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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1 - 늦은 밤, 피나 콜라다
아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6월
평점 :
1.
우리 인생은 어디로 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 어쩌면,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필연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들은 아닐 것이다.
여기 다섯 명의 여자가 있다. 판성메이, 추잉잉, 관쥐얼, 앤디, 그리고 취샤오샤오. 그들은 모두 같은 층에 산다. 이 중 취샤오샤오와 앤디가 같이 살고 나머지 셋이서 같이 산다.
판성메이는 어느 날 관리비 문제로 추잉잉에게 얘기를 하자고 하고, 추잉잉은 어느 날 집을 나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흔하디 흔하게 겪는 사소한 집안 문제일 뿐.
관쥐얼은 리자오성이 함께 같이 주말에만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자고 하는 말에 망설이다가 같이 떠나버린다. 그 세계로 같이 같이.
앤디는 특이점을 의지하게 된다는 사실.
또한 츄잉잉은 면접을 보러 갔다가 전 직장ᄉᆞᆼ사에게 뺨을 맞은 사건 때문에 오히려 그 일을 얻게 된다는 놀라운 사실.
판성메이가 시무룩했다. 양쪽 집에 부자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앤디는 별로 걱정되지 않지만 옷을 다 정리하기도 전에 취샤오샤오가 나와서 이러쿵저러쿵 자신의 옷에 대해 품평을 늘어놓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취샤오샤오가 일어나기도 전에 일어나서 정리를 할 용기도 없었다. - p.123
2.
『환락송』은 다섯 여자가 겪는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를 아주 조용한 필체로 그려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환락송은 정적이다. 정적이기 때문에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한 액션으로서의 재미는 없다. 대신, 소소한 행복이 이 책을 감싼다.
취샤오샤오가 깔깔대며 가고난 뒤 추잉잉이 판성메이에게 문자를 보내려다가 판성메이와 취샤오샤오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게 생각나 그만두었다. 앤디는 방해하면 안 될 것 같고 관쥐얼도 바쁠 것 같아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의구심을 꾹꾹 눌렀다 – p.531
책 전체를 감싸는 이 분위기는 어쩌면 나에게 휴식 같은 삶을 선물해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1권이라서 진행 중인 내용이긴 하지만, 그들이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내게 담백한 재미를 준다.
3.
비록, 다섯 명의 삶이 뒹어켜서 뒤죽박죽된 삶이 내게로 다가와서 때로는 엉킨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것처럼 그들의 삶이 엉망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엉망인 삶에서 하나씩 하나씩 무언가를 풀어가는 기쁨이 앞으로의 환락송에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 본다.
삶은 정말 어디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환락송에 있는 다섯 여인의 인생도 어디로 갈지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직 모른다. 그 환락송의 여정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일까. 아주 즐거운 여정은 아닐지라도, 그 속에서 느끼는 담백한 느낌은 어쩌면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나의 너무 지나친 과찬이 되는 걸까. 하나 둘 사라지고, 또 태어나는 어떤 힘들이 환락송의 다섯 여인과 함께한다면, 이 여정은 굉장히 뜻깊을 것만 같다. 엉망이든, 담백하든, 힘이 들든, 길은 있다. 환락송의 여정을 가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