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 “이게 사는 건가” 싶을 때 힘이 되는 생각들 
엄기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노가 많은 시대다절망은 더 많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100명으로 이뤄진 마을이라면 경제활동 인구 59명 중 절반이 비정규직이거나 자영업자란다정규직 28명 중에 안정적 상장기업에 다니는 이는 1명 뿐이다밥벌이를 하는 것도 특권미래는 불투명하고사회안전망은 지극히 취약한데어떻게 멀쩡할 수 있을까.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아무리 다독거려봐야 위안이 안된다

'이게 사는 건가'....
책은 바로 이런 순간, '힘이 되는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잘못산게 아니었다'고 분노와 절망의 근원을 찾아간다꽤 긴 제목정직하게 붙였다일단 현실부터 돌아볼까지겹지만어쩔 수 없다냉정하게 문제를 들여다봐야 실마리를 찾을테니까 

'자아실현'의 뿌듯함을 대신 차지한 감정은 굴욕감이다우리 삶은 비겁하다.. 더 이상 보호해야 할 사회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우리가 알던적어도 나를 보호해주리라고 여겼던 사회는 오히려 나를 배제하고 추방하겠다고 위협한다법은 사회적 규범이나 기준이 아니라 가진 자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원이 되어버렸다교육은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아니라 추방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우리에게 지혜를 전수해줄 어른도 이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내 삶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우리라 믿었던 동료들은 모두 경쟁자로 탈바꿈했다우리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초라해졌다. (19~20)

산다는 것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진퇴양난이다개미처럼 앞으로 가다가는 '살자고 돈 버는데 돈 벌다 죽을 지경'이다베짱이처럼 뒤로 가다가는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다 굶어죽을 지경이다개짱이처럼 행복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으로 소박하게 꿈을 꾸면 꿀수록 삶은 여유로워지기보다는 훨씬 더 불행해진다..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사회에서 우리 삶은 냉소와 분노 사이에 결박당했다. (46)


이 저자글 참 잘 쓴다너무 명료해서 괴롭다대체로 직설적으로 진단하고 분석하는데독자로서 저항할 여지가 적다사회의 문제와 개인의 심리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얘기하는데뭐라 반박을 못하겠다
이토록 문제가 많은데이를 헤쳐나갈 각자의 용기대체 어디갔나여기서부터 출발해보자저자는 "경험이 희박해질수록 용기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체험이 아닌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든 '우연'이 발생할 수 있도록 내 삶을 열어두는 태도가 필요하다내 삶을 예기치 못한 사건에 열어놓는 것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그런데 위험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회피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인간은 일체의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경험이 점점 더 희박해질수록 사람들은 용기를 내지 못한다...우리는 우리 삶에서 위험을 제거한 만큼 경험을 잃었고경험을 잃은 만큼 삶에 대한 용기를 잃었다. (114~115)

경험의 죽음은 곧 교육의 죽음이다교육의 목표가 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를 전수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학생들이 더 이상 지혜를 전승받으려고 갈구하지 않고교사들이 더 이상 경험을 전수할 지혜를 짜내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교육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지혜의 자리륻 대신 차지한 건'정보'지혜는 오래 묵을 수록 더 가치가 있지만 정보는 새로운 것일 때만 의미가 있다. '실시간'이 되어야 한다잠시도 쉬지 않고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그리고 이 업데이트를 좇아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그러니 생각할 시간이 없다. (117)

 

이러다보니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새로운 것으로 채워도 지루하다허무하고 식상하다. '어른'은 사라지고 '꼰대' '애새끼'만 남았다황폐하고 망가진 건 우리 사회 뿐 아니라 각 개인의 감수성도 그렇다불의와 부정이 너무 많아 무뎌질대로 무뎌졌다고통에 대한 공감은 커녕 연민도 흔해빠진 일상일 뿐이다절망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이게 사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진다파국은 근원적 질문으로 돌아가게 한다이대로 살아도 좋은건지스스로 성찰하게 하는 시점이다그리고 저자는 '언젠가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은 희망이 아니라고 단언한다대신 응원이 '희망'이 된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삶을 나누는 '동료'의 존재가 필요하고그 동료와 '공감'하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한다. '씨바' '졸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그들이 얼마나 아프고 화가 났는지 감정을 드러낼 때 그 ''을 찾을게 아니라 그 '강도'에 공감하자고 한다. '혼자하면 외롭고 같이 하면 괴로운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 동료를 구할'용기'를 내야 한다는어찌보면 외통수인 제안대체 다른 답이 안 보이는데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귀한 단서랄까.

우리 모두의 삶이 모독받았다는 생각은 서로에게 삶에 대한 강력한 유대감을 만들어낸다..체계적으로 파괴된 '공통의 것';을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셈.. 이것은 존엄을 향한 새로운 힘을 만들어낸다. (253)


한편으로참 교과서적인 답이다어떻게든 발버둥쳐서 ''을 구하고 '희망'이나 '용기'따위를 찾지 않으면 또 어쩌란 말인가이런 사회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가뭔가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하나아니이런 사치스러운 미래 타령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남고살아내야 하는데..무엇을 할 것인가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는 "
삶을 바꾸려고 하지 말자다만 우리 삶을 옹호하자무엇보다 비참하지만 이 비참함을 같이 껴안을 동료가 있다면 삶은 위대하다아니삶은 끈질기기에 위대한 것임을이 삶의 끈질김에 충실하자"는 결론을 낸다조금 생뚱맞다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우리가 잘못 산 탓은 아닐테니까힘이 되는 생각들을 찾아야 할테니까

'개인'의 문제파편화된 개별 문제로 좌절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사회를 성찰하고 함께 길을 모색하는 능력이 그 사회의 수준이다이젠 우리 사회 수준좀 높아질 때도 됐다강력한 유대감으로 새로운 도전을 모색해야 할필요충분 조건은 현재의 고통이다파국에 직면해서야 우리는 다른 대안을 찾는다. "대안이 뭐냐"는 질문에 상당히 삐딱한 저자의 문제의식도 꼭 참고하자그는 대안이 주어질 경우에만 움직이겠다는 뜻이냐고 되묻는다우리는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내고 모색해야할 벼랑 끝에 서 있다. '적당한 삶은 불가능하다'. (솔직히 적당히 살고 싶어 미칠 지경인데불가능하다니 어쩔 수 없다..)



 
 
책읽는나무 2012-02-24 15:58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오오~ 마냐님!^^

마냐 2012-02-24 17:14   URL
아아... 오랜만이어요. 잘 지내셨어요? 서재로 돌아온건 아니고...걍 책에 '정보'를 남겨둔다 수준임다만 여튼^^;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 - 소셜 시대를 살아가는 10가지 생존법칙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김상현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두 SNS를 떠드는 시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정신줄 놓치는 수 있다?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디지털 네트워크의 속성을 들여다보고, 일종의 10계명을 내놓은 책이다. 당연하게도 10계명 중 무릎을 치게 만드는 대목도 있고, 갸우뚱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출발점, 디지털 네트워크의 실체는 아이러니다. 문제의식은 구체적이고 선명하다. 

소매상들은 온라인 매출이 늘기를 기대했지만 도리어 물건 값이 쇼핑정보 사이트에 의해 깍이는 현상을 목격한다. 쌍방향 유통 채널에 기대를 걸었던 문화 창작자들은 창작물에 과거처럼 기꺼이 제값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을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 세계 풍부한 정보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 교육자들은, 위키피디아에서 대답을 찾는 것으로 충분히 공부를 끝마쳤다고 믿는 학생들과 맞닥뜨린다. 자녀들이 직관적 멀티 태스킹을 통해 사회적으로 성공하리라 믿었던 부모들은 바로 그 아이들이 어느 하나에조차 집중하지 못한다고 근심한다.

인터넷이 유권자를 결집해 주리라 믿었던 정치운동가들은 온라인을 통한 '인터넷 청원'과 개인 블로그들이 실제 행동을 대체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젊은이들은 경계를 초월해 깊은 우정을 재정의하는 방법을 소셜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SNS의 프로필 페이지가 요구하는 형식과 논리에 순응하면서, 자신이 인터넷 장사꾼들과 인신 공격의 희생양이 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시민 저널리즘과 24시간 뉴스의 새로운 기회를 보았던 매체들은 갈수록 더 선정주의로 치닫고 수익도 내지 못하고 쓸모 있는 사실 하나도 제대로 담지 못한다.... 인터넷은 곧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로 가는 길이자 의미를 창출하는 새로운 방법 역할을 하리라던 기대와 달리, 우리는 단절되고 깊은 사고가 거부되고 전통적 가치가 무너지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11~13쪽)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댄 낙관론은 실상 비관론에 적잖은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일부 인정한다. 그러나 국내 언론들은 인터넷을 '쓰레기 정보'나 난무하는 곳으로 취급하는 터라, 사실 인터넷에 대한 역기능은 조금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저자가 제시하는 '솔루션'은 상당 부분 솔깃하다. 

일단, '상시 접속' 상태를 거부하라. 인터넷에 항상 접속해 끝도 없이 유입되는 요구와 명령을 따라잡으려 허둥대지 말고 가끔은 주체적으로 접속을 끊어라. 실상 모바일 시대, 여기에 공감 않을 이가 있을까? 때로 휴대전화를 꺼두거나, 접속 없는 휴식이 달콤하다. 밥벌이에 매인 이들에게 항상 허용되는 휴식은 아니지만, 요즘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간혹 갖는 시간이다. 

진짜 경험을 내던지고 원거리 의사 소통이 진짜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는 없다. 쌍방향 미디어의 탈지역적 성향을 인식하고, 실제 물리적 장소에서 언제 다른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지 선택하라.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같은 테이블 친구들끼리 스마트폰으로 SNS 가상 세계에서 수다 떠는 모습이 등장한 시대. 식당에서 SNS를 올릴 때면 마주 앉은 이보다 SNS 어딘가의 이와 소통하는 경우도 생긴다. 내 관계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현재 공간을 축소하는 거라면, 사실 곤란하다.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온라인과 오프라인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증세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균형이 필요한 건 당연. 

 다음은 선택의 문제다. 요즘 문제 되는 맞춤형 정보 서비스. 내가 원하는 취향을 읽어내고, 내 선택을 예측하고,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데이터 마이닝. 저자는 "
우리는 언제나 자유롭게 선택을 거부할 수 있고, 범주화에 저항할 수 있으며, 심지어 선택 사항 목록에 들어 있지 않은 다른 것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이 부분 역시 의식적 사고가 필요하다. 스마트한 시대에 더 스마트해지지 않으면 바보가 되어버릴 수 있다. 획일화된 맞춤형 서비스는 때로 위험하다는 정도는 인지해야 한다. 

더 많은 정보를 쉽게 검색한다고 해서, 진짜 세계의 복잡성을 착각하지 말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색을 통해 데이터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데이터의 맥락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게 저자의 주장. 과거에 지식을 찾는 자는 전임자들이 시키는 온갖 어렵고 지루한 수행 과정을 거쳐야만 했으나 이제는 누구나 쉽게 답을 얻는다. 하지만 이런 선별적 지식이 진정한 탐구 끝에 획득한 지식과 같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디지털 세계가 진짜 세계의 복잡성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라. 단순화한 디지털 세계는 진짜 지식이나 경험과는 다르다. 

저자는 또 디지털 네트워크들은 사교적 연결, 곧 접속을 추구하는 경향을 띤다. 수익을 내기 위해 이 연결들을 재규정하거나 가로채려는 시도는 그 무엇이든 네트워크 자체의 완전성을 해치고 접속의 실질적 장래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구글과 페이스북이 황금알을 낳고 있는 것은 모두 저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접속의 실질적 장래성을 훼손할까? 

익명에 숨지 말라는 주장은 한국의 사례를 좀 알려주고 싶다. 저자는 "
사람들에게 신원을 등록하고 댓글을 올리게 하면 예의와 대화의 수준은 언제나 더 높아진다"며 익명성의 세계로 도망가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통해 신원을 등록하고 글을 올린 한국에서 예의와 대화의 수준은 높아지지 않았다. 악플도 여전했다. 온라인에서 벌이는 말과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함은 마땅하지만, 신원을 밝히는게 핵심은 아니다. SNS 시대 촘촘하게 엮인 사회관계망에서 평판시스템은 오히려 도움이 되겠지만, 평판이 꼭 실명에 붙을 이유는 없다. 

 

책의 원제는 'Program or Be Programmed'. 10가지 법칙 중 마지막이 프로그램..하라는 지령이다. 저자는 "중국에서 이란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 어린이들은 상용 소프트웨어 패키지 이용법을 익히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컴퓨터의 작동 원리, 언어를 배우고 소프트웨어 코드를 작성한다"고 전한다. 즉 프로그래밍은 디지털 사회의 핵심. 프로그래밍하는 법을 밷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프로그램 당하는 위험을 떠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스스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알기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을 배우라는 얘기다. 
예전같으면, 언감생심. 모두가 배울 필요가 있겠냐고 했을텐데, 요즘 사실 고민이다. '생활코딩' 운동을 하는블로거 이고잉님을 보면, 이 나이에 조금이라도 배워야 하나 고민된다. 그냥 검색해서 잘 찾는 능력 뿐 아니라, 스스로 맥락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건 다른 얘기다. 더 놀라운 건, 트위터에서 @channyun 님 멘션을 보고 설치한 '스크래치'(http://scratch.mit.edu/)의 경험. 아주 초보적인 프로그래밍인데, 아이들이 배우지도 않고 곧잘 한다.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걸 경험하다니 근사하지 않은가. 중국과 이란에서 어떻게 수업하는지 모르겠지만, 해볼만한 작업 아닐까. 디지털 시대, 그냥 SNS에 매몰되어 사는 것 보다야, 디지털 시대의 내일을 직접 고민하고 구상하라는, 그런 능력을 키우라는 화두. 스마트한 서비스와 기계가 늘어날수록, 사람이 덜 스마트해도 괜찮은게 아니라 더 스마트해져야 하다니, 아이러니다. 

번역은 직역이랄까, 아주 정밀한데, 의역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각 2권씩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부 벌집을 발로찬 소녀. 
400여 쪽 짜리 6권이다. 토요일 저녁에 시작해 그 다음주 토요일 새벽에 완독. 주로 밤에 읽기 시작해 날마다 2~3시까지 봤으며 마지막 토요일엔 4시를 넘겼다. 한마디로 미친듯이 읽었다. 1부를 영화로 만든 '밀레니엄'을 먼저 보고 봤는데, 책으로 다시 읽어도 감탄과 몰입에 문제 없었다. 영화 자체도 데이빗 핀처 감독 손 끝에서 기막히게 빠졌지만, 원작 소설 자체의 힘. (어쨌거나, 영화도 간단찮다. 저 포스터만 봐도 그렇지..후덜덜한 뽀스 아닌가..) 

스포일러 없이 독후감을 남길 재주가 없어, 몇가지 단상만 간단 정리해본다. 



짜임새
1부는 완결된 스토리로도 읽히지만, 기본적으로 2, 3부까지 이어지는 스토리다.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기자 미카엘 블룸크비스트의 모험담이다. 큰 줄기가 되는 사건을 여러개 배치했는데, 처음 등장하는 어떤 실종사건부터 마지막 법정공방까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쳐낼 잔 가지가 많지 않은, 탄탄한 구조다. 

언론
블룸크비스트는 잡지 '밀레니엄'의 기자다. 허위사실을 보도,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기자가 '부정부패'를 완벽하게 고발할 수 있을까. 꼼꼼하게 취재해도 함정에 빠지거나, 혹은 뭔가 놓치거나..시나리오가 한순간 어긋나기도 한다. 기자는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불의', '부정부패'를 추적하고 까발린다. 미카엘 블룸크비스트는 잡지 '엑스포' 편집장이던 저자 스티그 라르손이 투영된 것이 분명할텐데... 
책은 그래서 '기자'의 '고발' 연장선에 있다. 법이 보호하는 개인의 인권 따위는 아랑곳 않는 공권력이라든지, 법 따위는 신경 안쓰는 재벌이라든지, 그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대중을 속이는지 아주 생생하다. '가부장'의 폭력이랄까, 혹은 '대단한' 가문의 폭력도 구체적이다. 정부의 탈을 썼지만, 그 안에서 기생하는 또라이들이 어떤 일을 칠 수 있는 구조인지도 낱낱이 보여준다. 

또 언론이 어떻게 쓰레기가 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마녀사냥을 해대는지, 역시 생생하다. 진실을 왜곡하고 '사실을 만들어내는' 언론의 모습들은 스웨덴이나 한국이나 혹은 미국이나 어느 나라든. '밀레니엄'이나 다른 언론들이 겪는 '생존'과 결부된 재정 문제라든지, 소송 등 고난(?)도 남 일 같지 않다. 더구나 미카엘 블룸크비스트도 진실 보도를 위해 목숨까지도 거는데... 실제 저자가 스웨덴 극우파의 '협박'에 시달려왔다는 점에서 경건해진다. 

개인적으로 '아는 기자' 몇몇이 스티그 라르손을 롤모델 삼아, 이런 책을 쓰고파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 또한 절대 아니라면 거짓말 일 듯. 개인적으로 그동안 지면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논픽션'으로 만드는데 관심이 있었다면, 이게 '픽션'이 되면 훨씬 더 힘이 센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란게 문제ㅋ

여성과 성
여성의 존재가 '대주는' 것이 전부인 남자들이 있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기도 하고, 그런 주제들에 꼭 여성이 '성'을 팔거나, 그냥 단순히 즐기거나 누리거나 하는 자체를 혐오하고 단죄하려 든다. 대체 왜 여성의 성은 남성의 주관적 법정 위에 올라야 하는가. 책은 여성을 학대하거나, 여성을 사고팔거나, 여성을 이중잣대로 보는 사회 전체를 담고 있다. 막판에 여성 변호사 안니카 잔니니의 '당당한 문제 제기'는 통쾌할 뿐 아니라, 너무 당연해서 슬플 지경이다.  

결혼과 성
미카엘 블룸크비스트는 이혼남이다. 오래된 그의 애인은 남편과 남자친구를 동시에 '상호 양해 아래' 관계한다. 저자의 성적 환상이 개입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미카엘의 성 편력, 혹은 자유로운 연애담은 007 못지 않다. 리스베트의 성 모랄도 일반적 잣대를 훨씬 뛰어넘는다. 그런데 책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비웃어도, 그 자체는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심지어 쓰리섬이나 혼외정사를 비롯한 모든 '사랑'을 편견 없이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정도로 전한다. 일부일처제에 갇히도록 강요하는 일도 없고, 그냥 선택일 뿐이다. 허용되지 않는 것은 '동의'없는 '성폭력'일 뿐. 
자유롭고 당당한 척 해온 것과 달리 평생 관계한 남자가 '불과' 대여섯명 밖에 안된다고 한 여성이 고백하는 장면에 다소 당황했다. 한국에서 교육받은 성인이라면 당연한거 아닐까. 스웨덴과 한국을 결코 같이 비교할 생각은 언감생심. 다만, 이런 사회라고 해서 도덕적 붕괴 따위는 없었다. 촌스럽게도 언론이 이런 문제를 씹어대는 건 비슷하지만. 
분명한건.. 어떤 성생활을 영위할 것인지, 그것은 온전하게 개인의 자유다. 돌 좀 그만 던지자.  

범죄와 폭력
인신매매라든지, 온갖 폭력의 '하수인'들은 동유럽에서 흘러들어온 녀석들이다. 그쪽 여자는 창녀고 남자는 조폭이랄까. 가난한 불법 이민자의 이미지가 고착된 것이 아닌지. 무엇보다 '총기'를 소지한 폭력배들이 온갖 사고를 치는데..씁쓸했다. '북한' 붕괴 이후를 다룬 '국가의 사생활'이란 소설에서 북한 출신들이 '총기'를 가진 조폭들로 등장한다. 붕괴 과정에서 북한군의 총기는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고, 중국 등으로 빠져나갔다가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총기를 반입해 지하로 숨어든다고 할까. 동유럽 출신들이 실제 불법 무기로 무장하고 유럽 국가의 조폭들이 된 사연들을 보면, 다소 마음이 무거워진다. 북한이 섣불리 붕괴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야기에 실명이 등장하는 총리나 장관 등이 실제 '저격 사건'으로 사망한 것으로 설명이 붙는다. 21세기에 저런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니. 스웨덴, 알고 보면 엄청 다이나믹 한걸까. 역시 '총기' 소지가 어떤 식으로든 가능하니까 저런게 아닐까. '청부살인' 해줄 동유럽 출신의 폭력배도 널려 있고.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를 개혁해나가는 것은 언론인이든 정치인이든, 때로 목숨 걸어야 하는 나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디지털 사회
마이너리티 리포트 뺨치는 디지털 상상력. '천재 해커' 리스베트의 활약은 경이로운 동시에 무섭다.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 '투명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각오 정도는 다시 한번. 



 
 
반딧불,, 2012-02-25 11:12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쳐요,미쳐. 이 천재적인 요약. 전 영화는 별로였습니다. 별 두개반 정도. 뭐 원작을 읽고 봐서인지도..별에 무척 짠 것도 사실이고, 감성적인 영화에 약한 것도 사실이니 뭐.
짚어주신 것에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헌데 디지털 사회가 좋은 건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마냐 2012-02-26 23:59   URL
미쳐요, 미쳐. 간만에 이런 칭찬ㅋㅋ 전 영화가 워낙 좋았어요. 이건 취향의 문제. 그런데 영화를 보고 책을 봤는데..책이 엄청나더라구요. 그래서 더 감탄.. / 디지털사회는...좋다 나쁘다 선택이 아니라 그냥 오는거라.. 여기 적응을 어느 수준에서 하고, 어떻게 이용할까..바보 안될까..의 문제인거 같슴다ㅋㅋ
 
검사님의 속사정 
이순혁 / 한겨레출판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검찰인가 

서초동은 쓰레기 종말처리장이다. 사회 모든 의혹과 분쟁이 서초동 검찰을 거쳐 법원에서 마무리된다. 황우석 사건은 검사가 과학자 마냥 공부해서 기소했다. 그런 이슈를 왜 학계 전문가들끼리 검증하지 못했을까. BBK 사건은 사실 사기 당했거나 사기에 가담했거나, 민사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혹은 정치판에서 해결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사회, 검증시스템도 취약하고 문제해결 능력도 떨어진다. 언론은 정파적으로 핫이슈만 쫓아간다. 전문가 집단은 내부 고발이나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 정치권은 '서초동 쇼'를 아예 즐긴다. 결국 거의 모든 이슈는 서초동을 거친다. 검찰이나 법원의 최종 판단을 늘 수긍하는 것도 아니면서 습관처럼 간다. 이처럼 사회 모든 이슈를 서초동으로 보내는 것은 세금 낭비다. 

서초동, 그 중에서도 검찰. 최근 몇년간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사건, 한명숙 사건, 정연주 사건 등 검찰 기소를 거쳐 사회를 격랑으로 몰고 갔던 사건들이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모두에게 비극적 상처로 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에서 검찰은 언론과 함께 죄인이다. 최고 엘리트 집단이자, 법을 통해 약자를 수호하고 거악을 척결한다는 검찰. 뭐가 문제인지 따져보지 않는게 이상할 일이다. 

저자의 첫 인상을 기억한다. 2006년 여름,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 브리핑에서 까칠한 질문으로 계속 찔러댔다. 능청맞게 돌려치는 것도 투박했다. 저자가 책에서 밝힌 대로 밤낮 없이 검사들과 어울렸다. 검찰을 끈질기게 들여다보고 독하게 살펴본 기자다. 한마디로 유능한 기자였다. 현장을 취재해온 기자라면 지면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낸게 당연하다. 저자와 비슷한 시기, 나름 서초동을 취재했던 기자로서 이런 책무를 다하지 않았던 내게 아쉽다. 저자에게 몇 배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한다. 

 

 


(사진은 2007년 BBK 사건 때 서울중앙지검에서 김경준을 소환조사한 밤이다. 검찰공화국. 검찰이 힘이 세기도 하지만, 온갖 일을 다 한다. 상당수 검사들은 저렇게 야근을 밥먹듯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도 욕 먹는 건 기자랑 비슷하다. 저자는 검찰을 80대 20, 대다수 '샐러리맨 검사'와 '귀족 검사'로 나눈다. 검찰이 손가락질 받는 것은 주로 귀족들 탓이다.)

인사가 만사

저자가 전하는 검사들의 멘트는 생생하다. 검찰의 문제점, 검찰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검찰이 뭐가 문제냐고? 뭐긴 뭐야 인사시스템이지. 검사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잖아. 그러면서 검찰은 법무부, 그중에서도 검찰국 출신의 기획통들이 장악해간다. 과도한 경쟁속에서 소수 계층이 탄생하는 것이지. 그 이면에는 출세 포기하고 샐러리맨화 돼가는 80%가 있는 셈이고, 한 5년차 정도에 법무부로 가는 검사가 있잖아. 그러면 그 검사는 계속 잘 나간다. 그 전 보직에 따라 다음 보직 인사가 이뤄지는데, 남들이 선망하는 좋은 보직에 있으니 그 다음 보직도 잘 찾아갈 수 밖에 없거든. 그러면서 계속 잘 나가는 것이고. 이런 선수들이 나중에 검찰지상주의자가 된다. 이렇게 잘 나가기만 했던 선수들이니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자기가 해온 일이 전부인 줄 알지. 그런데 그런 기획통 검사 상당수가 알고 보면 검찰 고위직 친인척을 둔 검찰 가족이야." (한 부장검사. 106~107쪽)

"잘 봐라. 검찰도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인사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첫 인사를 봐라. 'BBK 인사'라고 하지 않나. 그 주역들이 대거 요직에 배치되지 않았나. 앞으로 검찰을 어떻게 다룰지 확실히 보여줬다. '충성해라, 그럼 배려한다'는 것이다. 그 뒤로도 대통령이나 정부가 관심 가질 만한 사건을 다룬 검사들이 어떻게 대접 받았는지 살펴봐라. 'BBK 효과'로 새로운 줄을 세운 거다. '이명박식 줄'" (한 검찰 간부. 131~132쪽)

"대선을 전후로 대부분의 검찰 간부들이 새 정권 쪽에 '충성맹세'를 했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뒤늦게 '채널'을 수소문했는데, 그쪽에서 그랬대. '왜 이제야 왔냐'고. 사실 정권이 바뀐 뒤 제일 잘 나갈 것으로 본게 OOO검사장이었다. 포항 출신에 대구 OO고를 나왔거든. 그런데 그냥 끝나더라구. 충성맹세를 하지 않은 것이지. 그 선배는 담백하고 솔직한데다,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거든." (한 변호사. 221쪽)
 

"어차피 인사권이 정치인의 대표인 대통령에게 있는데 정치적 중립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인 것 아닌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줄 세우기가 이뤄지는데, 또 유력자 누가 추천해주는게 그 서열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누가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겠냐. 당연히 누구라도 찾아가 부탁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부탁하고 조아린 사람이 다음 인사에서 잘 나간다. 그게 현실이다. 여기서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한 부장검사. 247~248쪽) 


법조는 담당하던 기자들이 다른 출입처에 갔다가 돌아오곤 한다. 평검사로 친했던 이가 부장검사가 되고 부장검사가 검사장, 충장이 되는 구조 덕분이다. 취재도 쉬워지지만, 오래 출입하면 '해설박스'가 풍성해질 수 있다. 잘 보이기 때문이다. 기자 그만둔 이후, 최근 몇년 검찰 인사 때 절감했다. 예전에 잘 알던 이, 예컨대 변방에서 별로 못 나가던 검사가 갑자기 발탁됐다. 구설수 많았고 책임이 가볍지 않았던 이도 승진했다. 학교가 좋았거나, 정치적 수사를 '잘' 마무리한 공로랄까. 미네르바 등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돼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확인된 일련의 사건들. 책임자들은 모두 영전했다. 이렇듯 검찰 인사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빤하게 잘 보인다. 오히려 투명하다. 잠시 지켜본 내 눈에도 잘 보이니, 그들 스스로 눈에는 얼마나 잘 보일까. 좀 희한하다 싶은 인사 뒷 얘기는 서초동 술자리 단골 안주다. 알고 보니 실세와 고교 동문이라는둥, 실세가 지방에서 물 먹고 있을 때 깍듯이 챙겼던 인물이라는 둥, 별별 히스토리가 다 나온다. 검사생활, 실제 그렇게 길지 않다. 지방만 돌아다닐건지, 핵심 보직만 옮겨다닐건지. 미래가 바뀌고 변호사 이후 삶까지 결정한다. 인사 시즌에는 '뒷담화'도 극성이다. 승진문이 좁다보니, 경쟁자를 낙마시키려는 시도가 등장한다. 기자들이 상주하는 서울중앙지검, 대검을 비롯해 자주 접촉하는 법무부까지, 만나는 상대가 주로 20의 귀족검사들이다보니 이런 스토리는 검찰 전체의 분위기보다 훨씬 크게 다가온다.

미필적 고의 친검기자 

2006년 9월 금태섭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한겨레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받는 법'을 기고했다. "검찰 수사 받게 되면 일단 입을 닫고 변호사부터 구해 어떻게 대처할지 상의하라"는 내용. 검찰은 발칵 뒤집혔다. 형사부 부장들 6시간 넘도록 대책 회의를 했고, 일부 평검사들은 "선배님도 검사인데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습니까" 항의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고위직들이 모여 있는 법무부와 대검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험악한 분위기였다. 저자가 바로 그때 금 검사의 파트너였다. 그는 '순진한 검사를 꾀어서 장래를 망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검사가 초등학생이냐, 스스로 판단해서 한 것"이라고 검사의 판단력(?)을 믿어줬다고 금 변호사는 추천사를 통해 전한다. 

기자질 하면서 후회할 일 안 만들려고 애를 쓰긴 했다. 그러나 부끄러운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당시 금 검사의 기고에 대한 기사는 마음의 큰 빚으로 남았다. 검찰 조직의 문제라고 까칠하게, 철 없이 휘갈겼다. 검찰 출입 초창기라 잘 몰랐던 탓도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갇힌 기자'였다는 것을 얼마 안되어 깨달았다. 멍청하고 부지런한게 멍청하고 게으른것보다 나쁘다고 했던가. 열심히 취재를 다녔는데, 당시 반응이 대체로 까칠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사람들, 접촉한 이들은 대개 서울중앙지검 간부거나 법무부 대검 간부였다. 나름 현장반장인 나는 평검사보다는 간부들과 어울렸다. 듣고 보는게 그들 눈높이였다. 저자는 당시 금 검사의 기고에 발끈했던 서초동의 귀족검사들과 달리 지방검찰청의 검사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였다고 전한다. 귀족검사만 취재하고 다닌 내 시야가 좁은 건 당연하다. 10명을 취재해도, 귀족검사와 일반 검사 비율을 8대 2로 했을테니, 실제 2대 8의 검찰 조직을 거꾸로 읽은 셈이다. 

물론 요직을 맡아 잘 나가는 검사들이 더 나은 취재원이었으니, 기자들은 늘 그들만 쫓게 마련이다. 법과 절차에 따라 갖가지 논리를 갖다대는 검찰을 너무 깊숙이 이해하다 못해 부분적으로 동화되는 '친검기자'가 되는 건 이렇게 쉽다. 출입처와 취재원을 조지는(비판하는) 것을 본령으로 삼는게 기자라지만, 모두 우르르 달려다는 큰 건은 제대로 조져도, 그렇게 큰 건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대충 넘어갈 수도 있는게다. 이런 습성은 법조 아니라 어느 출입처를 가도 마찬가지다. 중앙일간지 중견 기자들은 국회의원도 초선은 잘 안 만난다. 어딜가나 '귀족'들만 챙기니 취재가 편협해지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논리에 따라가게 마련. 기업을 취재해도 당연히 큰 광고주인 재벌만 챙기고 중소기업은 막내 기자가 챙기는 시늉만 하게 된다. 미필적 고의라고 하고 싶으나, 언론이 신뢰를 잃는 구조의 한 고리다. 

스스로 옥죄는 조직

지연 학연 혈연 뿐 아니라 지방 로테이션 근무가 있는 법조는 어느 지방에서 함께 일한 근무연도 중요하다. 좁은 동네다 봅니, 평판도 인사를 좌우한다. 저자는 이런 평판 문화의 한계에 대해 "기존 검찰조직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결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적당한 정도로 윗사람 지시를 수용할 줄 알고 조직생활에도 별 문제 없는 이들만이 좋은 평판을 얻고 그에 바탕에 좋은 보직을 꿰찰 수 있다는게다. 전관예우도 관련 있다. 전직 총장이나 검사장 등이 전화를 걸어 전화변론을 하는데 수사검사로서는 평판 때문에 눈치 보지 않을 수 없다. 냉정하게 거절했다가, 그들이 현 고위직들에게 자신에 대해 험담한다면?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는 검사들의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난다. 아무리 독종이고 사명감 투철하고 정의로운들. 그들은 '선배' 검사들에게 약하다. 일단 한 발 물러섰다가, 다시 부딪치든지, 혹은 그냥 순응하든지..) 

게다가 법도 있다. 
검찰청법 제7조(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 제1항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따른다"고 정해져 있다. 물론 제2항에서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이견이 있는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제1항이 있는데 감히.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저런 법 조항의 존재를 몰랐다. '검사동일체' 원칙의 당위성만 골백번 들은것 같은데, 꼼꼼히 따져보니 무시무시하다. 수사가 잘못되어도, 구속인지 불구속인지, 기소할지 않을지, 의견이 달라도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라고 법에 정해져 있다니. 법이 '수학'처럼 딱 떨어지면 좋겠지만, 실제 법은 수학이 아니라 시다. 해석 하는대로 바뀐다. 그러니까 변호사 써서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만들어지는게 아니겠는가. 가급적 법 집행관의 재량을 줄이고 법대로 하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 이처럼 '위에서 결정하는대로' 검찰 권력은 움직인다. 이 대목에서 국민 모두 '거악 척결하는 검찰이니 괜찮아'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총장 한마디에..세상이 많이 바뀐 만큼 이미 드러난 혐의를 덮어주는 등의 무리한 지시가 빈번하게 내려지지야 않겠지만, 구속기소는 불구속기소로, 불구속기소는 기소유예 정도로 낮춰주는 정도의 재량권은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고 전한다. 

실제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중수부 라인을 너무 강성 검사들로만 채웠다가 탈(?)이 났다는 얘기는 많이들 지적한다고 나온다. 당시 이인규 중수부장과 우병우 중수1과장은 검찰 내에서 두번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독종들이기 때문이란 건데... 결국 '사람'이 문제라고 한다면, '법대로'만 믿고 있는 대중의 정서는 종종 배반당할 수 밖에 없다. 

검찰과 언론, 그만 비겁하자

저자가 전하는 노 전 대통령 사건의 뒷 얘기. 당초 임채진 검찰총장 의중은 불구속기소 쪽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발끈했다. 조선은 임 총장이 검사장들에게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기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검찰조직 내부가 분열되고 큰일이 난다는 발언을 하였다"는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조선은 검사장들이 '여론 수렴이라기보다 불구속기소에 동의를 구하는 느낌'이라고 했다며 임 총장을 비난했다. 

언론이 난리를 치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상당히 많다. (예컨대 게임이 만악의 근원이라고 계속 기사를 써대면, 게임 규제가 시리즈로 줄줄이 등장하고 대통령까지 우려를 표명하지 않나) 노 전 대통령의 경우, 구속이네 마네 하면서 줄다리기 미적대다가 비극을 맞았다. 기자 시절, 명예훼손에 따른 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 당시 부장검사는 "기소는 못해도 기사는 쓸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배경을 설명해줬다. 이런 말 듣고도 기사를 안 쓰기 어렵다. 수사 분위기를 몰아가기 위해, 혹은 수사를 미적지근하게 하기 위해 종종 언론은 이용된다. 한마디에 미친듯이 기사를 써댈 기사가 수백명이 우글거리는 동네다. '내사 착수'만으로, '압수수색'만으로 유무죄는 커녕, 기소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종종 마녀사냥은 시작된다. 이렇게 검찰도 언론을 이용하고, 언론도 수사 방향을 의도적으로 종종 몰아간다. 불구속 하면 큰일날 것 처럼 대서특필하는게 때로 정당한 비판일 수도 있지만, 때로 위험한 압박이다. 특히 주류언론은 이런 부분에서 힘이 셌다. 이런 힘이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에 약해지는 것은 여러모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 구조를 내버려두는 것도 문제다. 

검찰과 같은 권력을 취재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출입처 제도는 '귀족 검사'와 친밀하게 지내면서 그 눈높이에서 그 논리에 익숙해지기 십상이다. 검-언 유착의 악순환, 사실 그 내부의 기자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가끔 사고 터질 때마다 '자성'도 한다. 아직 변화는 없다. 
저자도 '검사님의 속사정' 제대로 보고, 검찰의 문제가 뭔지 조목조목 집고 있지만, 검찰은 나홀로 개혁될 조직이 아니다. 과도하게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사회 구조와 시스템을 봐야 하고, '귀족 검사'들을 낳는 인사 시스템을 봐야하고, 검찰과 붙어 종종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언론까지 봐야 한다. 
두 조직 모두, '선량하고 소명에 따라 직무에 충실한' 검사와 기자도 있다. 물 흐리는 '일부' 검사와 기자 때문에 속 터져서 술잔만 기울인다. '성공'이냐, '냉소'하며 뒷전에서 관망하느냐의 차이다. 더 부끄럽지 않으려면, 내부로부터 개혁을 요구하라. 더 추락할 신뢰도 없을 지경이니, 해볼만 하지 않을까.  




 
 
2012-02-25 11:19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7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의 거울 
그레이엄 핸콕 지음, 김정환 옮김, 산타 파이아 사진 / 김영사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제 다른 블로그에도 올려두었습니다. 펌 리뷰 아님다..

 

---------------------

 

책의 서문은 이 사진으로 시작된다. (똑같은 사진은 아니며 검색했다)


에티오피아 화강암 석비 Axum. 20m 넘는 높이에 300. 적어도 2000년 전 혹은 훨씬 더 이전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어떤 기술로도 기원과 연대 측정이 불가능한 돌...
숨이 턱 막힌다.
대체 지구의 과거에는 어떤 능력자들이 있었던 걸까
.

앙코르와트 여행 전날 밤, 책을 빌렸다. A4 사이즈 400여쪽 올 컬러 화보의 무거운 책을 식탁 위에 펼치고 100쪽 가까운 앙코르와트 부분에 오전 3시까지 빠져들었다. 여행을 앞두고 EBS 다큐멘타리로 공부한 앙코르와트가 신기했다면, 이번엔 충격이었다.

그 모든 마법의 숫자들은 우연의 일치일까

앙코르와트는 경이로운 과학이다. 앙코르와트 북남 1300m. 동서 1500m. 5.6km 둘레 가운데 측정오차가 1cm라든지, 중심부 울타리 북쪽 벽(47.75m)과 남쪽 벽(47.79m) 0.01% 미만의 오차를 보이면서 당시 건축가들의 무시무시한 정확도에 대해 사이언스에 논문이 발표됐다든지. 생각 그 이상?
별자리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설명은 기괴하고 어려웠다. 가뜩이나 어려운 이야기인데, 솔직히 번역이 참으로 난해하게 꼬였다. 책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번역에도 불구하고, 몰입을 도와준 것은 그림. 용자리의 주요 별들이 최소 15개의 앙코르 주요 사원들 배치도와 같은 모양새다. AD 802~1220년 사이에 건축된 앙코르 사원들의 배치도가 AD 1150년 춘분날 용자리를 빼닮았다는 추론도 그럴싸했다. 문제는 1150년 그 별자리는 수평선 너머에 있는 것이라 앙코르와트에서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앙코르 사원은 BC 10,500년 춘분 일출 순간 하늘 정북 방향의 용자리를 본 뜬 것으로 추정됐다. 뭐 이렇게까지 돌려봤어야 했을까. 그런데 BC 10,500년 춘분, 이날은 문명사에서 그리 쉽게 넘겨버릴 시간이 아니다. 이날 정남 방향 오리온자리, 정동 방향 사자자리의 별자리가 각각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스핑크스 배치도와 일치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신의 거울로 번역됐지만 책의 원제는 ‘Heaven’s Mirror. 각 유적지가 우연히 별자리와 닮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하늘에서 하필 특정 시점까지 일치한 것은 우연일까
. 이쯤 되면 저자가 인용한 바, 바이욘 사원 등 앙코르 톰의 창시자 자야바르만 7세의 비문에서 캄부의 땅(캄보디아)은 하늘과 유사하다고 선언한 것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여기에 저자는 우주의 심장박동"이라는 "72"라는 숫자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지구 자전축 세차운동 1도에 소요되는 연수다. 72의 배수나 54, 108을 포함해 흥미로운 배열들. 사실 끼워 맞추기냐, 우연의 일치냐, 알 수 없지만 의도된 것이냐, 각자 판단할 몫이겠지만 숫자의 신비는 오묘하다
.

책은 앙코르와트 뿐 아니라 멕시코, 이집트, 태평양, 페루와 볼리비아의 불가사의들을 추적하고 재구성하는데 우연하게도 이집트 기자에서 경도 72동쪽이 앙코르다. 동쪽 54도 태평양 Nan Madol, 72도 키리바티, 그 동쪽 108도 타이티에도 기원을 알 수 없는 천문학적 배열의 거석 구조물이 있다. 모아이로 유명한 이스터 섬은 캄보디아 동쪽 147도 부근이다. 혹시 별들의 신전이 144도 부근에 있었다가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1958매우 높고 확인되지 않은 수중 봉우리가 이스터 섬 부근에 존재한다는 핵잠수함 노틸러스호의 보고를 끼워넣는다. 앙코르 동쪽에서 180, 이집트 기자 서쪽 108도에는 페루 파라카스 유적지다. 이 모든 유적은 영혼의 사후여행과 연관된 종교적 기념비다. 역시 원래 그렇고 그런 걸까. 각종 유적과 신화에서 언급되거나 장식되고 배치된 '72'도 적지 않다.


고대인들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최소한 고대인들이 천문학 수학 건축학 능력자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


저자는 태양의 피라미드’, ‘달의 피라미드가 잠든 신성한 도시 멕시코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 위의 사진)
역시 하늘과 정교하게 연결된 천문학적 설계구조가 엿보인다고 주장한다. 천문학적 지식체계의 기원을 최초로 세계를, 길이를 재고 무게를 단 숫자에 따라 창조된 것을 감히 이해한 어떤 거의 믿을 수 없는 선조 문명(이런 식의 번역이란!!!)”으로 돌리는 프랑크푸르트대 헤르타 폰 데헨트 교수와 매사추세츠 테크놀로지 연구소 과학사 담당 교수 조르조 데 산틸라나의 햄릿의 맷돌’(1969) 인용 부분도 적지 않다. 책에서도 인정하지만 저자는 고고학계의 이단 쯤으로 여겨진다. 인정된 학설 외에 각종 의문들을 우연의 연결고리와 함께 제시한다. BC 2500년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핑크스에 대해 그런 근거가 될 고대 비문은 하나도 없다며 석회암 풍화작용을 토대로 최소 BC 7000년 이전이라는 다른 학자의 분석을 전한다.

고대인들은 또 수백 톤의 돌들을 어떻게든 다뤘다
. 엄청난 노동력 착취였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그 시절 그 정교함과 물리적 힘에 대해서는 경외감이 없을 수 없다. 피라미드, 앙코르와트는 둘째 치고 이스터섬의 수백여개 모아이 가운데 저 18톤 짜리 모아이는 어떤가. 적회색 화산 응회암으로 만들어졌는데 머리 위 매듭으로 6톤 짜리 붉은 돌조각을 올렸다. (아래 사진) 섬 저편 라노 라라쿠에는 수백개의 석상들이 남겨졌다. 인구 몇천명 안되는 섬에서 대체 어떤 일을 벌인걸까.


이집트나 멕시코 마야 문명의 피라미드, 페루와 볼리비아의 잉카 문명, 앙코르와트, 어디를 가도 거대한 돌들을 엄청난 규모로 쌓았고, 정교하게 조각했고, 신비롭게 맞춰놓았다. 잉카문명인 쿠스코 북쪽 사크사이우아만(Sacsayhuaman, 아래 사진)에 대해 16세기 기록은 마치 어떤 마법이 그 건축 공사를 주재한 듯 보인다고 전한다
.


'정론'과 '이단'의 가설 경계선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 동아프리카 특파원으로 일했고 베스트셀러
신의 지문을 냈던 저자는 각 유적지를 직접 꼼꼼하게 돌아봤다.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도 내려보고, 잠수하여 해저 유물도 직접 챙겼다. 각 고대 문명의 문헌과 기록, 종교와 신화도 꼼꼼하게 엮었다. 어쩌면 지나치게 세밀하게 살펴본 나머지 상관관계가 약해보이는 고리까지 찾아내 의미 부여를 하고자 욕심낸게 아닌가 싶은 부분도 엿보인다. '신의 거울'을 따라가다 보면, 중간중간 중복된 느낌 혹은 난해함에 당혹스럽다. 종종 번역이 불편함을 더한다는 점도 밝혀두자. 그렇다고 해서, 그의 문제 제기를 모두 우연으로 치부하고 폄하할 수 있을까. 돌과 돌을 결합했던 금속 거멀못 자국이 티아우아나코, 올란타이탐보, 앙코르와트, 이집트에서 거의 유사하게 나타나는 사진을 보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꼭 닮은 남미 티티카카 호수의 토로라 갈대배는 어떤가
.
영적인 장소에 기념물을 짓거나’, ‘우주적 어둠과 무지의 세력에 맞서는것을 목표로 중동 지역 옛 영지교(Gnosis)가 여호와를 어둠의 세계 지배자들가운데 하나로 봤다는 문헌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여호와에 대해 인류를 영원히 영적인 무지 속에 가두어 놓고자 했던 집정관’ 정도로 받아들였, 아담과 이브의 유혹에서 각성을 시키고자 했던 뱀이야 말로 인류의 은인으로 묘사한다고 한다. 신성모독이다. 그런데 어쩌면 신비의 고리를 파헤치다가 부딪치게 되는 종교적 도전이 저자를 학계의 이단으로 몬 것은 아닐까. 이건 무엄한 독자의 가설이다.

종말론 혹은 그와 유사한 가설의 출구

저자는 각 신화와 기록이 공유하는 개념으로
잃어버린 황금기의 존재를 제시한다. 홍수나 그 비슷한 파멸적 재앙이 있었고, 옛 문명의 지혜를 미래에 전하고자 했던 시도가 오늘날 불가사의로 남았다는 주장이다
.
BC 10,500
년은 지구학자들의 관심 대상인데, 대략 12,400년 전 지구의 자기극이 180도 뒤집혔음이 확인됐다고 한다. BC 9600년에는 지구가 혜성 조각들과 충돌해 지진, 지형 왜곡, 증기기둥, 간만 차이 등 12가지 재앙이 벌어졌다는 연구도 있다. 또 지구 자기장이 쇠퇴중인데 2300년 이전 북-남 자기의 극 역전이 발생할 것이라는 과학자들 전망도 있다고 한다. 별자리들은 13000년간 올라가고 13000년간 내려가는데 하반 주기가 시작된 것이 BC 10,500년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별자리의 거대한 변화는 2500년 이전에 찾아올 수 있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인류가 현명하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런 불가사의를 폄하하거나 외면하기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고대 문명의 신비는 '세계 O대 불가사의'라고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지구와 인류의 비밀을 풀어나갈 '열쇠'가 아닐까. 종말론에 빠져들 생각은 전혀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마야 책력에 굳이 관심 없다. 어떠한 종교적 비의를 탐구하고 신비주의에 탐닉할 의사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열쇠를 갖고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면, 근사한 일 아닐까. 훨씬 더 중요한 의미가 불현듯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고대인들은 에 역사와 문명을 기록했다. 우리는 첨단 전자 칩에 현재를 기록할텐데, 그것은 얼마나 유효할지 문득 궁금해진다
.

아참. 이 책 절판됐다. 책을 빌려준 K님께 진심 감사. 중고책으로 하나 구해볼까 싶다

 



 
 
진주 2012-01-17 11:39   댓글달기 | URL

마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