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지도 - 2008~2014 변경을 사는 이 땅과 사람의 기록
이상엽 글.사진 / 현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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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막 안에서 별 헤아리는 난쟁이들에 대한 기록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변경 지도/ 이상엽 / 현암사 / 201412/ 25,000




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2015년 1월호 


우리 당원들의 책을
불온한 서재에 여러 번 소개하게 되니 너무 당파적인거 같아 면구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 당원들이 그만큼 불온한것을.

이번엔 사진집이다. 아니, ‘포토 르포르타주이다. 사진집이라고 하기에는 글이 너무 많은 거 같고, 애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별이나, 존 리드의 세상을 뒤흔든 열흘에 비해선 사진이 많다. 그러니까 포토 르포르타주이다.

 

사진이라는 최후의 언어가 우리에게 너무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일찍이 19805월 광주에 대한 사진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 놓지 않았던가? 또한 운동권의 잘 나가던 시절에는 사회사진연구소의 아주 선동적인 사진들(노동자-강철과 눈물의 빛)이 우리 가슴을 뜨겁게 달구웠다. 또 다른 종류의 사진들도 있었다. 1988, 1회 노동문학상을 수상한 박노해의 신작시가 발표되어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던 노동문학의 표지에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선생이 찍은 탄광촌의 소녀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조세희 선생의침묵의 뿌리의 표지에도 사용). 그리고 75년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 강운구 선생의 사진들과, 부산 사람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기록한 최민식 선생의 사진들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이상엽이라는 낯익은 작가를 만난다. 우리에게 이상엽은 사진가보다는 진보신당 정책위 부의장, 문화예술위원회 준비위원장으로 더 익숙하다. 그런 그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발적이었다. 1991년 인민노련이 중심이 되어 만든 월간길을 찾는 사람들(93년에 사회평론과 통합해 사회평론 길이 됨. 보통 지에 비교해 지로 불림)에 입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는 예술적 교양(?)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거 같다. 지금은 시대의 스테디셀러가 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이 지면을 통해 연재되었고, 탄광 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 황재형 작가의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곤 했다. 그런 지였지만 경영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사진부 기자들이 임금체불로 모두 사직하게 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진부 기자로 발령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사진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상엽은 변경 지도를 통해 이 땅의 변경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을 기록했다. 변경(邊境)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지리적 변경과 심상적 변경 양 측면을 모두 아우른다. 예를 들어 변경처럼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이미 변경이 된 곳들, 예컨대 철거민들의 주거지”(10)가 그렇다. 그렇기에 변경은 공간적으로만 구축되는 것이 아니모든 변경은 서사를 통해 역사적 기억에 관한 의식을 제공하면서 구축된다. 따라서 모든 변경은 역사적이며 인위적이다. 또한 변경은 원심력으로 밖으로 튀어나가기도 하지만, 구심력을 통해 중심으로 돌진하기도 한다. 변경은 단지 무질서의 세상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자궁이다. 이때 오래된 권력이자 자본이 만든 중앙에 맞서 변경자본과 낡은 권력을 허무는 진지가 된다.(16)

이상엽을 비롯해 수많은 사진가들은 현장으로 달려갔다. 싸우는 현장, 소리치는 현장으로 말이다. 용산으로, 강정으로, 밀양으로, 진도로, 광화문으로.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고통을 사진으로 옮기고자 했다. 왜 그랬을까? “도덕적인 책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상엽의 사진들을 통해 이러한 변경의 지도를 각인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슬퍼서가 아니다. 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기시감이기 때문”(42)이다. ‘기묘한 사막이 되고 만 새만금과 녹조로 인해 거대한 고체가 된 듯한 4대강의 운명은 어찌 이리도 같은가? 용산참사와 밀양의 밀려나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리 닮았을까? 그래서 저자는 다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탐욕은 이제 강으로 갔고, 다음은 어디일까? 분명 산이다. 그 다음은 어디일까? 섬이다. 그리고 또 어디로 이어진 것인가?”(79) 변경에 머무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내성천과 같이 자본과 권력에 피해 입는 자연도 역시 변경이다. 학살당한 내성천의 수양버들과 금호동의 재개발지역의 철거민들은 모두 변경에 머무는 주체들이다. “나무든 인민이든 소리치지 못하면 이리 된다.”(99) 그럼에도 끊임없이 돌진하는 변경의 삶은 깊게 흐르던 내성천을 닮았는가? 눈에 잘 띄지는 않아도 면면히 흐르는 도도한 삶의 의지가 우리를 중심으로 이끄는지도 모른다.

 

지리적이든 심상적이든 변경은 무엇보다도 경계이다. 변경의 경계는 가림막으로 나타난다. 용산참사의 현장을 가리는 가림막, 강정 해군기지 건설현장의 참혹함을 가리는 가림막, 그리고 밀양 송전탑 현장 접근을 막는 가림막. 성북에도, 왕십리에도, 서대문에도, 마포에도. 세상을 나누는 가림막 “21세기,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가림막 안쪽에서 별을 헤는 난쟁이들이 있다.”(42) 그리고 난쟁이들가림막 안쪽 폐허 속에서 소곤거린다.(26)

사실 그의 이러한 변경에 대한 사색은 오래된 것이다. 그의 전작 최후의 언어에서도 이러한 사색의 일단을 내비췄으며, 파미르에서 윈난까지에서는 중국의 변경 서부중국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변경 시대는 철저하게 변경만을 묵묵히 기록한다. 그래서 사진은 흑백이다. 사진가들에게 흔히들 기대하는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중단된다.(40) 화려한 스펙타클한 경관을 기대한다면 차라리 그의 전작들, 파미르에서 윈난까지,최후의 언어,중국을 보기 바란다.

 

저자는 기록가로서의 자기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삶에 대해 숙고한다. “노동자 계급도 아니고, 인텔리겐차에 가까운, 그러나 노동자 계급처럼 행동하지만 또한 자본과 권력의 미디어에 의존해야만 하는”(115) 모순적 위치와 역할행동에 대해 말이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분단의 풍경에 다가가지 못해 억지로라도 망원렌즈를 당겨보지만, 피사체는 커지기만 할 뿐 그곳으로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한다.” 노동자들은 사진가들의 사진을 사준 역사가 없을 뿐만이 아니라 사진집도 사지 않는다. OECD 최장 노동시간, 불평등 지수 최고인 한국사회에서 독서 안하기로 OECD 1위인 것은 당연한 것인가?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그래서 그는 사진가라는 외피를 벗고 그들의 벗이 되어 보겠다고 진보정치에 뛰어들어 5년을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카메라는 무력했고 나의 글은 공허했다. 19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앞으로 5년이 결정된 밤에 꾸역꾸역 글을 썼다. 그리고 또 깨닫는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최후의 언어, 38) 그래서 그와 내가 동의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내게 가장 좋은 카메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손에 잡았을 때 그것이 손의 연장으로 느껴지며 파인더를 눈에 대는 순간 그것이 내 눈이라고 생각되는 카메라다.” (최후의 언어, 275) 아마도 민중들이 노동당을 필요로 한다면, 노동당이 이러한 카메라가 되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일게다. “문을 나서면 추락할 것 같은”(125) 사람들의 몸을 녹여 주는 국밥 같은존재 말이다.

 

 

<더 읽을만한 책>

최후의 언어/ 이상엽 / 북멘토 / 20146/ 16,000

파미르에서. 윈난까지./ 이상엽 / 현암사 / 201112/ 17,000

중국/ 이상엽 / 눈빛 / 2007/ 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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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 - 21세기 노동해방과 녹색전환을 위한 적록동맹 프로젝트
김현우 지음 / 나름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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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있는 선택이 녹색전환을 이끈다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2014년 12월호

정의로운 전환/ 김현우 / 나름북스 / 201410/ 15,000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10월초 <경남지역 기계산업의 특징 및 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기계산업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최근의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었고, 기계산업의 세계적 추세인 IT 융합 부품산업이 취약하며,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적으로는 경기나 충남에 비해 IT 융합도가 낮다고 한다. 그 결과 경남지역 기계산업은 금융위기 이후(200912) 연평균 2.3% 성장에 그쳐 전국평균(경남 제외, 8.9%)보다 훨씬 낮다. 물론 이러한 수치상의 하락이 장기적 추세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산업의 급격한 변동(하락)에 대해 구체적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본은 경영난과 산업 환경의 변화를 빌미로 먹고 튈 수는 있지만, 노동자와 노동자의 지역사회는 그럴 수 없기 때문(205)이다.

이러한 고민이 우리에게만 닥치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영국의 루카스항공은 18천여 명을 고용할 정도로 큰 회사였지만 경쟁력 약화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선진 활동가 마이크 쿨리 등은 루카스 플랜이라고 불리는 협동계획을 구상했다. 이 계획은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유용해야 하며, 기업 내 기술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를 최소화 하는 생산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군수산업에 속했던 루카스항공은 이러한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의료기기 등 적정기술과 인간중심 시스템을 적용한 새로운 실험을 기획했던 것이다.

스웨덴의 조선업 중심도시였던 말뫼에는 이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이자 지역사회의 상징이었던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 일본 등에 밀려나면서 조선소는 문을 닫았고, 2002년 이 크레인은 울산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려나갔다. 크레인이 떠나던 날 말뫼 시민들은 부둣가에 나와 떠나가는 크레인에 눈물의 작별을 고했다. ‘말뫼의 눈물은 그러나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크레인이 철거된 자리에는 마치 꽈배기처럼 꼬고 있는 친환경 고층 빌딩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새워졌고, 곧 이 도시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이 도시 인구 중 50만 명이 녹색 일자리를 갖고 있고, 전체 쓰레기의 98%를 재활용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해상풍력발전소가 6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 도시 교통의 절반은 자전거가 맡는다.

요컨대 말뫼의 경험과 루카스 플랜에는 산업의 지리적, 기술적 변동이라는 씨줄과 기후변화라는 날줄이 교차하고 있다. 한 지역(국가)의 고용안정과 산업생산의 안정화에만 집착해서는 지구적, 시대적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오일피크는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제조업 및 서비스 산업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딘가에 떨어지는 모래 한 알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문제는 우연한 모래 한 알의 낙하가 아니라, 임계점에 다다른 지구의 생태적 한계이다. 선순환 구조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며, ‘준비자본의 몫이 아니다.

국제노총은(ITUC) 코펜하겐 총회 전부터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협약문에 넣기 위한 활동을 해 왔다. 요구사항에는 기후변화 정책의 설계, 정책 수립, 모니터링에서 노동조합 등 모든 이해 당사자와의 협의와 적극적 참여’, ‘녹색의 괜찮은 일자리 창출과 전통적 부문들의 녹색화 투자로 재정 방향 운용등이 포함되어 있다.

캐나다 노총(CLC)정의로운 전환을 공식적으로 노조의 입장으로 채택했다. ‘공정함재고용 또는 대체 고용’, ‘보상’, ‘지속 가능한 생산등을 포함하는 캐나다 노총의 프로그램은 많은 다른 노동조합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영국 철도항만운송노조(RMT)는 런던 히드로공항 확장 계획을 유보시키고 대신 환경친화적 궤도 서비스를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유럽노총(ETUC)2030년까지 유럽연합이 CO240% 감축할 경우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연구에 착수했으며, 미국노총(AFL-CIO) 30개 이상의 노동단체, 환경단체들은 아폴로 동맹(Apollo Alliance)을 만들어 녹색 일자리 창출과 청정에너지 도입을 위해 애쓰고 있다. 호주의 건설노동자들은 숲을 비롯한 환경을 파괴하는 공사를 거부하는 활동, 즉 그린 밴(Green Ban)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을 주도했던 잭 먼데이는 용산 투쟁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뜻맞는 사람들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에서 활동과 연구를 하면서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을 종횡무진 누볐던 노동당 당원 김현우는 우리 노동운동과 환경운동, 적색과 녹색의 씨앗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정의로운 전환의 선구자인 미국 노동운동가 토니 마조치부터 시작해, 한국의 토니 마조치인 김말룡, 생태사회주의와 노동해방에 대한 이론적 검토, 녹색 일자리와 녹색 교통, 코펜하겐 투쟁의 경험, 그리고 한국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의 어색하지만 진지한 만남에 대해 꼼꼼하게 검토한다. 더구나 이 책에 실린 저자의 글 중 상당수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을 위해 설립된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의 기관지 함께하는 품에 실렸다는 것도 적록동맹의 지평에서 의미있는 시도이다.

우리 운동의 공백지점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검토는 한국의 적색과 녹색이 각자의 영토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차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로 모아진다.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어쩌면 서로가 자기 얘기만 하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은 막막함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다. 90년대 김포매립지 농지의 상업용지 변경에 반대했던 민주노총 사무실을 동아건설 노동자들이 점거한 사건, 새만금 사업 반대에 항의해 농업기반공사노조가 탈퇴한 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환경단체와 전력노조의 대립 등은 적색과 녹색의 결합이 아직은 성과보다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적록정치의 전략, 예컨대 제조업 생산자-서비스업 생산자-농업 생산자-소비자사이의 적록연대 전략을 통해 새로운 적록정치의 대안주체들을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일 것이다. 그런 시도가 없지는 않다. 부산에서는 부산노동자생활협동조합이 움직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노동당과 녹색당의 서울시당 당부가 적록포럼을 가동했다.

적록정치 vs 선진국(미중)-화석연료-산업 카르텔의 결정적 싸움이 또한번 예고되어 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결국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를 마련하지 못했다. 저자는 이번 2014년 겨울 페루 리마에서 열릴 기후변화 총회에 주목하자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강고한 저들에게 맞설 것인가? 미래를 위한 전략, ‘정의로운 전환을 방향타 삼아 노동해방과 녹색전환에 나서보자.

 

 

<더 볼만한 자료>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이반 일리치 / 느린걸음 / 20149/ 12,000

기후변화와 노동계의 대응과제: 정의로운 전환자료집, 이유진, 장주영 등 /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 20081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7/ 송성수 편 / 녹두 / 1995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 자동차를 죽였나? who killed the electric car?/ 크리스 페인 감독, 2006년 선댄스영화제 출품작

영화실크우드/ 마이크 니콜스 감독, 메릴 스트립 주연 /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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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산
안토니오 그람시 글, 마르코 로렌제티 그림, 유지연 옮김 / 계수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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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세상 읽기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무지개 욕심 괴물/ 김규정 글·그림 / 철수와영희 / 20143/ 12,000

당신은 어느 편이죠?/ 조지 엘라 라이온 글, 크리스토퍼 카디낼 그림 / 고인돌 / 201312/ 13,000

생쥐와 산/ 안토니오 그람시 글, 마르코 로젠제티 그림 / 계수나무 / 20136/ 11,000

흑설공주 이야기/ 바바라 G. 워커 / 뜨인돌 / 20028/ 7,500

일하는 우리 엄마 아빠 이야기/ 백남호 글·그림 / 철수와영희 / 20121/ 10,000

 

 

 

 

 

 

 

 

 

 

 

 

 

 

 

 

 

 

 

 

원모임을 하면 가끔 어린 영유아를 데리고 오는 당원들이 계신다. 얼마 전에도 어느 당원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난 당원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왔다. 맑은 눈망울이 얼마나 깊은지, 인형 같은 속눈썹이 얼마나 예쁜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 평등하고, 평화롭고, 생태친화적인 사회를 물려주는 것이 우리 진보정당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거 못지않게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다음 세대가 자기 삶과 사회의 주인이 되고,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되도록 해주는 일일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마침 창작과비평 출판사에서 창비아동문고 발간을 시작했고, 이 문고를 통해 국가주의에 찌든 위인전이나 틀에 박힌 남녀성역할과 계급차별적인 사고, 농촌에 대한 차별적 사고를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었다. 권정생 선생의 <몽실언니>나 이오덕 선생의 <개구리 울던 마을> 같은 동화가 바로 그것이다. 2014년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책을 권해 줄까?

 

탈핵 세대를 위한 준비!무지개 욕심 괴물

이 책은 부산 광안리에 살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아이와 이 땅의 아이들을 위해 쓰고 그린 탈핵 이야기이다. 주인공 라울이 욕심 발전소’(핵 발전소)에서 나온 욕심 괴물’(방사능)과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는 이 괴물과 라울의 한판 승부는 어떻게 될까? 이 책의 뒷부분에는 동화를 읽은 아이들에게 엄마아빠가 부연설명을 할 수 있도록 짧은 탈핵 관련 문답이 달려 있다. 짧은 그림책이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은 물론 유아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비유해 놨다. 한국탈핵으로 유명한 김익중 교수가 감수를 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빠와 엄마!당신은 어느 편이죠?

이 책은 1931년 미국 켄터키 주의 할란 카운티에서 벌어진 광산노동자들의 실제 투쟁 실화를 담고 있다. 탄광회사의 탐욕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한 아빠를 해하기 위해 회사가 고용한 총잡이들이 집으로 몰려와 총을 난사한다. 이에 엄마인 플로렌스 리스는 민요에 가사를 붙여 저항한다. 그리고 이 노래는 전세계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서 불러지게 된다. 아빠 샘 리스와 노랫말을 지은 엄마 플로렌스 리스는 이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올해 1월 작고한 가수 피트 시거(Pete Seeger)와 함께 테네시 주에서 교육센터 활동도 했다. 이 유명한 노래는 유튜브에서 검색(which side are you on?)해보면 피트 시거의 음성, 그리고 플로렌스 리스의 실제 음성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 그림책의 그림은 멕시코 출신 만화가이자 벽화가 크리스토퍼 카디낼이 맡았다. 벽화가 출신 답게 판화풍의 시원시원한 그림이 감동을 더한다.

 

옥중에서 보내는 사랑노래!생쥐와 산

이 동화책의 저자는 그 유명한 이탈리아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이다. 이 동화는 사실 그가 옥중에서 보낸 편지를 모은 책, 감옥에서 보낸 편지(2000, 민음사)에 원 글이 번역(193161일자 편지)되어 있다.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삼림벌채로 황폐화된 산을 쥐가 복구하는 과정을 그렸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그람시의 고향인 이탈리아 반도 옆 사르디니아 섬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일 것이다. 내용은 심오하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대신 보다 많은 풍부한 부모들의 해설이 덧붙여져야 할 것 같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이야기할 수도 있고,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릴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 글은 푸쉬킨에 빠져들며 문학적 재능을 보이고 있는 아들 델리오를 위해 그람시가 쓴 이야기를 토대로 했다. 그러나 그림책의 반은 그림이다. 마르코 로젠제티의 파스텔톤의 그림은 아름답고 평온하다.

 

세상의 모든 딸, 아니 아들들을 위한 반전동화! 흑설공주 이야기

이 책의 저자 바바라 G. 워커는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가 결혼하여 잘 살았다더라는 등의 동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러한 동화들은 겉모습은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결국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는 시각 등, 남성중심적인 시각을 내재화하게 만든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자라면서 익숙하게 들어왔던 동화를 여성의 시각으로 새로 꾸몄다. 예를 들어 흑설공주에서는 계모와 흑설공주를 대립적 관계로 두지 않고 헌터 경에 맞서 우정어린 관계로 그린다. 또한 막내 인어공주에서는 또 다른 공주를 등장시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공주의 상을 제시한다. 이 반전동화 시리즈는 흑설공주 이야기2로 이어지며, 보다 저학년들을 위해 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1, 2로도 나와 있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이 읽기 적합할 것 같다.

 

일하는 엄마 아빠를 감싸주는 따뜻한 그림책!일하는 우리 엄마 아빠 이야기

어릴 적 길에서 만난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부끄러워 도망친 적이 있는가? 아니면 우리는 엄마와 아빠처럼 살지 않아야 된다고 입술 굳게 깨물고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세상의 많은 동화와 드라마는 우리가 매일 만나는 평범한 일하는 사람들을 하찮게 그린다. 하지만 막상 우리 옆에 있는 미용사가 없다면, 짜장면 배달이 안된다면, 아무도 배추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가을전어를 잡는 어부가 없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이 책은 평범하게 일하는엄마 아빠의 모습을 그린다. 16가지 일을 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과 함께, 그와 관련된 물건들을 설명해주고, 거기에 더해 그 직업과 관련해 엄마,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과제를 내준다. 예를 들어 과일가게를 하는 엄마 아빠의 일을 소개하면서, 수박화채 만들기나 과일주스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그림책은 우리 엄마 아빠를 세상의 예쁜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인 그림책이다.

 

<더 읽을만한 책>

흑설공주 이야기2/ 바바라 G. 워커 / 뜨인돌 / 20058/ 7,500

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1,2/ 양연주 외 / 뜨인돌어린이 / 9,000

우리 엄마는 왜?/ 김고연주 / 돌베개 / 20135/ 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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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2014년2월호 제6호

 

[불온한 서재]

승리를 위한 불온한 조직화를 시작하자

노동운동의 혁신과 조직화/ 루스 밀크먼 외/ 노동의지평 / 201312/ 15,000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현재와의 단절은 불온하다

꼭지 제목이 불온한 서재이다 보니, 책을 선정할 때 어떤 책이 불온한 지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불온하다는 것은 온건하지 않다는 것인데, 그 기준도 애매모호할 뿐더러,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불온한 주제가 변하기도 한다. 기후위기의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탈핵에너지전환은 점차 불온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평화북한문제는 여전히 불온의 온상이다.

불온하다는 의미를 돌려 생각해보면, 현재와의 단절을 의미할 수도 있다. 곧 출간될 녹색평론에는 에콰도르와 볼리비아가 2008년 자국 헌법에 명시한 부엔 비비르’(buen vivir·자연친화적인 좋은 삶이란 뜻을 담은 스페인어)에 관한 글이 실린다고 한다. 노동당의 강령은 우리 시대를 위기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 지구생태계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가 그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단절의 중심 개념으로서 부엔 비비르야말로 불온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 위기는 주체의 위기가 뒷받침하고 있어서 더욱 심각한 것은 아닐까? ‘단절을 결단한 주체의 위기, 주체의 부재, 주체의 미약, 주체의 부동. 우리 운동이 맞이하고 있는 오래된 위기의 근원에는 바로 이와 같은 주체의 위기가 있다. 우리 노동운동은 96~97 총파업 이후 좀처럼 사회변화의 중심세력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낮은 조직률과 적은 조합원수, 정규직 중심 조직임은 말할 것도 없다. 계급 대표조직이 굳건하게 서 있지 못하고, 계급적 성과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설사 만들어지더라도 공유되지 못하는 속에서 사회운동의 중심에 계급적 쟁점이 들어서지 못하고, 계급운동의 힘이 투영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켄 로치의 영화 <빵과 장미>는 멕시코에서 LA로 불법이민 온 청소노동자와 SEIU(국제서비스노조) 활동가의 투쟁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에도 묘사되어 있듯이 SEIU청소노동자에게 정의를’(J4J : Justice for Janitors) 운동을 통해 대도시 지역의 저임금(이주) 청소노동자들을 조직화한다. 잘 알다시피 영미권 노동운동은 유럽노동운동에 비해 노사관계의 제도화 수준도 낮고 노동운동의 조직율과 단체협약 적용률도 낮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신자유주의와의 대결에서 패하면서 위기가 심화되던 영미권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의 혁신을 부르짖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영미 노동운동에서 시작된 노동운동의 혁신의 중심에는 노조 조직화과제가 놓여 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0년에서 2010년까지 약 30년동안 영미권 노동조합 조직률은 급속하게 낮아졌다.(뉴질랜드 69%20%, 영국 49%29%, 미국 22%13%, 호주 48%18%) 한국 역시 199018.4%에서 20109.7%로 반토막이 났다. 게다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노동조합(do-nothing unionism)을 빼면 실질 조직률은 3~4% 정도에 머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영미권과 한국, 일본 등은 조직률 뿐만 아니라 낮은 협약적용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시작된 미국노동운동의 혁신노력은 노선으로서의 사회운동 노동조합주의(social movement unionism)’의 정립과 노조 조직화의 과제로 정리되었다. 이 와중에 킴 무디, 워터만 등(사회진보연대에서 번역한 일련의 책들) 미국 노동운동의 이론가들은 남아공, 브라질 노동운동과 함께 한국의 노동운동을 사회운동 노조주의의 모범사례로 제시하기도 했었다.

 

*사진: 19121월 메사추세츠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왼쪽), 전미 호텔레스토랑 노조(Unite HERE)의 캠페인 일어서라 호텔 노동자”(오른쪽)

 

전 세계 노동운동이 맞닥뜨리고 있는 과제, 혁신과 노조운동 재생

변화의 시작은 9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1995년 미국노총(AFL-CIO) 위원장 선거가 40년만에 이루어졌다. 노동총연맹 AFL과 산별회의 CIO가 통합한 1955년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경선을 통해 SEIU 출신인 존 스위니(John Sweeney)가 위원장에 당선된다. 전임 위원장이었던 커클랜드(Kirkland)와는 달리 존 스위니는 전면적인 조직강화와 혁신을 내걸었고,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던 SEIU의 경험에 따라 전체 예산의 30%를 조직화사업에 투여하는 등 혁신을 이끌었다. 그러나 스위니 집행부의 이러한 노력은 혁신을 이끌던 SEIU, UFCW(식품노조), UFWA(농업노동자연맹), 팀스터(Teamsters, 전미트럭운전자조합) 등의 요구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조직화 방법과 속도 등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미국노총(AFL-CIO)은 역사적 분열을 하게 된다. SEIU의 앤디 스턴 위원장과 팀스터 호파 위원장(바로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 <호파>의 아들이 바로 그다.) 등이 주도해 만든 제2 미국노총(CtW : Change to Win, 승리를 위한 변화)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AFL-CIOCtW의 조합원 규모는 각각 약 800만 명과 650만 명 정도이다.) 미국 노동운동의 이러한 조직화전략은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와 한국을 비롯한 노동운동의 재생을 꾀하는 나라의 노동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시카고에 소재한 CtW의 전략조직화센터(Strategic Organizing Center)에는 수백만 달러의 예산과 100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이 센터 소장은 한국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 SEIU 부위원장 톰 우드러프가 맡고 있다.

노동운동의 혁신과 조직화는 한국노동운동연구소의 기관지 <노동의지평>에 실린 각 나라 노동운동의 혁신과 조직화와 관련한 글들을 모아 낸 자료집이다. 이 책이 목적하는 바는 분명하다. 바로 전세계 노동운동이 고통스럽게 맞이하고 있는 혁신과 노조운동 재생의 과제를 공유하면서 우리 운동의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것이다. 조금 길더라도 목차를 일별하자면 1. 미국 노조의 회생은 가능한가? 노동운동의 쇠퇴와 재생 / 2. 실리조합주의에서 사회운동노조주의로 / 3. 일터에서 거리까지: Unite HERELA 호텔 조직화 / 4. , 세 뿌에데: 노조의 조직화 전략과 이주노동자들 / 5. 영국: 새로운 조직화문화의 개발을 위한 TUC의 접근 / 6. 영국 노조 조직활동가들과 그들의 이야기 / 7. 캐나다 : 노조 조직화와 노조 재활성화 / 8. 프랑스의 노조 혁신: 쉬드-철도노조(SUD-Rail)의 사례 / 9. 일본: 유니온 운동의 형성과 실태 등이다. 전략조직화와 혁신을 주도한 미국뿐만 아니라 이미 오래 전 실리주의 조합주의에서 벗어나 사회노동조합주의(Social Unionism)로 노선을 정리하고 급진화된 노동운동이 정당운동의 급진화를 이끈 캐나다의 노동운동, 그리고 1995년 공공부문 투쟁을 통해 CFDT로부터 떨어져 나온 프랑스 SUD의 활동,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유니온 운동 등에 영향을 끼친 일본의 유니온 운동의 역사적 경험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새 술은 새로운 사람들이 담글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도 이제 3기에 들어섰다. 미국, 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전략조직화 역시 활동가들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직률 하락을 반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서비스 부문 조직화, 성동조선 노동조합 설립, 인천공항 비정규직 조직화, 학교 청소용역노동자 조직화, 대형마트 조직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티브로드 투쟁 등 성과가 없었던 것만도 아니다. 새로운 조합원들의 진입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조합원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 문화와 활력들을 재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고, 그 이전에 새 술은 새로운 사람들이 담글 수밖에 없다. 박근혜는 고용률 70%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우리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도 민주노총 직선제와 같은 소모적 쟁점에 주력하기보다는 전대미문의 조직률 20%를 장기적 목표로 설정하고 함께 실천하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보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인해 노동운동의 혁신과 조직화는 비매품이다. 필요하신 분들은 한국노동운동연구소로 연락(070-8220-3130/sanbyoul@hanmail.net)을 하면 구할 수 있다.

 

<더 볼만한 자료>

킴 보스, 라셸 셔먼, 과두제의 철칙 깨뜨리기 : 미국 노동운동의 노조 재활성화”,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연대와실천 20061(139)

에드문드 히어리, 멜라니 심스 등, “영국 노총의 조직화 아카데미 평가”,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연대와실천 20062(140)

임월산, “전략조직화와 국제연대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CtW 방문기”, 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20119·10(102)

김종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 전략조직화사업 진단과 향후 과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사회, 201311·12(173)

한국노동운동연구소·노동자운동연구소, <공단조직화사업 진단과 과제> 토론회자료집(201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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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한 계급
가이 스탠딩 지음, 김태호 옮김 / 박종철출판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제13호 2014년10월호

[불온한서재]

위험한 계급의 성장,

프레카리아트와 접속하라!

프레카리아트/ 가이 스탠딩 / 박종철출판사 / 20146/ 30,000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20147, 일본 요코하마에서는 세계 사회학회(ISA) 주최, 세계 사회학대회가 열렸다. 현재 세계 사회학회 학회장은 생산의 정치로 유명한 마이클 뷰러워이(Michael Burawoy) 교수이다. 그는 노동자들은 저항과 동의의 양면적 태도로 생산의 정치내에서 노동과정의 상대적 자율성을 획득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상과 실행의 분리로 인한 탈숙련화 테제를 주장했던 해리 브레이버만의 1974년 기념비적 저작 노동과 독점자본을 논박한 바 있다. 사회학회 전임 회장은 마이클 뷰러워이와 함께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리얼 유토피아로 유명한 분석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의 대가 E.O.라이트였다. 이러한 새로운 맑스주의 사회학자들이 기세등등한 사회학대회에 전세계 6천명이나 되는 사회학자가 몰린 것은 자본주의가 좀처럼 위기에서 탈출하기는커녕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는 지구적 위기상황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새로운 위험한 계급, 프레카리아트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주장은 기본소득론자로 잘 알려진 영국의 경제학자인 가이 스탠딩(Guy Standing) 교수였다고 한다. 그의 저작 프레카리아트는 계급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면서 변혁주체로서의 프레카리아트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구적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위험한 계급을 창출하고 있는데, 이 계급은 이전 시대의 노동계급이나 프롤레타리아트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계급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친디아(Chindia)를 포함해 풍요로운 시장경제와 신흥 시장경제에 속한 수백만 명의 새로운 존재들이기도 하고, 1세계의 배제되고 정체성이 결여된 노인, 범죄자, 여성, 청년 등의 불안정 노동자들과 실업자들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프레카리아트’. 불확실하다는 뜻의 “precarious”라는 형용사와 그 어근이 되는 “proletariat”라는 명사를 조합한 신조어인 이 말은 일시직 노동자, 계절노동자를 묘사하기 위해 80년대 프랑스 사회학자들이 최초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들은 고용주가 누구인지 모르고, 피고용인으로서의 집단적 관계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알지 못한다. 또한, 노동시장 보장, 고용보장, 직무보장, 소득보장, (집단적) 대표권 보장, 숙련기술 재생산 보장 등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일에 기반을 둔 정체성, 즉 직업정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다른 집단의 화폐임금보다 더 낮게 받고 더 가변적이다. 실업은 이미 그들의 삶의 일부이며, 불안은 내재적 속성이다. 따라서 프레카리아트들은 분노(anger), 아노미(anomie), 걱정(anxiety), 소외(alienation) 등 네 가지 A를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하게 된다.

 

프레카리아트의 취약성

그렇다고 이 성장하는 계급은 20세기 프롤레타리아트처럼 세상을 확 뒤집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들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 대자적 계급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들은 기술상의 힘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스로와 교전 중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3차산업 중심의 사회이고, 더구나 업체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프레카리아트들은 내부 경력을 쌓거나, 기술적 숙련을 쌓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일본의 NEET)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공통된 이해관계를 찾기 이전에 이미 집단 내부에서 스스로와 교전 중이라는 것이다. 각종 연금개혁과 복지의 축소 속에서 노인들은 청년들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여성들은 남성들과 경쟁하며, 신자유주의 정치는 점증하는 범죄자, 장애인, 이주자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긴다.

국가는 이러한 프레카리아트의 취약성을 이용해 이간질에 몰두한다. 또한, 이들의 시간을 쥐어짜면서생활속 여유를 거세하고 스트레스에 기반한 지옥정치(politics of inferno)를 구사한다. 영장 없이 도청이 행해지고 촘촘한 감시가 일상적인 사회경관이 된다. 근로연계복지(workfare)를 통해 죄책감을 주입하면서 노동윤리를 훈육한다. 프레카리아트의 일부 집단(예컨대 이주자, 범죄자)을 악마화하면서 네오파시즘으로 이끈다. 민주주의는 앙상해진다.

 

극우파의 부상과 그 계급적 토대

저자는 프레카리아트를 좋은 프레카리아트나쁜 프레카리아트로 나누는 것은 사태를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나쁜 프레카리아트의 준동(?)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일본에서 조선인의 권리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자이토쿠가이(ざいとくかい, 在特会)는 일본 프레카리아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일본의 넷우익(Net 極右)들은 한국으로 건너와 일베가 되었다. 추석 연휴기간동안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극렬하게 집결해 먹방을 선보였던 일베들은 일본의 우익들이 조선인들의 권리를 문제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공격,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대에 열을 올린다. 비단 일본과 한국만이 아니라 유럽과 북미에 불고 있는 극우파 정당의 부상에는 이러한 계급적 토대가 자리하고 있다. 그들의 태도는 면밀히 분석될 필요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은 치열하고, 자기 존재는 찌질하고, 일자리는 없고, 불안이 내재화된 현재가 좋을 리가 없다. 나쁜 프레카리아트에게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은 지난날의 황금기이다.

저자는 이들에게 집단적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해주기 위한 낙원정치(politics of paradise)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공동체의 합법적 거주자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현금 급여를 주는 기본소득은 시장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인 힘을 길러줘 자본과의 교섭에 당당하게 임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시간 쥐어짜기에 맞서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되찾기 위한 가능성을 높인다. ‘슬로우 타임운동이 필요하다.

 

새로운 형태의 저항은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는 프레카리아트의 상태를 일시적인 예외상태로 보아서는 안된다. 지구적으로 늘어나는 점차 다수가 되는 이들의 삶의 양태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정상상태로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지만 이들의 삶의 조건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저항방식, 조직방식, 운동방식, 공감과 자긍심의 고양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예컨대 아마미야 가린이 주도한 일본 프리타운동과 기존 노동조합운동의 외부에서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유니온운동’, 그리고 유럽의 유로 메이데이운동(Euro mayday)의 퍼레이드(한국에서도 이를 모방한 시도가 있었다.), 영국의 거리되찾기 운동’(Reclaim the Street)은 프레카리아트의 집단적 역능의 일부를 보여준다.

정통적 맑스주의자들에게는 이러한 프레카리아트라는 카테고리가 계급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는 자격미달로 보일 수도, 따라서 분석도구의 무용성을 주장할 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러한 반란주체의 새로운 조합과 제시가 새로운 것도 아니다. 네그리와 하트는 사회적 노동자라는 개념과 다중(multitude)’을 제시한 바도 있다. 또한 계급론적 분석도구로서의 유의미함이 곧바로 실천적 유의미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가이 스탠딩의 개념과 논의를 교조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가 오랫동안 마주하고 있는 운동의 위기의 알맹이가 운동 주체의 ()생산의 위기라고 한다면 우리는 익숙하지 않더라도 좀 더 긍정적인 숙고를 일부러 해야만 한다. 노동운동 내에서도 되풀이되는 세대론에 기댄 폄하는 지겨울 뿐만 아니라 반대급부의 혐오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우리가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는 사이 프레카리아트는 우파들의 선동 속에서 정말로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읽을만한 책>

만국의 프레카리아트여, 공모하라!이진경·신지영 / 그린비 / 20128/ 20,000

일본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전/ 기노시타 다케오 / 20117/ 15,000/ 이 책의 5장과 6장에는 프리터를 중심으로 기업횡단적, 개인가입 유니온 건설의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프레카리아트/ 아마미야 가린 / 미지북스 / 20117/ 15,000

분배의 재구성 / 브루스 액커만 외 / 나눔의집 / 20102/ 18,000/ 이 책은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과 분석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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