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BL] 서로 다른 위치에서
까만고래 / BLYNUE 블리뉴 / 2018년 3월
평점 :
현대물, 학원/캠퍼스물, 소꿉친구, 친구>연인, 동거/배우자, 첫사랑 키워드만 보고 덜컥 구매했다가 뒤의 키워드들을 보지 않은 후회를 읽는 초반 열심히 했습니다. #신분차이 #노예수 #구림수 #무색인과 다색인 그리고 무색인이 다색인을 노예로 부리고 물건처럼 여기며 통제하는게 당연한 세상. #인종차별 키워드가 중요합니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배경 분위기라 초반부터 설명되는 배경은 흑인을 탄압하던 백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인종차별이 기본으로 깔린 세계라 이런 설정이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것 같네요.
단은 다색인이고 여름을 주인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아무리 여름과 단이 소꿉친구일지라 하더라도 두 사람의 기본 전체는 주인과 노예신분입니다. 그 사실을 기본으로 깔고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과 생각이 달라서 제목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인가 봅니다. 무색인과 유색인의 전쟁으로 신분차이가 결정된 두 사람, 여름에게 단은 소꿉친구입니다. 하지만 단에게는 여름은 주인으로 항상 하고 싶은 일을 이룰 수 있도록 따라야 하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여름이 하고 싶은 일들을 도우면 자신이 벌을 받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단은 여름의 행동을 말리지 못합니다.그럴 때마다 벌을 받는 모습이 나오는데 너무 당연하게 매질을 당하고 참아야 하는 단의 모습에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불편했습니다.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키워졌다는 단. 그래서 오직 주인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모습에 울분이 치솟을 정도였어요. 가볍게 볼 청춘BL을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노예와 주인의 위치와 다색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들이 너무 화가 날 정도로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에서는 무색인과 다색인으로 표현이 됐지만 처음에는 다색인들의 전쟁으로 시작되어 무색인들이 노예가 됐다는 부분과 검은 머리카락과 눈, 그리고 색을 가진 머리카락과 눈색에서 백인과 흑인의 인종차별이 당연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마냥 가볍게 읽을 수는 없는 글이었어요.
"다색인은 원래 그런 종이다. 길들이지 않으면 언젠가 너를 해치고, 배신한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내내 무색인들이 다색인들에게 가지는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그들은 이를 기본으로 항상 다색인들을 억압해야 하고 매질로 그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무색인들에게 있어서 다색인은 누군가가 아니라 그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여름과 단의 문제는 항상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그들의 신분과 인종의 차이로 해결하려는 주변의 시선이 같이 따라옵니다.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이렇듯 배경설명을 위한 일들이 많이 드러나면서 주인공들의 감정선 보다는 인종차별에 대한 배경설명 위주라서 더 불편함이 많이 느껴졌어요. 청춘BL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신분과 인종차별이야기가 이어져서 심정으로 힘들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어린시절이 지나고 좀 성장하면 괜찮아지겠지하면서 계속 봤는데... 어린 시절에는 집안에서 여름의 아버지의 매질을 당해야 했다면 학창시절에는 무색인 학생들의 폭력에 노출됐고 더 커서는 사회에서 받는 폭력과 억압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나옵니다. 아니 달달하지는 않더라도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보면서 두근두근 설렘 가득한 청춘게이를 원한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ㅠㅠ 친구에서 연인이라면서요 이건 친구에서 연인이 아니라 노예와 주인의 서로를 지키기 위한 폭력 가득한 BL인데요. 굴림수라더니 수가 정말 여름이 아닌 인종차별과 주위에서 받는 폭력으로 데굴데굴 구릅니다.
여름이 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도 주위의 폭력은 여전하고 여름을 좋아하면서도 단은 여전히 여름은 주인이야. 기대하면 안되 이러고 있고, 좀 달달해지려나 싶으면 갑자기 튀어나온 조연들이 단을 후려치고 패고 갑니다.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묻지마 폭력이 자주 나와요. 그런데다가 두 사람이 달달해지려나 싶었을 즈음 등장하는 여자는...........이건 아냐ㅠㅠ 여름이고 뭐고 단이 납치해서 그 폭력으로 물든 세계에서 탈출시키고 싶었습니다.
단을 지키기 위해 교수의 밑으로 이름을 옮기려던 여름과 온갖 괴로움을 감당하면서도 좋아하는 이의 이름 밑에 있고 싶었던 단의 마음은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결국 여름의 사랑을 대가로 교수의 이름 아래로 옮겨 머리를 염색하고 컬러 렌즈를 끼고 사람과 교류하는 법을 배우는 모습에서는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세상은 바뀌지 않고 두 사람의 사랑은 숨어서 해야 하는 결말은 아쉬웠습니다.어치피 두 결말 다 세상은 바뀌지 않으니 어느 쪽이든 단이 보호받는 쪽을 원했던터라 집착가득한 주인으로 끝나는 외전은 오히려 이쪽이 단이 그동안 보인 태도로 본다면 더 어울리는 결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읽고 난 이후에도 여름과 단의 사랑보다도 단이 그동안 받았던 인종차별과 폭력이 기억에 많이 남을 정도로 책의 반은 단이 받았던 폭력과 차별이었고 두 사람의 로맨스는 그보다는 비중이 좀 적었던 것 같아요. 가볍고 기분 좋게 읽기 보다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라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드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