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르는 언덕
어맨다 고먼 지음, 정은귀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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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식에서의 노란색 옷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 표지도 그 색을 꼭 닮았네요. 한번 읽고 만 사람은 없다는 이 책- 저도 같이 읽고 필사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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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폐견 - 역사학자 전우용의 시사상식 사전
전우용 지음 / 새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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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른다. 지난 주말 양일간 이루어진 사전투표는 20.54%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국민들은 박영선 vs 오세훈 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시장은 한국 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선출직이기도 하거니와, 이 선거가 문재인 정권하에서의 마지막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성사된 두 후보의 마지막 토론(5일)은 역시나 난타전이었다. 박영선 후보는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을 파고들면서 오세훈 후보는 '거짓말 후보'라고 몰아세웠고, 오세훈 후보는 당의 규정까지 바꿔서 출마한 박영선 후보야말로 '존재 자체가 거짓'이라고 공격했다. 마지막까지 네거티브 일색이었던 이날의 토론은 두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어서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후보에게 비추어진 의혹이 말끔히 해소된 것도 아니었다. '토론하자'고 앉은 자리에서 서로를 향한 비난만 난무하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이 투표를 포기할까 걱정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까지도 기시감이 든다. ... 확실한 것은 딱 하나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

국가 간 전쟁에서든 사회적 대립에서든 '정의'는 양쪽 당사자 모두가 내세우는 명분이다. 스스로 당사자 지위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정의감'에 비추어 싸움을 구경하고 어느 한쪽을 응원한다. 사람마다 정의에 대한 편견과 감성이 다르기에, 상충하는 담론이 세상을 덮는다. (책의 뒤표지 중에서)

여당이 세상을 보는 시각과 야당이 세상을 보는 시각은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가치관과 세계관이 다르니 같은 사안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오세훈 후보가 태극기 집회에 가서 연설한 것을 두고) 한쪽에서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다른 한쪽에서는 "그게 왜 문제가 되죠?"라고 의아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날로 목소리를 높여가는 양쪽의 이야기를 듣다가, 우리는 결국 어느 한쪽의 편에 서게 된다. 이때의 움직임은 어느 한쪽이 완전무결하고, 다른 한쪽이 그르다는 온전한 판단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내 나름의 정의에 따라, 좀 더 나은 쪽을 택한 것일 뿐.


사람들이 조국 씨 일가친척에게 아무런 도덕적 흠결이 없다고 생각해서 "조국 힘내세요"라고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자유한국당과 수구 족벌언론들이 그를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상황의 '총체적 부도덕성'에 분노해서 그러는 거겠죠. (본문 중에서/총체적 부도덕성, 430쪽)

이 책 <망월폐견>은 자기만의 정의正義 감각으로 세상을 다시 정의定義 내려보고자 했던 역사학자 전우용의 메모들이다. 페이스북에 꾸준하게 정치와 사회에 대해 써오던 조각 글들을 시사상식 형태로 재편하여 구성했다. 2019-2020년의 글만 모았으니 굉장한 현재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오래전 지나간 역사의 한 장면과 오늘의 우리는 어떤 지점에서 놀랍도록 닮아있기도 했고, 그런 점에서 우리의 내일을 조심스레 점쳐볼 수도 있었다. 꽤 두툼한 볼륨에 겁먹기도 했지만, 사실 검찰과 언론의 편파성/공정성에 대한 문제, 조국 사태, 추미에 전 장관에 대한 문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방역에 관련한 문제, 손혜원 전 의원과 도시재생에 대한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개인적으로는, 조국 사태에 화를 내고 싶었으나 무엇에 어떻게 화를 내야 할지 몰라 스스로 끓다 말다 한 것이 이 책으로 말미암아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이라 인상적이었다.

맞다. 이 책은 굉장히 진보적인 입장에서 보수정당을 비판한다. 때로는 비꼬고, 때로는 분노하며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같은 정치색을 띠었기에 나는 '그래, 이거지!'하며 신나게 읽었더랬다. (보수적인 정치색을 띤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쏟아낼지에 대해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 책이 반가웠던 것은,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은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려주지 않았다. 늘 한쪽으로 왜곡했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무엇이 이상한지 짚어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관련 언론 보도를 모두 찾아내 타임라인을 짜 맞출 여력도 없었고)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어떤 감각으로 그쳤던 무엇을 실체로 표현해 주는 이 책이 반가웠다. 책을 읽는 동안 지난 2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언제는 안 그랬겠냐마는- 유난히 시끄럽던 나날들이었다. 훗날 우리는 오늘의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그게 언론에 보도된 것들로 점철된 것이라면- 왠지 나는 조금 서글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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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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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즐겨듣는 오디오 매거진에서 무당들의 이야기를 들은 참이었다. '신내림', '굿', '악귀' 등등의 단어를 오랜만에 마주했다. 둘러앉은 네 명의 무당들은 신내림을 받게 된 각자의 사연을 소개하며 '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사람은 없을 거'라는데 동의했다.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래서 몰랐던 세계였지만- 90여 분의 시간 동안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자니 어떤 진정성 같은 게 느껴졌다. 신내림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좋은 무당일 수 없었고, 무당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신은 죽었다'라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던 나는 신이랄지, 영혼이랄지, 사후세계랄지 하는 알 수 없는 것들에 다시 물음표를 하나 그려 넣었다.


이 책의 주인공 토마는 어머니의 서재에서 마리화나를 피운 후 5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다. 분명한 아버지의 목소리는 토마의 말에 대답하고 있었지만 토마는 '환영'이거나 '환각'일 거라고 생각한다. 혼란스러워하는 토마를 아버지 레옹은 안심시켜 보려고 하지만,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마치 한 방에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안심될 리 있을까. 그래, 아버지의 기일, 연주회 스트레스(토마의 직업은 피아니스트다), 누적된 피로, 피우지 말았어야 했던 마리화나. 이런 것만으로도 없던 감각이 생기기에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의 목소리는 일시적인 환각이 아니었다. 토마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으며(귀신이 된 아버지는 말이 많아졌다!), 급기야는 뭔가를 부탁하기에 이른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그 부탁은- 본인의 유골을 가지고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일생 동안 다른 사람들 몰래 사랑했던 한 여자의 유골과 합쳐달라는 것. 너무 황당해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를 그 부탁에, 토마는 결국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해버리고 만다.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 그 여자를 어린 토마와 함께 떠난 바캉스에서 만났다는 것(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자리에 토마 본인이 함께하고 있었다는 것), 죽어서라도 그 여자와 함께 있고 싶다는 것. 아버지가 토마에게 쏟아내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황당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아버지가 밉지 않다. 장례식장에 잠입해 미리 구조를 익혀두고, 조문객으로 위장해 유골을 훔치기까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토마와 레옹의 황당한 여행기는 두 사람의 끝없는 티키타카로 완성된다.

"35년을 참았는데 마음에 담은 말 털어놓는 거야 목적지에 도착해서 해도 늦지 않아요."

"마음에 담은 말이 뭔데? 나는 너에 대해 아무 불만이 없는데, 너는 있는 모양이구나?"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너는 그렇게 말했어. 내가 너에게 충분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불평하면서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알아맞히는 게임이라도 하자는 거니? 그래, 좋아. 해보자. 연장자 순으로 내가 먼저 시작하마. 내가 좋아하는 영화, 내가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나를 가장 감동시킨 책이 뭔지 네가 알아? 모르잖아? 이러면 한 방으로 체크메이트, 즉 게임 끝이 되는 거지. 이런 종류의 질문으로 나를 함정에 빠뜨릴 속셈인가 본데."

"죽음이 아빠에게 내 머릿속을 읽는 능력이라도 줬나 보죠? ...<빵과 초콜릿>, <사랑을 비를 타고>는 아빠가 샤워하면서, 운전하면서, 아빠의 사무실에서 부르던 노래였고, 저녁에 집에 들어올 때 기분이 좋으면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 대해 얘기했고, 프랑수아 비용의 시와 랭보의 시 '골짜기에 잠들어 있는 사람'을 읊었어요. 이러면 방금 아빠의 킹이 잡힌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본문 중에서, 104-105쪽)


귀신이 된 아버지가 찍겠다는 '사랑과 영혼'의 조력자가 된 토마. 왠지 모르게 이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건- 아버지가 하고 싶었던 일이 사랑했던 여인과 같이 묻히는 것 말고도 또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너의 문제를 발견했어. 아들아, 너는 별로 웃지를 않아."

"아빠가 무슨 말을 할지 벌써 알겠어요. '한 번 사는 인생이야.'"

"아니, 그것도 엄청난 사기야. 진실은 죽는 건 딱 한 번이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거야. 그러니 그렇게 슬픈 얼굴 하지 마." (본문 중에서,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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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쓸모 - 팬데믹 세상 이후, 과학에 관한 생각
전승민 지음 / 체인지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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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유아과학교육'이라는 과목을 듣고 있다. 과학이라면 고등학교 1학년 때 문과로 진로를 정하면서부터 서서히 멀어져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득하게까지 느껴졌던 과목이었다. 수강신청을 해두고도 부담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어쩌면 교사가 될지도 모르는데) 피할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비장한 결심과는 달리, 강의는 재미있었다. 과학에서 재미를 발견하게 된 것은 '과학'이라는 개념을 다시 살피면서부터였다. '과학 science'안에는 두 가지 개념이 녹아있는데, 하나는 scire(to know), 다른 하나는 scientia(knowledge)란다. 아니, 지식으로서의 과학 말고도 또 다른 과학이 있었다니! 그러니까, 속력이라든지, 명왕성이라든지, 원소 기호라든지 하는 것을 전혀 모른다 하더라도 '과학'할 수 있는 거였다니.

과학적 지식을 알아가는 과학이 아니라 '과학하기(과학적으로 생각하기)'로 접근하니 과학이 다르게 보였다. 어린 시절- 에디슨이나 장영실의 위인전을 읽으며 놀랐던 지점은 그들이 수많은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또 한 번의 실험을 더 시도했다는 데 있었음도 다시금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발전되어 왔고, 우리의 전통문화 역시 과학 발전이 기초가 되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과학과 나 사이에는 접점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다시금 주위를 살펴보니 온통 과학이었던 것이다.

해서, 이 책도 읽어보기로 했다. (작년에는 과학 분야의 도서를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아, 사실 재작년에도...) 표지를 보고 너무 과학적인 것(?) 아닌가, 짐짓 놀랐지만 이 책 <과학의 쓸모>는 '과학하기'의 과정을 설명하여 우리 모두에게 과학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공계 분야 정보를 겁먹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만이라도...!)을 갖춤과 동시에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면 어떤 일을 판단하는 데 있어 더 명확해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에 공감하면서도 갑자기 멀-리만 있던 과학을 내 쪽으로 쑤욱 끌어당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빛난다. 저자는 세 개의 테마를 선택해 오늘의 우리에게 과학이 왜 필요한지, 살면서 왜 과학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지 설명한다. 첫 번째 테마 '질병과 재난'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작해 감염, 면역 질환과 유전병 등을 다룬다. (이 가운데 전혀 몰랐던 새로운 의학 기술도 툭툭 튀어나오는데- 돼지를 이용한 이식용 장기 개발이 특히 놀라웠다) 두 번째 테마 '4차 산업혁명'안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통신 기술 등을 다룬다. 영화에나 나오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상하며 로봇이 인간을 잠식하면 어쩌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만 가졌었는데- 책을 읽는 사이 왜 휴머노이드 로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과학이 만드는 신세계'를 탐구한다. 수소나 핵융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물론, 우주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뇌과학은 어떤지 등을 설명한다. 좋았던 것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이 일상적인 언어였다는 점이다. (과학자의 언어였다면 금세 포기해버렸을 게 뻔하다) '알기 쉽게, 정말로 알기 쉽게' 쓰려고 했다는 저자의 비장한 각오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물론- 이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갑자기 과학과 친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럴 리가 없지) 하지만 '오, 그런 거였어?', '이런 것도 가능하단 말이야?' 등등의 혼잣말들이 절로 튀어나왔던 걸 보면- 나의 관심사 밖에 있던 과학이 조금은 내게로 가까이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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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사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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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첫 페이지부터 태그를 붙인건 처음이예요.... 으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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