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란 믿지 못할 것,
우리 여성을 잡아먹으려는 마귀인 것,
연애가 자유니 신성이니 하는 것도
모두 악마가 지어낸 소리인 것.

-현진건 단편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 중

 

즘 부쩍 예민해졌다. 얼마 전 엄마와 대판했던 날(8화 '엄마와의 전쟁' 편 참조)이 피크였다. 결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서 '건드리기만 해' 상태에 도달했다. 결혼의 '결'자만 꺼내도 확 물어뜯어버릴 거야, 한동안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마음 한 편 아싸리 누구 한 명만 걸려라 싶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준비된 파이터인 날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다. 콧구멍 벌렁이며 씩씩대는 '성난 고릴라'를 알아보고 더러워서 피했나. 평소 노처녀타령하며 속뒤집어놓던 그 많은 사람들 다 어디갔어. 노처녀 히스테리 제대로 부려보려 했건만 도와주질 않네.

 

***

 

 

즘 확실히 참을성이 없어졌다. 꾹 참고 넘기던 노처녀 잔소리인데 목구멍에 딱 걸려 한 모금도 못 삼키겠다. 최선의 방어는 최대의  공격. 기어코 한 마디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성난 고릴라로 변신하는 순간이 점점 잦아지고, 변신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러다 진짜 노처녀 히스테리되는 거 아냐. 어쩌면 이미 시작된 걸지도. 신경이 쓰여 컴퓨터를 켜서 '노처녀 히스테리'를 찾아봤다.

놀랍게도 '노처녀'만 검색창에 넣었는데 '노처녀 히스테리'가 연관검색어에 떴다. '노처녀 히스테리 때문에 회사에 다니는 게 고문입니다, 도와주세요' 같은 글들이 많이 검색되었고, 댓글로 폭풍 공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도 노처녀 히스테리 인가요?' 라는 글도 있었다. 이렇게나 이 문제로 고민하거나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니.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

 

 

터넷에 뜬 전형적인 노처녀 히스테리 증상은 이랬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폭언을 퍼붓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신경질 부리고, 자기 말이 무조건 맞다고 우기고, 피해망상이 심해서 가만히 있는데도 내 욕을 하지 않았냐며 바락바락 성질을 내고, 아니라고 하면 아니긴 뭐가 아니냐며 면박을 주며 몰아부치고 등등. 노처녀 히스테리에 당하고 있다는 피해자들은 남자 뿐 아니라 여자도 많았다.

내가 봐도 총체적 난국이다. 아무에게나 아무 때에나 마구잡이로 히스테리를 퍼붓는 건, '또라이' 아닌가?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표현은 도리어 예쁘게 포장해준 느낌이다. 내가 성난 고릴라 모드라고해서 엄한 사람 붙잡고 말도 안 되는 꼬투리 잡고 난동을 부린다면? 노처녀 히스테리는 무슨, 그건 그냥 '미친 노처녀'지. 또라이와 노처녀 히스테리는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처녀 히스테리 해결책이라고 나온 것도 전혀 납득이 안 갔다. 욕구불만인 노처녀에게는 남자 밖에 답이 없다는 것이다. 뭐지, 이 밑도 끝도 없는 만병통치약은. 난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성난 고릴라로 종종 변신하는데. 그에 비하면 남자친구가 없는 노처녀 친구는 나랑 달리 유연하게 노처녀 잔소리에 대처하면서 히스테리의 '히'자도 안 보이는데.

위에서 나온 히스테리녀가 남자를 만났다 치자. 저 정도로 극심한 히스테리를 부리던 여자가 갑자기 천사로 바뀔까? 글쎄... 얼마 못 가서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쯧쯧쯧' 소리가 나오다가 헤어졌다는 소식에 '내가 저럴 줄 알았다' 하겠지.

결국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게 또라이 중에 결혼 못하고 나이가 든 여자를 가리키는 말인 건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마침 노처녀일 때 '으휴, 노처녀 스트레스 쩌네' 하고 싸잡아 버리는 거에 불과한 걸까.

그렇다면 내 성난 고릴라 모드는 뮈란 말인가. 노처녀 히스테리라 하기엔 약하고 히스테리가 아니라고 하기엔 지랄맞다.

 

 

***

 

 

란스러워 하는 내게 유부녀 친구가 말했다. 자긴 결혼했는데도 히스테리 작렬이라고. 오질나게 말 안 듣는 애도, 애나 마찬가지인 남편도 성질을 돋궈서 참을 수가 없다고. 이러면 안 되지, 좋게 말해야지 싶다가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화가 주체가 안 되서 일단 소리부터 지르고 또 후회하고를 반복한다고.

인터넷에서 본 수많은 노처녀 히스테리 사례보다 유부녀 친구의 이야기에 더 공감했다. 참다 참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돌파하면 그 다음부터는 1도 참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내 안에 히스테릭한 부분이 있는데 그게 자꾸 건드려지다보면 점점 더 히스테릭해지는 무한루프. 생각해보면 특정인이나 특정 상황에서 유난히 히스테릭해지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많든 적든 히스테리적이다'. 독일의 정신의학자 에른스트 크레치머의 말이다. 그래. 누구나 예민한 부분이 있고 잘못 건드리면 폭발하는 거겠지.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 때문에 괜히 그 부분이 더 커보였던 건가.

 

 

***

 

 

구나 히스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위안이 됐지만, 히스테릭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히스테리를 방출하고 나면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데다 그런 짓을 한 내 자신이 싫어지기 때문이다. 히스테리를 부리지 않고 현명하게 화를 표출하는 방법을 열심히 고민해서 다음엔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정해봤지만, 내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되자 나는 또 다시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하. 어쩜 이렇게 임기응변이 부족하고 후회할 짓을 반복하는 걸까. 이렇게 미친 노처녀가 되어가는 건가, 한도 끝도 없이 우울해지는 그 때 여자와 히스테리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또라이가 되기 전에 히스테리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인가, 한 줄기 희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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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나야. 지금 뭐 해? 잠깐 나올 수 있어?"

6화 '누구 맘대로 노처녀래'에 나왔던 20살 같은 30살 동생(줄여서 '이사미')으로부터 급호출을 받았다. 평소 애교 많고 늘 씩씩한 사미답지 않게 목소리가 축 처져 있어서 무슨 일이 있구나, 직감했다. 몇 분 후 만난 사미는 예상보다 상태가 안 좋았다. 주변 1미터의 조명을 사라지게 만드는 다크한 아우라를 뿡뿡 뿜어내고 있었다. '일단 입에 뭘 좀 물려야겠군.'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당분 섭취로 기분을 업시켜야 한다. 달달한 핫초코가 맛있다며 베시시 웃는 사미에게 물었다.

"사미야, 무슨 일 있었어?"

"하...언니, 접때 엄마가 나보고 노처녀라 그랬던 거 기억해?"

"응, 당근. 그래서 내가 요즘 시대에 서른은 절대 노처녀가 아니라고 전해달라했잖아."

"엄마가 문제야... 엄마가..."

사미는 고개를 저으며 크게 한 숨을 쉬고는 남은 핫초코를 쭉 들이켰다

"작년에도 결혼가지고 뭐라하긴 했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 진짜 올해들어서 장난이 아니야. 오늘도 눈 뜨자마자 하나부터 열까지 계속 걸고 넘어지는데, 살이 쪘네, 피부가 푸석하네, 머리가 그게 뭐냐, 옷은 또 그게 뭐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싹 다! 정말 돌아버리겠어!"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은데.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알아?"

왠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지만 설마하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 잔소리 듣기 싫으면 결혼해!'라는 거 있지!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치는 거야!!"

이것은 데자뷰.
내 앞에 앉아 있는 게 사미야 어제의 나야?

이쯤되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노처녀 딸 못 살게 구는 법'이라는 단체교육이라도 받으신 걸까?
이렇게 하니 딸이 시집가더라는 비법서라도 파는 걸까?
만약에 그런 몹쓸 사교육장이 존재한다면 악의 축으로 규정짓고 김정은에게 그 건물을 폭파시켜달라고 할 테다!

사미랑 의기투합해서 구받 받는 노처녀 딸의 설움을 대폭발시키는데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잠깐.
나야 서른 여섯이니 그렇다치고 얘는 아직 어리잖아! 사미는 올해로 서른인걸!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에 해당되는 나이라고!
근데 나랑 일심동체 돼서 이러고 있는 건 이상하잖아!

"아빠다"

사미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버님? 뭐라셔?"

"엄청 긴 글이 왔어. 언니 같이 볼래?"

 

사랑하는 우리 딸, 사미야.
아침에 엄마 때문에 많이 속상했지?
왜 아침부터 애를 달달 볶냐고
아빠가 엄마한테 한 마디했다.
결혼문제는 우리 예쁜 딸 사미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아빠는 믿는다.
다만, 엄마는 네가 나이도 있다보니
걱정이 돼서 그러신가 보다.
우리 착한 딸이니까,
그런 엄마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그러니 서두르진 말되,
슬슬 시집 갈 생각을 하렴.
-아빠가

 

 

 ......

사미야.
언니가 그동안 넌 아직 애기라고
노처녀되려면 멀었다고 무시해서 미안했다.

노처녀는 나이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필링(feeling)으로 결정된다는 걸 잊고 있었어.
그렇지. 그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언니는 집에서 늦잠꾸러기로 통한다.
친구들 사이에선 아침형인간이거든.
평일엔 7시 반에 일어나고 주말엔 8시면 일어나는데
맨날 잠이 많아 큰일이래.
우리가 농사 짓는 집도 아닌데 말이야.
근데 그게 또 결혼이랑 이어져요.
낳지도 않은 애까지 등장한다니까?

더 말 안해도 그런 느낌적인 느낌, 알지?
'기승전결혼'
그거지 뭐.

에휴...
우리 핫초코 한 잔씩 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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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08시, 주말 이른 아침부터 엄마의 기습공격은 시작되었다.

지금이 몇 신데
아직까지 자고 있어?!
이렇게 게을러서
애는 어떻게 키울래?!


니가 그러니까 결혼을 못 하지!

 

주말이니까 푹 자려는 생각으로 어젯밤 늦게 침대에 들어갔는데, 그런 얘기를 했다가는 더 난리가 나겠지. 아... 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직장상사의 폭언으로 하루를 여는 듯한 상큼한 기분. 추억돋네.

냉기가 감도는 식탁에서 따뜻한 국밥을 꾸역꾸역 우겨넣으며 언제 시작될지 모를 2차공격에 대비해 엄마 눈치를 살폈지만 무탈하게 지나갔다. 아빠는 직장 상사딸 결혼식에 가셨다고 한다. 아침부터 멀리 지방으로 결혼식이라니 직장인은 어쩔 수 없고만. 확실히 직장 때려치고 나니 그런 행사에 불려다닐 일이 잘 없다. 가끔 인간관계가 너무 협소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돌려받지 못할 축의금 내는 것도 아깝고, 무엇보다 이렇게 주말에 편하게 지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분위기가 괜찮길래 대충 씻고 소파에 누워서 TV를 틀었다. 오랜만에 보는 예능프로그램은 재미있었다. 이렇게 베짱이처럼 평생 지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이것도 계속 하면 질리려나? 하긴, 일개미를 해야 입에 풀칠을 하지. 그래도 오늘은 쉬자. 어젯밤에도 새벽까지 일하고, 요즘 너무 달렸다. 히히. 우히히. 푸핫.

밥 먹자마자 퍼질러 누워서
잘 하는 짓이다.
넌 약속도 없니? 남자 없어?
주말에 집구석에 늘어져서
TV나 보는 여자를
누가 데려가고 싶겠어!

니가 그러니까 결혼을 못 하지!!

 

이런, 오늘이 그 날이었다. 엄마가 분노의 화신과 접신하는 날. 이런 날에 엄마의 눈에 비친 나는 배 아파 낳은 사랑스런 딸내미가 아니다. 눈엣가시이며 무찔러야 할 적일 뿐. 이럴 땐 나오는 게 상책이다. 3차 무차별 폭격이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도망치기로 했다. 보이는 대로 대충 주섬주섬 껴입고 부리나케 걸어가 현관문고리를 돌리는데 분노의 화신에게 딱 걸렸다.

 

잠깐! 그러고 나가려고?
니가 나이가 몇인데
그 꼴로 나다닐 생각을 해!
잘 차려 입어도
봐줄까 말까할 판에,
니가 그러니까...

 

 

오케이, 거기까지. 더 이상의 말은 거부한다. 150데시벨의 확성기 공격을 현관문으로 막아내고 나왔다. 엘레베이터 거울에 추리닝 바람의 후줄근한 노처녀가 보인다. 아놔. 아무래도 내 얼굴에 '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써 있나보다. 짐작이 가는 바는 있다. 연말연시 동창모임. 다가오는 명절. 아빠의 결혼식 나들이.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딸을 둔 탓에 여기저기에서 엄친딸들의 '좋은 소식' 퍼레이드에 끼지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앓이했을 것이다. 그 가시방석 같은 자리를 그 1분 1초가 더딘 시간을 자존심 구겨가며 버텨내고 돌아오셨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테지.

내 탓이 아닌 일로 비난 받는 건 누군들 싫지 않으랴. 그러니 이 모든 원흉인 웬수 같은 딸내미한테 그 화를 퍼붓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볼 수 있다. '니가 그러니까 결혼을 못 하지'라는 엄마 머리 위로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말풍선이 떠다닌다.

백번 천번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는 애까지 만들어서 주말 아침부터 괴롭힐 건 없잖아. 내 결혼이지만, 내가 당사자인건 맞지만, 내 맘대로 안 되는 걸. 그건 내 탓이 아니잖아. 나는 그럼 어디다 화를 풀어야 해? 8년 사귀고 헤어진 전남친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욕을 퍼부어? 아니면 9살 연하인 현남친에게 빨리 취업해서 프로포즈를 하라고 닦달을 할까? 에휴... 그럴 순 없는 거잖아. 결국 내 탓이 맞긴 하네. 어찌되었든 내가 선택한 사람들인걸. 그렇더라도 서럽다, 정말. 이래서 나이들면 따로 살아야 하나봐.

추리닝 차림으로 딱히 갈 데도 없고 누굴 만날 맘도 안 생겨서 근처 카페에 들어가 시간을 때웠다. 그래도 마침 같은 '눈엣가시'처지인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서러움 폭발시키고 나니 한결 마음이 누그러졌다. 버틸만큼 버티다 이쯤이면 슬슬 됐으려나 싶은 타이밍에 슬그머니 나와서 집 현관문을 돌렸다.

당신! 당신 정말 미쳤어?!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그 여자보다 못한 게 대체 뭔데!!

 

시끄럽다!
남자가 바깥 일 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 대수라고 집안 시끄럽게
큰 소리야 큰 소리가!!

 

 

거실에서 막장 드라마 열혈 시청중이신 엄마. 오호라, 이건 절호의 찬스잖아. 리벤지, 복수의 화신이여, 나에게 들어오라!

 

엄마!
내가 이러니까
결혼 안 하는 거야-!

 

드라마에 흠뻑 빠져계시다가 깜짝 놀래서 휘둥그레 쳐다보시는 엄마.
흥. 반격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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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대한민국 노처녀다. 이것은 내가 제 아무리 인정할 수 없다고 발악해도 사회에서 찍어내린 낙인 같은 거라서 종국에는 꼬리내리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 정체성이 내게 주는 갖가지 핍박의 선물을 한 아름 안고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나는 날까지는 잠자코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한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나는 칠거지악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단지 결혼 하나 안 했을 뿐인데. 이게 그렇게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만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시당할 만큼, 쓸데 없는 동정으로 끌끌 혀를 차게 만들 만큼 대단한 일인 걸까. 이 모든 게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일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죄로 '노처녀'라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거라면 너무 억울하다. 한국을 떠야 하는 걸까. 다른 나라에는 '노처녀'라는 말이 없을까. 다른 나라 노처녀들은 '노처녀 타박' 따위 없이 남들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활개치며 살아가고  있을까.

 

 


 


본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나는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고 현재 밥벌이도 일본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하면 일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일본의 대표 검색엔진사이트에 '노처녀'를 검색해보니 지식인에 한국에서는 결혼 못 한 나이든 여자를 '노처녀'라고 한다더라는 글이 떡하니 나왔다. 클릭해서 읽어보니 헐, 대박, 너무한거 아님?, 같은 답변이 주르륵 달려 있었다. 일본에는 노처녀라는 표현이 없었나... 잠시 생각해봤다.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했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 만화, 책 등 각종 콘텐츠를 접했을 때 30살 이상은 여자가 아니라며 희화화시킨 장면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의 성격상 직접 대놓고 노처녀라고 부르며 놀리지는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시집 못간 노처녀에게 야유를 보내고 경시하는 풍조는 분명히 있다. 여자 나이 서른이면 이미 늦었다고 본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희미해진 서른이라는 결혼 마지노선이 일본에서는 아직도 통용될 만큼 보수적인 사회이기도 하다. 그런 나라에 '노처녀'라는 단어가 없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

납득이 안 가서 더 뒤지다보니 물고기가 낚였다. 역시 있었다. '마케이누(負け犬)'라는 표현으로 불리기도 한단다. 일본어로 마케이누는 '싸움에서 진 개'라는 뜻이다. 원래 알고 있던 표현이었지만 노처녀를 상징하는 단어로도 쓰인다는 건 처음 알았다. 이 말이 어쩌다 노처녀를 뜻하게 되었을까. 찾아보니 일본 여성 에세이스트 사카이 준코 작가가 2003년에 발간한 '싸움에서 진 개의 절규'라는 책이 시초였다고 한다. 그녀는 책에서 '미혼, 아이없음, 30세 이상'이면 '마케이누'라고 정의했다. 

 

 

 


그녀 자신이 마케이누이면서 대체 왜 이런 자조적인 표현을 사용했을까. 그럼 그렇지, 내용을 훑어보니 주변 여자들이 자기를 보는 시선 때문에, 이를 역으로 비틀어서 비꼰 것이라 했다. 바로 '노처녀 주제에 행복할 리가 없어!'라는 시선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책은 '싸움에서 진 개' 취급을 받고 있는 노처녀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응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결혼의 재발견1'이라는 엄청나게 순화된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그녀의 책은 발간 이후 일본 국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일본 사회에서는 노처녀를 폄하하는 시선이 남아있다고 한다. 단지 앞에서 대놓고 노처녀를 '마케이누'라 부르며 희롱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도 그녀의 책이 출간된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일본의 30대 여성 미혼율은 10% 이상 크게 올랐다. 2010년 기준으로 34.5%나 된다. 30대 노처녀가 늘어난 만큼 노처녀를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한편, 사카이 준코 작가는 2012년에 도쿄, 서울, 상해 3개 도시의 노처녀를 비교분석한 '유교와 마케이누'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은 3개 도시의 노처녀 성향과 기질을 조사하여 분석한 것인데, 일본 노처녀들이 다른 도시의 노처녀들에 비해 남성에게 억눌려 지내는 측면이 있다고 저술했다. 내가 일본에서 느꼈던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사상과도 겹쳐지는 대목이다. 그녀는 상해 노처녀들을 '과하다 싶을 만큼 쎈 언니들'이라 칭하면서, 남자에게 거절도 거부도 잘 못하는 도쿄 노처녀들에게 더 강해지자고 제안한다. 다음은 '유교와 마케이누'에서 그녀가 스스로의 연애를 돌아보며 쓴 '마케이누의 자화상' 편의 일부이다.

 

변변한 직업도 없는 누가 봐도 아닌 남자와 엉겁결에 섹스한 걸 계기로 사귀게 됐지만, 어쨌든 애인이란 존재는 소중하기도 하고, 남자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도 싫어하지 않다보니 상대가 해달라는 대로 들어주게 되고, 그러다보면 돈을 뜯기거나 손찌검을 당하기도 한다. '난 왜 이런 사람이랑 만나는 거지...'라 한탄하면서도 이러니저러니 또 그 남자와 헤어지지 못하고 만나고 있다.

-사카이 준코 '유교와 마케이누'의 '마케이누의 자화상' 중에서
★해당 책은 한국어판 번역본이 없습니다. 일본 서적을 직접 번역한 내용입니다.


 


 

 

른 나라의 노처녀를 찾다가 중국 노처녀의 현실을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노처녀를 '성뉘(剩女)', 일명 '떨이녀'라고 부른다고 한다. '잉녀'라는 한자를 쓰고 성뉘라고 읽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남겨진 여자'가 된다. 잉여인간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잉녀라니....

예전에 여자나이를 크리스마스케이크에 비교하는 드립을 들었는데 딱 그런 느낌이다. 24일이 가장 잘 나가고, 25일은 그럭저럭, 26일 부터는 떨이로도 잘 안 팔린다는 주먹을 부르는 이야기.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게 현실이라고 한다.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들이 베이징에 넘쳐나는 21세기에도 25살이 넘어가면 '떨이녀'가 되어버린다.

내가 봤던 다큐멘터리 영상은 중국의 성뉘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사회적인 압박을 다룬 것으로 현대 한국 노처녀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중국은 한국보다 더 급격한 경제성장을 단기간에 이룬 탓에 세대차이가 극심했다. 중매로 결혼한 부모님과 결혼은 선택이라는 딸 사이의 갈등이 심각수준을 넘어섰다. 노처녀를 둔 중국의 부모님들은 자체적으로 '결혼 시장' 열고 있었는데 그 시장라는 게 참 황당무계했다. 노처녀 딸의 직업, 학벌, 연봉, 키, 자동차 및 주거 보유 여부 등을 적은 종이를 공원에 잔뜩 늘어놓고 마치 생선을 팔 듯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나랏님이 금은보화로 노처녀를 시집보내려 했던 조선시대로 타임캡슐을 타고 돌아간 것 같은 쇼크를 받았다.

다큐멘터리의 끝에가서는 성뉘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자신들이 살아가고 싶은 삶과 여성으로서 지키고 싶은 원칙을 적은 종이를 부모님들이 열던 '결혼 시장' 장소에 똑같이 연출하고 그곳으로 부모님을 초대한다. 노처녀 딸이 당당하고 아름다운 프로필 사진까지 내걸고 전하는 메시지에 부모님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직접 봐보시길 추천한다.

 


 


 

 

은 동양 문화권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기만 하기에 아메리칸 드림 한 번 꿔보기로 했다. 미국에 한정하지 않고 영어권은 노처녀에게 어떤 분위기인지 살펴봤다. 우선 노처녀라는 단어가 있나 찾아봤더니 올드메이드(old maid)라는 표현이 있었다. 사전에서는 첫 번째로 하녀, 가정부, 두 번째로 처녀, 아가씨라고 정의한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때문에 올드미스가 더 익숙한데 이건 콩글리시라고. 메이드의 어원은 원시게르만어로 성 경험이 없는 여성을 뜻하는 말이었다. 오 이런, 올드 메이드란 결국 늙은 처녀라는 뜻이 아닌가! 한국어로 바꾸면 노처녀, 완전 똑같고만!

올드메이드라는 말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노처녀와 도둑'이라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1939년에 초연된 걸 보면, 그 이전부터 사용해왔나보다. 이 작품은 노처녀 가정부가 젊은 가정부에게 사랑하던 남자를 빼앗기고 둘에게 조롱을 당하는 이야기로, 그 시절 노처녀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간에 노처녀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주책맞은 여인네고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나오는 지 모르겠다.

다행인 건, 현재 올드메이드라는 단어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경멸이나 연민의 뜻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지! 이래야지! 이를 대신할 말로 '스핀스터(spinster)'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 또한 단순히 미혼여성이라는 의미보다 나이가 많고 결혼할 가능성이 적은 독신여성을 가리키는 말로서 성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에 따라 구식표현이 되었다. 그럼 현재 미혼여성들을 어떻게 지칭하느냐, 바로 많이 들어본 '싱글(single)'이라고 하면 된다. 비욘세의 'Single lady'가 귓가에 맴돈다.


 

 


 



국에서도 자신을 소개할 때 독신이라거나 싱글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곤 한다. 그럼 뭐하나, 남들 입에는 그냥 노처녀인데. 올드메이드와 스핀스터가 역사 속에 사장된 단어가 되기까지 많은 여성들이 큰 목소리를 냈다. 그 덕분에 현재 싱글 여성의 지위를 획득했겠지. 마케이누는 마케이누대로 성뉘들은 성뉘대로 제 나라에서 그들 방식대로 싸우고 있다. 나 역시 대한민국 노처녀로서 가만 있을 순 없다. 떠나긴 어딜 떠나. 튀긴 어딜 튀어. 내가 사랑하는 많은 것들이 모두 한국에 있는데.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도 한국에 있고. 노처녀 구박에 속상하다고 쭈구리해 있지 말고 1:1 다이다이 한 판 떠보자고 해야겠다. 내 뒤엔 전 세계 노처녀가 있다고! 우쒸, 다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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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서른이 된 동생을 만났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 대신 '웰컴 투 서른!'을 외치면서 격하게 포옹했다.

"몇 년뒤에는 웰 컴 투 노처녀다. 그때까지 딱 기다려. 알았지? 어디 갈 생각말고. 얼음!하고 언니 올 때까지 서 있어. 노처녀되면 가서 땡!쳐줄게."

"ㅋㅋㅋ어우 언니, 아냐~, 나도 노처녀래. 엄마가 노처녀되서 큰일났다고 난리야."

엥? 서른이 노처녀라고?? 이제 30대라지만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해 스무살이라고 해도 믿겠다 싶을 얼굴로 감히 노처녀를 운운 하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다. 노처녀를 모욕하지 말라고 그렇게 쉽게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택도 없는 소리 작작하라고 등짝 스매싱으로 혼줄을 내줬다. 어머님께도 요즘 시대에 서른은 노처녀가 아니라고 꼭 좀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몸보신 해야 겨울을 난다며 거나하게 배를 채우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궁금해졌다. 결혼식을 올리면 공식적으로 '처녀'에서 '유부녀'로 넘어가는 건 알겠는데, 노처녀는 언제부터 노처녀가 된 걸까? 뭘 기준으로 '처녀'에서 '노처녀'로 건너뛰는 걸까? 대체 몇 살까지가 처녀고, 몇 살부터 노처녀로 갈리는 걸까? 


 

 

집에 돌아와 한치를 입에 물고 컴퓨터를 켰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들어가 처녀와 노처녀를 검색해봤다. 그 결과 처녀(處女)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성인 여자', 노처녀(老處女)는 '혼인할 시기를 넘긴 나이 많은 여자' 라고 떴다. 노처녀의 정의가 혼인할 시기, 즉 결혼적령기를 넘긴 늙은 여자라는 걸 알았다. 그래. 네 놈이 범인이었구나. 결혼적령기, 네 이 고얀 놈이 성인 여자와 늙은 여자를 가르는 기준이로구나. 깊은 빡침으로 처녀데드라인(deadline)인 결혼적령기에 대해서 철저히 파헤쳐보기로 했다.

결혼적령기란, 결혼하기 적당한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사람들에게 '너도 이제 결혼할 때가 됐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가 바로 그 때인 것이다. 나는 저 말을 언제 처음 들었더라. 오래 전 일이라 가물가물하다. 아마 20대에도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같은 시대에 20대가 결혼적령기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일하면서 갈고 닦은 검색 실력을 발휘해서 이래캐고 저리캐봤다.

 

선시대에는 20세 이상이면 노처녀로 봤다고 한다(노총각은 25세 이상이라고). 이 시대는 관혼상제를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상 결혼적령기를 놓친 노처녀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겼고, 나라가 나서야 할 일로 보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중종 7년(1512년)에는 양반의 자제중 노처녀가 있으면 왕이 필요한 제물과 옷을 내려 혼인하도록 도왔다고 한다. 이럴 수가. 내 결혼에 나랏님이 직접 개입한다고 상상해보라. 게다가 제물과 옷이라니, '돈'이 메인이고 나는 서비스로 끼어주는 '부록'인 셈이다. 양반 딸로 태어나 스무 살에 부록신세라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20살 이상부터 노처녀라는 기준은 심히 야박하다 생각했는데 평균수명을 보니 납득이 갔다. 조선시대의 평균수명은 46세였다고 한다. 20살에 결혼해서 남은 평생 같이 살아봤자 26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결혼적령기에 맞춰 10대 때 결혼했더라도 서방님과의 남은 생애는 30년 남짓. 이것도 장수한 경우에나 해당된다. 정조가 47세에 서거하셨는데 조선에서 가장 영양상태도 좋고 의료혜택도 충분히 받았을 한 나라의 임금의 수명이 이러하니 일반 백성들의 수명은 훨씬 짧았을 것이다. '백년해로' 하려면 세 번은 다시 태어나야 가능한 시대에 그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 세 번을 죽고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사랑하고 싶어요, 이런 건가. 어쩜 이렇게 낭만적인지. 노처녀 마음 설레게. 

 

 

러던 것이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경제 및 의료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1970년의 평균수명은 여자 71세 남자 66세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에 멈추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 2017년의 평균 수명은 82세에 달한다. 조선시대에 비해 자그마치 35년 이상 늘어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조선시대 사람이 그토록 바랬을 인생 두 번 살기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결혼기간도 그만큼 늘어났다. 60대이신 우리 부모님은 올해 결혼 38주년을 맞이하셨다. 평균수명에 따르면 앞으로 적어도 20년 이상은 더 함께 하실 수 있을 터인데 워낙 건강하셔서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결혼 60주년 그 이상을 바라보니 몇 년만 더 지나면 백년해로를 달성할 수 있을 날이 곧 올 것만 같다. 조선시대는 1392년부터 1910년까지란다. 현재가 2017년이니 백년에 35년 정도 늘어난 건데, 의학기술의 놀라운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50년정도면 백년해로, 가능하지 않을까? 노처녀 주제에 왜 이렇게 백년해로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아직 현모양처에 대한 헛된 야망을 못 버렸나보다.



뉴스를 보면 요즘 시대에는 백년해로보다 황혼이혼이 문제다. 너무 짧게 사는 게 문제였는데 너무 오래 같이 사는 것도 문제였다. 결혼할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와 쫓기듯 결혼한 뒤에 후회했지만, 자식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고 살다가 에라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갈라서! 하고 늘그막에 내 인생을 찾아 떠난다는 슬프고 감동적인 스토리다. 아예 조선시대 급으로 딱 26년 정도만 같이 살면 어떨까. 평균수명 82 빼기 26해서 딱 57살에 결혼하면 되겠네! 이야~ 결혼하려면 아직 멀었고만! 여유있네, 여유있어!

 

<인생은 57세부터>

 


꿈에서 깨어나 처절한 현실로 돌아와 현대의 노처녀 나이를 계산해 보았다. 현재까지의 정보를 다시 정리하면, 평균 수명은 조선시대 46세, 2017년 82세, 노처녀 기준은 조선시대 20세다. 중학교 때 배운 방정식을 써먹으면, 수식은 46:20=82:x, 고로, x=35.652173913이 된다. 반올림하면 36세. 그러므로, 조선시대식으로 보면 현대 노처녀 기준은 36세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왜냐하면 위와 똑같은 방법으로 현재 결혼적령기를 계산해보면 28세라고 나오는데, 2016년 여성의 평균초혼연령은 30세라고 한다. 2살 더 많은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노처녀 기준도 36세보다 더 높아야 맞지 않을까? 이렇게 점점 한 살 한 살 높여가는 거 아주 잘하고 있는 짓인 것 같다. 후후후.

 



렇게 복잡한 자료조사와 누추한 계산법으로 노처녀의 나이를 유추하고 있는 것도 노처녀는 몇 살부터라는 정확한 공식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노처녀 나이는 사회적인 통념에 맡기는 게 관례다. '서른 셋이면 노처녀지' 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면 게임 끝이다. 거기서 내가 백날 최소 서른 여섯부터라고 우겨도 소용없다. 

나이 많이 먹은 게 벼슬도 아니고 노처녀가 된다고 해서 아무런 혜택도 없는데, 이런 감투 제발 씌워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에세이를 쓰고 있는 내 자신이 가장 노처녀에 집착하고 있는 1인이 아닐까 싶다. 에효. 나나 잘 해야지. 암튼 동생아. 넌 나이로 보나 외모로 보나 노처녀는 아니니 안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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