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 - "5년 뒤 당신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선대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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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동사회교육원 <연대와소통> 44호 (2017년6월호)

 

책담(冊談)

 

일과 삶의 미래를 결정할 골든타임이 다가왔다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선대인/인플루엔셜/20173/15,800

 

    

 

양솔규(편집위원장)

 

지난해 10월부터 20176월 오늘까지 정말 숨 가쁜 사건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9년여의 시간, 더 길게는 IMF 경제위기 이후 이어진 20여 년 동안의 지체되거나 거세당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복원되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이 이 나라의 시스템을 망쳐놓는 것을 두 눈 뜨고 보면서 잘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마라! 가만히 있어라!”라고 얼마나 외치고 싶었던가! 그렇게 잃어버린, 후퇴해버린 시간 동안, 그러니까 저들의 잔인한 권력욕으로 인한 횡포와 파괴와 싸우고 있는 동안, 우리가 인식하거나 알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고 부지불식간에 변화는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장미대선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었다.

 

촛불정국과 탄핵, 바로 이어진 조기대선으로 인해 각 당의 대표주자가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당의 정책자료집은 발간이 미뤄지기도 했고, 정책자료집의 질 역시 미흡했다. 그렇더라도 대통령 선거는 ‘4차 산업혁명이 대중들에게 슬로건화 되어 제시됨으로써 시대적 화두로 각인되는 계기는 되었던 거 같다. 물론,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국 역시 대중들에게 기술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상상하게끔 했고, ‘드론‘3()D 프린터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담론이 일반 사람들, 특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농민들에게, 서민들에게 곧장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술적 변화라는 것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이루어져 왔던 것일뿐더러, 정작 대다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산업 변화로 인한 국가 경쟁력 제고한국이 나아갈 길따위의 손에 잡히지 않는 통제불능의 이슈가 아니라, “그래서 우리의 일자리와 먹고 살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중에 이런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탄핵을 앞두고 박근혜가 읽었다는(믿기지는 않지만) 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이나, (박근혜한테 한방 먹이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다며 유승민이 소개한 축적의 시간이 있지만, 너무 기술중심적이거나, 전문적이다. 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읽고 변화의 흐름을 인지하고, 자기 삶에 비추어 사고할 수 있는 책이 없을까 찾아보니, 마침 경제적 이슈들을 개혁적인 시각에서 연구하고 제시하던 선대인이 쓴 책이 있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변화를 국가나 기업, 나아가 각자 개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삶을 수정해 나가야 하는지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또한 이를 위해 기존의 (선대인경제연구소 또는 진보진영?) 개혁과제 역시 반복해서 설명한다. 저자의 과거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짧은 분량(270)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크게 이 책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지금 우리 사회와 세계가 처해 있는 현실로, ‘1부 일의 미래를 전망하다이다. 두 번째는 그래서 우리 개인과 사회,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하는 ‘2부 어떤 일을 가질 것인가이다.

 

일의 미래를 바꾸는 네 가지 변화

 

네 가지 변화는 중 첫 번째는 저성장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구조에서는 기존의 한국이 취했던 패스트 팔로워(추격전략)’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새로운 단계로 고도화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혁신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국가정책의 잘못으로 소득 정체와 소비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제로성장 시대가 온다-부키 참조)

두 번째 변화는 인구 마이너스라는 정해진 미래이다.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의 기관지 28호에 소개했던 정해진 미래-북스톤 참조) 올해 2017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첫 해이다. 2024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가 한 해에 38만 명씩 감소하게 된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주택수요가 줄어드는 현상도 벌어진다. 더군다나 2010~204030년 동안 노인인구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고령화의 충격이 가장 크고, 가장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미 창원의 로템이나 울산 현대자동차 등에는 소위 87년 세대들의 퇴직 행렬이 시작되었다. 정규직,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는 민주노총의 조직률을 고려해보면, 조합원수의 감소 역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평생 동안 벌어들이는 소득, 즉 생애소득이 적은 우리 사회의 현실상 고령화는 소비위축, 나아가 소비절벽을 가져온다.

세 번째는 ‘4차 산업혁명론자들이 얘기하는 기술 빅뱅으로 인한 산업 재편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전기자동차는 조만간 전 세계를 거대한 재편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 스마트폰으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핀란드의 노키아처럼, ‘수소자동차에 몰입하는 현대자동차가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도 있다.

네 번째 변화는 로봇화와 인공지능의 시대이다. 대한민국은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이고 가장 비중이 또한 높은 나라이다. 세계 평균 로봇밀도가 66인데 반해, 한국은 노동자 1만 명당 478대이다. 또한 고급 산업용 로봇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률 역시 33%로 로봇 대체율이 가장 많이 예상되는 나라이다. 이를 통해 중급 기술일자리가 가장 먼저 기계로 쉽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하급 기술역시 결국 다음 타깃이 될 것이다.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크리스토포로스 피사리데스 교수는 현재 820종의 직업 중 34%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4년 새 핀테크(fintech, 금융과 기술의 결합)로 인해 2,000여 개의 영업점포가 문을 닫았고, 8,000명 이상의 금융 종사자가 직장을 떠났다.

 

기업, 개인,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앞에서 얘기한 변화들은 일면 우울한 디스토피아적 조건들이다. 그러나 거기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이 성장하더라도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래성장동력을 찾고 준비하는 일을 지난 9년 동안 보수정부가 방치하면서 위기는 증폭되고 있다. 재벌독점구조로 인해 경제 생태계의 신진대사도 엉망이다. 혁신의 속도는 느리다. 문재인 정부가 맞이한 5년은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급속하게 줄어들고, 소비지수 감소도 심각해지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의 소비재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으로 진출한 화장품 사업(일명 K-Beauty)이 대표적이다. 바이오, 제약, 임플란트, 배터리 제조업 등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 발전과 이와 연동한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정보 업체들이 발전할 것이다. 사물인터넷 시장과 중국에게 선점당한 드론 시장 역시 핫하다.

기술 빅뱅 시대에는 기존의 강자가 순식간에약자의 위치로 추락할 수 있다. 또한 SNS와 빅데이터 발달로 수요자 욕구가 다양해지고 변화하며, 틈새시장이 열린다. 장기 저성장 흐름 속에서 스마트 컨수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약자의 전략에 적응해야만 한다.

 

개인 역시 만만치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기업과 일자리의 수명은 짧아지는 반면 인간의 수명은 길어진다. 창의성과 고차원적 사고능력이 필요한 일자리는 가치가 커진다. 스펙의 효용성, 라이선스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여 소명으로서의 직업을 찾아야 한다.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생계형 창업이 아니라, ‘혁신형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 쇼핑몰 라쿠텐이나 유니클로, 중국 선전 지역의 글로벌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홍보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인구절벽은 결국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켜 창업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것이다. 물론, 정부가 창업의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지원해주는 정책을 확충해야 한다. 부동산과 자식의 사교육에 몰입하기보다는 금융소득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개인들의 위험을 분산하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사회가 준비해야 할 개혁과제들은 기존 노동조합과 진보정당들이 얘기했던 대책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먼저 재벌 지배구조를 바꿔 한국의 기업 생태계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삼성과 현대차의 최근의 행태 역시 자본에 유리한 합리적 선택이 아니었다.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드론, 로봇, 자율주행차 등 핵심적 기술을 가진 삼성테크윈을 한화로 넘긴 거나, 자율주행차, 전기차 기술 개발에 투입되어야 할 10조원을 한전 부지 매입에 사용한 현대차의 재벌 일가족의 행태는 지배구조 개혁의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복지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저자가 늘 주장해 왔듯이 이를 위한 세금 혁명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복지, 문화, 교육의 근본적 구조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자는 노인빈곤층 문제와 짧은 생애소득기간 등을 해결하기 위해 퇴직연금제도 활성화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기본소득제 역시 4차 산업혁명과 연관하여 뜨거운 키워드가 되었다. 만성적 총수요부족을 전환하기 위한 기본소득-로봇세에 자본가들이 나서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더 나아가 기본자본(또는 공유자본)’ 도입을 주장한다. 자본도 국민들에게 나눠서 기계의 생산성이 주는 경제적 혜택을 골고루 누리자는 것이다. 세습 자본주의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많은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해 이 지분을 한데 섞은 기금 풀을 만들고,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교육개혁을 역설한다.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 계층 가정에서 사교육에 대한 몰입은 현명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투자라는 것이다.(약자의 전략이 필요) 또한 이러한 과도한, 사교육, 부동산에 대한 몰입이 내수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한다는 것이다. 교육, 복지, 문화에 대한 투자는 현재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좋은 대책임과 동시에 이 나라의 미래 일자리를 만드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공백지점은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의 대응방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일 것이다. 아마도, 4차 산업혁명 또는 기술적 변화에 대비해서 다른 나라 대표적인 노동조합에서는 이러한 대책을 선언적 수준에서나마 정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규직 중심의, 낮은 조직률을 가진 우리 노동조합이 얼마나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녹록치 않은 변화의 물결과 인구절벽, 소비절벽, 고령화의 압박 속에 벌써 진입해 있는 우리의 토대를 생각하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산별교섭을 통해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오타 : 187쪽3째줄 - 주머니 사장은 -> 주머니 사정은
94쪽 :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스마트폰이 몰고 왔던 변화보다 관련 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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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가 답하다 - 변방에서 중심으로
홍준표 지음, 김대식 엮음 / 봄봄스토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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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책이라고. 개쓰레기같은 극우 인종주의자의 파쇼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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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사회 - 냉소주의는 어떻게 우리 사회를 망가뜨렸나
김민하 지음 / 현암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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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대와소통> 43호(2017년.3월), 노동사회교육원

 

책담(冊談)

 

냉소사회와의 화해, 정치를 구출하자

 

 

냉소사회/김민하/현암사/201612/15,000

       

 

양솔규(편집위원장)

 

 

   

헌법재판소가 박근혜를 파면한 지 약 9일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통진당 해산,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개성공단 철수, 사드 배치 등 얼마나 많은 시대착오적 행태와 무능력을 보아왔던가. 과거회귀를 넘어 공동체 사회와 국가의 통치능력을 붕괴시키는 정권의 해괴망측(駭怪罔測)한 짓으로 인해 위기는 증폭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정부의 임기를 1년 단축시킨 것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압도적 다수의 분노와 흔들림 없는 행동으로 사상 초유의 탄핵 인용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 넓고 깊게 드리워져 있던 비관주의의 장막이 전부 거둬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촛불항쟁의 자신감의 근거는 조직되고 교육된 시민의 힘에서 나오기보다는 박근혜 정부의 비상식에 기인하던 바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전을 돌이켜보면, 노동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 그리고 진보정당운동의 자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떨어져 있었다.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거라는 자괴감과 패배주의는 활동가들의 마음을 짓눌렀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이틀이 지나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가 유서를 쓰고 자결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은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앞으로도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진상을 규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자괴감을 심어 주었다. 그리고 민중총궐기 과정에서 백남기 농민이 숨졌다.

 

저자 김민하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과 덤프연대 등 노조에서도 활동했고, 지금은 <미디어스 medius>라는 인터넷 언론비평지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분석 대상이 고리타분(?)한 운동권만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넷 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상들(오타쿠, ‘오유일베사이트에서의 논쟁, 된장녀 담론과 인터넷 게임, PC통신, 트위터, 페이스북, SNS 분석, 아프리카 TV, 메갈리아, 오디션 프로그램,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팟캐스트, 브렉시트, 미국 대선, 유럽 극우정치의 부상) 등 무궁무진하다. 어쨌든 저자가 보기에 개인이든, 체제 차원이든, On, Off를 떠나, 우리 사회를 온통 지배하고 있는 것은 열등감이다. 열등감을 해소하는 방식은 냉소하는 방법 열광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는 거기엔 아무 것도 없다는 논리로 이어지며, 두 번째는 진정한 무엇은 있다로 이어진다. ‘냉담자열광적 신도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 속에서도 생겨나고, PC통신 시절에도(귀여니 논쟁) 벌어졌으며, SNS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속에서 실드의 논리가 만들어진다. 모든 사람들은 냉소열광사이를 반복하며 핵심 쟁점(근본적 질문)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기도 한다. (지젝과 비포 등의 철학적 개념을 통해 저자가 설명하는 것은 어려우니 넘어가자.)

 

냉소의 두 가지 버전

 

이러한 냉소소비자적 태도를 강화한다. 소비에 기반한 사회에서 소비자의 지위는 그야말로 절대적인데, 예를 들어 문화 비평에 대해 소비자들은 비평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거나 보고 즐기면 되지 뭐하러 비평을 하느냐며 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리곤 비평가들을 잘난 척 하고 싶어 하는 족속들로 평가절하 해버린다. 이를 노동조합운동에 비유해서 설명해 보자면, ‘노선사회적 전망을 가진 노동운동의 모색에 대해 조합원들은 단사 내 실용적인 노선이 맞다고 주장하거나 쓸데 없는 거 신경쓰지 말고,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방어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 사회에서 거대한 소비자군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적 존재는 현실에서는 노동계급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으로 기득권에 대항하는 손쉬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손쉬운 방법은 안 산다는 선언이다. 어쩌면 노동조합 내 선거, 또는 정치적 선거에서 많은 투표 행위들이 이러한 논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등감과 냉소주의에 빠진 진보정치, 진보정치를 냉소하는 대중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을 통해 진보적 원외 정치는 기득권 정치와 접촉면을 형성했다. 그리고 저자가 보기에 이 속에서 진보적 원외 정치론자였던 사람들은 기득권 정치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적 방어기제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보적 원외 정치에 대한 냉소이다. 저자의 이러한 심리적 분석은 진보신당 창당에도 대입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예를 들면 민주노동당 주류가 된 NL세력에 대한 좌파의 열등감은 진정한 진보정치는 있다노선으로 발현되었으며 진보신당 창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저자가 보기에 기득권 정치에 대한 열등감에 대한 방어기제를 통해, ‘운동이 아닌 정치를 해야 한다는 논리(부당하게 대립시키며)가 진보정당 내(정확히는 정의당 내)에서 득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저자가 보기엔 제공이라기 보다는 약탈당한 것)한 것이 최장집, 박상훈 선생이다.(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현실에서는 막혀버렸다. 안철수가 제3당 노선을 빼앗았고, 노동자정치세력화와 사회운동정당론은 현실의 진보정당에서 부차화되었다.)

과거 독재 vs 민주 공식은 우파 vs 반우파로 대체되었다. 이를 진보정당은 우파 vs 좌파의 대결로 대체해야 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사태는 진보 진영이 도덕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진보 정치가 유권자를 속이고 이용한다는 점 등 진보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을 대중들에게 가감없이 드러내 보였고, 진보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는 사회에 대한 냉소주의를 더욱 심화시켰다.

 

냉소주의와 화해하기 위하여

 

저자가 보기에 만연한 열등감과 냉소주의, 그에 기반한 소비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정치가 이와 싸우면서 스스로를 정립하고 작동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요소(열등감, 냉소주의, 소비주의)극복이나 파괴가 아니라 화해해야 할 요소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개념과 완전히 결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열등감을 극복하자는 말이 자칫 능력주의로 귀결될 수도 있고, ‘정신승리로 귀결될 수도 있다. “열등감을 극복하려다 오히려 열등감을 만나는 악무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에 몰입하는 것 역시 답은 아니다. 경쟁에서 배제되면 죽음뿐이다. 이를 넘어서는 기술이 필요한데, 바로 이 기술이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기 위한 합의의 모색, 정치이다. ‘정치라는 수단을 통해 다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냉소주의 때문에 망하는 것은 당위명분의 정치이다. 그런데, 대중들의 냉소주의는 실제로 믿었던 존재로부터 배신당하거나 이용된 경험으로 인해 갖게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냉소주의의 한계를 말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차라리 냉소주의자들에게 우리는 지금 여기에는 없지만, 진정한 무엇은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냉소주의자의 의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한 새로운 대답을 제출하고 쟁점을 제기해야하는 것이다. ‘실패의 퇴적속에서 다시 냉소의 논리를 재전유하는 대답을 시작해야 한다.

소비주의는 모든 것을 자본주의의 구매 논리로 평가한다. 소비주의를 활용한 저항 방식은 결국 정치적 맥락은 제거하고 대안 모색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들에게는 판매자가 아닌 생산자의 존재를 고취시켜야 한다. 생산 과정을 단지 상품을 기준으로 상상하는 게 아니라 생산자를 기준으로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노동자가 자신의 작업장을 벗어난 이후의 시간대에 노동자의 정체성을 상기하고 유지하도록 할 방법이 무엇인지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별노조의 지역화, 민중의 집 운동, 협동조합운동이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파훼(破毁)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운동의 현실에서의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양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위의 운동들이 효과적으로 잘 작동했다고는 볼 수 없을 거 같다.)

 

정치를 복원하자

 

수많은 사례를 들며 종횡무진 하는 저자가 결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체제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를 예외적인 권력으로 볼수록 냉소주의의 수렁은 더욱 깊어진다. 삼성에 특혜를 줬던 것은 박근혜 정부뿐만이 아니라 역대 모든 정권이 그러했다. 우리는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당위명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상화된 박근혜 정권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책 머리에 이 책에 대한 세 가지 반응을 예상했다. 첫째는 무관심, 둘째는 미미한 조롱과 조소, 마지막은 무난한 호평이다. 글쎄, 무관심했다면 서평 자체를 쓰지 않았을 테고, 조롱과 조소를 보내기엔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특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담론들에 대해 정통하지 않는 평자로서는, 매체비평뿐만 아니라 문화비평에도 한 수준하는 저자의 방대한 분석대상을 꿰는 담대함이 놀라울 뿐이다. 서평자가 냉소사회에 대해 냉소할 수는 없고, 마지막 선택지로는 무난한 호평만이 남았는데,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독자의 대열로 들어선 후 책담(冊談)하기로 하자.

 

 

진보 정치와 노동운동은 죽을 날만 기다리는, 혹은 곧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무기력한 사형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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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미래 - 인구학이 말하는 10년 후 한국 그리고 생존전략
조영태 지음 / 북스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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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께하는품> 28호, 평등사회노동교육원, 2017년 3월호


인구가 ‘정해 놓은’ 미래, 총노동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양솔규(회원)

《함께하는 품》 발간이 좀 늦어졌다. 하긴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절점’을 지나 발간하는 게 깔끔하긴 하다. 지난 호(2016년 11월)가 나올 당시에는 앞으로의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타오른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거라는 점은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었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분노에 앞서는 자신감이 흘렀다. 그리고, ‘속단’할 수 없었던 시기마다 ‘스스로’의 힘을 서로에게 보여줬다. 하늘을 뒤덮던 ‘패배주의’의 구름이 조금이나마 걷혔다. ‘다이내믹 코리아’ 속에서 사는 것이 이처럼 무료할 틈을 주지는 않아 좋기는 하지만, 감정적으로 널뛰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순식간에 대선정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마도 《함께하는 품》 다음 호에는 ‘○○○ 정권 하 노동운동의 과제와 전망’ 뭐, 이런 글이 실려야 될 거 같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난 4년 전, 《함께하는 품》에서는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

2013년 1월18일에 발간한 《함께하는 품》 제4호에는 단병호 대표님의 “노동운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라는 글이 실려 있다.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과는 ‘약간’ 다르게 ‘포섭과 배제’라는 양면성을 띠거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의 가능성 등을 언급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박근혜 정권 1년 후 그가 얘기했던 ‘경제민주화’나 ‘100% 대한민국’은 스스로 파탄낸 바 있다.


단 대표님은 당위나 주장만이 아니라 실제로 새로운 노동운동, 다시 시작하는 산별노조를 위해 과감히 틀을 바꿔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한, 무기력했던 대선 공간에서의 진보진영의 실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4년이 지나 과거를 돌이켜보고, 지금의 현실을 바라보면, 과연 달라진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제3당 노선과 진보정당-노동자정치세력화 노선의 결합이 파탄난 이후)대중들에게 외면 받는 진보정당운동, 제1야당에 줄서기 하는 전현직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예전엔 구 국민파 리더들이 주로 줄섰다면, 이번엔 구 중앙파 리더들이 주라는 게 다른 점일뿐), 최소한의 요구조차 사회적으로 관철시킬 힘이 없어 보이는 노동운동 등. 박근혜 탄핵을 통해 이 지긋지긋한 정권을 1년 단축시키고, 그나마 억눌린 사람들의 가슴이 뻥 뚫린 거 같아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여전히 모자란 주체의 역량, 더 어려워진 객관적 조건과 더 많은 변수들을 보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4년 전 <책소개> 꼭지 제목이 “박근혜 5년을 맞이하는 겨울 책나들이”였다. 이번엔 “○○○ 정권 5년을 맞이하는 봄 책나들이”인 셈인데, 심각한 사회경제적 현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말하자면, ‘생존’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해서 아래의 책을 골랐다.


《정해진 미래》
조영태/북스톤/15,000원/2016년9월


신간은 아니지만, 서점에서 눈에 확 띄었다. 불과 5개월동안 초판 7쇄를 찍은 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인구학” 도서가 7쇄를 찍었다니. 나도 학교 다닐 때 우연히 들은 인구학 수업(인류학적 시각)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인구라는게 단순히 ‘사람들의 규모’만 다루는 건 아니다. 시계열적, 공간적인 기준이 인구와 결합하게 되면 더 넓은 차원의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더구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미래에 대한 어떤 ‘확실한 기준’을 찾아야 한다. 저자가 보기엔 그게 ‘인구’라는 프레임이다.

저자가 보기에 대한민국이 맞이할 미래는 ‘암담함’과 ‘멘붕’으로 가득차 있다. 그 시작이 ‘저출산’이다. 2002년,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 수준’이라 말하는 1.3명 이하로 떨어졌다. 그 이후 년간 출산아 수는 50만 명을 넘어본 적이 없다. 저자는 2018년부터 출산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질 거라 예상했다. 통계청은 2016년 출산아 수가 40만 6천 명이라고 하니, 30만 명대 진입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tvN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는 1971년생 돼지띠로, 이 해에는 역대 가장 많은 102만 명이 출생했다. 제1차 베이비붐 세대(60~67년생)와 제2차 베이비붐 세대(68~74년생) 이후, 70년대 중후반기 출산률 감소세대(75~77년생), 제2차 베이붐세대와 에코베이비붐 세대의 중간세대(78~82년생, 전후세대들의 자녀세대)가 지나면 본격적인 저출산 세대가 시작된다. 저출산 1세대(83~90년생: 60만명 대) 이후 일시적인 제3차 베이비붐 세대(91~94년생: 71만명 대)가 있기도 했지만, 저출산 2세대(95~99년생 60만명 대), 밀레니엄 베이비붐세대 (2000~2001년생: 63만, 55만명) 이후 저출산 3세대(2002~2007년생)에 이르러서 40만 명 대로 떨어지고, 급기야, 이제 30만명 대 진입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뿐만이 아니다. 비혼 인구가 늘어나면서 평균 가구원 수 역시 급격하게 변동하고 있다. 2000년 서울 전체 가구 중 4인 가구가 32%였는데, 2020년이면 17%로 떨어진다고 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사양세, 산부인과의 폐업과 산부인과 의사수 급감, 교복시장 붕괴 등 저출산과 가족구조 변화의 파급력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급격한 인구변동의 추세에 역행하는 ‘한국적 특성’도 있다. 당연히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중소형 아파트가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2000~2010년까지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의 수는 많이 늘어났지만, “수량이 아니라 증가비율만으로 따져보면 중대형 및 대형 아파트의 증가세”가 훨씬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형 86%, 중소형 55%, 소형 17%) 아파트 ‘공급’이 인구변화와 관계 없이 ‘다른 이해관계’(아파트 건설사 등)가 작동했다는 뜻이다.

인구변동에 역행하는 또다른 예로 청년들의 취업난이다. 만약 노동시장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고 가정할 때, 진입자 수가 적어지면 당연히 노동시장은 수요자(사용자) 중심에서 공급자(노동자) 중심으로 변화하게 되어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변동이 가져오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언제까지 막을 수는 없다. 결국 노동력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면, 세금도 줄어들게 되고, 연금 문제, 군대 병력 유지 문제, 대학 구조 변화, 사교육 시장, 보험시장, 무엇보다 노동시장, 경제규모 등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저자는 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시점을 중학생이 저출산 세대로 채워지는 시점(2017)과 고등학생이 저출산 세대로 채워지는 시점(2020), 그리고 저출산 세대가 노동자로 사회에 진입하는 시기를 나눠서 살펴본 후, 결국엔 (2차 산업이든, 3차 산업이든) 산업의 축소와 사회구조의 변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에 만들어 놓은) 인구 구조는 인위적으로 바꾸고 싶다고 해서 바꾸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급격한’ 인구변동을 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요즘 서점가에 나오는 책들을 보면 특히 ‘일본’에 대한 얘기가 많다. 사회적이든, 경제적이든 일본의 경로에 많이 ‘의존’해 온 한국 사회로서는 당연히 일본의 ‘앞선’ 대응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인구 변동과 노동시장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에 앞서 인구쇼크를 겪었고, 지금은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6%를 넘어섰다)인 일본은 지금, 아베 총리가 나서 “1억 총활약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1억 총활약’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아베 3차 내각의 캐치프레이즈로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고(사수하고!), 남녀노소 없이 누구나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통해 정규직의 56%에 불과한 비정규직 임금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거다. 또한, 최저임금을 해마다 3%씩 인상하고, 4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비율을 현재의 21%에서 반 이상(10%) 낮춘다는 것이다.


또한, 출산율 제고를 위해 50만 명 규모의 보육시설을 확보하고, 50만 명 규모의 고령자 요양원, 정년연장 등을 함께 추진한다는 것이다.

플랜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600조 엔(6500조원) 달성, 출산율 1.8 향상, 부모 돌봄을 위한 이직 제로(0)의 기본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노동 환경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 일환으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2018년까지 책정하고 노동계약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 정규직의 56.6%인 비정규직 임금을 프랑스(89.1%)나 독일(79.3%)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비자발적 비정규직 비율도 2014년 18.1%에서 2020년에는 10%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해마다 3% 인상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전국 시간당 최저임금 평균치는 1000엔(1만800원)이 된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장시간 노동 문제와 관련해선 주 4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을 현재의 21.3%에서 프랑스(10.4%)·독일(10.1%)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저자의 처방은 무엇보다 상식적 변화에서 출발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말할 것도 없고, 다문화주의 이면의 ‘순혈주의’를 지우라고 권고한다.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 인간의 삶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도 언급하는 바, 스웨덴이나 프랑스 등 유럽의 정체된 출산율이 더 높아진 것은 육아의 사회화, 공보육제도 확충,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 등 때문이다. 덴마크 출신의 사회학자 요스타 에스핑-안데르센(Gøsta Esping-Andersen)도 『끝나지 않은 혁명』이라는 책을 통해 초저출산율을 보이던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와 서유럽 나라들에서 다시 출산율이 높아지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성역할 방식의 변화와 보다 성평등적인 복지국가 구축이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성들이 ‘고학력’이 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저출산’ 현상이 벌어진 게 아니며, 오히려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 더욱 공보육제도와 육아의 사회화 등 여성에 대한 처우가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인구대책을 ‘복지’가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자고 말한다. ‘복지’정책은 인구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전제조건을 두는데, 우리의 인구는 현재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패이고(pay as you go: 수입과 지출이 안정되는 준 만큼 받아가는)를 기본으로 하는 복지 개념보다는 국가가 먼저 ‘고용’과 ‘주거’ 등에 투자하는 정책패키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사회투자 개념은 노무현 정부 시기, 사회복지학과 사회학을 중심으로 진행된 사회투자국가 논쟁과 일면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투자국가’ 논자들(양재진 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은 국내에서도 많이 소개(이주희, 김영순)되었는데, 저자가 다시 이를 주장하는 걸 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체되어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저자의 대안 중 공백 지점들은 우리가 채워야 할 부분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복지’의 개념을 가지고 엄청난 지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는 해결은커녕 더욱 심각해져 왔다는 것이다. 출산율 자체보다는 일자리 창출, 주거대책 등 다양한 정책의 패키지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작고 안정적인 한국을 준비”하기 위해 그는 아동에 대한 질적 투자로 사회적 부를 이전하는 국가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교육비를 포함해 불필요한 자원의 소비를 최소화하고 대신 다음 세대에 대한 투자와 ‘배당’을 모두 사회가 담당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가족의 이익’과 ‘후속 세대의 질적 성장’을 위해 ‘기업이 희생’해야 한다는 인식이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본다.
그는 무엇보다도 ‘정해진 미래’에 적합한 사회구조를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작아지는 사회규모에 우리의 제도와 문화 그리고 인식까지도 적응”하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급격한 인구변동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변동은 이미 정해져 있는 미래”이므로 여기에 조화되는 정책과 제도, 인식으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1억 총활약’에 빗대어 우리는 (총인구나 출산율보다) “출생아 수 45만 명을 유지하자”는 슬로건을 제안한다. 2002년 이후 15년 넘게 출생인구가 40만 명대였다. 이를 현실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앞으로 10년동안 더 40만 명대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인구변동’이 아니라, 25년간 40만 명 유지라는 ‘안정적 인구유지’가 향후 ‘도래’할 것이라는 거다. 그렇게 되었을 때, ‘인구’는 더 이상 ‘변수 變數’아 아니라 ‘상수 常數’가 될 것이며, 완만한 변화에 충분히 사회가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해진 미래’라는 책 제목과는 달리, 올바른 대응 전략을 통해 저자가 예측한 미래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급격한 인구변동’이 자동적으로 디스토피아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지금과는 다른 사회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인구구조가 완전히 다른 베트남(그는 현재 베트남에서 베트남 정부와 함께 인구정책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이나, 우리보다 초고령화된 일본 사회, 그리고 미국이나 에티오피아 등 다양한 나라의 인구 문제와 대응을 함께 보여주면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더 설득력 있게 드러내 준다.

또한 그의 책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플랜 B를 오히려 강조하는데, 정책을 다루는 저자의 그 실용적인 태도가 약점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일 것이다. 생소한 ‘인구학’에 대한 책이기는 하지만, 전문서라기보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구학 교양서이다. 쉽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개개인이 맞이할 자기 삶의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고, 자녀들의 미래도 예측해 볼 수 있다.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이 책을 보며 과연 우리 노동운동은 급격한 인구변동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조직화를 위한 세대(코호트)별 접근, 인구변동에 대한 산업별 대책, 총노동의 전략과 비전은 있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인구 문제는 고용의 문제, 노동의 문제, 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아동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데, 초등, 중등, 고등, 대학의 위기와 고용규모 축소 압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저자는 초등교사 1만 명 해고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사교육의 축소, 대학의 통폐합과 폐업, 시장규모의 축소, 잠재적 세원 부족, 그리고 노동조합으로서는 잠재적 조합원의 축소.
위의 문제들이 주로 비조합원의 문제라고 치자. 그렇다면 대부분의 조직노동자들의 현안이 된 고령화 문제는 어떤가? 은퇴하는 조합원들을 노동조합으로 다시 묶을 것인가? 저자가 우려하듯이 만약 제1차 베이비붐 세대와 제2차 베이비붐 세대 간 갈등들이 벌어질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년연장 문제와 청년일자리 문제는 어느 수준에서 논의하고 실질적으로 사회에 관철할 수 있을까?


50여일이 지나면 정권이 교체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와 같은 물음들에 차근차근 대답하지 못한다면 결국 다음 정권도, 그 다음 정권도 《장기보수시대》의 집행자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총인구나 출산율보다는 ‘출생아 수 45만 명을 유지하자‘를 제안할 것이다. 적어도 10년만 한 해에 45만 명이 태어난다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매우 안정적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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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 - 늙은 경제에 갇힌 청년들을 위한 희망 선언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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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동사회교육원 연대와소통42, 2016년 겨울

 

책담(冊談)

 

청춘들의 겨울이 가고 있다?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우석훈/새로운현재/201610/16,000

 

양솔규(회원)

 

    234표로 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다. 국회 앞 거리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청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고등학교 교실에서도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SNS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환희는 오프라인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상기된 표정의 20대 젊은이들은 1210일 촛불집회에서 기쁨을 만끽했다. 불과 50여 일 만에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이 성과에 모두가 놀라워 하면서도 뿌듯해 했다.

다른 한편으론,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아닌 게 아니라, 4.19 혁명, 5.18 광주항쟁, 6월항쟁의 끝은 언제나 수구세력의 집권으로 막을 내렸다. 불과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가결이지, 탄핵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박근혜는 헌법재판소로 가서 끝까지 붙어볼 태세다. 권력구조개편을 중심으로 한 국회 내 개헌특위도 구성되었다. 대통령 선거도 치러야 한다. 광장의 감정은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듯하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는 또다른 차원에서도 제기된다. 20-30대 청년들이 대거 나선 광장에서의 싸움은 그저(?)’ 정치적 성과 하나만을 얻어냈을 뿐인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들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걱정에 이 오는 것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집값도 문제고, 취업은 답이 안나온다. 애초에 은 포기한 지 오래지만,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댈 곳이 필요하다. 아니, 당장 오늘 끼니를 때우는 것조차 귀찮고, 버겁다. 셰프들의 기상천외한 음식을 쳐다보면서 라면에 밥 말아 먹는다. 진짜 싸워야 될 전선은 이제야 열린 것은 아닐까?

2010년대 운동사회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단체 <학벌없는 사회>의 해산이다(20163월 해산). 그런데 학벌이 없어져서 해산한 게 아니라, “학벌이 더 이상 권력 획득의 주요 기제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는 자본 사회가 아니었냐마는 학벌 사회자본 사회로 대체되었다. 물론,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학벌 서열구조는 여전히 취업하는 청년들의 85%가 비정규직이 되는 현실에서도 작동하면서 청년 내부를 차별과 배제의 늪으로 빠뜨리기도 한다. 청년실업률 등에 있어서 서구사회보다 한국사회는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천문학적인 대학 등록금을 감당해야만 하고, 무한경쟁 속에서 평생을 살아 온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이러한 위로는 차라리 비난으로 여겨진다.

 

2007년 우석훈, 박권일이 쓴 88만원 세대20대의 대부분이 88만 원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불안정 노동이 전면화하는 시대에 미래’+‘세대의 현실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한 것이다. 거의 9-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들의 경고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논객 한윤형은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어크로스, 20134)에서 우석훈, 박권일의 88만원 세대에 대해 “‘세대론이 복잡한 사회문제를 특정 세대의 책임으로 단순하게 전가하는 구조를 가졌고, “세대 내부의 양극화, 20대와 50대에서 쌍봉형으로 나타나는 불안정 노동에 대한 취급이 소홀한 점등을 지적한다. 그러나 88만원 세대론은 이전 기존 세대 담론에 대한 방어 담론이었으며, “원래부터 88만 원을 벌었던 젊은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 왔는데도 88만 원을 벌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 젊은이들을 위한 담론이었다며 옹호한다.

 

아무튼, 88만원 세대의 공저자 중 한명이었던 경제학자 우석훈은 새로 집필한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201610)을 통해 우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가지 못했던(지체됐던?) 길에 대해 다시 탐구한다. 이 책의 부제는 늙은 경제에 갇힌 청년들을 위한 희망 선언이다. ‘살아 있는 것에대해 가치를 매기지 않는 경제학을 빌려 살아 있는 청년 경제를 위한 탐구인 셈이다.

경제학은 발전’,‘성장이라는 척도 또는 성숙’/‘미성숙’, 등의 개념을 통해 시스템을 설명하는데 이러한 개념들은 모두 목적론적이고 진화론적이며 낙관론적이다. 일직선으로 향하는 모종의 방향이 있고, 그 길로 나아가야 하며, 종국에는 나아갈 수 있다는 사고다. 이러한 사고와는 달리 그는 숲 생태계에 비유해 늙은 경제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축적되어 있는 것은 많으나 키 큰 식물들에 가려 빛이 차단되어, 새로운 식물들이 더 이상 자라날 수 없는 늙은 숲’, 대한민국 경제는 이러한 초고속 노화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MB 시대를 사기꾼의 시대로 명명하며 대표적인 정책으로 대졸 초임 삭감을 꼽는다. 미래 세대의 연봉을 한 번에 날려 버린 이 사건은 단기적,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네이팜탄이자 고엽제였다는 것이다. 이어 박근혜 의 시대를 판도라의 시대로 명명한다. 파견법 등 노동 개악법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희망을 제외한 불행’, ‘고통’, ‘질병등을 열어제끼고자 하는 것이다. 아래의 발언을 보면 박근혜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다.

 

파견법이야말로 일석사조쯤 될 거예요...실업자들이 빨리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파견법만 통과되면 한 9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그러고, 뿌리 산업 같은 데...1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막 생길 수 있고...구조조정의 대책도 되고 중장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전향적으로 국회 쪽에서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고요.”(2016426, 박근혜 간담회 발언)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201219대 총선을 앞두고 패배할거라 예측한 새누리당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었다. 주 내용은 법안의 직권상정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60%의 동의(180)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예상을 깨고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했지만, 60%는 도달하지 못했다. 야당의 날치기를 막기 위한 국회 선진화법이 결국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두 보수 정권은 죽은 것들의 경제학을 신봉했다.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했다. 획일화가 강화되고, 다양성은 용인되지 않는다. 청년과 여성은 일회용 포장지로 사용되었다. 프랑스의 혼외 출산율은 56.7%인데 반해 한국은 1.9%에 불과하다.

 

<주요 국가의 혼외 출산 비율>(단위 : / %)

나라

비율

나라

비율

한국

1.9%

OECD 평균

39.9%

일본

2.3%

미국

40.2%

스위스

21.7%

영국

47.6%

이탈리아

28.8%

벨기에

52.3%

호주

34.4%

프랑스

56.7%

독일

35.0%

아이슬란드

66.9%

룩셈부르크

39.1%

칠레

71.1%

 

우석훈이 보기에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혼자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 중에도 사랑을 나누고, 아이가 태어나는데,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전쟁보다도 힘든 전쟁을, 그것도 혼자서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시기는 점점 더 늘어났고, 짧은 장년의 시기와 긴 노년의 시기가 기다린다. 그리고 윗세대들는 청년을 자기 자식값싼 노예두 종류로만 사고한다.

 

아래의 표들은 세대별 투표율과 의식을 나타내는데, 기존에 청년들에 대해 가진 많은 사고들, 예컨대 정치에 대한 무관심’, ‘사회의식의 후진성등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를 보여준다. (표심의 역습, 서복경 등, 20162)

 

<세대별 정책 태도> 20158월 조사 (표심의 역습중에서)

연령

성장우선

파업엄단

성소수자 제한

인권보다 안보

찬성

반대

찬성

반대

찬성

반대

찬성

반대

20

37.9

58.9

38.8

57.9

12.6

85.0

37.4

59.8

30

40.9

55.5

45.0

50.0

15.5

81.8

30.9

64.1

40

57.9

37.1

53.3

43.6

29.7

64.9

39.0

54.8

50

68.6

21.6

65.3

30.5

49.2

45.3

54.2

41.9

60대 이상

79.3

8.9

75.6

13.7

61.6

28.8

56.5

30.6

전체

58.2

35.8

56.6

38.0

35.1

59.6

44.2

49.4

각 주제에 따라 세대별 민감도는 다르지만, 사회의식의 변화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2010, 2014년 지방선거의 연령대별 투표율 비교>(중앙선관위, 표심의 역습중에서)

분류

19

20

전반

20

후반

30

전반

30

후반

40

50

60

이상

전체

2014

52.2

51.4

45.1

45.1

49.9

53.3

63.2

70.9

56.8

2010

47.4

45.8

37.1

41.9

50.0

55.0

64.1

69.3

54.5

증감

+4.8

+5.6

+8.0

+3.2

-0.1

-1.7

-0.9

+1.6

+2.3

투표율의 변화를 보면, 20대들은 대체로 투표를 2010년 이후 훨씬 높은 투표율을 보여준다. 보수정권의 집권이 20대들의 책임인 양 얘기하는 것이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연령대별 특표율 비교> (출구조사 결과, 표심의 역습중에서)

연령

2012

2002

박근혜

문재인

이회창

노무현

20대 초반

35.4

64.6

33.6

60.2

20대 후반

32.0

68.0

30.9

62.6

30대 초반

32.7

67.3

31.7

61.3

30대 후반

34.5

65.5

37.4

56.9

40대 초반

33.4

66.6

46.5

48.9

40대 후반

54.1

45.9

52.2

45.1

50대 초반

54.2

45.8

55.7

40.8

50대 후반

71.0

29.0

57.7

39.2

60

70.8

29.2

60.4

38.2

이 표도 위의 결과와 마찬가지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표는 투표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청년세대는 자유주의 세력에게 압도적으로 투표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좀 다른 통계도 있다.

 

19

20대 전반

20대 후반

30대 전반

17대 대선(2012)

54.2%

51.1%

42.9%

51.3%

16대 대선(2007)

 

57.9%

55.2%

64.3%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어크로스, 20134) 재인용)

이 표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20대 후반의 투표율 저하 현상이다. 16대 대선에서 20대 전반이었던 세대의 투표율이 57.9%였는데, 이들이 17대 대선에서는 42.9%15%가 하락한 것이다. 한윤형은 이러한 하락의 원인을 등록금 문제를 꼽는다. 그 사이 학자금 대출 규모와 대출자의 수의 폭발적인 증가가 배경에 있다. 현상적으로는 이들의 낮은 투표율을 박근혜 당선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 정치가 이 세대에게 각인시킨 것은 변하지 않는다자괴감뿐이었을 것이다.

 

<연령대별 새누리당 호오도(好惡度)>(2015.3)(표심의 역습중에서)

-‘좋아하는 비율에서 싫어하는 비율을 뺀 값. 모름/무응답 비율을 빼고 계산한 값임.

20

30

40

50

60

전체

TK

PK

TK

PK

TK

PK

TK

PK

TK

PK

TK

PK

-6.0

-27.0

1.3

-17.9

0.0

-0.9

57.8

36.5

70.9

73.1

29.0

16.2

 

<연령대별 박근혜 대통령 국정 지지도>(2015.3)(표심의 역습중에서)

20

30

40

50

60

전체

TK

PK

TK

PK

TK

PK

TK

PK

TK

PK

TK

PK

-30.2

-37.8

-38.1

-40.5

-5.8

-22.9

31.4

6.5

66.1

53.1

10.6

-5.0

 

TK 지역과 PK 지역의 세대별 새누리당 호오도와 박근혜 국정 지지도를 보면, 물론 지역에 따라 차이도 나지만, 세대별 차이가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40대들은 중간층을 차지하고 있다.

 

우석훈은 세대별 문화적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큼을 가수와 가요 조사를 통해 보여준다. 현재의 40대들은 50대들의 정서와 20-30대 집단의 정서를 공유하는 경계선에 있음을 보여준다.

 

 

<2015년을 빛낸 가수> 연령별 (%, 상위 5, 3명까지 자유응답)

 

13~18

19~29

30

40

50

1

빅뱅(32.8)

아이유(29)

빅뱅(19.6)

장윤정(11.5)

장윤정(21.2)

2

엑소(21.6)

빅뱅(25.6)

아이유(17)

임창정(10.3)

오승근(11.6)

3

아이유(19.6)

소녀시대(17.1)

소녀시대(14.4)

이승철(10.2)

조용필(10.6)

4

소녀시대(16.2)

씨스타(12.8)

씨스타(9.1)

소녀시대(10.2)

이선희(9.5)

5

AOA(14.5)

엑소(9.7)

임창정(8.8)

이선희(9.7)

홍진영(8.2)

 

우석훈은 말하자면 세대 간 연대를 고민한다. “20대의 힘으로 방향을 틀 수는 있지만, 그 방향에 에너지를 만드는 것은 60라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 연대의 성공 여부가 한국 경제라는 숲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본다.

우석훈은 미래산업청년 경제두 가지가 만나는 곳에 이중배당(double dividend)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산업에 더 많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게 하고, 그렇게 고용을 늘리는 데에 돈을 쓰는 것이 곧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동시에 청년에 대한 투자라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농업, 공공 분야에서의 청년 일자리가 바로 그러한 분야라고 보았다. 또한 그는 최소한의 삶을 약속해 줄 수 있는 지렛대로 기본소득과 최저임금 인상, 청년 주택 셰어링 등을 제시한다. 그에게 기본소득과 최저임금 인상은 대립되기보다는 보완적이다.

 

올해 총선은 세월호 세대가 맞이한 첫 번째 선거였다. 내년 대선은 세월호 세대가 맞는 첫 번째 대선이다. 촛불을 들고 나온 청년들에게 과연 촛불은 어떤 의미일까? 2002년의 촛불처럼 죽음에 대한 애도가 아니라면, 미래에 대한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섣부르게 말할 수 없다. 2002년 월드컵과 효순이 미순이 사건에 나온 촛불 세대가 노무현 정부를 만들었지만, 그들은 철저히 배신당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세대들은 또한, 지금의 일베세대와 겹친다. 한윤형이 말하듯 “2008년 촛불시위를 주도한 그 세대가 계속해서 진보성을 간직할 거라는 기성세대 믿음 역시 근거를 찾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세대와 반박근혜 촛불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는 오늘까지는 확정적이지 않다.

 

우리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 사회운동이 청년 세대를 지도해야 한다는 둥의 허황된 생각보다는, 무엇을 준비해 놔야 하는지, 그들이 쟁취하는 자신감에 어떤 조력을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할 거 같다. 우석훈의 대안이 비록 뻔해보일지는 몰라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전망은 구체적이다. 한 사람당 208만원, 둘이 합쳐 416만원이라는 그 숫자 역시 상징적이다. 성급하게 출간된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은 오탈자가 많은 게 흠이지만, 두고두고 얘기할 꺼리가 많다. 박근혜 정부 출범 시 출간되었지만, 한윤형의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어크로스, 20134)도 함께 읽어보면 더 풍부하게 고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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