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 - 일, 관계, 인생을 바꾸는 황정민 아나운서의 말하기 디테일
황정민 지음 / 와이즈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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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떤 말은 짧지만 오래 남고, 어떤 말은 금방 잊힙니다. 이 차이는 문장력보다 말하는 사람의 태도에서 갈립니다.


KBS 간판 아나운서이자 오랜 시간 라디오 생방송을 책임져 온 황정민 아나운서의 말하기 책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은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오랜 현장에서 갈고닦은 실전 기술, 생방송 DJ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촘촘히 녹아 있습니다.


말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말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관계와 성숙의 문제임을 짚어줍니다.


베스트셀러 <말 그릇>의 저자 김윤나, 개그맨 박명수가 추천한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 그저 말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뉴스와 라디오,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단련된 진짜 커뮤니케이터의 내공이 담긴 책입니다. 명퇴 후 홈쇼핑 쇼호스트로 변신하며 겪은 혼란과 성장의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진정성까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황정민 아나운서는 내 말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그 말은 아무리 논리적이어도 실패한 말이라고 말합니다. 직장에서, 가족 관계에서 또는 친구와의 사소한 메시지 한 줄에서도 곱씹을 만합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친절한 선 긋기'입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노(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고질적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라디오를 진행하며 수없이 많은 요구를 받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지키는 명료한 말하기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거절은 상대를 밀어내는 행위가 아니고, 오히려 솔직한 선은 관계를 오래 가게 한다고 강조합니다. 삶에서 부딪히는 불편한 감정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해줍니다.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콕콕 짚어줍니다. 특히 호흡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무엇을 말할지에만 집중하지, 어떻게 말할지는 놓치기 쉽습니다. 뉴스 앵커 출신의 황정민 저자는 수없이 단련한 호흡 조절법이 실생활 대화에서도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보여줍니다.


저자는 대화의 호흡법을 소개하며 이것이 전달력을 높이는 첫 단추임을 강조합니다. 복식호흡으로 안정감을 주는 법, 짧은 호흡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법 등 상황에 맞는 호흡 테크닉이 유용합니다.


호감형 화법 챕터도 눈길을 끕니다. 무의식적으로 반말처럼 들리는 단정적 어조를 부드럽게 만드는 법, 사과할 때 핑계 없는 문장을 완성하는 방법, 상대의 말에 표정 피드백을 적용하는 실전 팁, 대화의 온도를 낮추는 속도 조절 기술 등이 있습니다.


황정민 아나운서의 접근은 먼저 상대의 상태를 읽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진짜 말하기 실력이라는 데 있습니다. 상대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 가늠하는 순간, 대화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말이죠.


아나운서의 말하기는 일상의 대화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생방송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그대로 기록되고 퍼집니다. 황정민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실전 팁을 만나게 됩니다.


말하기는 상황을 읽는 능력이기에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면 정확한 말은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특히 공감됩니다. 발표를 해도 설득력이 없고, 회의에서 늘 뭔가 헛도는 느낌을 받는 이들에게 도움 됩니다.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에서는 말의 구조가 안정적으로 잡히도록 도와주는 팁이 가득합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한때 제 말하기 고민 중 하나는 '거절'이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수락한 약속, 원치 않는 부탁에 함부로 끄덕였던 경험이 가득했거든요.


이 책에서 거절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친절한 거절법을 책에서 만나보세요. 공격도 회피도 아닌, 성숙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틀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중간중간 별미처럼 들어있는 '똑똑하게 talk talk 팁'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호흡법, 상사들이 주의해야 할 말 습관,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주는 대화법, 액티브 리스닝, 실전에 도움 되는 3분 스피치 등 주제별, 상황별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습니다.


관계의 긴장을 풀고 대화를 열어두는 힘을 가진 대화법 사례가 가득합니다. 황정민 아나운서가 왜 라디오에서 줄곧 편안한 대화를 보여줄 수 있었는지 그 노하우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자기계발서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 말로 밥벌이해온 사람의 인생 기록입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아나운서조차 여전히 말로 실수하고, 후회하고, 배운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목소리는 기술이 만들지만, 말의 품격은 결국 삶이 만든다는 걸 몸소 보여줍니다. 결국 말하기는 스피치 스킬을 넘어서 자기 성찰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이 책은 대화를 잘하고 싶은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의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 내 말을 통해 좋은 영향력을 남기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합니다.


저자의 목소리가 페이지 너머로 들리는 듯한 친근함이 있습니다. 황정민 저자가 평생 추구해온 진심 어린 소통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카톡, 이메일, SNS, 영상통화까지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지만, 그만큼 관계의 단절과 오해도 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모티콘으로 대체되는 감정, 축약되고 생략되는 문장들. 그 속에서 우리는 진심을 전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은 그런 시대에 다정한 언어의 필요성을 일깨웁니다.


나는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있는가? 내 말속에 진심이 담겨 있는가? 좋은 순간을 알아차리고 표현하고 있는가? 거절이 필요한 순간에 용기를 내고 있는가?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여러 번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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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 -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말 공부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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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언어가 내면을 세우는 방식에 대하여

『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


우리가 쓰는 말은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니라,

내면의 구조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박재용 작가의 신작은 그 작은 어휘 속에 숨겨진

사유의 역사와 인간의 품격을 탐구하는 인문학적 여정입니다.


책은 ‘나’라는 한 점에서 출발해 ‘우주’, ‘세계’, ‘관계’ 

그리고 ‘순환과 종말’이라는 사유로 확장됩니다.





그리스어와 라틴어의 어원을 따라가다 보면 

한 단어가 가진 다층적인 의미가 어쩌면 우리의 사고 방식 자체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로고스’는 이성의 상징이지만 작가는 그것을 

내면을 세우는 말의 힘으로 읽어냅니다. 

생각은 언어를 만들고, 

언어는 다시 우리의 품격을 결정짓는다는 통찰이 스밉니다.


‘아르케’는 만물의 기원과 본질, 질서의 원리를 담은 말입니다.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아르케는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시선이 우주로 향하면 코스모스, 유니버숨, 스텔라 같은 

단어들을 통해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왔는지, 

언어가 시대정신을 어떻게 비추어왔는지가 드러납니다.


문명의 어휘로 넘어가면 불카누스, 제피로스, 마레 같은 단어들이 

신화적 상상력, 자연에 대한 공포와 경외 

그리고 그 속에서 길어낸 인간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관계라는 주제에 다다르면 포세이돈의 흔들림, 옴팔로스의 중심, 

올림포스의 질서가 오늘의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우로보로스, 아가페, 에트루리아는 

언어와 존재의 마지막 자리에서 

우리가 결국 도달하고 싶은 내면의 품격을 말합니다.


당신은 어떤 말을 쓰며,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언어를 다시 배우는 일은 곧 나라는 존재를 

다시 세우는 일임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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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툰 2 - 경제 고전툰 2
강일우.김경윤.송원석 지음 / 펜타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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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툰 경제 편에서는 애덤 스미스 국부론, 마르크스 자본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그리고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에 이르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고전툰 2: 경제』는 경제를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선택과 가치의 문제, 즉 사람이 더불어 잘 사는 법을 연구하는 인간 사회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정치 편이 정의와 질서를 물었다면, 경제 편은 부의 기원과 분배, 그리고 불평등의 구조를 파헤칩니다.


경제학의 두 거장, 애덤 스미스와 카를 마르크스의 사유는 현대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개념을 안겨줍니다.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반면, 마르크스는 노동의 소외와 자본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노동자가 창출한 가치(잉여가치)가 자본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착취의 구조를 폭로합니다.





현대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진보 속의 빈곤을 파헤친 헨리 조지의 사유가 인상 깊었습니다. 인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부를 창출했지만, 빈곤과 주거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는 이 모순을 헨리 조지는 토지 소유자에게 진보의 성과가 독점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이 외에도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통해 과시적 소비가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고, 박제가의 북학의를 통해 절약을 미덕으로 삼았던 전통 사회에 소비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나라의 부강보다 백성의 삶을 먼저 생각했던 동양의 경제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식을 넘어, 질문과 토론을 이끌어내는 시대의 교과서 고전툰 시리즈. 복잡한 개념을 시각적으로 돕는 고전툰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북토크를 통해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경제 이론을 암기하는 대신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능력을, 정답을 외우는 대신 질문을 던지는 용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내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까? 이 질문으로 시작한 여정은 잉여가치론, 토지 독점, 과시적 소비, 시장 실패 같은 개념을 거쳐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실존적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AI 통치, 능력주의, 주거 불평등, 기본소득 등 현재진행형의 문제들을 고전의 언어로 토론하는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사유의 폭이 넓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고전툰에서 오가는 모든 논의는 교과서식 설명이 아니라 생각은 이렇게 확장될 수 있다는 시범이 됩니다. 서로 다른 시대와 배경을 가진 사상가들을 가상의 토론장에 모아, 현대 사회의 첨예한 이슈들에 대해 논쟁하게 함으로써 고전이 결코 낡은 지식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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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툰 1 - 정치 고전툰 1
강일우 외 지음 / 펜타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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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펜타클 출판사가 기획한 『고전툰』 시리즈는 정치, 경제를 시작으로 환경, 문화, 역사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각 권은 독립적으로 완결되지만, 함께 읽을 때 세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힘이 생깁니다.​


고전을 낯설고 어려운 텍스트로 여긴 이들의 고전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오늘의 세상을 읽어내는 대화의 언어로 되살려낸 고전툰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토론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생각하는 훈련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고전툰 1 정치』에서는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한비자의 정치철학, 마키아벨리 군주론,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소개합니다.





고전의 사상을 일방적으로 주입하지 않습니다. 각 사상가가 살았던 히스토리 속에서 그들의 고민을 엿보고, 핵심 개념을 다이제스트로 정리하며, 복잡한 사유를 고전툰으로 시각화해 이해의 문을 엽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은 사상가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의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북토크 코너에서 완성됩니다.


히스토리–다이제스트–고전툰–북토크라는 구성은 고전과 대화하게 만드는 도구처럼 작동합니다. 특히 북토크로 펼쳐지는 가상 토론은 마치 생방송 패널 토론처럼 생생합니다.


플라톤에게 좋은 통치란 감정이 배제된 지혜의 지배입니다. 고전툰은 소셜미디어 시대의 확증편향과 동굴의 비유를 연결하며, 진리에 도달하려면 끊임없이 동굴 밖으로 걸어나가는 지적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플라톤을 고대의 철학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는 정의와 진실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사상가로 앉혀놓습니다. 좋은 국가는 실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집단적 착각, 정보의 편향, 선동의 메커니즘을 성찰하도록 만듭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정치적 동물이라는 고전적 정의를 오늘의 관점에서 다시 물으며 중용의 정치, 다수와 소수의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만화적 서사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부패의 구조를 탓하며 부패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제도 개혁을 주장한 한비자의 정치철학, 마키아벨리의 냉철한 권력의 기술에 대한 탐구, 그리고 루소의 자유와 평등의 이상과 사회계약론에 대한 논의가 이어집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권력의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자유와 질서는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통해 고전툰은 청소년이 철학자의 생각을 외우는 대신 그들의 질문을 자기 언어로 다시 묻도록 만듭니다.


고전툰의 토론 방식을 접하고 나니 정치적 이슈를 접할 때마다 플라톤이라면 뭐라고 했을까?, 마키아벨리는 어떤 전략을 썼을까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됩니다.


정치란 결국 인간이 더불어 잘 사는 방식, 즉 정의, 자유, 권력, 질서와 같은 본질적인 가치를 탐구하는 일임을 일깨워 줍니다. 고전툰 정치 편은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다섯 명의 사상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실마리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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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명품 - 사람이 명품이 되어가는 가장 고귀한 길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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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명품이란 단어를 들으면 로고가 박힌 상품이 먼저 떠오르지만, 임하연 저자는 그 이미지를 전복시킵니다. 사람이 명품이 되라고 말이죠. 런던 소더비에서 아트컬렉터 교육을 받은 임하연 저자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좇아온 사람입니다. 사람을 원석에 비유하며 세공의 과정이 곧 인간의 품격이라고 말합니다.


『인간명품』은 대화형 스토리텔링으로 진행합니다. 상속자와 학생의 대화를 통해 사고의 균열과 확장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합니다. 학생은 불안, 박탈감, 비교 의식에 흔들리는 오늘의 청춘을 대표하고, 상속자는 문화적 자산과 교양의 힘을 체화한 인물로서 삶의 깊이를 안내합니다.


두 사람의 문답은 일방적인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과 사고를 비추어보는 거울이 됩니다. 학생의 반문과 회의는 우리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상속자의 답변은 고요한 설득력을 지닌 사색의 언어로 다가옵니다. 대화적 구성 덕분에 마치 두 사람 사이의 빈자리에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드는 듯한 몰입감을 받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삶을 인문학적 거울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재클린은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 미국 상류사회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았지만, 교양과 안목으로 세상의 시선을 뒤집은 인물입니다.


『인간명품』에서는 재클린의 이야기를 통해 고유함, 탁월함, 역사와 스토리, 심미안, 영향력이라는 다섯 가지 자질을 설명합니다.





총 다섯 번의 만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만남 ‘고유함’에서는 사회적 배경이 아니라 내면의 빛이 인간을 구분 짓는다고 말합니다. 인상 깊은 개념이 등장합니다. 상속자 정신(Sangsokja Jungshin) 개념입니다. 상속자 정신은 부모로부터만 오는 상속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를 뛰어넘어 사회로부터 받는 더 넓고 큰 상속을 뜻합니다.


상속자 정신은 곧 인간이 스스로의 유산을 창조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가난한 환경, 불안정한 출발, 비교의 늪 속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자산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선언입니다.


수저계급론에 갇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현대 청춘의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물려받은 수저의 색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빛깔로 자신의 내면을 조각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 ‘고귀함’은 태생이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저자는 문화적 언어로 세련되게 풀어냅니다.


"상대적 박탈감은 오로지 타인과 비교할 때만 나타나요. 그래서 실제로 잃은 것은 없지만, 더 많이 가진 상대를 보면서 무언가를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거죠." - p37


두 번째 만남 ‘탁월함’은 단순한 운명론이 아니라, 나의 탁월함이 이미 내 안에 설계되어 있다는 자기 인식의 선언입니다. 임하연 저자는 청춘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을 수저계급론이라 합니다. 수저계급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관계를 권력관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나보다 재산을 더 물려받은 사람, 덜 물려받은 사람 오로지 두 가지로 나뉘니까요.


『인간명품』은 사회적 불평등의 언어를 해체합니다. 우리가 불평등한 사회라는 인식의 틀 안에서만 살면, 결국 그 불평등을 내면화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상속자 정신은 무언가를 빼앗긴 기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탁월함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상실을 품격으로 전환시키는 태도입니다. 저자는 이를 운명을 다시 쓰는 기술이라 부릅니다. 불안한 시대의 청춘에게 명품이란 브랜드가 아니라 해석의 능력입니다.


세 번째 만남은 한층 더 깊은 사유의 차원으로 들어갑니다. 우리는 아비투스를 가정환경 내에서 부모에게 체득하고 몸에 배는 것으로만 생각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좋은 스승, 우연한 만남, 한 권의 책도 충분히 나를 키울 수 있는 상속이 될 수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을 새롭게 해석합니다. 아비투스란 계급적 무의식이 아니라 문화적 자산을 스스로 확장해가는 과정입니다. 스승이나 예술작품, 한 문장도 우리의 내면 자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비교와 결핍의 세대에게 실질적인 조언으로 다가옵니다. 누군가는 부모의 재산을, 누군가는 좋은 배경을 상속받지만, 누군가는 믿음과 이야기를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인간명품』은 이것을 보이지 않는 상속자본이라 부릅니다. 그 자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을 견디는 힘이 있습니다.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되, 그 안에서도 다른 출구를 제시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서사를 살아갈 때, 비로소 진짜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만남 ‘심미안’은 돈보다 오래가는 가치를 이야기하며,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귀한 자산이라고 말합니다. 심미안은 미술관을 다니는 교양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알아보는 감수성입니다.


명품은 결국 타인을 감동시키는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심미안은 인간이 다시 자신을 회복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갖춘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미적으로 이해하고, 불완전한 현실에서도 품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만남 ‘영향력’은 인간명품의 완성입니다. 이 장의 대화는 상속자 정신의 궁극적 단계, 즉 타인을 일으켜 세우는 힘을 보여줍니다. 상속을 자기중심적 계승이 아닌 공동체적 확장으로 해석합니다.


『인간명품』은 타인과의 관계, 문화의 계보, 내면 자본의 성장이라는 복합적 구조 속에서 인간이 걸작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고귀함의 본질을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외적인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을 조각하는 능력이라는 통찰은 이 시대의 명품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합니다. 저자는 재클린 케네디의 시선을 빌려 우리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삶은 어떤 유산을 남기고 있느냐고. 불확실한 시대에도, 불안과 비교의 시대에도, 인간은 여전히 스스로를 빛낼 수 있다고.


상속자 정신이란 결국 나에게 물려진 이름 없는 선물들을 발견하는 태도입니다. 그 태도야말로 가장 고귀한 길입니다. 불평등한 현실 속에서도 자기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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