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2014년2월호 제6호

 

[불온한 서재]

승리를 위한 불온한 조직화를 시작하자

노동운동의 혁신과 조직화/ 루스 밀크먼 외/ 노동의지평 / 201312/ 15,000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현재와의 단절은 불온하다

꼭지 제목이 불온한 서재이다 보니, 책을 선정할 때 어떤 책이 불온한 지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불온하다는 것은 온건하지 않다는 것인데, 그 기준도 애매모호할 뿐더러,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불온한 주제가 변하기도 한다. 기후위기의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탈핵에너지전환은 점차 불온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평화북한문제는 여전히 불온의 온상이다.

불온하다는 의미를 돌려 생각해보면, 현재와의 단절을 의미할 수도 있다. 곧 출간될 녹색평론에는 에콰도르와 볼리비아가 2008년 자국 헌법에 명시한 부엔 비비르’(buen vivir·자연친화적인 좋은 삶이란 뜻을 담은 스페인어)에 관한 글이 실린다고 한다. 노동당의 강령은 우리 시대를 위기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 지구생태계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가 그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단절의 중심 개념으로서 부엔 비비르야말로 불온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 위기는 주체의 위기가 뒷받침하고 있어서 더욱 심각한 것은 아닐까? ‘단절을 결단한 주체의 위기, 주체의 부재, 주체의 미약, 주체의 부동. 우리 운동이 맞이하고 있는 오래된 위기의 근원에는 바로 이와 같은 주체의 위기가 있다. 우리 노동운동은 96~97 총파업 이후 좀처럼 사회변화의 중심세력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낮은 조직률과 적은 조합원수, 정규직 중심 조직임은 말할 것도 없다. 계급 대표조직이 굳건하게 서 있지 못하고, 계급적 성과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설사 만들어지더라도 공유되지 못하는 속에서 사회운동의 중심에 계급적 쟁점이 들어서지 못하고, 계급운동의 힘이 투영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켄 로치의 영화 <빵과 장미>는 멕시코에서 LA로 불법이민 온 청소노동자와 SEIU(국제서비스노조) 활동가의 투쟁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에도 묘사되어 있듯이 SEIU청소노동자에게 정의를’(J4J : Justice for Janitors) 운동을 통해 대도시 지역의 저임금(이주) 청소노동자들을 조직화한다. 잘 알다시피 영미권 노동운동은 유럽노동운동에 비해 노사관계의 제도화 수준도 낮고 노동운동의 조직율과 단체협약 적용률도 낮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신자유주의와의 대결에서 패하면서 위기가 심화되던 영미권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의 혁신을 부르짖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영미 노동운동에서 시작된 노동운동의 혁신의 중심에는 노조 조직화과제가 놓여 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0년에서 2010년까지 약 30년동안 영미권 노동조합 조직률은 급속하게 낮아졌다.(뉴질랜드 69%20%, 영국 49%29%, 미국 22%13%, 호주 48%18%) 한국 역시 199018.4%에서 20109.7%로 반토막이 났다. 게다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노동조합(do-nothing unionism)을 빼면 실질 조직률은 3~4% 정도에 머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영미권과 한국, 일본 등은 조직률 뿐만 아니라 낮은 협약적용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시작된 미국노동운동의 혁신노력은 노선으로서의 사회운동 노동조합주의(social movement unionism)’의 정립과 노조 조직화의 과제로 정리되었다. 이 와중에 킴 무디, 워터만 등(사회진보연대에서 번역한 일련의 책들) 미국 노동운동의 이론가들은 남아공, 브라질 노동운동과 함께 한국의 노동운동을 사회운동 노조주의의 모범사례로 제시하기도 했었다.

 

*사진: 19121월 메사추세츠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왼쪽), 전미 호텔레스토랑 노조(Unite HERE)의 캠페인 일어서라 호텔 노동자”(오른쪽)

 

전 세계 노동운동이 맞닥뜨리고 있는 과제, 혁신과 노조운동 재생

변화의 시작은 9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1995년 미국노총(AFL-CIO) 위원장 선거가 40년만에 이루어졌다. 노동총연맹 AFL과 산별회의 CIO가 통합한 1955년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경선을 통해 SEIU 출신인 존 스위니(John Sweeney)가 위원장에 당선된다. 전임 위원장이었던 커클랜드(Kirkland)와는 달리 존 스위니는 전면적인 조직강화와 혁신을 내걸었고,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던 SEIU의 경험에 따라 전체 예산의 30%를 조직화사업에 투여하는 등 혁신을 이끌었다. 그러나 스위니 집행부의 이러한 노력은 혁신을 이끌던 SEIU, UFCW(식품노조), UFWA(농업노동자연맹), 팀스터(Teamsters, 전미트럭운전자조합) 등의 요구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조직화 방법과 속도 등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미국노총(AFL-CIO)은 역사적 분열을 하게 된다. SEIU의 앤디 스턴 위원장과 팀스터 호파 위원장(바로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 <호파>의 아들이 바로 그다.) 등이 주도해 만든 제2 미국노총(CtW : Change to Win, 승리를 위한 변화)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AFL-CIOCtW의 조합원 규모는 각각 약 800만 명과 650만 명 정도이다.) 미국 노동운동의 이러한 조직화전략은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와 한국을 비롯한 노동운동의 재생을 꾀하는 나라의 노동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시카고에 소재한 CtW의 전략조직화센터(Strategic Organizing Center)에는 수백만 달러의 예산과 100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이 센터 소장은 한국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 SEIU 부위원장 톰 우드러프가 맡고 있다.

노동운동의 혁신과 조직화는 한국노동운동연구소의 기관지 <노동의지평>에 실린 각 나라 노동운동의 혁신과 조직화와 관련한 글들을 모아 낸 자료집이다. 이 책이 목적하는 바는 분명하다. 바로 전세계 노동운동이 고통스럽게 맞이하고 있는 혁신과 노조운동 재생의 과제를 공유하면서 우리 운동의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것이다. 조금 길더라도 목차를 일별하자면 1. 미국 노조의 회생은 가능한가? 노동운동의 쇠퇴와 재생 / 2. 실리조합주의에서 사회운동노조주의로 / 3. 일터에서 거리까지: Unite HERELA 호텔 조직화 / 4. , 세 뿌에데: 노조의 조직화 전략과 이주노동자들 / 5. 영국: 새로운 조직화문화의 개발을 위한 TUC의 접근 / 6. 영국 노조 조직활동가들과 그들의 이야기 / 7. 캐나다 : 노조 조직화와 노조 재활성화 / 8. 프랑스의 노조 혁신: 쉬드-철도노조(SUD-Rail)의 사례 / 9. 일본: 유니온 운동의 형성과 실태 등이다. 전략조직화와 혁신을 주도한 미국뿐만 아니라 이미 오래 전 실리주의 조합주의에서 벗어나 사회노동조합주의(Social Unionism)로 노선을 정리하고 급진화된 노동운동이 정당운동의 급진화를 이끈 캐나다의 노동운동, 그리고 1995년 공공부문 투쟁을 통해 CFDT로부터 떨어져 나온 프랑스 SUD의 활동,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유니온 운동 등에 영향을 끼친 일본의 유니온 운동의 역사적 경험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새 술은 새로운 사람들이 담글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도 이제 3기에 들어섰다. 미국, 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전략조직화 역시 활동가들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직률 하락을 반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서비스 부문 조직화, 성동조선 노동조합 설립, 인천공항 비정규직 조직화, 학교 청소용역노동자 조직화, 대형마트 조직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티브로드 투쟁 등 성과가 없었던 것만도 아니다. 새로운 조합원들의 진입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조합원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 문화와 활력들을 재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고, 그 이전에 새 술은 새로운 사람들이 담글 수밖에 없다. 박근혜는 고용률 70%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우리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도 민주노총 직선제와 같은 소모적 쟁점에 주력하기보다는 전대미문의 조직률 20%를 장기적 목표로 설정하고 함께 실천하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보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인해 노동운동의 혁신과 조직화는 비매품이다. 필요하신 분들은 한국노동운동연구소로 연락(070-8220-3130/sanbyoul@hanmail.net)을 하면 구할 수 있다.

 

<더 볼만한 자료>

킴 보스, 라셸 셔먼, 과두제의 철칙 깨뜨리기 : 미국 노동운동의 노조 재활성화”,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연대와실천 20061(139)

에드문드 히어리, 멜라니 심스 등, “영국 노총의 조직화 아카데미 평가”,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연대와실천 20062(140)

임월산, “전략조직화와 국제연대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CtW 방문기”, 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20119·10(102)

김종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 전략조직화사업 진단과 향후 과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사회, 201311·12(173)

한국노동운동연구소·노동자운동연구소, <공단조직화사업 진단과 과제> 토론회자료집(2013.4.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