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獨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 때...
그들의 마지막 장소...
왕은 그들을 버렸지만, 그들은 마지막까지 이 땅의 백성이었다!
시대가 지워버린 <정여립>과 <대동계(大同契)>의 몰락 이후,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시각의 픽션소설!!
*
“칼을 쥔 손을 내밀면 그 손목을 베어버릴 것이요,
발을 내딛는다면 그 발목을 가차 없이 벨 것이다.
쳐다보는 너희들의 시선마저 단 칼에 베어 낼 것이니,
꿈에도 이 땅을 넘보지 마라!!”
동인과 서인의 동서분당(東西分黨)으로 왕권의 힘이 미약했던 시대.
대동계(大同契)가 모반(謀反)을 꾀한다는 서인(西人)의 상소를 받아든 선조.
왕권 강화를 위해 대동계의 몰락을 꾀한 선조의 비밀스런 계획.
그리고, 대동계 모반사건에 의문을 품고 선조와 무창의 뒤를 쫓는 조명학.
선조는 자신의 미약한 왕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그리고, 득세하고 있던 동인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위험한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바로 서인 쪽의 상소문대로 동인 쪽의 정여립과 대동계를 역모로 몰아 동인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서인의 세력을 강화시켜 힘의 균형을 맞추게 함과 왕권의 힘을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선조는 자신의 명령만을 은밀히 따르는 “월은단“의 수장 무창에게 지시를 내리고 왕의 명령을 받은 무창과 ”월은단”은 대동계의 수장인 정여립과 그 잔당들을 소탕하게 이른다. 그러나 대동계를 역모로 몰아세우는 선조를 의심하던 조명학은 무창과 “월은단“의 존재를 알게 되고, 무창은 ”월은단”의 뒤를 캐던 조명학의 함정에 빠져 붙잡히게 된다.
무창과 각자의 사연으로 유배를 당하는 13명의 사람들.
무창과 12인은 그들의 최후를 맞이할 삼봉도(現 독도)로 흘러가게 되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왜(倭)의 침임에 맞서게 되는데...
선조는 서인들의 수없이 많은 상소에 어쩔 수 없이 무창을 “삼봉도(現 독도)”로 유배를 보내라 명하는 한편, 무창을 구할 다른 방책을 모색하게 된다. 그것은 삼봉도로 유배를 떠나는 배를 인근의 해적들이 침입한 것처럼 위장하여 무창을 구해오는 것이었다.
이때, 각 도처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삼봉도로 유배될 12명의 죄수들이 무창과 한 배에 오르게 되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낌새를 챈 조명학의 선수(先手)에 무창을 구하려던 선조의 계획은 끝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13명의 죄수들은 삼봉도라는 고립된 섬에서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가까스로 죽음을 면하게 된다.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던 삼봉도에 미약하나마 나름대로터를 잡고 정착할 무렵 이들에게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쳐오고, 왜군이 조선의 침입을 위해 동해를 통해 삼봉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조선史에 큰 획을 그은 정여립의 대동계(大同契)
대동계는 실로 역모를 위한 모반(謀反)단체였을까?
400년이 지난 지금, 그 의문에 새로운 가설을 세운다!!
정여립은 조선史에 중요한 역사적 획을 그은 인물 중 하나이다.
그가 일으킨 모반사건과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역사학자들에게 논란의 소지를 일으키고 있다.
정여립은 당시 가장 중요 인물이었던 이이의 인정을 받는 서인의 촉망받는 인재였다.
명민한 인물로 본래 서인이었던 정여립은 스승 이이(李珥)의 죽음 이후에 당시 집권세력인 동인으로 파를 바꾸었으며 선조가 이를 비판하자 관직을 버리고 낙향해 버린 대담한 인물이기도 했다. 낙향한 후에도 인망이 높아 그를 찾아오는 이가 많았고 후에 그는 ‘대동계’라는 활쏘기 모임을 만들었다.
실제로 대동계는 1587년 전주부윤(全州府尹) 남언경(南彦經)의 요청으로, 손죽도(損竹島)에 침입한 왜구를 격퇴한 사실이 있으며, 이를 계기로 대동계는 조직을 전국으로 확대하였다. 사람들이 모이며 점차 대동계의 세력은 커져갔고 이에 선조에게 정여립과 대동계가 역모를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간 유약한 모습만을 보여 왔던 선조가 강건하게 대처하며 그들을 처단하기 시작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선비 1,000여 명이 죽음이 이르렀고 이 사건은 조선사에 큰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작가의 소설은 바로 이 사건으로부터 여러 가지 의문점과 호기심을 가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는 정여립이 역모를 꾀했다면 사건이 발각되어 잡히기 전,
그는 왜 대동계의 그 큰 세력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 주목했다.
대동계는 왜구를 물리친 적이 있었을 만큼 조정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큰 세력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 큰 힘을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별다른 저항 없이 죽음을 받아 들였다는 점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동인들이 선조에게 죽임을 당했다. 역모를 꾀하였다면 자신을 믿고 따라 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그에 관한 문서들은 없애야 했으나 정여립은 자신이 잡혀 죽음을 택할 때까지 그런 문서들을 집안 곳곳에 놓아두었다고 한다. 그로인해 그와 문서를 주고받았던 많은 선비들이 처형당했던 것이다.
정여립의 죽음, 그리고 대동계의 몰락...
이로써 득을 보는 자는 누구일까? 정여립이 급작스럽게 파를 바꾼 이유는 지금까지도 역사학자들에게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며, 약한 왕권으로 동인과 서인들 사이에서 나약한 모습만을 보여 왔던 선조가 이 사건에 있어서만 강경하게 대처했다는 점도 의문을 자아낸다.
혹, 선조와 정여립이 사전에 이 모든 결과를 계획했다면?
혹, 왕에 대한 충정으로 정여립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것이라면?
작가는 여기서 파생되는 의문점들을 엮여 가설을 세우며 “독도(讀刀)”를 기획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이이”가 내세운 “십만 양병설“의 주장과 맞물려 ”대동계“가 모반을 꾸미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아닌 왜의 침입을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또 하나의 가설을 세운다. 정여립은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던 이이의 제자였으며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십만 양병설은 왜의 침입을 견제하기 위해 주장되었으나 당파싸움의 영향으로 결국 무산되었다고 알려져 왔다. 소신 있던 정여립이 동인들의 반대를 비켜가기 위해 대동계라는 이름으로 비밀리에 십만 양병설을 진행했던 것은 아닐까? 왜(倭)의 침략이 아무도 살지 않았던 독도를 거점으로 시작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독도”는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생겨난 의문점과 그에 따른 몇 가지 가설과 추론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더욱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작가는 이 역사소설을 일부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요즘 역사를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게 여기는 젊은 층도 쉽고 재미있게 봐주었으면 하는 의도에서였다고 한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픽션이 가미된 극중 인물들이 모이게 되는 과정들과 일련이 사건들이 때론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때론 가슴 아프게, 때론 그들의 우직한 충정에 마음이 따뜻해지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마음 어느 한 켠, 작은 애국심이 새로이 자라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소개
이상훈
본업인 배우로서 연기공부의 일환으로 시나리오 쓰기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봉구삼촌>은 출간 이후 초록별과의 영화화 판권이 계약되어 내년 3월 크랭크 인을 목표로 제작 준비 중이다.
목차
독도 1권
프롤로그 .................... 009
1. 유배 ...................... 023
2. 몰락 ...................... 033
3. 인연 ...................... 045
4. 회상 ...................... 053
5. 선택 ...................... 095
6. 은인 ...................... 105
7. 함정 ...................... 113
8. 외면 ...................... 135
9. 의심 ...................... 149
10. 남겨진 자들 ........... 169
11. 생존 .................... 201
12. 소생 .................... 237
독도 2권
13. 준비 .................... 009
14. 출현 .................... 079
15. 시작된 사투 ........... 125
16. 역습 .................... 153
17. 최후의 결전 ........... 189
에필로그 .................... 237
작가의 말 ................... 243
책 속으로
동굴 속 천정에 박힌 줄을 따라가자 공중에 매달린 작은 호롱불 아래로 평민복 차림의 사내가 예를 갖춘 자세로 서 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호롱불 아래로 또렷해지는 얼굴을 살피니 다름 아닌 무창이었다.
“마지막은 어떠했는가? 그의 총기정도라면 배후가 나란 사실을 짐작했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행여, 날 원망하는 눈빛은 없던가?”
불빛을 벗어난 어둠 속 공간에서 손에 든 예리한 칼날을 이리저리 살피던 어둠 속 사내가 하문하며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쉽사리 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무창의 표정을 살피노라니 여립을 죽인 자객의 눈빛이 떠올랐다.
- 1권 43p. -
기둥에 새겨진 승천하는 형상의 용 문양을 쓰다듬으며 하소연하듯 선조가 말을 이어갔다.
“진심으로 만 백성의 본이 되고 싶었네, 그리고 그리 될 수 있으리라 믿었네. 한데, 그 맘을 품는 순간부터가 사욕임을 이제야 깨달은 내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으이... 나로 인해 너무나 많은 이들이 생을 마감한 것도 모자라, 이젠 나를 위해 살아온 이들마저 떠나보내야 하는 이 형국이 너무나도 힘겹구나. 모든 게 부질없고 무상스러워 당장에라도 놓고 싶은데 그럴 용기조차 끌어 올리지 못하는 내 꼴이 참으로 한심스럽기만 하구나.”
- 1권 158p. -
“맘 같아선 돌아가신 어르신을 생각해 너를 단칼에 베어버리고 싶다만 지켜보는 눈들 탓에 그리 할 수 없다는 게 원통할 뿐이다.”
“폐하를 부탁하오.
말을 끝내고 돌아서던 조명학이 귀를 의심했다. 천천히 돌아 선 조명학을 향해 무창이 말을 이었다.
“타고난 눈빛은 숨길 수 없는 법, 의(義)와 충(忠)을 아는 분 같아 부탁하는 말이오.”
“이놈, 무슨 망발이냐!” 조명학의 칼이 무창의 목을 향했다.
“사욕은 있으되 애국을 뛰어 넘지는 못하고, 가족을 위하되 임금 위에 있지 아니하니 능히 충신이라 여겨지는 바, 부디 기댈 등을 잃은 폐하의 등이 되어주시게.”
- 1권 183p. -
“백전노장만큼이나 전장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큰 자가 누군 줄 아는가?”
곁으로 다가 앉은 무창이 목검을 내려놓으며 되물었다.
“???”
“바로 백정(白丁)일세... 매일 산 짐승을 죽이다 보니 그 누구보다 숨을 끊는데 거침이 없지. 익숙한 것이 그래서 무서운 것이네. 그들의 눈에 마주한 적들은 그저 백정이 생계를 위해 베고 자르는 것처럼, 살기 위해 죽여야 할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인 거지. 사람 죽일 때 기분... 나 또한 익숙해져 그런 감정 따윈 없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일이기에, 또한 그 일을 행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에 그저 그리 할뿐이네.”
답하는 무창의 머릿속엔 그간 자신의 칼을 물들인 피의 흔적들이 시간을 역행하며 지나쳐 갔다.
- 2권 75p.-
“둘러말하지 않음세.. 그만 뜻을 접고 나와 함께 하세. 내 자네는 물론이거니와 함께 한 자들 모두에게 포상을 내리고 정착하게 해 주겠네."
테츠마로가 기다렸다는 듯이 직설적으로 제안해 왔다.
“그럴 순 없네.”
“!!”
무창 역시 직접적 거절로 화답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남의 나라를 지키겠다고 이리 목숨까지 내놓는 건가?” 걸음을 멈춰 선 테츠마로가 이해가지 않는 표정으로 마주 서 물었다.
“뿌리는 속일 수 없지 않은가!”
“???”
“내 비록 왜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 뿌리는 이 나라 조선이 아니던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왜의 모든 이들이 나와 같지 않은가? 도리어 내가 묻고 싶네, 어찌하여 부모 된 나라를 넘보는 패륜의 죄를 저지르려하는 것인가?”
- 2권 144p. -
“우리의 희생이 세상에 전해질까요?”
김윤수의 물음에 미소를 머금은 무창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나라 토끼를 믿으십니까?”
“???”
“예전에 말입니다. 그분이 이런 말씀을 건넨 적이 있습니다. 달나라 토끼를 믿느냐고...
그때 믿고 있지 않지만 믿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한데, 그날 이후 잊고 있던 그 토끼가 제 눈에 보였습니다. 절구질을 하고 있는 한 쌍의 토끼가 말입니다. 언제 들었는지, 누구에게 들었는지 기억이 없지만 분명 누군가로부터 시작되어 또 다른 누군가의 입과 귀를 통해 저
에게까지 전해져 왔던 그 이야기가 생생히 떠올랐던 것입니다. 지금 나누는 우리의 대화가 바람을 따라 흘러갈 것이고, 우리의 기세가 적들의 심장에 담겨 바다를 건너 갈 것이며, 무엇보다 우리의 뼈가 여기 묻힐 것이니 분명 후세가 알 것입니다. 이 땅을 지켜낸 우리의 희생을... 그리고 우리의 뜻을 받들어 영원히 지켜낼 것입니다. 저들이 수십 번 수백 번 이 땅을 탐하려 달려들지라도 결코 물러섬 없이 굳건히 지켜낼 것입니다. 전 그리 믿습니다. 내 땅, 내 나라를 넘보는 침략자 앞에서는 나라에 원망을 가진 대역 죄인도, 힘없고 능력이 없어 넋 놓고 당한 억울한 죄인도 모두 일어서 지켜 낼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들처럼 말입니다.”
- 2권 19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