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4주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 마이클 호프만 감독 

  영화는 잔잔한 호수와 같다. 그 잔잔한 호수에 몇 개의 돌이 떨어져 파형을 만들기도 하지만, 파형이 사라지면 호수는 다시 잔잔하다. 실화를 재구성 한 영화지만 "실제로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감동을 느꼈고, 때에 따른 아름다운 OST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 간의 대사들이 마음에 들어서 대사들을 외우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내가 읽었던 그의 작품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사랑'이었다. 인간과 인간 간의 사랑이었고, 연인 간의 사랑이었으며, 인류 공존을 위한 사랑이었다. 생각해 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문호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사랑'이었고, 종교와 사상의 위대한 가르침 역시 '사랑'이었다.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웃고 울었고, 사랑 때문에 살고 죽었다.  

  부부 관계는 연인 관계와 다른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연인 관계도 사랑하는 사이지만 부부 관계보다 깊을 수는 없다. 간단하게 우리들의 부모님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헤어짐을 몇 번 경험했지만, 부모님은 30년 이상 헤어지지 않고 오늘도 같은 방에서 같은 침대에 눕는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부모님이 크든 작든 서로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별 일이 아니었는데도 싸웠고 괴로워 하셨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셨고, 아버지는 식사를 마치고 직장에 나가셨다. 그리고 언제 싸우고 괴로워 했냐는 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즐겁게 대화하신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하늘이 맺어 준 사랑'은 반드시 있다고 확신했다. 나의 부모님과, 톨스토이와 소피아가 그랬듯이..  

  

 


 
 

 

 

   

러브&드럭스 - 에드워드 즈윅 감독 

  제이미와 매기는 쿨한 척 한다. 서로 뜨겁게 만나서 깨끗하게 헤어지길 원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서로가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제이미는 열정적이었고, 매기는 제이미에 비해 냉정했다. 흥미로운 것은 둘 다 남들이 보기에는 진부한 직업을 가지고 삶을 살았는데, 섹스가 아닌 진심으로 사랑을 확인한 이후부터는 이전과 다르게 삶이 변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귀가 얇다. 아무리 냉정하고 자기 주관이 강한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책이나 영화 등 어떤 것을 읽고 보았던 경험과 생각들이 그동안과 앞으로의 생각과 판단을 이끌어 낸다. 그래서 귀가 얇은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믿는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확고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고민하고 공부해서 나온 진리 같은 가설들과 신념들, 나와 부모님 간의 천륜, 나와 친구들 간의 우정,그리고 나와 그녀가 고백했던 사랑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믿음들이 흔들리지 않길 원하고, 혹시라도 흔들리게 되면 혼란스럽거나 심지어 삶을 포기하고 죽기도 한다. 왜 흔들리는 것일까? 아쉽게도 사람들은 귀가 얇다.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로미오와 줄리엣이 주변의 반대에도 만남을 지속하고, 위대한 개츠비와 영리한 베르테르를 단숨에 무모한 자로 만들고, 폭군과 악녀를 순한 양으로 변하게 할 수 있고, 인간의 모든 것을 변화시켜 오직 하나만 바라 볼 수 있게 만드는 그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사랑의 이름으로 태어나고 죽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 때문에 평생 후회 하지 않기 위해서 주어진 운명과 환경에 순응하거나 불응했다. 아직도 내가 운명을 믿는가 보면, 철이 없고 순수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에서 얻어진 나름의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다만 이 믿음이 지루하거나 애가 탈 정도로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믿음이 없다면 사람들은 기다림에 강하지 않으니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라이언 머피 감독 

  벌써 이런 내용의 멜로영화에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은 영화를 보면서 큰 도움이 되었고, 나이 뿐만 아니라 책, 영화, 상상 등 간접 경험들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한 여자의 내적치유의 과정을 과장보다는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했다. 1인칭 주인공시점의 멜로영화라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충분히 재밌게 보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주인공인 리즈가 삶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깨닫는 과정들이 인상적이었다. 꽤 긴 런닝타임에 지루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끔씩 이런 영화를 보면서 마음의 완급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랑했다면 이별 앞에서 쿨할 수 없다. 사랑은 쿨하게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별의 후폭풍은 뒤늦게 찾아오는데 사람들은 이별 그 순간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별했던 그 순간에는 이별의 아픔을 잘 몰랐다. 이별의 아픔은 항상 일상의 삶 속에서 불현듯 찾아왔다. 이를 닦다가 식사를 하다가 아니면 잠시 멍 때리고 있다가 등등.. 별 다른 의미 없는 말과 행동 속에서 진지하게 다가왔고, 최근의 이별부터 오래된 이별까지 두서없이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럴 때면 정말 하루가 넘게 온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떠나갔다.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라 잠시 떠난 것이다. 

  서로에게 소리치며 싸우고 상대를 이해할 수 없었던 기억들도 이제는 이해가 되었고, 밤이 다가와 짧은 헤어짐이 싫어 밤새도록 전화를 붙잡고 있었던 기억들에 미소를 짓는다. 이제 곁에 없기에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찾아 올 때면 무척이나 괴롭고, 내 자신에게 매우 불만족스럽다. 지속적으로 비슷한 기억들의 반복과 해독의 긴 시간들을 지나서 마음 깊이 소화했을 때, 이전보다 내가 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트라베시아모(attraversiamo)" 결국 영화에서처럼 나에게도 이 단어가 지금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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