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애.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 -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 사랑의 기술
최성애.조벽 지음 / 해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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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자녀의 감정을 먼저 헤아리고 공감해 주라는 것에 대한 학부모 연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보통은 아이의 행동에 대한 결과만 놓고 성급하게 가르치려 들었는데 이 연수를 듣다보니 정작 중요한 아이의 감정은 등한시 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자녀의 감정에 공감하고 소통하겠다는 연수 직후의 열의는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자 흐지부지 되어 버린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텔레비전에서 조벽 교수님을 알게 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조벽 교수의 수업코칭, 나는 대한민국 교사다"까지 찾아서 듣게 되었다. 효과적인 수업을 위한 내용으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직시할 수 있었고 좀 더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학생들을 이해하는 방법론에서 '감정코칭'을 이야기했는데 바로 일전에 학부모 교육에서 공감했던 바로 그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정코칭'에 대해 좀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자 최성애 교수님의 "공감과 소통을 위한 사랑의 기술, 감정코칭"을 원격연수로 신청하게 되었고 이 때 부교재 격으로 같이 주문한 책이 바로 <최성애, 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이다.

  감정코칭이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준 다음 아이의 행동에 대안을 제시해주는 방법으로, 하임 기너트(Haim G. Ginott) 박사에 의해 그 중요성이 인식되고 존 가트맨(John Gottman) 박사에 의해 체계적으로 연구되었다. 그리고 최성애, 조벽 교수에 의해 대중화되고 있는 대화법이자 교육법, 사랑법이다.  
 책은 감정코칭에 대한 기초적인 의미부터 필요성, 감청코칭을 위한 단계별 기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상대의 감정을 포착하고(1단계), 이를 코칭의 기회로 삼아(2단계), 상대의 감정을 들어주고 공감하며(3단계), 이 감정에 이름을 붙여 구체화해서(4단계), 올바른 행동으로 이끌어내는(5단계), 쉬워 보이지만 막상 적용하려면 상당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특히 뇌과학의 특징에서 본 청소년기의 특징이 인상 깊다. 30세는 되어야 전두엽의 발달이 완성된다는 것으로 청소년기의 뇌는 전두엽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중인 어수선한 상태라 생각이나 행동에 모순이 많다고 했다.

  순간 학교에서 학생들과 있었던 일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목소리를 높여가며 학생의 잘못을 꾸짖었지만 정작 이들의 정신적 상황이나 감정 상태는 별로 헤아려주질 못한 것 같다. 좀 더 차분하게 대처했어야 했지만 내 감정에 휘둘려 상대를  다그치고 훈계하기에 바빴다. 그들의 상태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접근 없이 우리의, 나의 입장에서만 너무 아이들을 몰아붙인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이제 코칭의 단계별 방법을 알았다고는 하지만 이를 학생들에게 활용해 감정적 공감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더 많은 연습과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미흡한 부분이 많겠지만 조금씩 아이들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해야겠다.

  며칠 동안 원격연수를 들으며 책을 함께 읽었다. 원격연수 제작을 위해 오프라인 강의가 먼저 이뤄지고 이를 제구성해 책을 엮은 것이라 내용상으로는 동일했지만 책과 원격연수를 함께 들으니 그 효과가 배가되는 것 같았다. 책을 통해 접한 내용을 최성애 교수님의 육성으로 복습할 수 있었고, 교수님의 설명으로 느끼게 된 내용을 책으로 체계화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실천하는 문제만 남았다. 학생들의 감정적 교감을 통해 보다 발전적인 학교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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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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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는 오전 9시에 찾아온다."

  우츠기 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판결 받은 사카키바라 료. 그에게 죽음은 일상 속에 숨어있는 예정된 시간이었다. 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가 자신의 감방 앞에 멈추는 순간 그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사카키바라는 자신이 여기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우츠기 부부가 살해되던 날 밤의 교통사고로 기억을 상실해 버렸기에 다른 공범이나 진범이 있을 가능성은 무시된 체 주변 정황만으로 교수형이 내려진 것이다. 

  그때 익명의 독지가가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사카키바라의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다. 전직 교도관이었던 난고는 살인으로 복역 후 가석방된 준이치와 함께 사카키바라가 유일하게 기억해낸 계단을 찾아 사건현장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살인 누명을 벗기기 위한 추리형식의 소설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형을 포함한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확대된다. 하나의 범죄사건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하는 것부터 증거수집과 증인조사, 수사와 재판, 수감과 형 집행과정까지 막연하게나마 들어왔던 내용들을 실질적으로 살펴본다.

  그래서 사형제도와 같은 간간히 사회적인 이슈거리로 등장하는 내용 이외에는 잘 접해보지 못했던 일반인들에게 법 집행과정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모순되는지 지적해준다. 법의 기준이 무엇이고 형벌은 어디까지가 정당한 것인가, 극형이나 사면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떤 판단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는가, 현재와 같은 형벌은 과연 효과적인가? 하는 논란거리가 "인간은 과연 인간을 벌할 수 있는가"라는 종교적인 문제와 맞닿아 더욱 곤혹스러워진다.

  사카키바라의 뇌리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13계단은 우리 사회가 논의해봐야 할 최종의 검증단계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라는 다카노 가즈아키. 그의 근작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제노사이드>를 구입해놓고 보니 책장 속에 묻혀있던 <13계단> 역시 그의 작품이 아니었던가. 거장의 책도 몰라보고 책장에 처박아 놓은 미안함과 나의 무식함에 서둘러 꺼내 읽은 책이었는데 날카로운 현실 분석과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이야기 구조가 한편의 멋진 추리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번 여름에는 다카노 가즈아키와 함께 섬뜩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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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 - 지리산에서 히말라야까지, 청전 스님의 만행
청전 지음 / 휴(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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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텔레비젼인지 신문인지는 모르지만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생활하는 스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먼 이국땅에서 달라이라마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얼굴에 가득 품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한 눈에 반해버린 나는 청전 스님의 동영상을 찾아봤고 스님의 책도 주문했다.

 

  <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에서 스님이 신학대학을 그만두고 머리를 깍았던 풋중시절부터 인도, 티벳에서 만난 여러 인연을 중심으로 글을 풀어낸다. 한국 첩첩산골에서부터 인도의 다람살라까지 스님 곁을 스쳐갔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을 통해 '붓다'를 발견하는 것.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이야기를 우리 속에 숨어있는 자비와 사랑을 일깨운다.
 

  하지만 조금 심심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일반인의 산문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평이했다. 오히려 인도에서 수행중인 독특한 이력을 좀더 부각하거나 다람살라에서의 수행과정을 진지하게 풀어놓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인도에서 정진중인 스님의 건강과 성불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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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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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쪽으로 구월산(지금은 윤산)을 끼고 있는 금사동은 부산이라고는 하지만 2,30분은 버스를 타고나가야 시내에 닿을 수 있는 변두리에 속했다. 버스는 동상동 고개를 넘어오는 79번과 연산동을 거쳐 시내로 바로 이어지던 99번이 전부였고 아이들이 뛰어놀던 골목길은 아직 포장이 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흙길이었다. 하지만 7,80년대 공업화와 맞물려 각종 공장들이 많이 들어선 탓에 거주인구는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러다보니 도로와 맞닿은 시장은 언제나 북세통이었다.
  여기서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냈기에, 지금 살고 있는 도심의 아파트 숲에 비하면 상당히 애착이 가는 곳이다. 거기다 현재 몸담고 있는 직장마저도 이곳에 있으니 '금사동'은 단순한 지명을 넘어 내 정신의 일부와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양귀자님은 부천의 작은동네, 원미동을 소재로 총 열한편의 단편소설을 연작으로 묶었다. 서울에서 밀려난, 혹은 입성을 꿈꾸는 우리의 소시민들이 머물던 공간으로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그 느낌과 분위기는 내 어린날의 동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감네하는 공간일랄까,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웃고 울면서, 때로는 싸우면서 살아왔던 모습들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잔잔하게 펼쳐졌다.
 
  오늘도 금사동으로 출근한다. 어릴적 옛 기억과는 많이 달라져버렸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 터전이다. 희망과 절망이 공존한 체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재 모습이다. 사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어제의 모습은 오늘에도 여연한 것 같다. 늘 웃음 가득한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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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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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플갱어 :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환영)을 보는 현상.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말로는 '분신·생령·분신복제' 등 여러 용어로 쓰인다. (네이버 백과사전)

  친구에서게 건내받은 비디오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발견한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인 그는 같은 영화사에서 제작된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체크해가며 다니엘 산타클라라는 이름을 찾아낸다. 그리고 애인의 이름으로 영화사에 편지를 보내 그의 본명이 안토니오 클라로인 것을 확인한다.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안토니오 클라로에게 전화를 걸어 쌍둥이와 같은 자신들의 외모를 이야기하며 만날것을 제안한다. 안토니오 클라로는 의미없는 일이라 여기며 거절하지만 몇일 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수천년을 날아온 해성이 만나는듯한 긴강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확인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조금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 혹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일종의 승부욕으로 새로운 존재를 찾아나선다. 그렇게 둘은 만났다.
  하지만 둘의 삶은 이미 전과 같지 않았다. 분신의 등장으로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더 행복해진 반면 안토니오 클라로는 삶은 뒤틀어져 버린 것. 이에 안토니오 클라로는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에게 복수를 감행하는데... 

  소설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물을 찾아나서는 중심 사건에 비해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의 사적인 생각과 일상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또한 화자는 주인공(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이 겪게되는 이야기 속에 적극 개입한다.
  사실 이런 전개가 익숙하지 않아 소설을 읽기 어려웠다. 특히 문단 구분없이 길게 써내려간 글이 소설을 더욱 답답하게 했다. 마치 우울증을 앓고 있는 테르툴리아노 막시오 아폰소의 삶처럼 말이다.
  작가(주제 사라마구)는 빠른 탬포로 써내려갈 수 있는 흥미진진한 사건을 왜 이렇게 지루하리만치 섬세하게 끌고갔을까. 어쩌면 이런 막막한 구성을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왜곡되는 이상과 불안한 직장, 책임으로 묶여버린 가정, 그 어디에도 안식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은 현대인의 마음을 더욱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급기야 자신의 존재사실은 물론 의미조차도 망각하게 되었다. 사라마구는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도 그랫듯,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을 통해 인간의 존재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 것 같다. 그의 눈에는 우리들이 세상을 구별하고 인식하는 외형의 허상, 겉모습에 흔들리는 우리들의 모습이 얼마나 안타깝게 느껴졌을까...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춰두고 싶은 자존심마져 발가벗겨진 느낌이다. 놀라움과 부끄러움으로 <도플갱어>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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