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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
이승화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11월
평점 :

*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숏폼에 길들여진 청소년의 뇌, 읽는 힘을 되찾는 법. 『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이 알려주는 새로운 문해력의 기술을 만나보세요.
글보다 영상, 사고보다 반사적인 클릭이 일상이 된 세대. 이승화 작가가 말하는 도파민 세대입니다. 짧고 강력한 자극을 주는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그 자극을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문해력 교육의 재료로 삼아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줍니다.
이승화 저자는 문해력 교육 프로그램을 10년간 연구해 온 전문가입니다. 전작 『도파민 인류를 위한 대화의 감각』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책 『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기술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진행합니다.

『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은 청소년의 읽기 피로 시대에 맞춘 책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매일 접하는 콘텐츠인 유튜브 쇼츠, 밈, 예능 프로그램, 광고 그리고 SNS 댓글까지 그 모든 것이 문해력 훈련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작은 집중력입니다. 그런데 해법으로 가는 접근 방식이 색다릅니다. 집중력 이전에, 집중할 이유부터 짚어줍니다. 말귀가 어둡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나요? 문해력의 출발점인 듣기부터 다룹니다. 저자는 청소년이 대화 중 딴생각을 하거나 15초 만에 상대를 화나게 만드는 상황을 제시하며, 이것이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집중 훈련의 부재임을 지적합니다.
스마트폰 세대의 집중력 저하를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즉각적 보상에 길들여진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문제는 그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저자는 미디어 콘텐츠를 문해력 교육 자료로 삼았습니다.
15초 영상에 익숙해진 뇌가 2시간짜리 책을 읽기 힘들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집중력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단계적 몰입 훈련을 제안합니다.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려보자고 조언합니다.
좋아하는 주제의 짧은 영상에서 시작해 긴 콘텐츠로 점진적으로 몰입 시간을 확장하는 겁니다. 유튜브 쇼츠 1분, 뮤직비디오 5분, 예능 10분, 드라마 1시간, 영화 2시간... 점차 시간을 늘려 몰입해서 보는 겁니다.
순전히 미디어 콘텐츠로 이뤄져 있습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청소년의 현재 상태를 부정하지 않고 그들이 선호하는 콘텐츠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입니다.
정보의 층이 얕은 사람은 작은 자극에 쉽게 흔들리지만, 인식의 구조가 복합적일수록 외부 자극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2배속 재생과 멀티태스킹을 당연시하는 세대에게 느리게 몰입하는 경험이 얼마나 사고의 폭을 넓히는지 일깨워 줍니다.
아는 만큼 들린다는 속담은 언어 습득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치킨타월 vs 키친타월, 더퍼놨어요 vs 덮어놨어요 같은 생활 속 언어 오용 사례를 통해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짚습니다. 줄임말과 신조어가 난무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단어의 뉘앙스와 문맥을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곧 생각의 깊이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저자는 어휘력과 배경지식을 동일선상에 둡니다. 단어는 문맥에서 자라고, 문맥은 배경지식에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너 F야? T야?"라는 문장은 MBTI의 맥락을 알아야 이해가 가능하듯, 단어 하나의 해석에도 사회문화적 맥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키즈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같은 표현도 분석하며 언어가 문화의 축약임을 보여줍니다. 이 모든 어휘를 암기할 수 없기에 모르는 단어를 추론하는 연습을 권합니다. 문해력이란 결국 맥락 속 의미를 유추하는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이승화 작가는 읽기에도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성질 급한 한국인은 25초부터입니다. 유튜브 영상의 타임스탬프 활용 습관을 언급하며, 정보를 건너뛰는 습관이 핵심 파악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짚어줍니다.
글의 핵심을 포착하는 능력은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의도를 해석하는 기술입니다. 삼양 불닭볶음면 광고를 사례로 들며 브랜드가 감정적 상징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분석합니다.
문해력의 최종 단계인 표현 능력을 다루는 파트에서는 일타강사 유노윤호의 사례나 자중해~! 같은 유행어를 예로 들며 언어의 리듬과 표현력이 사고의 명료함과 직결된다고 설명합니다.
생각을 구조화하지 않은 말은 공감 대신 오해를 낳습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5W1H 원칙, 시작-중간-끝의 구조화, 나만의 머릿속 책장 만들기 등 실용적 방법론이 펼쳐집니다.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를 예시로 들기도 합니다. 게스트의 냉장고를 그대로 가져와, 그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15분 동안 게스트를 위한 요리를 하는 이 과정이 글쓰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글쓰기도 주어진 재료 즉, 단어와 경험을 가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리해야 합니다. 이처럼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은, 자기 언어로 세계를 재구성하는 힘과 직결됩니다.
문해력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생존 기술입니다. 긴 글을 읽는 힘은 단번에 생기지 않습니다. 짧은 영상 하나에서 시작해 그 속의 메시지 구조를 파악하고, 맥락을 추론하고, 자신의 말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문해력의 근육을 단련시킵니다.

이승화 작가는 읽기를 다시 놀이로 되돌려줍니다. 유튜브나 밈, 예능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생각의 도구로 재활용하는 문해력 혁명을 선보입니다.
책 곳곳에는 도파민 쉼터 코너가 있습니다. 낭독(소리 내어 읽기), 필사(천천히 따라 쓰기), 도식화(그림 그리며 읽기), 독서모임(읽고 대화하기) 등 아날로그적 방법론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과부하 상태의 뇌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안겨주는 것들입니다. 도파민 세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을 찾아주려는 배려가 보입니다.
빠른 정보 소비 속에서 생각의 속도를 잃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문해력 루틴은 지친 뇌에 새로운 리듬을 안겨줄 겁니다. 미디어로 배우는 문해력 『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 10년 현장 경험이 만든 청소년 맞춤 전략이 돋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