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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무슨 상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더 경외스런 마음이 되어 본 적이 없다. 어떤 점 때문에 수상작이 되었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보고 분석해본 적은 있지만. 난 그저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아주 단순한 동기만 가지고 책을 읽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문학전문기자가, 기사화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되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중 열여섯 사람들을 섭외하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 주제 사라마구가 맨 처음에 나오고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비슬라바 쉼보르스카가 마지막.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처음부터 차례로 읽다가 어느 새 특히 더 관심있는 작가편으로 뛰어넘기를 하고 있었다. 도리스 레싱, 나딘 고디머가 그랬다.

토니 모리슨에게서는 비, 바람, 폭풍우 다 겪어내며 우뚝선 큰 나무 같은 느낌을 받았다. 노예제도는 흑인과 백인의 문제가 아니라, 마국 역사 이전부터 형성된 문제로서, 노예제도처럼 공식적이고 법적인 제도는 사라졌지만 일을 하고도 돈을 못 받거나 자기 마음대로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서 인간의 숨겨진 본성을 발견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진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은 거르고 네댓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다시 일을 한다. 저녁에는 수영장에 가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아들과 함꼐 저녁을 먹고 조금 있다가 잠자리에 든다. 항상 같은 테이블에서 글을 쓴다. 나는 불운하지 않고, 다른 일들로 인해 내 세계가 흔들리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에 겐자브로말이다. 나는 왜 이 부분에 밑줄을 그었을까. 그에게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은 생활이며, 직업이며, 일상이다. 그야말로 '필'받을때 쓰는 이벤트가 아니란 말이다. 다른 일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 인해, 내 세계가 흔들리게 두지 않는다는 말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밑줄을 그은 이유는. 토니 모리슨도 그랬다. 시간에 무척 엄격하다고. 하루에 두세 시간은 꼭 글을 쓰는데 그건 자기에게는 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고.

권력보다 위에 있는 것이 무엇일까? 다리오 포의하면 그것은 유머, 풍자이다. '풍자는 권력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다. 나에게 주어진 노벨상은 일반 대중의 체념과 권력의 부당함을 기꺼이 보여주려 했던 모든 광대들을 위한 보상이다.' 라고 말한다. 무서운 말이구나.

도리스 레싱이성관(異性觀)에 현재의 나는 동의한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내 책에서만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그렇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다. 그것을 아니라고 거부하는 건 아주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각자가 외롭지 않기 위해서 함께 살기를 원하는 두 종류의 인간인 뿐이다. 그게 바로 내가 보는 관점이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함께 살기를 원하는 것 뿐인다, 그마저도 별 소득이 없다.

가오싱젠이 말하는, 예술가가 직면한 두 가지 압박 중 하나는, 글로벌화된 시장의 압박이라는데, 이는 모든 것을 소비상품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상품화 되어질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는데 말이다. 그는, 문학은 인간이 의미하는 것을 심오하게 일깨워주는 도구이지, 다른 것을 얻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다른 것'이란 부, 명예,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책을 써서 많이 팔리기를 원하는 것, 그런 작가에게 따르는 인기, 이런 것들은 모두 부질없는 것. 우리는 보통 '프로'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 하는 예술에 대해 평소에 회의적인 눈으로 보던 나에게 가오싱젠의 말이 유난히 크게 들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아우슈비츠를 겪은 사람, 운좋게 살아나온 사람은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임레 케르테스처럼 그 트라우마를 글 속에 담아낸다. 그 속에서 분노와 파괴로 탄식한다. 도대체 인간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도 다 하는 그런 동물이란 말인가.

혼혈은 긍지라고 말하는 데릭 월콧말한다. 유럽은 문명의 모델이기도 하지만 야만의 모델이기도 하다고. 유럽에서는 항상 인종주의가 존재해왔다고 믿는 그는 다른 민족의 이주를 반대하며 서로 섞이기를 거부하면서 말로 떠드는 '통합주의'에 코웃음을 친다. 문학과 음악의 통합을 시도한 그의 작품들때문에라도 그는 혼합적인 것의 기수라고 일컬어진다.

'어제 난 우주에서 못되게 굴었다/하루종일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에도 놀라지 않고 지냈다/그저 일상적인 움직임이었다/마치 내가 했어야 했던 유일한 것처럼'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시인데 번역이 되면서 그 뜻이 불안하게 전달된다 하더라도 눈에 번쩍 뜨이지 않는가? 대답을 하는 것보다는 묻는 게 더 마음에 든다는 시인. 알려지지 않은 일들은 삶을 매력적인 어떤 것으로 변질시킨다고 믿는 그녀의 싯구 중 한 구절, '산다는 것은 가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그 구절이 갑자기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든다. 가치를 '요구한다'는 말의 뜻을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냥 주어진 가치가 아니라 요구되어지는 가치.

얼마전, 이 세상의 그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세계로 여행을 떠난 그녀. 사람은 갔지만, 시는 남아서 그 사람의 자리를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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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2-2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상작가 인터뷰인가요?
그런데 이분들이 '반란'을 했다고 해야 할는지...
당신들 삶을 '사랑'했다고 해야 할는지...
좀 아리송하네요.
한두 마디씩 따온 말을 읽으면
아무래도 책이름처럼 반란은 아닌 듯싶어요..

hnine 2012-02-23 21:52   좋아요 0 | URL
반란이라면 부당한 인권, 제도, 관습에 대한 것이 되겠고, 그런 자신의 삶을 사랑한 사람들이겠지요.
책의 표지도, 무게도 묵직해서 읽는데 부담갈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어요.

하늘바람 2012-02-2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묵직할 것같은데 술술 넘어간다하니 정말 하네요.
멋진 책입니다
부담스럽긴 하지만
요즘은 단순해지서 자꾸 긴 이야기를 못 읽어내네요
봄 날이 다가와요
아프셨던건 괜찮으시나요?

hnine 2012-02-24 13:00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연속적인 글이면 읽으면서 좀 부담스러울수 있을텐데 이 책은 열 여섯 작가들의 인터뷰 모음집이기 때문에 한 작가에 할당된 페이지수가 그리 많지 않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지금도 얇은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있긴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햇살이 이미 겨울 햇살이 아닌 걸 보니 봄이 오고 있는 것 맞아요.
아픈 건 이제 다 나았습니다. 당시엔 몰랐는데 이번 감기가 전국적으로 아주 대단했던 모양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