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쓸모 - 팬데믹 세상 이후, 과학에 관한 생각
전승민 지음 / 체인지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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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유아과학교육'이라는 과목을 듣고 있다. 과학이라면 고등학교 1학년 때 문과로 진로를 정하면서부터 서서히 멀어져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득하게까지 느껴졌던 과목이었다. 수강신청을 해두고도 부담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어쩌면 교사가 될지도 모르는데) 피할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비장한 결심과는 달리, 강의는 재미있었다. 과학에서 재미를 발견하게 된 것은 '과학'이라는 개념을 다시 살피면서부터였다. '과학 science'안에는 두 가지 개념이 녹아있는데, 하나는 scire(to know), 다른 하나는 scientia(knowledge)란다. 아니, 지식으로서의 과학 말고도 또 다른 과학이 있었다니! 그러니까, 속력이라든지, 명왕성이라든지, 원소 기호라든지 하는 것을 전혀 모른다 하더라도 '과학'할 수 있는 거였다니.

과학적 지식을 알아가는 과학이 아니라 '과학하기(과학적으로 생각하기)'로 접근하니 과학이 다르게 보였다. 어린 시절- 에디슨이나 장영실의 위인전을 읽으며 놀랐던 지점은 그들이 수많은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또 한 번의 실험을 더 시도했다는 데 있었음도 다시금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발전되어 왔고, 우리의 전통문화 역시 과학 발전이 기초가 되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과학과 나 사이에는 접점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다시금 주위를 살펴보니 온통 과학이었던 것이다.

해서, 이 책도 읽어보기로 했다. (작년에는 과학 분야의 도서를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아, 사실 재작년에도...) 표지를 보고 너무 과학적인 것(?) 아닌가, 짐짓 놀랐지만 이 책 <과학의 쓸모>는 '과학하기'의 과정을 설명하여 우리 모두에게 과학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공계 분야 정보를 겁먹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만이라도...!)을 갖춤과 동시에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면 어떤 일을 판단하는 데 있어 더 명확해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에 공감하면서도 갑자기 멀-리만 있던 과학을 내 쪽으로 쑤욱 끌어당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빛난다. 저자는 세 개의 테마를 선택해 오늘의 우리에게 과학이 왜 필요한지, 살면서 왜 과학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지 설명한다. 첫 번째 테마 '질병과 재난'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작해 감염, 면역 질환과 유전병 등을 다룬다. (이 가운데 전혀 몰랐던 새로운 의학 기술도 툭툭 튀어나오는데- 돼지를 이용한 이식용 장기 개발이 특히 놀라웠다) 두 번째 테마 '4차 산업혁명'안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통신 기술 등을 다룬다. 영화에나 나오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상하며 로봇이 인간을 잠식하면 어쩌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만 가졌었는데- 책을 읽는 사이 왜 휴머노이드 로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과학이 만드는 신세계'를 탐구한다. 수소나 핵융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물론, 우주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뇌과학은 어떤지 등을 설명한다. 좋았던 것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이 일상적인 언어였다는 점이다. (과학자의 언어였다면 금세 포기해버렸을 게 뻔하다) '알기 쉽게, 정말로 알기 쉽게' 쓰려고 했다는 저자의 비장한 각오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물론- 이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갑자기 과학과 친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럴 리가 없지) 하지만 '오, 그런 거였어?', '이런 것도 가능하단 말이야?' 등등의 혼잣말들이 절로 튀어나왔던 걸 보면- 나의 관심사 밖에 있던 과학이 조금은 내게로 가까이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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