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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의 내면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폭군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안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회의실 책상 앞에서,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도 우리를 따라다니는 이 감정. 임상심리학자 키렌 슈나크 박사의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 고민에 대한 과학적이면서도 따뜻한 해답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당신의 불안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로 안심시킵니다. 불안을 정신력 부족으로 여기는 태도를 벗겨내며, 불안은 인간의 신경학적, 생리학적, 그리고 진화적 필연임을 설명합니다.
불안은 결함이 아니라 신호이며, 우리의 생존을 돕는 내면의 경보음이라는 것.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 경보가 과도하게 울려대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정보 과잉, 경쟁, 사회적 비교와 같은 요인들이 불안의 증폭 장치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저자는 불안을 없애야 할 적으로 여기지 말고, 그 구조를 관찰하라고 조언합니다. 불안을 해체(데몽타주)한다는 개념입니다. 영화의 몽타주처럼 우리 마음은 단편적인 기억, 부정적 감정, 미래의 상상 조각을 모아 불안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그것은 실체가 아닌, 왜곡된 이미지일 뿐입니다.
불안을 다루는 첫걸음은 이 거대한 심리적 콜라주를 하나씩 떼어내는 일입니다. 즉, 내가 느끼는 불안이 실제 위험인가, 아니면 상상의 확대인가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수용 전념 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의 핵심 원리이자 현대 정신치료의 가장 과학적인 접근입니다.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불쾌한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분홍색 코끼리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머릿속에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것처럼 억압은 오히려 감정을 강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먼저 불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불안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우리 뇌의 두려움 회로, 감각과 경험의 상호작용 그리고 불안을 촉발하는 트리거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밝힙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불안의 요람에 관한 논의입니다. 기질과 성격, 부정적인 아동기 경험, 외상 등이 어떻게 불안의 토양이 되는지 설명합니다.
또한 우리가 왜 자발적 수감자가 되는지를 분석합니다. 왜곡된 사고방식, 편향된 주의 집중, 과민한 신체 감각, 낮은 스트레스 내성 등이 우리를 불안이라는 감옥에 가두는 요인들입니다. 특히 회피 행동은 불안을 강화하는 악순환의 핵심입니다. 두려운 상황을 피할수록 그 상황은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슈나크 박사는 불안을 심리적 현상에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신경생리학적으로 불안을 설명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몸의 움직임에서 찾습니다. 신경계를 스트레스 호르몬을 담는 잔이라 생각하라며, 그 잔이 넘치기 전에 비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불안이 차오르는 순간, 단순히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으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는 겁니다. 호흡, 근육 이완, 산책, 가벼운 운동 등은 뻔한 조언이 아니라, 뇌의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분비를 직접 조절하는 신경계 진정 기술이었습니다.
불안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상상한다는 점입니다. 불안한 뇌는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며, 불확실성을 통제하려 애씁니다.
저자는 이런 사고 패턴을 인지 왜곡이라 부르며, 불안을 만드는 대표적 요인으로 지목합니다. 만약 실패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은 현실의 사실이 아니라 의견 A에 불과합니다. 이때 저자는 의견 B를 제시하라고 조언합니다. 즉, 하지만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와 같은 대안적 사고로 균형을 맞추는 연습입니다.
저자는 생각을 교정하라고 명령하지 않습니다. 대신, 불안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건넵니다. 생각은 현실이 아니며, 당신의 감정은 증거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 이 깨달음이 바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출발점입니다.
불안을 물리치려 하면 할수록 파도는 거세집니다. 파도를 막을 수는 없지만, 서핑하듯 올라탈 수는 있습니다. 저자는 감정을 수용하고 관찰하며 흘려보내는 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 자기 연민 실천, 생산적 주의 분산 같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들을 나열합니다. 생산적 주의 분산은 회피가 아니라 의미 있는 활동으로 주의를 옮기는 전략입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현실로 복귀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인간은 불확실성을 싫어하지만, 삶은 언제나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와 같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러시안 룰렛이 아닙니다. 불확실성은 위험이 아니라 가능성입니다. 저자는 불안을 없애는 대신, 불확실성을 견디는 근육을 기르라고 말합니다.
완벽한 통제 대신 일상의 흐름에 맡기는 용기를 선택할 때, 우리는 오히려 안정감을 얻습니다. 회복탄력성의 핵심 원리이기도 합니다.

후반부에서는 불안장애의 구체적 형태를 다룹니다. 질병불안, 사회불안, 공황장애, 죽음불안 등 슈나크 박사가 그림자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회피는 일시적인 평화를 주지만, 결국 불안을 지속시키는 연료가 됩니다. 반복 노출 기법과 안전 추구 행동의 해체를 통해 그림자와의 줄다리기를 끝내는 과정을 안내합니다.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에서는 불안을 극복한 이후의 사후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퇴보의 순간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작은 성공을 기록하라, 우리의 마음은 정원과 같아서 꾸준한 돌봄이 필요하다는 등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불안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성찰의 여정을 담은 책입니다. 불안을 알면,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위를 걷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불안을 치료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은 심리학 입문자, 감정 조절과 마음챙김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이들, 위로보다 실질적인 해결법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