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서 오히려 미지근한 마음을 유지한다. 마음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좋아하는 마음도 고갈된다. 언젠가 성급하게 서로를 알아갔던 연인과는 더 빨리 끝났고, 꼭 무리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나면 번아웃이 왔다.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에도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나는 계속해서 달리고 싶어서 좋아하는 마음을 잘게 쪼개어 꺼내쓴다.
어떤 아름답고 거룩한 일에 제힘을 다 바쳐 실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 일에 뛰어드는 것을 만류하지 않는다. 그 실패담이 제 능력을 극한까지 발휘하였다는 승리의 서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봄날은 허망하게 가지 않는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것들은 조금 늦어지더라도 반드시 찾아오라고 말하면서 간다.
난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어. 어떤 사람들은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서 모두 다 알고 자기 의견도 칼날처럼 분명하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말하지. 하지만 모르겠어. 세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모든 사람이 거의 예외 없이 시집가고 장가간다고 해서 그러한 봄바람 같고 한여름 날의 폭우 같은 사랑을 가졌었나, 그러지 않았으리라고 집 떠나기 전날의 나는 확신하였다. 나 또한 그러하게 못 가진 사람들의 편에 서게 되나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격언을 오랫동안 기이하게 여겼다. 그 말은 현실을 반영하지도, 이상을 제시하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