은 사람을 움직이는 보상 체계를 더 면밀히 연구하고 사람들이 제품에 쉽게 중독되게 만든다. 제품이나 콘텐츠가 외로움, 무료함, 고통을 없애주는 결과와 엮여 이것이 반복 학습되면 중독이 된다. 중독 대상이 휴대용 기기로 바뀌는 추세는 매우 위험하다. 어디를 가든 갖고 다니는 기기는 더 중독되기 쉽기 때문이다.

 

 

#무엇이중독을일으키는가

 

 

중독을 일으키는 심리적 기제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행위 중독에 관여하는 요소는 모두 여섯 가지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 목표,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그리고 강한 인간관계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오늘날 행위 중독은 적어도 이 여섯 가지 요소 가운데 한 가지를 포함하고 있다(p.23)." 전자기기와 앱, 각종 콘텐츠는 사회적 참여, 지지, 정신적 자극, 효용성 같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중독을 일으킨다.

 

 

옛날에는 목표 대부분이 생존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제 식량과 에너지가 풍족해졌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목표에 더 매달리고 있다. 이메일이 도착하는 족족 수신해서 '읽지 않은 메일 없음'이란 목표를 달성하고, 핏비트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 '하루 1만 보'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저자는 '목표 지향적 문화'가 부상했다고 표현한다. "수치는 강박에 빠지는 지름길이다(p.142)." 심장 박동 수, 걸음 수, 달린 기록, 팔로어 수, 좋아요 수. 수치 속에 사람들은 끝없는 실패 상태에 놓이거나, 목표를 추구하더라도 잠시 기뻐한 후 곧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수치화하거나 비교하지 말고, "목표 대신 체계를 세우고 살(p146)"아야 하는데 말이다.

 

 

다음은 피드백 중독. 엘리베이터 버튼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 신기해서, 이것 저것 눌러 놓고 어른들에게 꾸중 들었던 어릴 적 기억이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는 여전히 빛과 소리 같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좋아하는데, 게임 업체는 이를 이용한다. 카지노 게임들은 보통 카지노 측이 이기게 되어 있고 슬롯머신 승률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게임을 중단하지 못한다. 놀랍게도 우리 뇌는 현란한 불빛과 경쾌한 음악에 감정적으로 몰입해 돈을 잃건 따건 같은 부위를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그러니까 돈을 잃고 있는데도 돈을 따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전의 히트를 친 <캔디 크러쉬 사가>같은 게임의 성공 비결 역시 '주스', 즉 뇌의 원시적인 부위를 자극하는 빛과 소리 등을 사용한 강렬한 피드백 덕분이었다고 한다. 가장 발전된 형태의 주스는 가상 현실이다. 디지털 세계의 감각과 실제 감각이 일치해 극도의 몰입을 느끼는 가상 현실이 완성되면 인간의 삶은 바뀔 것이다. 인간에게 기적이 될지, 위협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향상 중독과 난이도 중독도 우리를 낚는다. 처음에는 게임을 무료로 다운로드해 심심풀이로 해 본다. 플레이 방법도 단순해 진입장벽이 낮다. 하지만 레벨이 올라가면서 희열을 느끼고, 레벨을 향상시키려면 현금으로 무기나 부스터를 사면서 게임에 중독된다. 난이도 중독의 대표적인 예로는 전설적인 게임 <테트리스>를 든다. 게임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실력이 늘고 뇌도 효율적으로 기능하여 게이머들은 성취감을 얻는다. 게이머가 끝없이 게임하게 만들려면, 게이머의 실력과 게임의 난이도를 적절히 조절해 게이머를 몰입시키면 된다. 막판에 안타깝게 실패했다는 느낌을 주면 다음엔 성공하리라는 기대로 가득 찬다.

 

 

드라마 중독과 넷플릭스 몰아보기 뒤편엔 미결 욕구가 있다. 드라마던, 영화던 사람들은 완결된 내용을 좋아한다. 결말이 흐지부지 열려 있으면 사람들은 못 견딘다. 이런 미결 욕구를 충족하려 사람들은 몰아보기에 빠진다. 관계 욕구는 실시간 소통하는 온라인게임과 인스타그램으로 해소한다. 중독성 있는 게임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이 '사회적 요소'라는 의견도 있다.

 

 

#행위중독없애기

 

 

운동중독, 스마트 기기 중독, 일 중독 같은 행위 중독은 아직 학계에서 정식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인터넷 중독의 경우 사회에 책임이 있는 문제로 보는 학자도 있고, 질병이라 보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정도의 행위 중독은 병원 치료보다는 삶을 꾸리는 방식을 바꾸는 게 답이다. 마약과 알코올 없는 환경을 만드는 건 가능하겠지만, 인터넷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인터넷을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중독에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 행동을 계속하는 심리 안에 무엇이 있는가? 그 심리를 다른 행위에서 충족시킬 수는 없을까? 스스로 중독자임을 인지하고, 중독에 빠지게 하는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이를테면 인스타그램을 끊고 싶을 경우, 인스타그램을 하면 뭐가 좋은지를 스스로 살펴보고, '난 오프라인 친구는 만들지 못할 거야' 같은 생각을 바꾸고, 대안을 결정하고 동기부여하는 것이 좋다. 억누를수록 더 빠져든다.

 

 

아이들의 기기 사용에 있어서는 저자는 '리스타트 센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언한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될 때까지 상호 작용하는 쌍방향 기기가 아닌 TV만 보게 해야 합니다. (...) 아이들은 잠을 자고 신체 활동을 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상상력을 펼칠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p.297)" 부모는 자녀가 화면에서 보는 것과 실체 체험을 연관 짓도록 돕고, 적즉적으로 관여하고, 기기 자체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시청하는지 살펴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습관은 바뀐다. 습관은 세 단계로 형성된다.

행위를 촉발하는 단서 - 루틴(행위) - 보상(행위를 반복하도록 만드는)

여기서 루틴을 좀 덜 해로운 행위로 바꿔 볼 수 있다. '행위 설계' 기법도 있다. 간단히 말해서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싶지 않으면, 손이 닿지 않도록 멀리 치워두는 것이 행위 설계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 고안된 앱 중에는 고치고 싶은 행동을 하면 전기 충격을 주는 것도 있고, 처벌도 효과적이다. 수치 중독이라면 페이스북에서 수치를 제거해주는 앱을 사용해 볼 수도 있다.

 

 

#중독활용하기

 

 

중독 행위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독을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원리를 학습에 적용하거나, 노후 자금 마련 같은 건전한 목표를 세워 매진하도록 유도하는 등 중독을 다른 행위의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 시험에 나오는 단어를 암기하는 게임, 규칙적으로 운동하도록 고안된 웹사이트, 2분을 꽉 채워 이를 닦도록 돕는 앱 , 게임처럼 디자인되어 동기 부여를 이끌어 내는 교실과 직장 등이 소개된다. 단, 중독과 유익한 습관은 종이 한 장 차이임을, 게임화는 행위의 진짜 목적을 잊고 재미에만 몰두하게 함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테크놀로지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어떤 기술 발전은 행위 중독을 부추기지만 어떤 기술 발전은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기적 같은 일을 해낸다. 신중하게 고안해 만들면 중독성을 띠지 않을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독성은 없는 제품이나 체험을 만드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p.284)." 더불어 우리는 중독에 빠지는 이유와, 무엇이 우리를 중독으로 이끄는지 를 알아야 한다. 앞으로도 사람들을 낚으려는 수많은 제품들이 출시될 테니 말이다.

 

 

"중독은 무섭다. "기억하세요. 싱싱한 오이 같은 여러분의 뇌가 절여져 오이지가 되면 절대 오이로 원상 복구되지 않습니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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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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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능성 옹호론자로서 이 모든 발전을 바라보고, 앞으로도 더 발전하리라는 확신과 바람을 갖고 있다. 낙천주의가 아니라 상황을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며, 세계를 건설적이 유용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p.100)

 

저자 한스 로슬링은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다.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 공동설립자이며 유니세프 등 국제구호기구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그는 인도와 모잠비크 등에서 극빈층 의료지원과 보건환경 개선 활동을 하며, 그리고 모국 스웨덴의 발전상을 보며 "빈곤은 줄어들고 기대수명이 느는 등 세계는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고, 통계적으로도 발전 추세를 증명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폭력적인 곳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안타까웠던 그는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 즉 '팩트풀니스(사실충실성)'를 널리 알리려 평생을 헌신했다. 사람들이 세상에 갖는 잘뭇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아들, 며느리와 함께 '갭마인더재단'을 세워 강연, 연구, 자료 개발에 생의 마지막까지 매진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팩트풀니스>는 세상이 발전하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하고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10가지를 소개한 후 '사실충실성'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라고 당부한다. 책은 "세계에 관한 지식 테스트"로 시작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이 없으며 편견 투성이인지 알려 주는 테스트다. 극빈층 변화 추세, 예방접종, 기후변화 등 이 세상에 관해 묻는 열 세 문항을 세계 여러 나라 다양한 집단에게 제시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팬지보다도 못한 정답률을 보였다고 한다.

 

저자는 유엔을 비롯한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를 통해 과거에 비해 세상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준다. 공들여 제작된 인포그래픽은 이 책의 핵심으로 여러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90~93페이지의 "줄어드는 나쁜 것 16가지" 와 "늘어나는 좋은 것 16가지"를 본다면 '세상이 전보다 더 살기 힘들어졌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통계를 보고 행복감마저 들 지 모른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는 걸까. 안 좋은 일이 기억 속에 더 선명히 박히고, 세상은 점점 더 타락해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뇌는 수백만 년간 생존에 적합하게 진화됐다. 즉각적인 위협이 많은 수렵 채집 상황에서는 심사숙고보다 빠른 판단이 생존에 유리했다. 문제는 진화의 결과인 '속단하는 우리 뇌나 극적인 것이 열광하는 성향'이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고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형성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비합리적인 두려움과 부정적인 미래상에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올바른 세계관을 갖고 본능적 반응 대신 비판적 사고를 하려면 다음의 10가지  본능을 주의하자. 그리고 사실충실성에 따라 세상을 보자.
 

 

합리적인 판단을 막아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는 10가지 본능

 

 

1. 간극 본능

 

우리는 생각없이 세상을 양 극단으로 나누어 본다. 이제 세계는 더이상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선진국이 아닌 국가는 다 저소득 국가라고 생각하지만, "세계 인구 다수(75%)는 저소득 국가도, 고소득 국가도 아닌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중간 소득 국가는 세상을 둘로 나누는 사고방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범주이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한다.(p.51) "세계를 과도하게 극적으로 나누지 않고 네 단계로 구분하는 방식은 이 책에서 독자가 배울,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틀 중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p.69)

 

 

2. 부정 본능

 

세계 발전을 보여주는 기본 사실들은 이상하리만치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과거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고 현실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게다가 언론, 활동가, 로비스트는 "일정한 추세에 일시적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전반적으로는 분명히 발전하고 있는데도 마치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교묘히 포장해, 과장된 우려와 예측으로 사람들을 겁준다." (p.98) 단순히 통계만 봐도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느낄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20년간 세계 극빈층 비율은 절반으로 줄었고 세계 기대 수명은 약 70세로 길어졌다(1963년엔 60세였다).

 

 

3. 직선 본능

 

우리는 지구의 인구가 계속 증가할 거라 예상하지만, 인구는 직선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어떤 현상을 이해하려면 그걸 나타내는 곡선이 어떤 형태인지 확실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떤 곡선이 눈에 보이는 부분 너머로 어떻게 연장될지 안다고 단정할 경우, 잘못된 결론에 도달해 엉터리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p.141)

 

4. 공포 본능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이제는 세계 발전의 거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는 각종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러나 극적 본능 탓에, 그리고 언론이 그 본능을 이용해 주의를 사로잡는 탓에 우리는 늘 세상을 과도하게 극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극적 본능 중에서도 뉴스 생산자가 정보를 선별해 우리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포 본능이 아닐까 싶다." (p.149)

 

 

"공포는 유용할 수 있다. 단, 실제로 위험한 것에 공포를 느낄 때라야 그렇다. 공포 본능은 세계를 이해하는 형편없는 지침이다. 공포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하고,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은 외면하도록 한다." (p.173)

 

 

"겁에 질린 사람들은 수백만 명이 설사로 죽고 해저가 수중 사막으로 변해갈 때 지진이나 항공기 사고 또는 보이지 않는 물질에만 집중하기 쉽다." (p.173)

 

 

5. 크기 본능

 

절대적인 수치를 보지 말고, 수치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보아라. "내가 앞에서 통계 이면에 있는 개별 이야기를 보라고 다그쳤듯, 이번에는 개별 이야기 이면에 있는 통계를 보라고 다그쳐야겠다. 수치 없이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으며,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p.182) 

"사람들은 비율을 왜곡해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 숫자 하나만 보고 그 중요성을 오판하는 성향도 본능이다." "크기 본능은 우리의 제한된 관심과 자원을 개별 사례나 눈에 보이는 피해자, 또는 우리 눈앞에 있는 구체적인 것에 쏟게 만든다."(pp.182-193) 크기 본능을 억제하려면 제시된 수치를 다른 것과 비교하고 나누어 비율을 고려하라.

 

6. 일반화 본능

 

"간극 본능은 세상을 '우리'와 '저들'로 나누고, 일반화 본능은 우리가 저들을 다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한다." (p.209) 세계 인구 다수에서 삶의 단계는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는 종교나 문화, 국가가 아니라 소득이다. 세상을 볼 때 집단 내/집단 간 유사점/차이점을 살피고, 다수와 소수와 예외 사례를 모두 고려한다면 일반화 충동을 피할 수 있다. 

 

7. 운명 본능

 

"이 본능이 어떤 식으로 진화에 도움을 주었을지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살아온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어떤 대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터득한 뒤, 그것을 재평가하기보다 끊임없이 지속되리라 생각하는 게 분명 훌륭한 생존 전략이었을 것이다." (p.239) "운명 본능이 나타나는 가장 흔한 사례는 (...) 아프리카는 항상 무기력하고 절대 유럽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이슬람 사회는 기독교 사회와 근본부터 다르다는 생각이다."(p.240)

 

전 세계 남성은 평균 10년간 학교를 다니고, 같은 나이의 여성은 평균 9년간 학교를 다닌다. 남녀 차이가 크지 않다니 의외인가? 우리는 매체에 보도되는 폭력적인 이미지만으로 현실을 판단하지만, 성 평등은 분명 개선되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직도 극빈층인 이유는, 변치 않거나 변할 수 없는 문화 때문이 아니라, 척박한 토양과 무력 충돌 때문이다." (p.244)

 

8. 단일 관점 본능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의 순간을 즐기고, 무언가를 정말로 이해한다거나 안다는 느낌을 즐긴다. (...)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어떤 문제를 밑바닥부터 배우지 않고도 의견과 답을 낼 수 있고, 따라서 다른 문제에 신경 쓸 여유도 생긴다. 하지만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올바른 방법이 못 된다." (pp.266-267)

 

"문제점만 끊임없이 듣기보다 진전의 증거를 듣는다면 더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데도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사면위원회, 기타 인권과 환경 단체 등은 이런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있다."(p.272)

 

"경제성장과 보건 의료 발전에 민주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그와 모순되는 현실에 부딛히기 쉽다. 따라서 우리가 좋아하는 다른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민주주의가 우월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기보다 민주주의 자체를 목적으로 지지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p.286)

 

9. 비난 본능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p.295)

 

"언론은 중립적이지도 않고, 중립적일 수도 없으며, 그걸 기대해서도 안 된다."(p.301)

 

"(...) 문제는 거의 항상 그보다 더 복잡하다.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이 문제일 때가 대부분이다." (p.315)

 

10. 다급함 본능

 

"(...) 즉각적 위험은 거의 사라지고 좀 더 복잡하고 대개는 좀 더 추상적인 문제를 마주하는 요즘, 다급함 본능은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본능은 스트레스를 주고, 다른 본능을 확대해 억제하기 힘들게 만들고, 분석적 사고를 가로막고, 너무 빨리 결심하도록 유혹하고, 충분한 고민을 거치지 않은 극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p.235)

 

"문제가 다급해 보일 때 맨 처음 할 일은 늑대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다." (p.355)

 

"데이터는 진실을 말하는 데 사용해야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행동을 축구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p.337)

 

"다급함 본능과 모든 극적 본능을 억제하라. 세계를 과도하게 극적으로 바라보고 상상 속에서 문제를 만들어 스트레스받기보다 진짜 문제와 해결책에 좀 더 집중하자." (p.344)

 

사실충실성 실천하기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네 단계와 네 지역에서의 삶)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겸손이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pp.355-357)

 

"(...) 소비자인 우리가 뉴스를 좀 더 사실에 근거해 소비하고, 뉴스가 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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