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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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에 이어서 두 번째 읽게 되는 정유정의 소설이다. <28>에서 익히 봐온 그 날렵한 솜씨로 작가는 자기가 다루는 소재를 완벽하게 처리해서 우리에게 내놓는다. 정말 대단한 솜씨다.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마력을 내장하고 있다. 책 전체가 한편의 영화시나리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소설은 영화적이다.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불안함과 무기력함의 극단을 보여주는 최현수, 냉정함과 집착의 대명사 오영제, 그리고 의연한 젊은 영혼 서연,  든든한 삼촌 같은 존재 승환, 가련한 어린 영혼 세령. 야구와 잠수라는 직업세계와 수몰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점도 독특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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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강의 - 역사와 문학을 넘나들며 삼국지의 진실을 만난다!
이중텐 지음, 양휘웅 외 옮김 / 김영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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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는 서기 184년에서 280년까지 96년 동안의 중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후한 말기에 환관과 외척의 발호로 인하여 국정이 파탄나고, 지방관료들의 백성수탈이 극에 달하자 농민들은 '황건의 난'이라는 농민전쟁을 일으킨다. 또한 황건적을 토벌하는 것을 명분으로 하여 전국각지에서 군벌들이 일어나면서 국가체제는 마비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로부터 100여년 뒤 서진의 황제인 사마염에 의해서 통일되기까지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에 버금가는 내부전쟁의 시기에 돌입하게 된다. 이 시기의 역사를 다룬 정사가 바로 진수의 <삼국지>. 나관중은 진수의 <삼국지>를 기반으로 하여 민간에 전승되는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근사한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진수(233-297)는 촉나라에서 태어나 관리를 지내다가 진나라의 천하통일 이후에 진나라에서 관리 생활을 했다. 그는 <제갈량집>을 비롯한 다양한 책을 저술했다. 진수가 서술한 <삼국지>는 조조의 위나라를 정통으로 채택하고 있는 기전체 역사서다. 조조는 생전에 위나라 왕으로 책봉되고 황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아들인 조비가 황제가 되었기 때문에 나중에 무제로 추존되었다. 조조의 행적은 '무제기'에서 다룬다. <삼국지>에서는 위나라의 역사는 본기로 다루고, 촉과 오의 역사는 열전으로 다루고 있다. 위나라가 정통이라는 말이다. <삼국지>는 청나라 건륭제 때 중국 역사를 다룬 역사서를 <24>로 정리할 때 그 속에 들어갔다. <삼국지><사기>,<한서>,<후한서>와 더불어 '전사사(前四史)'에 들어가는 중요한 역사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기번역가로 유명한 김원중 교수가 민음사에서 완역본을 상재한 바 있다.

 

그런데 진수의 <삼국지>는 간략한 것이 특징이다. 나중에 동진(진나라는 서진(265-317)과 동진(317-420)으로 나뉜다)의 문제는 <삼국지>를 읽다가 당대의 학자인 배송지(372-451)에게 명하여 주석을 달도록 명한다. 배송지는 진수가 이용하지 않은 자료를 포함하여 140여종의 역사서를 모두 찾아서 주석에 기록한다. 배송지는 차이가 있는 기록이나 이설도 전부 싣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작업했다. 그러다보니 주석이 본문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책이 되고 말았다. 배송지의 주석은 역대로 훌륭한 주석의 모범으로 꼽힌다. 그리고 이 배송지의 주석 덕분에 나관중이 <삼국지연의>가 풍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탄생하게 되었다.

 

삼국지 이야기는 당, , 원나라 시기에 민간에서 전승되는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로 민중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민간에서 전해질 당시의 삼국지 이야기에는 조조나 유비, 제갈량 같은 인물들이 항우, 유방, 한신 같은 초한지에 등장하는 인물의 환생으로 나오고, 이야기 전개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식이었다고 한다. 거의 서유기 수준이었던가 보다. 나관중은 이러한 삼국지 이야기를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킨 주역이다. 나관중(1330-1400?)은 원나라 말에 태어나 명나라 초기에 활약한 문학가인데, 과거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삼국지>를 비롯해서 다양한 이야기책을 서술한 사람이다. 원나라 말에는 의병장의 참모로 활약을 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처럼 개인적인 기록이 거의 없다고 한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는 <삼국지통속연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삼국지를 통속적으로 설명했다는 뜻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삼국연의>라고 책이름을 붙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삼국지>라고 쓰고 있다.

 

삼국지연의는 대표적으로 두 개의 판본이 있다. 명나라 나관중이 펴낸 24240회짜리 삼국지연의(나본)가 그 효시다. 그러다가 수많은 문필가들의 개작을 거쳐서 청나라 때 모종강 부자가 펴낸 삼국지연의(모본)가 나온 것이 1679년이다. 이후 모본 삼국지연의는 이후 300여년간 정본으로 군림해왔다. 모본은 60120회짜리라고 한다. 이렇게 길게 회를 바꿔서 나오는 소설을 장회(長回)소설이라고 한다. 오늘날로 치자면 대하소설쯤 되겠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현재 남아있는 판본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1522년에 간행된 '가정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 이후에 삼국지연의가 민간에서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선조실록에 기대승이 삼국지연의에 푹 빠져 있는 선조를 질타하는 대목이 나온다고 한다. 그 때가 1569년이다. 선조는 1552년생이고, 1567년에 왕이 되었으니, 그 때는 선조 나이 18살 때이다. 한창 소설 볼 나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생애 최초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창비에서 나온 황석영 번역본으로 읽었다. 앳된 시절에 읽은 삼국지가 아니라서 그만큼의 흥분은 없었지만 40대 나이에 읽는 삼국지도 나름 재미있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만큼 의문점도 많았다. 다양한 사건들과 인물들의 행적 속에 이해 못할 부분들이 많았다. 그런 의문들은 삼국지 자체로만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 마침 도서관에 김원중이 번역한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있어서 책을 빌려서 보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너무 어려웠다. 내 지식으로는 그 책 속에 담겨있는 진실을 밝혀내는 것도 어렵고, 더구나 행간에 감춰져있는 진실들을 밝혀내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 때 마침 손오공처럼 등장해서 내 의문을 해결해 준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중텐의 <삼국지강의>였다.

 

이중텐은 1947년에 태어난 중국의 학자다. 역사, 미학, 인류학 등을 종횡으로 오가면서 연구성과를 내놓고 대중강연능력도 탁월한 작가다. 2005년에 중국의 중앙방송국(CCTV)에서 방영하는 <백가강단>에서 '한대풍운인물'이라는 강의를 진행하면서 대중적인 스타가 되었다. 이후 2006년에 방송한 '품삼국'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모두 50회로 구성된 강연이었는데, 이 강연이후 중국은 그야말로 '삼국지'신드롬을 일으켰다. 유명한 배우 유덕화는 40시간 동안 연속으로 이 강연을 다 보았다고 해서 또 유명하다. 강의를 엮어낸 책은 거의 1000만부 가까운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하니, 가히 중국판 도올선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삼국지강의(品三國)를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1,2권을 합하면 10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이다. 서문과 결문의 강의에다가 본강의 48강을 더하면 모두 50강이 된다. 한 강좌당 20쪽 정도의 분량이 들어있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조조에 대해서 다룬다. 2부는 유비와 손권에 대해서 다룬다. 3부는 삼국정립이후에 대해서 다룬다. 4부는 촉과 오과 망하고 진에 의해서 삼국이 통일되는 과정을 다룬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삼국지연의>를 다루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삼국지연의>의 기본바탕이 되는 역사적인 사실들과 인물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우리가 문학작품인 삼국지연의에서 다루는 조조나 유비, 제갈량, 손권을 넘어서서 실제 역사에서 활동한 그들의 본질과 행동의 동기들을 분석해서 보여주고 있다. 아무래도 삼국지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조조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한다. 1부를 조조로 시작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실제 역사에서 삼국지의 주인공은 조조다. 사실상 조조의 행동반경을 따라서 다른 인물들도 움직인다. 제갈량조차도 그렇다. 이중텐은 조조의 진면목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다루고 있다. 이중텐이 보기에 조조의 성공비결은 그가 정치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지혜를 지녔기 때문이다. 조조는 널리 인재를 구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그들이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용인술을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삼국시대에 용인술의 천재를 순위로 매긴 것이 있다. 1위 조조, 2위 손권, 3,4위 유비와 제갈량.

 

삼국지에서 저평가된 인물로는 오나라의 주유와 노숙이 있다. 이중텐은 주유와 노숙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를 사실상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오히려 노숙이라고 한다. 오나라판 삼분지계인 셈이다. 삼국지에서는 주유나 노숙이 늘 제갈량의 한 수 아래 인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노숙과 주유가 대단한 지략을 가진 오나라의 기둥이었다는 것이다. 오나라를 깎아 내리고 촉나라와 제갈량을 높이 올리려고 하다가 보니까 노숙과 주유가 내려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제갈량은 불세출의 군사전략가라기보다는 뛰어난 정치가였다. 제갈랑은 소설에서처럼 싸움에서 백전백승하는 귀신같은 책략을 발휘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싸움에서 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대신에 제갈량은 사람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훈련하며 법에 따라 정부를 운영하는 데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제갈량이 승상으로서 다스린 촉의 정부는 당대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청렴한 정부를 이루게 된다. 촉의 백성들은 제갈량 치하에서 예측가능한 삶을 살았다고 하겠다. 제갈량의 정치이념은 정도전의 재상론과 비슷하다. 군주가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승상이 책임지고 국가를 이끌어가는 식이다. 어찌보면 영국의 내각책임제 비슷한 면모를 제갈량이 보여주었다. 제갈량의 이와 같은 면은 역사 속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오히려 한실을 부흥시키려고 노심초사한 충신의 면모만 부각되었다. 이후의 통치자들이나 지식인들은 자기들이 보고 싶었던 면만 본 셈이다. 소설 속의 제갈량은 천문을 꿰뚫어보고, 비바람을 부를 수도 있으며, 적의 모든 전략을 예측하는 거의 신적인 존재로 나온다. 제갈량이 때로는 도사나 무당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는 제갈량이 유가와 법가를 혼합한 듯한 지식인이었던 것과 비교해서 소설이 지나치게 나갔다는 면을 비판하는 학자들도 많은 것 같다. 소설적인 재미 때문에 왜곡된 사실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고 삼국지를 읽어야 한다.

 

이외에도 삼국지의 의문들 (읍참마속이나 제갈량 사후 위연의 배반, 공융의 죽음 등)에 대해서 이중텐은 마치 셜록홈즈처럼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배송지가 삼국지주에서 인용한 대부분의 책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씩 진실을 밝혀준다. 그렇게 해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진짜 면모를 확인하고, 소설 속에서는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재미도 상당하다. 삼국지를 읽고 난 뒤 생기는 숱한 의문들을 해결하고 싶으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진수의 <삼국지>에 도전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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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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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한번 읽어볼까 해서 찾아보니 서가에 이 책이 꽂혀있었다. 초판이 나왔던 2006년에 사두었던 책인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낫짱이 간다>를 읽고 재일교포사회의 저력이나 긍지 같은 것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홍영우는 <낫짱이 간다>의 삽화를 그린 사람이다.

 

홍영우의 홍길동을 읽다가 보니 내가 아는 홍길동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수준 정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원본이 어떤가 궁금해졌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민음사에서 나온 홍길동전을 대강 살펴보았다. 앞부분만 보니 홍길동이 몸종에게서 태어나게 된 이유가 재미있었다. 재상이었던 홍길동의 아버지가 대낮에 꾼 용꿈이 너무 길한 꿈이라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인의 손을 잡아끌지만 '내가 노류장화'냐며 거부하는 바람에 마침 방에 들어왔던 여종인 홍길동의 어머니를 통해서 홍길동을 낳게 되었다는 것이다.

 

홍영우의 홍길동은 당시 60만명 이상이 살고 있던 재일교포의 자녀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역할을 했을 것 같다. 한지에 채색으로 그린 듯한 그림이 우리에게 익숙한 느낌을 준다. <낫짱이 간다>에서 익숙해진 홍영우의 그런 그림들이 정겹다. 초등학생에게 홍길동 이야기를 해줄 때 자료로 적당한 그림책이다. 어른들은 원본 홍길동을 먼저 읽어야할 것 같다. 그래야 애들에게 덧붙여서 해 줄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아직 안 읽었지만^^ 이번 주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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