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치듯 플레이하게 됐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뭐 워낙 찬사가 널렸으니 반복하는 건 제쳐두고, 이게 한 때 노블류 게임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고 평가를 받은 이유를 알겠더군요. 인터렉티브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매 편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문제제기를 통해 사건의 총체적인 양상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도록 플레이어에게 재촉하더군요. 단순한 방식이지만 플레이어의 머리를 가만 놔두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흡입력이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더해 저주와 논리적인 살인이라는 소재들 사이에 미묘하게 위치된 점이나 한 고립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극이라는 전통적인 배경들을 봐서도 그렇고 여러 모로 확실히 신본격 추리소설을 잇는 변종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에 비해 만화쪽은 각 편의 에피소드를 분할하여 동시에 연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쓰르라미 울 적에]는 순차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따른 뇌내 화학효과가 상당한 효력을 발휘했던 작품인만큼, 그런 분할 동시 연재는 물론 미디어믹스 차원에선 정석이지만 게임의 기능성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코믹스판은 현재 학산에서 발매예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편이 먼저 나올지는 잘 모르겠군요. 아마 와타나가시편부터 차례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중입니다.
원래는 사운드노블이란 장르명을 갖고 있었지만, 사실 효과음의 쓰임 같은 것은 뛰어난 편이나 그것만으로 사운드노블이라고 할 순 없겠죠. 정말로 제대로 된 사운드노블이라면 맹인도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불렸던, 새턴으로 나왔던 워프사의 [리얼사운드 - 바람의 리글렛]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요. 그 증거로 플스2로 컨버전된 [쓰르라미 울 적에-축제]는 비주얼노블이라고 장르를 개칭했더군요. 플스2도 이런 게임들 나오는 거 보면 확실히 말년.... 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건 꽤 구매욕을 당기는 타이틀. 국전에서 한정판이 11만원이었다고....
작가이자 감독이자 캐릭터 디자이너로 원맨쇼를 펼쳐보인 용기사07은 소설 [괴담과 춤추자, 그리고 당신은 계단에서 춤춘다]가 월간 소년 시리우스에서 만화로 연재되기로 했더군요. 시리우스라면 잘하면 북박스에서 낼 가능성도 있겠음. 그러고보니 시리우스엔 시무라 다카코도 연재하고 있는데 그것도 좀.... 아, 이건 왠 딴소리. 암튼 그외에 다른 사람 책에다 괴상한 그림도 그려주고, 이것저것 텍스트 프로젝트가 잔뜩이라 장르소설 잘 쓰면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소비풀을 가진 나라에서 잘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