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가 자신의 불행을 인지하고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부러웠다. 문영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해야만 했던 결정 때문에 삶이 불행한 거라고 생각하던 때. 그 결정만이 잘못된 거니까 다른 결정을 하면 다시 삶이 제자리를 찾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때. 문영이 바라던 행복은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심지어 작은 불행이라고 볼 수도 있을 만큼 작았다. - P137
생의 마지막에 만날 부사가 ‘결국‘이 아닌 ‘마침내‘이기를 바란다. ‘결국‘은 닥치는 것이지만, ‘마침내‘는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28
은사의 집을 찾아간 이 일이 하야타 일행의 목숨을 구했다. 그들이 노우미섬에 체류해 있는 동안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여기서 가혹한 갈림길에 선다. 이들은 서둘러 우지나로 돌아와 곧바로 폭탄 투하 지역의 구호 활동에 파견되었는데 하야타만 상관의 명령으로 타지로 보내졌다. 방사선 피폭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피해 지역으로 들어간 학우들은 차례로 쓰러져 죽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