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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아이디어! : 창의적 사고를 학습하는 7단계 법칙
마틴 코르테.개비 미케타 지음, 이지윤 옮김 / 청담출판사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창의성은 예술가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생존 도구입니다. 신경생물학자 마틴 코르테와 과학 저널리스트 개비 미케타가 함께 쓴 책 『굿 아이디어!』는 창의성은 배울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 책은 창의적 사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학습할 수 있는지 7단계로 풀어냅니다. 뇌의 작동 원리를 토대로 창의성을 훈련 가능한 기술로 바라보게 만드는 점에서 과학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책입니다.
마틴 코르테 교수는 뇌의 기억과 학습 과정을 연구해온 신경생물학자입니다. 창의성의 본질을 탐구하며 그가 강조하는 것은 경탄입니다.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라 새로운 자극을 향해 뇌의 회로를 확장시키는 감정적 반응입니다.
우리가 하루 동안 내리는 결정의 85%는 무의식적인 습관과 굳어진 루틴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자동화된 행동을 선호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연결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언제 경탄을 경험했나요? 경탄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지의 틈을 만들어 기존의 틀을 흔드는 첫 번째 충격입니다. 이미 익숙한 사물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경탄의 뇌적 표현입니다.
"창의성은 즉시 떠오르는 해답 그 너머에 있는, 생경한 답을 찾는 능력이다." - p41~42

『굿 아이디어!』는 창의성이 특정한 사람의 천재적 섬광이 아니라, 뇌의 구조적 상호작용의 산물임을 과학적으로 보여줍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백일몽과 같은 자유로운 연상 상태와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고 상태를 능수능란하게 오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집중적 뇌 활동과 에너지 절약 모드의 느긋한 처리 방식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도록 다양한 연습 과제가 제시됩니다.
창의성은 외부 자극과 내적 고요의 균형 위에 존재하건만, 오늘날 디지털 자극 과잉 사회에서 이 균형은 깨지기 쉽습니다. SNS 알림과 업무 메신저에 시달리는 뇌는 끊임없이 집중 모드에 갇혀 상상의 여백을 잃습니다. 창의성을 되찾으려면 디지털 디톡스 같은 환경적 리셋이 필요합니다.
'나는 매우 창의적이군', '덜 창의적이군'라고 단언할 만큼 창의성은 수치로 측정하지 못하지만, 창의성적 잠재력은 스스로 진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책 속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사고 패턴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필요하다면 즉흥적으로 대처하길 좋아하는가? 누군가 자꾸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그것이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하는가? 같은 질문들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사고의 다양성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고 패턴에 갇혀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창의성은 남보다 빠르게 생각하는 능력이 아니라, 다르게 연결할 줄 아는 사고의 유연성입니다.
저자는 창의성을 방해하는 요인을 분석합니다. 스트레스, 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창의적 회로를 차단한다고 합니다. 오늘날 창의성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적은 성과 중심의 압박입니다.
창의적 사고는 실패의 여유 속에서 피어나는 법인데 즉각적인 결과를 요구받는 환경에서는 뇌가 안전한 경로를 선택해버립니다. 창의적 뇌는 단순히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뇌가 아니라, 실패 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뇌입니다. 즉, 창의성은 용기의 또 다른 이름인 셈입니다.
"창의성은 그 사람이 준비된 영역 안에서만 발휘된다." - p123

『굿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 무의식의 산책 시간을 확보하고, 유머와 놀이를 활용하는 등 창의성을 훈련하기 위한 연습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조깅하듯 가볍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연습,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 사고법 등 생활 실험으로서 창의성을 체화하도록 돕습니다.
일상에서 두뇌 체조를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자극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동료들의 이름을 거꾸로 불러보기, 쇼핑 목록을 집에서 외운 다음, 메모지에는 초성만 적어 가기, 눈을 감고 샤워하기, 평소에는 전혀 관심 없던 주제에 관한 팟캐스트 찾아 듣기 등 다양한 예시를 만나게 됩니다. 올해는 DIY의 해, 내년엔 연극과 영화의 해, 다음엔 악기의 해, 등산의 해, 박물관의 해... 1년 단위의 장기 프로그램 훈련법도 인상 깊었습니다.
더불어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창의성 기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하면 좋은지 기준도 제시됩니다. 처음에 가능한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중요한지, 구체적인 해결책 한 두 가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한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으고 싶은지 아니면 이미 떠오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다듬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그저 막연한 방향성만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을 넘어 사회적 창의성의 문제로 확장합니다.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인재 부족, 경제 시스템상의 결손, 난민 등 중대한 문제들 앞에 서있습니다. 기업과 교육 현장에서도 창의성은 경쟁력의 자원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창의적 사회란 실패를 용납하는 문화와 타인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소통 구조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독일의 교육개혁 사례를 통해 창의적 사회는 열린 토론과 비판적 공감을 기반으로 한다고 강조합니다.
루틴은 양날의 검입니다. 우리가 매일 무수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정신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루틴은 창의성의 가장 큰 적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인생이 그저 루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할 때, 관계에서 갈등을 해결해야 할 때,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루틴을 벗어나야 합니다.
『굿 아이디어!』의 해법은 의도적으로 루틴을 깨는 것입니다. 일상의 작은 실험들이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줍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뇌는 점차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창의적 사고의 문턱이 낮아질 테지요. 창의적 사고가 습관이 되면 그 이후는 자동으로 비틀어서 생각하고, 정해진 틀 너머를 보고, 필요할 때마다 창의성 스위치를 켜는 일이 자연스럽게 될 거라고 합니다.
뇌과학이 증명한 아이디어 생산법 『굿 아이디어!』. 새로운 생각은 번뜩임이 아니라 꾸준한 연습과 환경 설계의 결과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