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 - 늙은 경제에 갇힌 청년들을 위한 희망 선언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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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동사회교육원 연대와소통42, 2016년 겨울

 

책담(冊談)

 

청춘들의 겨울이 가고 있다?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우석훈/새로운현재/201610/16,000

 

양솔규(회원)

 

    234표로 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다. 국회 앞 거리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청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고등학교 교실에서도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SNS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환희는 오프라인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상기된 표정의 20대 젊은이들은 1210일 촛불집회에서 기쁨을 만끽했다. 불과 50여 일 만에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이 성과에 모두가 놀라워 하면서도 뿌듯해 했다.

다른 한편으론,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아닌 게 아니라, 4.19 혁명, 5.18 광주항쟁, 6월항쟁의 끝은 언제나 수구세력의 집권으로 막을 내렸다. 불과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가결이지, 탄핵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박근혜는 헌법재판소로 가서 끝까지 붙어볼 태세다. 권력구조개편을 중심으로 한 국회 내 개헌특위도 구성되었다. 대통령 선거도 치러야 한다. 광장의 감정은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듯하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는 또다른 차원에서도 제기된다. 20-30대 청년들이 대거 나선 광장에서의 싸움은 그저(?)’ 정치적 성과 하나만을 얻어냈을 뿐인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들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걱정에 이 오는 것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집값도 문제고, 취업은 답이 안나온다. 애초에 은 포기한 지 오래지만,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댈 곳이 필요하다. 아니, 당장 오늘 끼니를 때우는 것조차 귀찮고, 버겁다. 셰프들의 기상천외한 음식을 쳐다보면서 라면에 밥 말아 먹는다. 진짜 싸워야 될 전선은 이제야 열린 것은 아닐까?

2010년대 운동사회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단체 <학벌없는 사회>의 해산이다(20163월 해산). 그런데 학벌이 없어져서 해산한 게 아니라, “학벌이 더 이상 권력 획득의 주요 기제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는 자본 사회가 아니었냐마는 학벌 사회자본 사회로 대체되었다. 물론,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학벌 서열구조는 여전히 취업하는 청년들의 85%가 비정규직이 되는 현실에서도 작동하면서 청년 내부를 차별과 배제의 늪으로 빠뜨리기도 한다. 청년실업률 등에 있어서 서구사회보다 한국사회는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천문학적인 대학 등록금을 감당해야만 하고, 무한경쟁 속에서 평생을 살아 온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이러한 위로는 차라리 비난으로 여겨진다.

 

2007년 우석훈, 박권일이 쓴 88만원 세대20대의 대부분이 88만 원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불안정 노동이 전면화하는 시대에 미래’+‘세대의 현실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한 것이다. 거의 9-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들의 경고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논객 한윤형은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어크로스, 20134)에서 우석훈, 박권일의 88만원 세대에 대해 “‘세대론이 복잡한 사회문제를 특정 세대의 책임으로 단순하게 전가하는 구조를 가졌고, “세대 내부의 양극화, 20대와 50대에서 쌍봉형으로 나타나는 불안정 노동에 대한 취급이 소홀한 점등을 지적한다. 그러나 88만원 세대론은 이전 기존 세대 담론에 대한 방어 담론이었으며, “원래부터 88만 원을 벌었던 젊은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 왔는데도 88만 원을 벌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 젊은이들을 위한 담론이었다며 옹호한다.

 

아무튼, 88만원 세대의 공저자 중 한명이었던 경제학자 우석훈은 새로 집필한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201610)을 통해 우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가지 못했던(지체됐던?) 길에 대해 다시 탐구한다. 이 책의 부제는 늙은 경제에 갇힌 청년들을 위한 희망 선언이다. ‘살아 있는 것에대해 가치를 매기지 않는 경제학을 빌려 살아 있는 청년 경제를 위한 탐구인 셈이다.

경제학은 발전’,‘성장이라는 척도 또는 성숙’/‘미성숙’, 등의 개념을 통해 시스템을 설명하는데 이러한 개념들은 모두 목적론적이고 진화론적이며 낙관론적이다. 일직선으로 향하는 모종의 방향이 있고, 그 길로 나아가야 하며, 종국에는 나아갈 수 있다는 사고다. 이러한 사고와는 달리 그는 숲 생태계에 비유해 늙은 경제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축적되어 있는 것은 많으나 키 큰 식물들에 가려 빛이 차단되어, 새로운 식물들이 더 이상 자라날 수 없는 늙은 숲’, 대한민국 경제는 이러한 초고속 노화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MB 시대를 사기꾼의 시대로 명명하며 대표적인 정책으로 대졸 초임 삭감을 꼽는다. 미래 세대의 연봉을 한 번에 날려 버린 이 사건은 단기적,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네이팜탄이자 고엽제였다는 것이다. 이어 박근혜 의 시대를 판도라의 시대로 명명한다. 파견법 등 노동 개악법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희망을 제외한 불행’, ‘고통’, ‘질병등을 열어제끼고자 하는 것이다. 아래의 발언을 보면 박근혜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다.

 

파견법이야말로 일석사조쯤 될 거예요...실업자들이 빨리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파견법만 통과되면 한 9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그러고, 뿌리 산업 같은 데...1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막 생길 수 있고...구조조정의 대책도 되고 중장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전향적으로 국회 쪽에서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고요.”(2016426, 박근혜 간담회 발언)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201219대 총선을 앞두고 패배할거라 예측한 새누리당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었다. 주 내용은 법안의 직권상정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60%의 동의(180)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예상을 깨고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했지만, 60%는 도달하지 못했다. 야당의 날치기를 막기 위한 국회 선진화법이 결국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두 보수 정권은 죽은 것들의 경제학을 신봉했다.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했다. 획일화가 강화되고, 다양성은 용인되지 않는다. 청년과 여성은 일회용 포장지로 사용되었다. 프랑스의 혼외 출산율은 56.7%인데 반해 한국은 1.9%에 불과하다.

 

<주요 국가의 혼외 출산 비율>(단위 : / %)

나라

비율

나라

비율

한국

1.9%

OECD 평균

39.9%

일본

2.3%

미국

40.2%

스위스

21.7%

영국

47.6%

이탈리아

28.8%

벨기에

52.3%

호주

34.4%

프랑스

56.7%

독일

35.0%

아이슬란드

66.9%

룩셈부르크

39.1%

칠레

71.1%

 

우석훈이 보기에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혼자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 중에도 사랑을 나누고, 아이가 태어나는데,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전쟁보다도 힘든 전쟁을, 그것도 혼자서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시기는 점점 더 늘어났고, 짧은 장년의 시기와 긴 노년의 시기가 기다린다. 그리고 윗세대들는 청년을 자기 자식값싼 노예두 종류로만 사고한다.

 

아래의 표들은 세대별 투표율과 의식을 나타내는데, 기존에 청년들에 대해 가진 많은 사고들, 예컨대 정치에 대한 무관심’, ‘사회의식의 후진성등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를 보여준다. (표심의 역습, 서복경 등, 20162)

 

<세대별 정책 태도> 20158월 조사 (표심의 역습중에서)

연령

성장우선

파업엄단

성소수자 제한

인권보다 안보

찬성

반대

찬성

반대

찬성

반대

찬성

반대

20

37.9

58.9

38.8

57.9

12.6

85.0

37.4

59.8

30

40.9

55.5

45.0

50.0

15.5

81.8

30.9

64.1

40

57.9

37.1

53.3

43.6

29.7

64.9

39.0

54.8

50

68.6

21.6

65.3

30.5

49.2

45.3

54.2

41.9

60대 이상

79.3

8.9

75.6

13.7

61.6

28.8

56.5

30.6

전체

58.2

35.8

56.6

38.0

35.1

59.6

44.2

49.4

각 주제에 따라 세대별 민감도는 다르지만, 사회의식의 변화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2010, 2014년 지방선거의 연령대별 투표율 비교>(중앙선관위, 표심의 역습중에서)

분류

19

20

전반

20

후반

30

전반

30

후반

40

50

60

이상

전체

2014

52.2

51.4

45.1

45.1

49.9

53.3

63.2

70.9

56.8

2010

47.4

45.8

37.1

41.9

50.0

55.0

64.1

69.3

54.5

증감

+4.8

+5.6

+8.0

+3.2

-0.1

-1.7

-0.9

+1.6

+2.3

투표율의 변화를 보면, 20대들은 대체로 투표를 2010년 이후 훨씬 높은 투표율을 보여준다. 보수정권의 집권이 20대들의 책임인 양 얘기하는 것이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연령대별 특표율 비교> (출구조사 결과, 표심의 역습중에서)

연령

2012

2002

박근혜

문재인

이회창

노무현

20대 초반

35.4

64.6

33.6

60.2

20대 후반

32.0

68.0

30.9

62.6

30대 초반

32.7

67.3

31.7

61.3

30대 후반

34.5

65.5

37.4

56.9

40대 초반

33.4

66.6

46.5

48.9

40대 후반

54.1

45.9

52.2

45.1

50대 초반

54.2

45.8

55.7

40.8

50대 후반

71.0

29.0

57.7

39.2

60

70.8

29.2

60.4

38.2

이 표도 위의 결과와 마찬가지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표는 투표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청년세대는 자유주의 세력에게 압도적으로 투표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좀 다른 통계도 있다.

 

19

20대 전반

20대 후반

30대 전반

17대 대선(2012)

54.2%

51.1%

42.9%

51.3%

16대 대선(2007)

 

57.9%

55.2%

64.3%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어크로스, 20134) 재인용)

이 표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20대 후반의 투표율 저하 현상이다. 16대 대선에서 20대 전반이었던 세대의 투표율이 57.9%였는데, 이들이 17대 대선에서는 42.9%15%가 하락한 것이다. 한윤형은 이러한 하락의 원인을 등록금 문제를 꼽는다. 그 사이 학자금 대출 규모와 대출자의 수의 폭발적인 증가가 배경에 있다. 현상적으로는 이들의 낮은 투표율을 박근혜 당선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 정치가 이 세대에게 각인시킨 것은 변하지 않는다자괴감뿐이었을 것이다.

 

<연령대별 새누리당 호오도(好惡度)>(2015.3)(표심의 역습중에서)

-‘좋아하는 비율에서 싫어하는 비율을 뺀 값. 모름/무응답 비율을 빼고 계산한 값임.

20

30

40

50

60

전체

TK

PK

TK

PK

TK

PK

TK

PK

TK

PK

TK

PK

-6.0

-27.0

1.3

-17.9

0.0

-0.9

57.8

36.5

70.9

73.1

29.0

16.2

 

<연령대별 박근혜 대통령 국정 지지도>(2015.3)(표심의 역습중에서)

20

30

40

50

60

전체

TK

PK

TK

PK

TK

PK

TK

PK

TK

PK

TK

PK

-30.2

-37.8

-38.1

-40.5

-5.8

-22.9

31.4

6.5

66.1

53.1

10.6

-5.0

 

TK 지역과 PK 지역의 세대별 새누리당 호오도와 박근혜 국정 지지도를 보면, 물론 지역에 따라 차이도 나지만, 세대별 차이가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40대들은 중간층을 차지하고 있다.

 

우석훈은 세대별 문화적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큼을 가수와 가요 조사를 통해 보여준다. 현재의 40대들은 50대들의 정서와 20-30대 집단의 정서를 공유하는 경계선에 있음을 보여준다.

 

 

<2015년을 빛낸 가수> 연령별 (%, 상위 5, 3명까지 자유응답)

 

13~18

19~29

30

40

50

1

빅뱅(32.8)

아이유(29)

빅뱅(19.6)

장윤정(11.5)

장윤정(21.2)

2

엑소(21.6)

빅뱅(25.6)

아이유(17)

임창정(10.3)

오승근(11.6)

3

아이유(19.6)

소녀시대(17.1)

소녀시대(14.4)

이승철(10.2)

조용필(10.6)

4

소녀시대(16.2)

씨스타(12.8)

씨스타(9.1)

소녀시대(10.2)

이선희(9.5)

5

AOA(14.5)

엑소(9.7)

임창정(8.8)

이선희(9.7)

홍진영(8.2)

 

우석훈은 말하자면 세대 간 연대를 고민한다. “20대의 힘으로 방향을 틀 수는 있지만, 그 방향에 에너지를 만드는 것은 60라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 연대의 성공 여부가 한국 경제라는 숲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본다.

우석훈은 미래산업청년 경제두 가지가 만나는 곳에 이중배당(double dividend)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산업에 더 많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게 하고, 그렇게 고용을 늘리는 데에 돈을 쓰는 것이 곧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동시에 청년에 대한 투자라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농업, 공공 분야에서의 청년 일자리가 바로 그러한 분야라고 보았다. 또한 그는 최소한의 삶을 약속해 줄 수 있는 지렛대로 기본소득과 최저임금 인상, 청년 주택 셰어링 등을 제시한다. 그에게 기본소득과 최저임금 인상은 대립되기보다는 보완적이다.

 

올해 총선은 세월호 세대가 맞이한 첫 번째 선거였다. 내년 대선은 세월호 세대가 맞는 첫 번째 대선이다. 촛불을 들고 나온 청년들에게 과연 촛불은 어떤 의미일까? 2002년의 촛불처럼 죽음에 대한 애도가 아니라면, 미래에 대한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섣부르게 말할 수 없다. 2002년 월드컵과 효순이 미순이 사건에 나온 촛불 세대가 노무현 정부를 만들었지만, 그들은 철저히 배신당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세대들은 또한, 지금의 일베세대와 겹친다. 한윤형이 말하듯 “2008년 촛불시위를 주도한 그 세대가 계속해서 진보성을 간직할 거라는 기성세대 믿음 역시 근거를 찾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세대와 반박근혜 촛불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는 오늘까지는 확정적이지 않다.

 

우리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 사회운동이 청년 세대를 지도해야 한다는 둥의 허황된 생각보다는, 무엇을 준비해 놔야 하는지, 그들이 쟁취하는 자신감에 어떤 조력을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할 거 같다. 우석훈의 대안이 비록 뻔해보일지는 몰라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전망은 구체적이다. 한 사람당 208만원, 둘이 합쳐 416만원이라는 그 숫자 역시 상징적이다. 성급하게 출간된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은 오탈자가 많은 게 흠이지만, 두고두고 얘기할 꺼리가 많다. 박근혜 정부 출범 시 출간되었지만, 한윤형의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어크로스, 20134)도 함께 읽어보면 더 풍부하게 고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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