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폐견 - 역사학자 전우용의 시사상식 사전
전우용 지음 / 새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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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른다. 지난 주말 양일간 이루어진 사전투표는 20.54%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국민들은 박영선 vs 오세훈 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시장은 한국 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선출직이기도 하거니와, 이 선거가 문재인 정권하에서의 마지막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성사된 두 후보의 마지막 토론(5일)은 역시나 난타전이었다. 박영선 후보는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을 파고들면서 오세훈 후보는 '거짓말 후보'라고 몰아세웠고, 오세훈 후보는 당의 규정까지 바꿔서 출마한 박영선 후보야말로 '존재 자체가 거짓'이라고 공격했다. 마지막까지 네거티브 일색이었던 이날의 토론은 두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어서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후보에게 비추어진 의혹이 말끔히 해소된 것도 아니었다. '토론하자'고 앉은 자리에서 서로를 향한 비난만 난무하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이 투표를 포기할까 걱정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까지도 기시감이 든다. ... 확실한 것은 딱 하나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

국가 간 전쟁에서든 사회적 대립에서든 '정의'는 양쪽 당사자 모두가 내세우는 명분이다. 스스로 당사자 지위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정의감'에 비추어 싸움을 구경하고 어느 한쪽을 응원한다. 사람마다 정의에 대한 편견과 감성이 다르기에, 상충하는 담론이 세상을 덮는다. (책의 뒤표지 중에서)

여당이 세상을 보는 시각과 야당이 세상을 보는 시각은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가치관과 세계관이 다르니 같은 사안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오세훈 후보가 태극기 집회에 가서 연설한 것을 두고) 한쪽에서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다른 한쪽에서는 "그게 왜 문제가 되죠?"라고 의아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날로 목소리를 높여가는 양쪽의 이야기를 듣다가, 우리는 결국 어느 한쪽의 편에 서게 된다. 이때의 움직임은 어느 한쪽이 완전무결하고, 다른 한쪽이 그르다는 온전한 판단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내 나름의 정의에 따라, 좀 더 나은 쪽을 택한 것일 뿐.


사람들이 조국 씨 일가친척에게 아무런 도덕적 흠결이 없다고 생각해서 "조국 힘내세요"라고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자유한국당과 수구 족벌언론들이 그를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상황의 '총체적 부도덕성'에 분노해서 그러는 거겠죠. (본문 중에서/총체적 부도덕성, 430쪽)

이 책 <망월폐견>은 자기만의 정의正義 감각으로 세상을 다시 정의定義 내려보고자 했던 역사학자 전우용의 메모들이다. 페이스북에 꾸준하게 정치와 사회에 대해 써오던 조각 글들을 시사상식 형태로 재편하여 구성했다. 2019-2020년의 글만 모았으니 굉장한 현재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오래전 지나간 역사의 한 장면과 오늘의 우리는 어떤 지점에서 놀랍도록 닮아있기도 했고, 그런 점에서 우리의 내일을 조심스레 점쳐볼 수도 있었다. 꽤 두툼한 볼륨에 겁먹기도 했지만, 사실 검찰과 언론의 편파성/공정성에 대한 문제, 조국 사태, 추미에 전 장관에 대한 문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방역에 관련한 문제, 손혜원 전 의원과 도시재생에 대한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개인적으로는, 조국 사태에 화를 내고 싶었으나 무엇에 어떻게 화를 내야 할지 몰라 스스로 끓다 말다 한 것이 이 책으로 말미암아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이라 인상적이었다.

맞다. 이 책은 굉장히 진보적인 입장에서 보수정당을 비판한다. 때로는 비꼬고, 때로는 분노하며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같은 정치색을 띠었기에 나는 '그래, 이거지!'하며 신나게 읽었더랬다. (보수적인 정치색을 띤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쏟아낼지에 대해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 책이 반가웠던 것은,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은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려주지 않았다. 늘 한쪽으로 왜곡했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무엇이 이상한지 짚어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관련 언론 보도를 모두 찾아내 타임라인을 짜 맞출 여력도 없었고)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어떤 감각으로 그쳤던 무엇을 실체로 표현해 주는 이 책이 반가웠다. 책을 읽는 동안 지난 2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언제는 안 그랬겠냐마는- 유난히 시끄럽던 나날들이었다. 훗날 우리는 오늘의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그게 언론에 보도된 것들로 점철된 것이라면- 왠지 나는 조금 서글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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