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 - "5년 뒤 당신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선대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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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동사회교육원 <연대와소통> 44호 (2017년6월호)

 

책담(冊談)

 

일과 삶의 미래를 결정할 골든타임이 다가왔다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선대인/인플루엔셜/20173/15,800

 

    

 

양솔규(편집위원장)

 

지난해 10월부터 20176월 오늘까지 정말 숨 가쁜 사건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9년여의 시간, 더 길게는 IMF 경제위기 이후 이어진 20여 년 동안의 지체되거나 거세당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복원되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이 이 나라의 시스템을 망쳐놓는 것을 두 눈 뜨고 보면서 잘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마라! 가만히 있어라!”라고 얼마나 외치고 싶었던가! 그렇게 잃어버린, 후퇴해버린 시간 동안, 그러니까 저들의 잔인한 권력욕으로 인한 횡포와 파괴와 싸우고 있는 동안, 우리가 인식하거나 알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고 부지불식간에 변화는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장미대선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었다.

 

촛불정국과 탄핵, 바로 이어진 조기대선으로 인해 각 당의 대표주자가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당의 정책자료집은 발간이 미뤄지기도 했고, 정책자료집의 질 역시 미흡했다. 그렇더라도 대통령 선거는 ‘4차 산업혁명이 대중들에게 슬로건화 되어 제시됨으로써 시대적 화두로 각인되는 계기는 되었던 거 같다. 물론,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국 역시 대중들에게 기술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상상하게끔 했고, ‘드론‘3()D 프린터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담론이 일반 사람들, 특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농민들에게, 서민들에게 곧장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술적 변화라는 것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이루어져 왔던 것일뿐더러, 정작 대다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산업 변화로 인한 국가 경쟁력 제고한국이 나아갈 길따위의 손에 잡히지 않는 통제불능의 이슈가 아니라, “그래서 우리의 일자리와 먹고 살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중에 이런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탄핵을 앞두고 박근혜가 읽었다는(믿기지는 않지만) 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이나, (박근혜한테 한방 먹이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다며 유승민이 소개한 축적의 시간이 있지만, 너무 기술중심적이거나, 전문적이다. 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읽고 변화의 흐름을 인지하고, 자기 삶에 비추어 사고할 수 있는 책이 없을까 찾아보니, 마침 경제적 이슈들을 개혁적인 시각에서 연구하고 제시하던 선대인이 쓴 책이 있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변화를 국가나 기업, 나아가 각자 개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삶을 수정해 나가야 하는지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또한 이를 위해 기존의 (선대인경제연구소 또는 진보진영?) 개혁과제 역시 반복해서 설명한다. 저자의 과거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짧은 분량(270)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크게 이 책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지금 우리 사회와 세계가 처해 있는 현실로, ‘1부 일의 미래를 전망하다이다. 두 번째는 그래서 우리 개인과 사회,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하는 ‘2부 어떤 일을 가질 것인가이다.

 

일의 미래를 바꾸는 네 가지 변화

 

네 가지 변화는 중 첫 번째는 저성장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구조에서는 기존의 한국이 취했던 패스트 팔로워(추격전략)’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새로운 단계로 고도화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혁신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국가정책의 잘못으로 소득 정체와 소비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제로성장 시대가 온다-부키 참조)

두 번째 변화는 인구 마이너스라는 정해진 미래이다.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의 기관지 28호에 소개했던 정해진 미래-북스톤 참조) 올해 2017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첫 해이다. 2024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가 한 해에 38만 명씩 감소하게 된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주택수요가 줄어드는 현상도 벌어진다. 더군다나 2010~204030년 동안 노인인구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고령화의 충격이 가장 크고, 가장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미 창원의 로템이나 울산 현대자동차 등에는 소위 87년 세대들의 퇴직 행렬이 시작되었다. 정규직,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는 민주노총의 조직률을 고려해보면, 조합원수의 감소 역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평생 동안 벌어들이는 소득, 즉 생애소득이 적은 우리 사회의 현실상 고령화는 소비위축, 나아가 소비절벽을 가져온다.

세 번째는 ‘4차 산업혁명론자들이 얘기하는 기술 빅뱅으로 인한 산업 재편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전기자동차는 조만간 전 세계를 거대한 재편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 스마트폰으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핀란드의 노키아처럼, ‘수소자동차에 몰입하는 현대자동차가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도 있다.

네 번째 변화는 로봇화와 인공지능의 시대이다. 대한민국은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이고 가장 비중이 또한 높은 나라이다. 세계 평균 로봇밀도가 66인데 반해, 한국은 노동자 1만 명당 478대이다. 또한 고급 산업용 로봇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률 역시 33%로 로봇 대체율이 가장 많이 예상되는 나라이다. 이를 통해 중급 기술일자리가 가장 먼저 기계로 쉽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하급 기술역시 결국 다음 타깃이 될 것이다.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크리스토포로스 피사리데스 교수는 현재 820종의 직업 중 34%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4년 새 핀테크(fintech, 금융과 기술의 결합)로 인해 2,000여 개의 영업점포가 문을 닫았고, 8,000명 이상의 금융 종사자가 직장을 떠났다.

 

기업, 개인,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앞에서 얘기한 변화들은 일면 우울한 디스토피아적 조건들이다. 그러나 거기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이 성장하더라도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래성장동력을 찾고 준비하는 일을 지난 9년 동안 보수정부가 방치하면서 위기는 증폭되고 있다. 재벌독점구조로 인해 경제 생태계의 신진대사도 엉망이다. 혁신의 속도는 느리다. 문재인 정부가 맞이한 5년은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급속하게 줄어들고, 소비지수 감소도 심각해지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의 소비재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으로 진출한 화장품 사업(일명 K-Beauty)이 대표적이다. 바이오, 제약, 임플란트, 배터리 제조업 등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 발전과 이와 연동한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정보 업체들이 발전할 것이다. 사물인터넷 시장과 중국에게 선점당한 드론 시장 역시 핫하다.

기술 빅뱅 시대에는 기존의 강자가 순식간에약자의 위치로 추락할 수 있다. 또한 SNS와 빅데이터 발달로 수요자 욕구가 다양해지고 변화하며, 틈새시장이 열린다. 장기 저성장 흐름 속에서 스마트 컨수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약자의 전략에 적응해야만 한다.

 

개인 역시 만만치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기업과 일자리의 수명은 짧아지는 반면 인간의 수명은 길어진다. 창의성과 고차원적 사고능력이 필요한 일자리는 가치가 커진다. 스펙의 효용성, 라이선스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여 소명으로서의 직업을 찾아야 한다.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생계형 창업이 아니라, ‘혁신형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 쇼핑몰 라쿠텐이나 유니클로, 중국 선전 지역의 글로벌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홍보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인구절벽은 결국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켜 창업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것이다. 물론, 정부가 창업의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지원해주는 정책을 확충해야 한다. 부동산과 자식의 사교육에 몰입하기보다는 금융소득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개인들의 위험을 분산하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사회가 준비해야 할 개혁과제들은 기존 노동조합과 진보정당들이 얘기했던 대책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먼저 재벌 지배구조를 바꿔 한국의 기업 생태계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삼성과 현대차의 최근의 행태 역시 자본에 유리한 합리적 선택이 아니었다.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드론, 로봇, 자율주행차 등 핵심적 기술을 가진 삼성테크윈을 한화로 넘긴 거나, 자율주행차, 전기차 기술 개발에 투입되어야 할 10조원을 한전 부지 매입에 사용한 현대차의 재벌 일가족의 행태는 지배구조 개혁의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복지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저자가 늘 주장해 왔듯이 이를 위한 세금 혁명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복지, 문화, 교육의 근본적 구조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자는 노인빈곤층 문제와 짧은 생애소득기간 등을 해결하기 위해 퇴직연금제도 활성화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기본소득제 역시 4차 산업혁명과 연관하여 뜨거운 키워드가 되었다. 만성적 총수요부족을 전환하기 위한 기본소득-로봇세에 자본가들이 나서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더 나아가 기본자본(또는 공유자본)’ 도입을 주장한다. 자본도 국민들에게 나눠서 기계의 생산성이 주는 경제적 혜택을 골고루 누리자는 것이다. 세습 자본주의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많은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해 이 지분을 한데 섞은 기금 풀을 만들고,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교육개혁을 역설한다.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 계층 가정에서 사교육에 대한 몰입은 현명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투자라는 것이다.(약자의 전략이 필요) 또한 이러한 과도한, 사교육, 부동산에 대한 몰입이 내수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한다는 것이다. 교육, 복지, 문화에 대한 투자는 현재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좋은 대책임과 동시에 이 나라의 미래 일자리를 만드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공백지점은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의 대응방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일 것이다. 아마도, 4차 산업혁명 또는 기술적 변화에 대비해서 다른 나라 대표적인 노동조합에서는 이러한 대책을 선언적 수준에서나마 정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규직 중심의, 낮은 조직률을 가진 우리 노동조합이 얼마나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녹록치 않은 변화의 물결과 인구절벽, 소비절벽, 고령화의 압박 속에 벌써 진입해 있는 우리의 토대를 생각하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산별교섭을 통해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오타 : 187쪽3째줄 - 주머니 사장은 -> 주머니 사정은
94쪽 :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스마트폰이 몰고 왔던 변화보다 관련 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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