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 없이 고래에 대해서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동물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코끼리, 공룡, 고래, 하마 같은 덩치 큰 동물들. 나는 고래라는 이 동물에게 정이 갔다. 문득 고래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고래에 대해서 읽은 책이라고는 멜빌의 <모비딕>인데, 그나마도 초반부만 읽다가 그만둔 고등학교 시절 추억이다. 집에 있길래 한번 보려고 했는데, 보기가 쉽지 않았다. 내 눈도 이제 고급스러워졌는지 그림없는 글은 보기가 쉽지 않다. 할 수 없이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서점을 돌아다보면서 얻은 책이 시공사에서 나온 <고래>였다. 그 외에는 창비에서 어린이용으로 나온 이 책과 <라루스 백과사전-고래편>이었다. 모두 다 재미있는 책들이었다. 다만 성인용으로 된 고래에 대한 종합적인 안내서와 우리나라 인근의 고래와 포경산업의 역사에 대한 책자가 없어서 아쉬웠다. 이런 세세한 부분에 관해서는 아직 우리나라의 수준은 한참 늦는구나 싶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고래를 소개하기에 이만한 책자도 없을 것 같다. 여러모로 좋은 책이다. 삽화도 좋고, 내용도 쉽고 알차다.
이 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은 지는 어언간 10년이 다 되어간다. 가끔씩 '그림없는 그림책이라니 기가 막힌 제목이구나'하는 생각만 하면서 만져보고만 하다가 말았다. 이번에 기회가 닿아서 몇 사람이 함께 동화읽는 모임을 꾸며서 이 책을 같이 읽게 되었다. 예전에 이름으로만 들어왔거나, 축약판으로만 알고 있던 것, 디즈니의 만화영화로만 보아왔던 것이 안데르센이었다. 안데르센의 음성 그대로 된 책을 읽어보니 과연 안데르센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인어공주'나 '꾀꼬리','못생긴 아기오리'같은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참 순수하고 아름다운 기쁨 같은 것을 주었다. 안데르센의 이야기에는 보석같은 무엇인가가 들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축약판에 가려서 못 보았던 세부적인 묘사들이 참 기막힌 부분이 많았다. 여타 유명소설가들의 작품에 뒤지지 않는 보편적인 정신과 치밀하고 적절한 세부묘사가 읽는 이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다섯알의 완두콩'이야기는 이 책을 보고 비로소 안데르센의 이야인줄을 알게 되었다. 그저 국어교과서에 나왔길래 우리나라 작가의 동화인줄 알았었다. 다만 국어교과서에는 안데르센의 원작에 있는 부분이 조금 줄여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꼼꼼히 읽어보니 감동이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